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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용병의 회귀-114화 (114/131)

# 114

SSS급 용병의 회귀

- 5권 9화

"한 가지 부탁드릴 것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아니, 부탁이라고 하기보다는 제안이라고 하는 것이 맞겠네요."

"자네의 제안이라니. 으음. 우선 들어 보도록 하지."

"예. 길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케이른 님이 이끄시는 용병단 전체의 힘이 필요합니다. 보수는 모든 일이 끝나고 섭섭지 않게 해 드리겠습니다."

"보수에 관해서는 우선 넘어가지. 자네처럼 강한 용병이 어째서 내 용병단의 도움이 필요한지 그것에 대해서 들어 보고 싶군."

케이른의 말에 페이린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곧 전쟁이 일어날 겁니다."

"......? 전쟁을 일어난다니. 누가 말인가?"

"흑마법사들이 전쟁을 일으킬 겁니다."

"하지만. 흑마법사들은 이미 신관들이 나서서 모두 사라졌네. 그걸 알고 얘기를 하는 건가?"

케이른의 말에 페이린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들은 내용이었다. 또한 예측하고 있던 내용이었다. 마지막으로 흑마법사들이 나타났던 시점이 3개월 전이니 제법 긴 시간이라고 볼 수 있었다.

"녀석들은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흑마법사들은 그런 녀석들이니까요. 그래서 전 녀석들을 모두 쓸어버릴 겁니다. 케이른 님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현재 흘러가는 상황이 어떤지."

페이린의 말에 케이른은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도 대충 눈치를 채고 있었다.

시중에 판매되는 무수히 많은 비약들과 성능 좋은 포션들. 거기에 향원에서는 수련의 탑이 외부인에게도 공개가 되었고, 모두가 그곳을 들락거리고 있었다.

케이른도 이전에 페이린의 말을 듣고 용병단을 이끌고 그곳을 갔었다. 단원들을 강하게 훈련시키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도 더 높은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 수련의 탑은 정말 안성맞춤인 곳이었으니 말이다.

탑을 올라갈수록 강한 몬스터들이 나타나며, 탑을 클리어하거나 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바깥으로 나갈 수 있었다. 1층을 모두 클리어해 버린 뒤 다시 나갔다가 들어오면 다시금 1층은 몬스터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 신기한 공간이었으니 강해지기 위해서는 정말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그리고 그것들이 의미하는 것은 대충 케이른도 파악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늘어난 비약들과 성능 좋은 포션들, 움직이지 않았던 신관들이 제 발로 움직여 흑마법사들을 퇴치했다. 더불어 수련의 탑도 공개가 되어 모두가 강해질 수 있게 되었다.

"곧 녀석들은 마계와 통하는 차원의 문을 열 겁니다."

"그걸 어떻게 믿으라는 건가?"

"장담할 수 있습니다. 이 용병패를 걸고서, 마나의 이름으로도 맹세를 할 수도 있습니다."

"......."

페이린의 말에 케이른은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용병들이 자신의 용병패를 걸고 맹세를 한다는 것.

그것은 커다란 의미가 있었다. 그러고도 거짓을 한다면 그자는 죽을 때까지 용병들의 적이 되었다.

신뢰를 배반한다는 것은, 용병들에게는 죽음을 의미했다. 용병들은 무엇보다도 신뢰라는 것을 중요시 여기는 집단이었으니까.

또한 마나의 이름으로 맹세를 하는 것도 커다란 의미가 있었다. 마법사들이나 할까 싶은 맹세지만, 사실 마나만 가지고 있다면 누구든지 할 수 있는 맹세였다. 이 또한 어기게 된다면 그자는 평생 마나를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그렇기에 두 가지의 맹세는 함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며 확신이 있을 때만이 사용할 수 있는 맹세였다.

그 두 가지의 맹세를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그 사람이 진실을 얘기하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허무맹랑하지만 믿을 수밖에 없겠군."

"예. 어쩔 수 없는 방법이지만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재 향원에서 효과가 좋은 비약과 포션들을 만들고 있다는 것은 알고 계시겠죠."

