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8
SSS급 용병의 회귀
- 5권 3화
"과거에 비하면 형편없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구나. 조금 쉬었다가 하자."
"......네."
'아직까지 의욕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이 기세라면 조만간 상급 정령과 계약을 할 수도 있을 것 같구나.'
여왕은 바닥에 주저앉아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넬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마음 같아서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칭찬을 해 주고 싶었다. 워낙 의욕이 없는 넬이 이 정도로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은 정말 칭찬을 해 줘도 모자랐다. 그렇지만 일부러 내색하고 있지 않았다.
그녀가 우쭐해하지 않도록 칭찬을 하지 않는 것도 있었다. 그렇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녀가 진지하게 수련에 임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과거에도 이런 모습은 보여 주지 않은 것 같은데.'
페이린과 함께 마왕에 맞서 싸웠을 때에도 이렇게 힘을 기르기 위해 노력한 적은 없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자신이 강해지지 않으면 페이린이 죽을 수도 있다는 그 위기감을 느껴서인지 하루가 다르게 성장을 하고 있었다.
'한 번 죽음을 봤기 때문에 그러겠지.'
다가오지 않을 죽음을 걱정하는 것보다, 이미 그것을 겪어 봤기 때문에 다가오지 못하게 하려는 그 마음이 더욱더 커다랬다. 그것이 현재 어떤 의욕도 없던 넬을 한순간에 뒤바꿔 놓았다.
'이 아이가 의욕을 내는 것을 보는 날이 오다니. 신기하구나. 페이린...... 신님께 선택을 받을 정도로 대단한 인물이라 이건가?'
여왕은 페이린을 떠올리며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그 대단한 사람 덕분에 넬의 인생이 뒤바뀌었다. 그걸 생각하니 페이린이 새삼스럽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페이린을 지켜 주기 위해서는 과거의 자신을 뛰어넘어야겠지...... 이번에는 직접 나서는 만큼 도와주도록 하마.'
"자, 휴식 끝. 다시 시작하자꾸나."
"네!"
넬은 피곤한 것도 잊어버린 채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자신이 소환할 수 있는 모든 정령들을 단번에 소환했다.
그렇게 다시 여왕과의 수련이 시작되었다. 페이린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서.
* * *
"후우...... 후우......."
페이린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앞을 바라봤다. 벌써 대련을 한 지 한 시간 이상이 훨씬 지났다. 처음에는 5분을 버티는 것도 하지 못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버틸 수 있는 시간도 늘어났다.
결국 지금에 와서 한 시간 이상 대련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 대마도사 디안과 소드 마스터라 불리는 케이잭이 함께 펼치는 공격이 가벼운 것은 또 아니었다.
그 두 사람은 분명 처음엔 강도를 낮췄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강도를 높였다. 결국 지금에 와서는 두 사람 모두 본래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후우. 많이 성장했구나, 제자여. 껄껄."
디안은 덥수룩한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웃었다. 하지만 마냥 웃고만 있지는 않았다.
가지고 있는 마나를 가늠하기가 힘든 그였다. 대마도사라는 칭호는 그가 스스로 붙인 것이 아니라, 그 힘을 본 이들이 붙여 대대로 내려온 이름이었으니 말이다.
그런 힘을 가진 자가 가지고 있는 마나가 슬슬 바닥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만이 사용할 수 있는 특유의 회복 마법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는 마나가 소모하는 마나를 따라갈 수 없었다.
"그런 것 같군. 내가 진심을 다해 날리는 공격까지 모두 막아 내고 있으니."
그의 옆에 있는 케이잭도 거들었다. 그는 지금 대련이 아니라 실제 전투라 생각하며 진심으로 임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이린을 상대하기가 버거웠다.
가지고 있는 모든 수단을 다 사용했는데도 이런 결과였다. 거기에 디안이 만들어 둔 시공간 마법을 이용하기도 했었다.
그런데도 페이린은 모든 공격을 막아 내며 버티고 있었다.
