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용병의 회귀-96화 (96/131)

# 96

SSS급 용병의 회귀

- 4권 17화

-카카카캉!!

페이린의 마법을 녀석은 가뿐히 막아 냈다. 하지만 그것들 중 일부는 이번에도 시공간 마법으로 이전되었다. 그 때문에 녀석은 실체가 없는 공격을 느끼며 모든 걸 막아 낼 수밖에 없었다.

'슬슬 끝을 내 볼까.'

페이린은 천천히 호흡을 내뱉으며 시공간 마법을 해제했다. 그러면서 마법을 사용하고 검을 휘두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카앙!!

"......!!"

녀석은 허공에서 생겨나는 날카로운 검격을 막아 냈다. 시공간 마법이 해제됨에 따라 갑작스럽게 나타난 일격이었지만, 녀석은 날카로운 감으로 그것을 막아 낸 것이다.

-카카카캉!!

"대체 이건 뭐냐!!"

녀석은 허둥대며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공격들을 모두 막아 냈다. 그러면서 페이린이 쏘아 내는 매직 애로우와 날카로운 검격까지 막아 냈다.

-촤악!!

하지만 녀석은 모든 공격을 막아 낼 수 없었다. 결국 날카로운 일격에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한 번 상처를 입은 뒤는 순조로웠다.

-촤악! 촤악!

비록 녀석의 방어막을 완전히 뚫지 못했기 때문에 얕은 상처만 하나둘씩 늘어났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녀석은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자신이 자랑하던 철벽의 방어막이 깨져 버렸다. 그것만으로도 적잖이 당황하고 있는 녀석이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페이린은 맹공을 퍼부었다. 무수히 늘어나는 새하얀 검격들. 쏟아지는 매직 애로우들. 거기에 시공간 마법이 해제되고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무지막지한 공격들.

그 모든 것들이 녀석 하나를 향해서 매섭게 휘몰아쳤다. 지금은 얕은 상처만 나면서 거의 모든 공격들을 막아 내거나 맞받아치고 있었다. 그렇지만 녀석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잔영.'

-우웅!!

페이린은 녀석을 확실히 끝을 내기 위해 마지막 기술을 사용했다.

10초 정도 동안 모든 행동에 잔상을 남기는 무지막지한 기술.

그것이 발동되었다.

-카카캉!!

"......! 뭐, 뭐냐, 그 검술은!!"

페이린은 더욱더 매섭게 검을 휘둘렀다. 그와 함께 생겨나는 무수히 많은 잔상들.

그 잔상을 보며 녀석은 페이린의 검술이 뛰어나다고 생각을 했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잔상치고는 사라지지 않고 주변에 유지되고 있었다. 곧 그 잔상들은 녀석의 주변을 가득 메웠다. 10초라는 시간은 아주 짧았지만, 녀석을 끝낼 기회를 만드는 데 충분한 시간이었다.

'환영의 춤.'

잔영이 끝난 상태에서 페이린은 곧바로 환영의 춤을 사용했다.

공격이 배로 늘어나는 신기한 검술.

그것과 함께 녀석의 주위를 뒤덮고 있던 잔영들 모두 페이린을 따라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촤아악! 촤악! 촤악!!

"크아악!!"

무차별적으로 휘둘러지는 난격. 그 속에서 녀석은 대검을 휘둘러 페이린의 공격을 막아 내려고 했다. 하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공격을 막아 내려고 할수록 늘어 가는 건 상처뿐이었다. 처음에는 얕았던 상처들이었다. 하지만 그 상처들이 녀석의 몸을 가득 뒤덮었고 점점 심각한 수준의 상처가 되었다.

-촤악! 촤악!

아주 짧은 시간이 흘렀다. 10초도 되지 않은 아주 짧은 시간.

하지만 그 시간 동안 녀석은 수많은 일격을 허용했다. 녀석이 두르고 있던 붉은 망토는 곳곳이 찢겨졌으며 갑옷 또한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하아...... 하아......."

페이린은 일격을 모두 퍼부은 뒤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이미 녀석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녀석이 자랑하던 무지막지한 대검도 휘몰아치는 공격을 버티지 못한 채 군데군데 금이 가 있었다.

설령 검이 멀쩡하다 하더라도 녀석은 더 이상 싸울 수 없는 상태였다. 몸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바닥에는 녀석이 흘린 피가 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내 패배다......."

녀석은 끝까지 쥐고 있던 대검을 바닥에 내려 두었다. 그런 뒤 페이린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그런 녀석을 보며 페이린은 가만히 한숨을 내쉬며 뒤를 돌아봤다.

"넬. 이 녀석을 치료해 줘."

"......응. 알겠어."

페이린은 패배를 인정한 녀석의 목숨을 앗아 가지 않았다. 녀석의 목숨을 취해 봤자 득이 될 것은 없었다. 경험치가 오르기야 하겠지만 굳이 녀석을 죽일 이유가 없었다.

