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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용병의 회귀-98화 (98/131)

# 98

SSS급 용병의 회귀

- 4권 19화

"지금 당장. 출발해."

"네, 네, 넵! 아, 알겠습니다! 죄송했습니다!!"

녀석은 돈주머니를 들고 황급히 도망쳤다. 그 모습을 보며 페이린은 마나를 담아 얘기했다.

"난 분명히 말했어. 한 시간이라고. 그리고 도망칠 생각은 꿈도 꾸지 마. 네가 어디에 있든 찾아낼 수 있으니까."

마나가 실린 그 목소리를 녀석은 확실히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달리는 속도가 더욱더 빨라졌다.

검을 쓰는 용병도 아니고 마법을 사용하는 용병이다. 자신이 도망친다 하더라도 분명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남자는 뒷골목에서 벗어나 연금술사에게 돈을 빌려준 모든 녀석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괜찮으십니까?"

페이린은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아직도 어안이 벙벙한 채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모르는 호스필을 보며 물었다. 자신을 향해 손을 내미는 페이린을 보고서 그는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가,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찌......."

"됐어요. 은혜는 무슨."

"이곳에는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찾으시는 약이라도 있으십니까?"

페이린은 잔뜩 긴장하고 있는 호스필을 보며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우선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를 하죠. 조금 긴 얘기가 될 테니까요. 넬. 날 찾아오는 녀석들이 있으면 얘기가 끝날 때까지 모두 기다리라고 그래. 말 안 들으면 정령을 소환해도 좋아."

"응. 알겠어."

페이린은 호스필을 따라 그의 작업실 안으로 들어섰다.

뒷골목에 위치해서 그런지 빛이 하나도 없었으며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가득했다. 거기에 주위에는 이름도 모를 약물들이 병에 담겨 있는 채로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또한 연금술사들이 사용하는 각종 도구들이 정리가 되지 않은 채로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아무래도 이때 그 약을 만들던 도중이었나 보네.'

페이린은 연구실을 보며 사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과거 페이린과 만나기 전에 호스필은 한 가지 연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결과물은 먼 미래에 가서완성할 수 있었다.

바로 그가 앓고 있는 지병 때문이었다. 그가 연금술에 매달리게 된 이유도 어쩌면 그 지병 때문일 것이다. 세간에 널리 알려진 지병들 중 하나였는데 보통 연금술사들이 많이 걸리는 병이었다.

질병이라고는 하지만 감기처럼 걸린 사람을 한눈에 알아보기 힘들다는 특징이 있었다. 또한 연금술사들에게만 나타나는 질병이었다.

'마나초 중독이었던가?'

마나를 머금고 있는 약초들을 일컫는 마나초. 그것에 중독이 된 사람들이 있었다.

흔히 마나초 중독이라고 불리는 그 질병은 전염은 되지 않았다. 잠복기가 길었으며 발병이 시작되면 극심한 통증에 시달린다. 증세를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마나를 지속적으로 주입해 줘야 했다. 그 병은 체내의 마나를 야금야금 좀먹으면서 발생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마나를 회복하는 비약들을 먹어도 완치가 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완치를 할 수가 없었다. 마나가 모두 회복되어도 다시금 발병이 되어 마나를 야금야금 좀먹을 뿐이었다.

그 때문에 이 병에 걸린 이들은 꾸준히 마나법을 행해 마나를 쌓는 것이 일반적인 치료법이었다. 약을 먹어서 나은 것처럼 보여도 낫지가 않았으며 어지간해선 완치를 할 수가 없는 질병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누추한 곳에 모셔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불쑥 찾아온 제가 문제죠. 그런데 마나초에 중독되셨습니까?"

"......아. 예. 다른 이들은 알아보지 못하시던데 마법사이시기 때문에 알아보시는 것 같군요. 실은 이것을 고치기 위해 매번 연구를 하고 있지만 치료제를 만들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빚만 늘어나고 이곳에서 불법으로 약을 제조해 판매를 하고 있지만 그것들도 대부분 재료를 사거나 빚을 갚기 위해 써 버리고 있는 실상이죠."