"후우...... 후우......."
페이린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마나를 빠르게 회복했다. 페이린도, 상대방도 서로 공격을 하지 않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미 페이린의 주위에는 열 개 정도 되는 분리된 공간이 있었다. 그것은 시공간 마법이 특기인 디안의 작품이었다. 이전에 다섯 개의 공간을 만들며 여유롭게 상대하던 건 페이린을 봐준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력을 다해서 열 개의 공간을 만들어 두고 있었다.
페이린은 사용 가능한 시공간 마법으로 그가 만든 공간을 막아 두었다. 더불어 막지 못한 모든 공간 안에 존재하는 위험들도 모두 파악하고 있는 상태였다.
당장은 보이지 않지만 현재 페이린의 주위에는 수백, 수천에 달하는 무지막지한 마법들이 깔려 있는 상태였다. 그것들을 하나하나 다 인지하며 대처를 해 둔 상태였다.
거기에 페이린의 주위에는 열 개 정도 되는 마나로 이루어진 검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이곳에서 배운 것들을 이용해서 만들어 낸 페이린만의 오리지널 마법이었다.
사방에서 쉴 새 없이 날아드는 디안의 시공간 마법을 막아 내기 위해서, 날카로우면서 틈이 없는 케이잭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고안을 해낸 마법이었다.
'그래도 이 마법 덕분에 섣불리 다가오지 못하는 것 같네.'
페이린이 만들어 낸 새로운 마법.
그것의 위력은 꽤나 컸다. 페이린의 바람대로 디안이 마구잡이로 쏘아 내는 공격들을 모두 막아 냈다. 동시에 케이잭의 공격을 막아 내며 그의 틈을 노릴 수 있었다.
마나로 이루어진 열 개의 푸른색의 검.
그것들은 마법과 검술이 하나가 되어 완성된 기술이었다. 마법으로 이루어진 검에 오러 블레이드를 불어넣어 둔 상태였기 때문에 쉽게 파훼할 수도 없었다.
"갑니다!"
언제까지 서로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페이린이 먼저 외치며 케이잭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갔다.
순식간에 케이잭의 앞에 도달한 페이린은 검을 크게 휘둘렀다.
-카앙!!
한 번의 검격. 케이잭이 충분히 막아 낼 수 있는 공격이었다.
그렇지만 아직 페이린의 주위에는 열 개나 되는 검이 남아 있었다. 그것들이 페이린의 명령대로 이리저리 분산하더니 사방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카앙! 카앙! 카카캉!!
열 개의 날카로운 검, 거기에 페이린이 쥐고 있는 하나의 검. 도합 열 하나의 검으로 이루어진 공격.
그것을 케이잭은 막아 내거나 피해 냈다. 그렇지만 쉽게 반격을 할 수가 없었다.
-콰앙! 콰앙!
케이잭과 난전을 벌이고 있을 때 페이린의 사각지대를 향해 디안의 마법이 쏟아졌다. 이전이라면 문제가 컸지만, 지금은 달랐다.
몇 개의 검이 페이린의 사각지대를 완벽하게 보안을 해 주었다. 마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오러 블레이드까지 씌워진 상태였기 때문에 디안의 마법을 얼마든지 잘라 버릴 수 있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그의 마법이 박살 난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는 계속해서 페이린의 사각지대를 노리며 공격을 퍼부었다.
디안의 마법은 위력도 위력이지만, 시공간 마법을 함께 사용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페이린의 바로 옆에서 기척 없이 나타났다.
그렇지만 그런 마법들마저 페이린의 주위를 지키는 마법에 의해 모두 박살 나 버렸다.
-파앙! 파앙! 파앙!
페이린이 케이잭을 상대하며 디안의 마법을 막아 내고 있을 때였다. 페이린이 만들어 둔 몇 개의 시공간 마법에서 수많은 매직 애로우가 멀리 있는 디안을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반격을 할 수 없던 페이린이었지만 마법과 검, 두 가지의 정점에 서 있는 두 사람과 대련을 하면서 조금씩 반격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제법 위력이 있는 마법을 사용하며 반격을 할 수 있었다.
