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9
SSS급 용병의 회귀
- 4권 20화
"그사이에 더 강해진 건가? 믿을 수 없군...... S급이 된 지 고작 한 달 정도 되었을 텐데......."
"좀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가...... 자네를 SS급으로 임명하지."
"감사합니다. 그리고 언제 시간이 되시면 향원에 있는 수련의 탑에 올라가세요."
페이린에게서 '수련의 탑'이란 말을 들은 케이른은 크게 놀랐다. 그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외부인이 올라갈 수 있도록 허가가 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강한 용병들은 엄격한 심사를 통해 들어갈 수 있었지만 그 역시 소수였다.
"거기를 올라간 건가?"
"네. 꼭대기 층까지 다녀왔죠."
"그렇지만 거긴 외부인이 절대로 들어갈 수 없는 곳으로 알고 있는데. 설령 들어간다 하더라도 엄격한 심사를 통해야 하지. 게다가 수인들이라 하더라도 제집 들어가듯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도 들었는데."
"나인 테일 님이 마음을 바꿨습니다. 뭐, 자세한 건 가 보시면 알 겁니다. 아 참. 가실 마음이 있다면......."
페이린은 말을 끊고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이미 주변에 다른 용병들이 듣지 못하도록, 그 누구도 듣지 못하도록 소리를 차단한 상태였지만 확실하게 해 두기 위함이었다.
"용병단을 전부 데려가세요. 꼭 그러셔야 합니다."
"......알겠네. 자네가 그렇게 단기간에 강해진 곳이라면 흥미가 생기는군. 그나저나 아직도 마음이 바뀌지 않은 건가?"
"예. 아직은 들어갈 생각이 없습니다. 단, 언젠가는 제가 찾아갈 겁니다. 그때를 준비해 두시죠."
말을 마친 페이린은 용병 길드 협회에 정식으로 SS등급을 요구했다. 페이린의 시험을 맡은 SS급 용병 세 명이 증인이 돼 주었다.
그렇게 첫날은 지나갔는데, 다음 날과 그다음 날이 문제였다. 케이른을 비롯한 이름난 SS급 용병들이 모두 깨져 버렸다는 소문이 돌자 정말 바쁜 이들을 제외하고 모조리 몰려왔다.
"후우. 그럼 모두 덤비세요. 대신 지면 깨끗하게 인정하셔야 합니다."
결국 이틀 동안 페이린은 몰려드는 SS급 용병들과 대련을 해서 모두 꺾어 버렸다. 1:1로 꺾은 것도 많지만 2:1이나 3:1로 해서 꺾은 것도 제법 되었다.
페이린에게 진 SS급 용병들은 그의 압도적인 무력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페이린의 강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페이린은 용병들을 상대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진심으로 상대를 하지도 않았는데 대부분의 SS급 용병들을 이길 수 있었다.
'앞날이 심히 걱정되는군.'
최강이라 불리는 SS급 용병들이 이 모양이었다. 그렇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고, 세상은 너무나도 평화로웠다.
아직 흑마법사가 제대로 활동을 하려면 몇 년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녀석들이 활동을 시작하면 용병들의 숫자도 급격히 증가할 것이다. 처음에는 줄어들 테지만 결국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SS급보다 더욱더 강한 녀석들이 나타날 것이다.
'뭐.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수련의 탑을 개방시켰으니 일찍 강해지는 녀석들이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용병 길드 협회에서는 페이린에게 새로운 명패를 주었다. 거기에는 S급도, SS급도 아닌 SSS급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거의 모든 SS급 용병을 단신으로 꺾었다. 그것을 다른 용병들이 모두 인정을 했으며 자신들과 같은 등급이 아닌 보다 높은 등급에 있어야 한다고 의견을 넣은 것이다.
'과거에도 그랬었는데 말이지.'
결국 페이린은 과거보다 더욱더 빨리 SSS급 용병이 될 수 있었다. 그가 SSS급 용병이 된 것에 그 누구도 이견이 없었다.
그렇게 바쁜 날이 지나갔고 호스필과 약속한 3일째가 되었다.
"안녕하세요."
"아! 오셨습니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돈을 갚으라고 찾아오는 사람은 없던가요?"
"예예. 어떻게 찾아오겠습니까. 그런 일이 있었는데요."
호스필의 말에 페이린은 방긋 웃어 보였다. 하긴 그 자리에서 그에게 있던 모든 빚을 갚았다. 거기에 더는 그를 찾아오지 않겠다는 서약까지 받아 냈다. 또한 그들은 페이린과 넬의 무력에 압도당해 집으로도 절대 찾아오지 않겠다는 맹세까지 했었다.
그런 난리가 있었는데 그 누가 이곳을 찾아올까.
"치료제는 완성되었습니까?"
"예. 저는 물론이고 제 동료들도 모두 마나초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워낙 들쑥날쑥한 병이라 긴가민가했는데 심하게 앓아 의식을 잃어버렸던 친구도 많이 나아질 수 있었습니다.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는 페이린 덕에 마나초 중독에서 벗어났다며 크게 감사했다. 심지어 자신보다 훨씬 어린아이인데 무릎까지 꿇으며 이마를 땅바닥에 대며 눈물까지 흘려 댔다.
"일어나세요."
그 모습을 보며 페이린은 그의 손을 잡으며 일으켜 세웠다. 너무 기뻐 눈물까지 흘리는 그의 모습을 보니 왠지 뿌듯했다.
과거에는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었다. 마나초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치료제를 만들었을 땐 이미 소중한 동료들은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소중한 동료들을 모두 구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저와 함께 가시겠습니까?"
"예. 그것이 제가 입은 은혜를 갚는 길이지 않습니까. 무조건 함께 가겠습니다."