페이린은 호스필의 말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의 몸 곳곳에서 이질적인 마나가 느껴졌다. 정확히는 마나를 야금야금 좀먹고 있는 이질적인 덩어리들이었다.

'지금의 나라면 저 덩어리들을 없애 버릴 수 있겠지. 그렇지만.......'

지금의 페이린이라면 그 덩어리들을 없애 버릴 수 있었다. 이미 전생에서 시험해서 성공을 했던 방법이기도 했다.또한 현재로선 페이린을 제외하면 그 누구도 저것을 없앨 수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있었다고 했었어.'

페이린을 만나기 전의 그는 혼자였는데 그와 친해졌던 어느 날 그의 지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마나초 중독으로 인해 함께 일하던 동료들을 모두 잃어버렸다고 했었다.

처음에는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것을 슬퍼하고 있는 동안 하루빨리 치료제를 개발하고 싶어졌다. 그렇게 무리해서 재료를 사고 연구를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벌었던 돈들은 모두 사라지고, 자신은 빚쟁이가 되어 있었단다.

결국 모든 동료들을 구하지 못했고 그는 빚에 빠지게 되었다. 그것을 어쩌다가 만난 페이린이 도와주었고 이후 둘은 서로 상부상조하는 관계가 되었다.

'이번에는 한 명이라도 아쉬우니 치료법을 알려 주는 편이 좋겠지.'

"혹시 펜하고 종이를 좀 받을 수 있겠습니까?"

"예? 아, 예. 금방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페이린은 그가 가져온 종이에 무언가를 적었다. 그것은 먼 미래에 그가 개발을 해 낼 마나초에 중독된 사람들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의 제조법과 재료였다.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모든 것을 세세하게 적은 페이린은 펜을 내려놓고 종이를 뒤집어 보이지 않게 내려 두었다.

"거래를 하나 하죠."

"거래...... 말씀이십니까?"

"당신의 재능을 사고 싶어요. 저와 함께 일해 주지 않으시겠습니까?"

호스필은 페이린의 말에 꽤나 당황했다. 빚을 갚아 준 것은 좋았다. 그에게 충분한 무력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자신과 같은 빚쟁이에게 같이 일을 하자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세간에선 당신을 천재라고 부르더군요. 그리고 우연히 당신이 만든 비약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 어떤 비약들보다 효과가 뛰어나더군요."

"가, 감사합니다."

"그러니 저와 함께하시죠. 알고 있는 연금술사들을 모두 데려와도 좋습니다. 재능이 많은 사람은 많을수록 좋으니까요. 그리고 당신이 앓고 있는 마나초 중독. 그것을 치료할 방법이 있습니다."

페이린은 말을 마치고 종이를 내밀었다. 아까 전 치료제를 만드는 방법과 재료를 적어 둔 종이였다.

그 종이를 조심스럽게 받아 눈으로 훑어본 호스필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이런 방법을?'

마나초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사용해 봤지만 효과가 없었다. 하지만 이 종이에는 재료를 비롯해 만드는 방법이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그것도 기존에 자신이 사용해 봤던 방법이 여러 개 있었다. 다만 그 방법들을 적절히 섞어 두었다. 정말 이것으로 될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당장은 믿지 못하겠죠. 거기에 있는 재료는 이미 가져왔습니다. 그러니 치료제를 만들어서 먹어 보세요. 그리고 동료들에게도 나눠 주시고요. 생각할 시간은 3일 정도 드리면 충분하겠죠?"

"아...... 아, 네. 네! 추, 충분합니다. 그런데 정말 제 힘이 필요하신 겁니까?"

"물론이죠. 그러지 않았더라면 이곳까지 제가 올 일이 없었겠죠. 그럼 3일 뒤에 뵙겠습니다. 참. 돈 갚으라고 난리를 치는 이들은 모두 정리를 해 드리죠."