페이린이 만들어 낸 매직 애로우.
1서클의 기초적인 마법이지만 막대한 마나를 머금은 탓에 도무지 1서클이라고 볼 수 없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들이 디안이 서 있는 곳의 곳곳에서 빠르게 날아들기 시작했다.
-콰아아앙!! 콰앙!
-콰앙! 콰앙!!
그 덕분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한동안 이곳에 폭발 소리가 가득했다. 그 소리를 들으면서 페이린은 계속해서 마법을 사용했다. 그러면서 손과 발은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케이잭을 상대했다.
그런 식으로 페이린은 천천히 두 사람을 제압했다.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는 절대로 그렇게 할 수 없을 것만 같던 일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가능해졌다.
"이제 그만하자꾸나."
"나도 더는 못해 먹겠군."
대련을 시작한 지 한 시간 하고도 30분 정도가 더 흘렀을 때였다.
두 사람은 완전히 전의를 상실해 버렸고 결국 페이린에게 항복을 했다. 디안은 마나가 모두 바닥나 더 이상 싸울 수 없었으며, 케이잭 또한 페이린의 공격을 막아 내고만 있을 뿐 반격을 할 수가 없었다.
"후우...... 처음으로 이겼네요."
"끌끌. 넌 정말 훌륭한 제자다."
"아니, 괴물이라고 부르는 게 낫겠군."
케이잭의 말에 디안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두 사람 모두 한 가지의 분야에 있어서 최강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모두 정상에 도달한 이들이었다. 그럼에도 이 두 사람은 페이린을 괴물이라고 불렀다. 그만큼 페이린이 많이 성장을 했다는 뜻이었다.
"흐음. 이제 나갈 때가 되었구나."
페이린이 잠깐 쉬고 있을 때였다. 그의 뒤에서 새하얗게 빛나는 무언가가 나타났다. 잠시 후 그것은 중년의 남자가 되었다. 페이린을 이곳으로 불러 그에게 수련을 하게끔 했던 장본인인 신이 나타난 것이다.
"그런가요. 그런데 제가 이곳에 온 지 얼마나 지난 거죠?"
"대충 6년 정도 지났다고 보면 될 거다."
"6년이라......."
페이린은 신의 말을 듣고 자신의 몸을 훑어봤다.
6년이라는 시간.
어떻게 보면 짧은 시간일 테지만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긴 시간이었다.
그 시간 동안 페이린은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다. 우선 이제는 누가 꼬맹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제법 늠름하게 자랐다.
매일같이 마나를 소모하고 근력을 키운 것 덕분에 몸이 탄탄해져 잔 근육들이 많이 붙게 되었다. 외형뿐만 아니라 마법적인 지식을 포함해서 여러 가지 것들이 많이 바뀌었다.
이곳에 들어올 때 페이린은 7서클에 막 도달하기 직전이었다. 또한 오러 블레이드를 완벽하게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검술을 가지고 있었다.
6년이 지난 지금 페이린은 8서클을 넘어 9서클이라는, 과거에는 도달하지 못했던 경지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
그것은 디안이 알려 준 특수한 마나법과 함께 여러 가지 지식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페이린 혼자서는 아무리 노력을 해도 9서클에는 닿을 수가 없었다.
검술 또한 마찬가지였다. 오러 블레이드를 뽑아낼 수 있을 정도의 수준. 흔히 세간에서는 그 정도의 경지를 보며 소드 마스터라고 칭했다. 그렇지만 페이린은 그 소드 마스터의 경지를 넘어섰다.
바로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
그 덕분에 케이잭이 사용하는 오러 블레이드를 넘어 사용할 수 있는 여러 기술들을 페이린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와 상대를 하며 몸으로 익혔으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성장을 해 그 경지에 이르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