페이린은 마법으로 호스필의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닦아 주었다. 그리고 흙이 묻은 옷과 그의 손도 마법을 이용해 깨끗하게 해 주었다.
"감사합니다. 참, 지금까지 제 소개를 드리지 않았네요. 제조법과 재료를 드릴 때만 해도 S급이었는데 이제는 이렇게 되었네요."
페이린은 품에서 용병패를 꺼내 호스필에게 보여 주었다. 불과 3일 전만 해도 S급이라 적혀 있던 반짝거리는 명패는 두 개의 S가 더 붙어 SSS급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 명패를 보며 호스필은 자신이 잘못 본 거라고 생각을 했다. 잘은 모르지만 용병들의 계급은 SS급이 끝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요새 새롭게 들리던 소문을 떠올렸다. S급인데 SS급 용병들과 대련을 해서 모두 이겨 버린 불패의 마검사. 검을 수준급으로 사용해 모두 검사라고 생각했지만, 마법마저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지로 사용한다고 했었다.
계속해서 덤벼드는 SS급 용병들을 모두 꺾었으며 결국 SSS급이 되어 버린 한 전설적인 용병.
게다가 그 어린 나이에 그 정도의 무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지만 모두가 믿을 수밖에 없다는 소문이 있었다.
'맙소사.......'
호스필은 소문을 떠올리며 페이린이 보여 준 용병패를 바라봤다. 분명 거기에는 SSS라는 것이 명백히 적혀 있었다. 게다가 소문에 의하면 주인공은 어린 나이라고 했다.
압도적인 무력과 어린 나이에 SS급을 넘어 SSS급이 된 용병.
그 사람이 바로 지금 눈앞에 있었다. 믿기지 않지만 확실했다.
"저, 정말로 그 페이린 님이......."
"네. 보시는 대로 맞아요."
"맙소사......."
연금술사 호스필은 커다랗게 놀라며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그렇지만 눈앞에 있는 소년은 소문으로 들었던 SSS급 용병 페이린이 맞았다.
"이런 분과 함께하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챙기실 물건들이 있으신가요?"
"아. 이미 대충의 준비는 끝내 둔 상태입니다."
"그러면 물건들을 모두 챙겨 두시고 함께하시는 분들도 모두 모셔 오세요. 전 일행을 데리고 이곳으로 다시 오도록 하겠습니다. 얼마 걸리지 않을 겁니다."
페이린은 말을 마친 뒤 텔레포트 마법을 사용해서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보며 호스필은 쓴웃음을 지었다. 눈앞에서 마법을 사용하는 걸 봤으니 이제 진짜로 확실해졌다.
"그럼 모두에게 알려야겠어!"
호스필은 곧바로 자신과 함께 일을 하며 친분이 있는 연금술사들을 찾아갔다. 페이린에게 자세한 것은 듣지 못하고 함께 일하자는 얘기만 들었지만 그것을 모두 얘기해 주었다. 또한 그는 마나초 중독을 벗어나게 해 줄 수 있던 치료제를 알려 준 사람이 페이린이라는 얘기도 덧붙였다.
그 덕분에 뒷골목에서 근근이 일을 하던 대다수의 연금술사들이 호스필에게 찾아와 함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 안에는 평소 호스필과 친한 이들도 있었지만, 그와 별 친분이 없는 이들도 다수가 포함되어 있었다. 호스필의 친구와 알고 지내는 그런 식의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처음에 호스필은 자신과 친분만 있는 사람을 데려가려고 했었다. 그렇지만 생각을 바꿨다. 페이린이 함께하는 사람들을 모두 데려오라고 했으니 말이다.
또한 아직 일에 관한 얘기를 하지 않았지만 분명 연금술이 필요한 일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자신을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세간에서는 호스필을 보며 천재 연금술사라 칭하지만 사실 그는 자신이 천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남들과 달리 연구를 하는 의욕이 높으며 알고 있는 지식이 많을 뿐이었다.
'그것이라도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보탤 것이다. 은혜를 갚기 위해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하니까.'
호스필은 동료 연금술사들과 함께 짐을 챙겼다. 호스필과는 달리 다른 동료들은 아직 짐을 챙기지 않은 상태였다. 호스필은 다른 연금술사들의 얼마 되지 않는 짐들을 싸는 것을 도와주었다.
"넬. 가자."
"응. 준비 다 됐어."
텔레포트를 이용해 넬이 있는 곳에 도착한 페이린이었다. 짐은 얼마 없었고 이미 떠날 준비를 해 둔 상태였다.
넬과 함께 손을 맞잡은 페이린은 다시 뒷골목으로 돌아왔다.
"오셨습니까, 페이린 님."
"네. 준비는 모두 끝나셨나요?"
"네. 전 모두 끝났습니다만 실례가 안 된다면 조금만 기다려 주실 수 있겠습니까?"
"예. 얼마든지요. 우선 짐부터 챙기죠."
페이린은 호스필의 짐을 모두 아공간에 잘 넣어 두었다. 그러고 있을 때 제법 많은 수의 연금술사들이 저마다 짐을 들고 몰려왔다.
다행히 챙길 것이 별로 없었는지 짐들이 가벼웠지만 그들의 머릿수가 제법 되었다. 대충 눈으로 훑어봐도 30~40명 정도 되는 꽤 많은 인원들이었다.
"저들을 모두 데려가도 되겠습니까?"
"예. 저야 연금술사들이 많으면 좋죠. 참, 제가 아직 무엇을 하기 위해서 이렇게 온 것인지 얘기를 드리지 않았죠?"
"예. 그렇습니다."
페이린은 모두를 한 번 둘러본 뒤 얘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