페이린은 꽤나 소란스러운 바깥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마 바깥에는 호스필에게 돈을 빌려준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것도 한둘이 아니라 제법 많은 수의 인원들이.

"한 명씩 앞으로 나오시죠. 그리고 빌려준 금액을 얘기하세요. 거짓으로 얘기했다가는......."

페이린은 넬을 슬쩍 바라봤다. 넬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중급 정령을 네 명 모두 소환했다. 그 모습에 페이린은 인상을 약간 찡그렸다.

녀석들을 겁주려는 것인데 저렇게까지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예상외로 효과가 좋았다. 넬이 소환한 중급 정령들은 저마다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있었으니까.

불의 정령은 불꽃을 마구 내뿜고 있었다. 물의 정령은 그에 버금갈 정도로 무수히 많은 얼음 가시들을 만들었다. 바람과 대지의 정령도 두말할 것도 없이 자신들의 힘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 정령들을 보며 페이린은 고개를 돌려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될지 상상에 맡기도록 하죠."

해맑게 웃으며 말하는 페이린을 보며 돈을 받으러 온 이들은 모두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었다.

그 미소는 어린아이의 미소가 아니었다. 살기가 가득 담겨 있는, 광기가 가득 찬 미소였다. 게다가 그의 뒤에선 막강한 힘을 가진 정령사가 하급 정령도 아니고 중급 정령 넷을 소환해 힘을 과시하고 있었다.

입을 잘못 놀렸다가는 뼈도 못 추릴 상황이었다. 그것을 깨달은 이들은 벌벌 떨며 호스필에게 빌려주었던 금액을 얘기했다.

페이린은 그들이 말하는 금액을 모두 지불해 주었다. 또한 앞으로 호스필에게 찾아오지 않겠다는 서약도 받아 냈다. 물론 그들은 이곳으로 다시 찾아오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사실 맹세고 나발이고 다시 찾아와 호스필에게 행패라도, 아니 말이라도 건넸다가는 자신들의 목숨이 깨끗하게 사라질 판이었다.

"자, 그럼. 다들 좋은 하루 보내시길."

"가, 감사합니다!!"

돈을 받으러 온 이들은 페이린의 말에 본능적으로 대답을 했다. 겁을 먹은 이들이라 그런지 크게 대답을 하며 모두 뒷골목에서 벗어났다.

"넬. 우리도 가자. 밥 먹으러."

"응!"

페이린은 출발하기 전에 호스필이 있는 작업실을 슬쩍 바라봤다. 그는 페이린의 시선을 눈치채지도 못한 채 재료들을 이용해 치료제를 만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걸로 비약은 걱정 없겠지.'

앞으로의 일을 생각한다면 강해져야 했다. 자신뿐만 아니라 최대한 모든 이들이. 물론 그 전에 흑마법사의 뿌리를 뽑아 버리는 것이 좋은 방법일 것이지만, 아마 마왕은 나타날 것이다.

'시스템에 그렇게 나와 있었으니까. 칫.'

페이린은 회귀를 했을 때 받은 퀘스트를 떠올리며 혀를 찼다. 그리고 넬과 함께 식당으로 들어가 늦은 점심을 먹었다.

* * *

그렇게 3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3일 동안 페이린은 대도시에 있는 용병 길드 협회로 가서 승급 시험을 치렀다. S급의 승급 시험은 그 이하와는 다르게 SS급 용병이 세 명 이상 시험을 치렀다.

내용도 간단했다. SS급 용병 세 명 중, 두 명으로부터 졌다는 선언을 받아 내면 되는 것이다. 페이린이 시험을 치를 때 그를 S급으로 만들어 주었던 케이른 또한 참가했다.

케이른을 포함한 다른 SS급 용병들도 이름을 꽤나 날리는 이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훗날 케이른이 만든 용병단에 들어가 커다란 활약을 하는 이들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이들이라 하더라도 페이린을 막아 낼 수 없었다. SS급의 용병들이, 그것도 꽤나 이름을 날리는 용병들이 전력을 다해도 페이린을 막아 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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