"그렇다네. 그걸 모를 사람은 아마 용병들 중에선 없을 거야."

"비약과 포션 모두 필요한 만큼 무상으로 제공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흑마법사들을 막기 위해 힘이 되어 주십시오. 향원의 나인 테일 님을 비롯해서 모든 용병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또한, 조만간 국왕 폐하의 병사들도 전쟁에 동참할 겁니다."

"......확실히. 설로만 전해지는 마계가 열리면 끔찍한 재앙이 일어나겠지. 알겠네. 그렇게 하도록 하지."

"예. 그리고 될 수 있으면 다른 용병단들도 모집을 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알겠네. 그렇게 하도록 하지."

"예. 당장 드릴 수 있는 것은 비약과 포션뿐이지만, 모든 것이 끝난다면 빠른 시일 내로 빚을 갚도록 하겠습니다."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할 걸세. 그리고 우리가 자네를 돕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만 손해인 것이 아닌가. 차원의 문이 열리게 된다면 끔찍한 재앙이 벌어질 테니까."

케이른은 마계의 존재를 잘 알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간 페이린이 없을 때 흑마법사들을 많이 상대하긴 했었다. 흑마법사들이 사용하는 마법은 꽤나 간파하기가 힘들었다.

죽은 자를 되살려 내는 강령술을 비롯해 수많은 좀비들을 만들어 내고, 자신의 영혼까지 팔아 리치가 되어 버린 이들까지.

그런 흑마법사들이 마계라는 곳으로 통하는 문을 열어 버린다면 분명 재앙일 것이다. 눈으로 직접 보지 못했기 때문에 얼마나 큰 재앙인지는 짐작조차 할 수 없지만, 흑마법사들의 지난 행태를 생각하면 그 재앙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었다.

"예. 그렇겠죠. 그래도 다행이네요. 정 안 된다면 제 기억을 보여 드리려고 했었거든요."

"기억을 보여 준다니. 그런 것이 가능하단 말인가?"

"가능하긴 하죠. 이렇게 보여도 9클래스의 마법사인데요. 뭐, 믿지는 않으시겠지만."

"그래서 그렇게 맑은 마나가 보였던 거로군."

"하하...... 그러면 일이 준비되는 대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비약과 포션의 재고를 준비해야 하니 아마도 한 달 이상은 걸리겠네요."

"알겠네. 그 한 달 정도의 시간 동안 내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용병단들을 이곳으로 모으겠네."

케이른의 말에 페이린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가려던 페이린은 일전에 호스필에게서 받은 비약을 꺼냈다.

"지금 당장 드릴 건 이것뿐인데, 이거라도 받아 주세요."

페이린이 건네준 그 비약은 제법 깊은 마나가 농축되어 있었다. 케이른 정도의 경지라면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비약인지 알 수 있었다.

"이건 시장에서도 구할 수 없는 물건이로군. 요긴하게 쓰도록 하지."

"다시 되파신다면 제법 많은 돈을 받으실 겁니다. 그러면 이만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페이린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와 함께 옆에 있던 넬도 일어섰다. 두 사람은 케이른에게 가볍게 인사를 한 뒤 텔레포트 마법을 사용해서 사라졌다.

"전쟁이라니."

페이린이 사라지고 난 뒤 케이른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동안 전쟁이 없어 꽤나 평화로웠었다. 그랬던 만큼 이젠 본격적으로 전쟁이 일어난다는 것을 생각하니 믿기지가 않았다.

그렇지만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 얘기를 꺼낸 것이 페이린이었으니 말이다.

"우선 마계에 대한 정보를 찾아봐야 할까."

케이른은 그날 이후로 마계에 대한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구전으로 내려오는 그런 이야기들부터 해서 책에 기록되어 있는 제법 구체적인 이야기들까지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모두 다 얻었다.

쉽게 얻을 수 없는 정보는 정보만을 취급하며 판매를 하는 정보 길드를 이용했다. 물론 마계라는 것이 이 세상에 나타난 적도 없었던 그런 곳이기 때문에 그곳에서도 별다른 정보는 얻을 수 없었다.

페이린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적어도 마계라는 곳이 얼마나 커다란 위협이 되는지는 알고 싶었다.

그렇게 며칠 정도 정보를 모은 결과 케이른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정보들이 사실이라면...... 흑마법사 녀석들은 미친 거로군."

모은 정보를 종합해 보면 그랬다. 흑마법사들이 하려는 짓거리가 정말 미친 짓이라고밖에 볼 수 없었다. 정보들이 거의 허무맹랑해서 믿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 정보들을 사실이라고 한다면, 마계로 통하는 문이 열리게 되면 인류는 멸망이라는 길을 걷게 되고 만다. 믿기 힘들지만 정보를 종합해 보면 그랬다.

"후우......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 참 놀랍군."

케이른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뒤 곧바로 단원들을 모집했다. 그런 뒤 협력이 가능한 다른 용병단들도 죄다 모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모두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여겼지만, 케이른은 페이린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용병패와 용병단을 걸며 맹세를 했다. 또한 마나의 이름으로까지 맹세를 했기 때문에 모두들 믿을 수밖에 없었다.

* * *

페이린이 케이른을 만나고 난 뒤 대략 보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 동안 페이린도 나름대로 이것저것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선 가장 큰 준비는 비약과 포션의 물량을 확보해 두는 것.

흑마법사는 물론이고 녀석들이 마계의 문을 열어 버리면 수없이 많은 마계의 녀석들이 들이닥치게 될 것이다. 이미 많은 용병들을 모집해 두었지만 그들의 희생이 없을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었다. 아군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효과가 좋은 포션과 비약을 만들어 물량을 확보해 두어야 했다.

페이린이 없는 동안 연금술사들은 비약과 포션을 팔아 모은 돈을 모두 사용해 재료를 사들였다. 또한 그들은 드넓은 땅에 재료를 키우고 있었다. 마법을 이용해서 성장을 촉진시키고 있었지만 그들의 힘으로는 3일에 한 번 정도 재료를 수확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물론 땅의 크기가 넓었기에 그만큼 재료가 많았다. 더불어 3일 만에 씨앗에서 완전히 사용할 수 있는 약초가 된다는 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이기도 했다.

페이린은 그 3일이라는 속도를 하루라는 속도로 줄여 버렸다. 시공간 마법을 응용하고 9서클의 마법까지 섞었다. 더불어 넬을 불러와 정령들을 소환해 그 힘으로 재료들을 쑥쑥 키워 냈다.

정령들이 가진 힘은, 자연의 힘이었다. 그것을 이용했기 때문에 본래 마법사들이 3일 만에 키워 내는 재료보다 더욱더 질이 좋은 재료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믿기지가 않네요. 이렇게 빨리 자라다니. 자라는 속도가 눈에 보일정도입니다."

"원래라면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상황이 어쩔 수 없잖아요. 마법은 걸어 두었으니까 넬과 함께 이곳에 계시면 돼요. 전 마정석을 얻으러 다녀오죠."

약초들을 재배하는 밭에 정령들과 넬을 놔둔 페이린은 곧바로 수련의 탑으로 이동했다. 그 탑을 올라가봤자 득이 될 것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마정석을 대량으로 얻을 수 있는 곳은 수련의 탑뿐이었다.

클리어하지 않더라도 바깥으로 나가 다시 1층부터 올라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것 외에도 수련의 탑은 시간과 공간이 교차하고 있었기 때문에 몇 번을 반복해서 도전한다 해도 몬스터가 부족하지 않았다.

"여기도 꽤 오랜만이네."

수련의 탑에 바로 들어온 페이린은 자신을 향해 덤벼드는 몬스터들을 바라봤다. 이전에 이곳을 올라왔을 때에도 별로 위협적인 느낌이 없던 녀석들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무려 9서클의 대마도사이며 검 또한 소드 마스터를 뛰어넘은 경지였다. 그렇기 때문인지 눈앞에 몰려드는 몬스터들이 귀엽다는 느낌까지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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