녀석은 이 탑의 마지막 층을 수호하고 있는 자.

이런 녀석이 죽어 버리면 이 탑은 무너져 버릴 것이다.

'나인 테일도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이 녀석을 살려 둔 것이지.'

다른 몬스터들은 얼마든지 나타나는 반면 눈앞의 수호자는 한 번 죽이면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녀석을 죽이면 이곳 수련의 탑은 없어져 버린다.

그건 과거에 녀석의 입을 통해 직접 들었던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녀석을 죽이지 않았다.

'아직 이 수련의 탑을 이용해야 하니까.'

수련의 탑을 없애 버리게 되면 미래에 흑마법사들이 날뛰는 것을 막아 내기가 힘들었다. 지금 나인 테일은 페이린의 기억을 모두 읽었기 때문에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머지않아 수인들을 집중적으로 훈련을 시킬 것이다. 그리고 그 장소는 이곳 수련의 탑이 될 것이다.

"어째서 날 죽이지 않는 게냐?"

"널 죽여도 이득이 없거든. 여기가 무너지잖아."

"......그 여우에게 들은 건가?"

"뭐. 그렇다고 해 두자. 지금은 잔말 말고 치료나 받아. 후우......."

넬이 중급 물의 정령과 하급 물의 정령을 불러 녀석을 치료하는 동안 파야와 백령이 페이린에게 다가왔다. 두 사람은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대체 페이린은 얼마나 강한 거야?"

"그 정도의 힘이면 저는 물론이고 나인 테일 님과도 버금갈 것 같습니다만......."

"나인 테일 님의 힘을 쫓아가기엔 아직 멀었어요. 그리고 다 끝났으니, 뭐...... 다행인거죠."

페이린은 녀석이 치료를 받을 동안 숨을 고르며 소모된 마나를 회복하는 데 집중했다. 전투가 끝나자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잊고 있던 마나 폭주의 후유증이 크게 다가왔다.

'죽겠군. 진짜로.'

마나 폭주의 후유증에 잔영과 환영의 춤을 사용하면서 막대한 마나를 사용해 버린 페이린은 모든 걸 때려 치고 기절하고 싶었다. 그것이 지금 그가 느끼고 있는 솔직한 기분이었다.

그렇지만 아직 기절을 하기에는 중요한 것이 남아 있었다.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 것.

수호자라는 이름에 걸맞게 녀석이 지키고 있는 물건.

"이제 움직일 수 있겠지?"

"그대 덕분에."

"그러면 가져와."

"뭘 말인가."

"시치미 뗄 거야? 네가 지키고 있던 물건, 마나의 엘릭서. 당장 가져와."

너무나도 당당한 페이린의 말에 레이첼은 헛웃음을 지었다. 그렇지만 녀석의 말이 맞는 말이었기 때문에 어떤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조금만 기다리도록."

녀석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자신이 사용하던 대검을 가만히 쥐었다. 그 모습에 모두들 흠칫 놀라며 자신들의 마나를 끌어올려 전투 준비를 했지만 페이린만이 가만히 있었다.

-쿠웅!

녀석은 대검의 끝을 바닥에 찔러 넣었다.

잠시 후 바닥이 갈라지더니 나무로 만들어진 낡은 상자가 등장했다.

그 상자는 모두 네 개였다. 이곳에 온 인원수와 같았다.

"그 안에 그대가 원하는 물건이 있을 것이다."

"고맙게 잘 쓰도록 하지."

페이린은 곧바로 상자 하나를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조심스럽게 놓인 마나의 엘릭서를 꺼냈다. 손가락만 한 작은 병에 담겨 있었는데 어떤 색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26장. 빚쟁이 연금술사

수련의 탑을 클리어하고 벌써 며칠의 시간이 지났다. 그 며칠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제법 많은 일들이 있었다.

우선 페이린을 포함한 일행들은 수련의 탑을 클리어하고 얻은 마나의 엘릭서를 모두 복용했다.

'마나의 엘릭서는 탑을 클리어한 사람에게 한 병씩 주어지는 물건이다. 다만 네가 두 번 탑을 클리어한다 하더라도 이 물건은 주어지지 않는다.'

"라고 했던가."

숙소에서 떠날 준비를 모두 마친 페이린은 수련의 탑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곳을 지키고 있는 수호자 레이첼에게서 들은 이야기였다.

마나의 엘릭서는 양은 적지만 그 효능만큼은 무지막지하게 컸다. 한 방울만 마셔도 즉시 효과가 나타날 정도로. 하지만 탑을 아무리 클리어하더라도 얻을 수 있는 것은 딱 한 번뿐이었다.

과거에 페이린은 그것을 더 얻어 보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했었다. 희귀하긴 하지만 얻을 수만 있다면 강해지는 것은 순식간이었으니까.

하지만 어떤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그것을 더는 얻을 수가 없었다. 그것은 그 탑의 법칙과도 같았다.

'녀석을 죽일 수도 없고 말이지.'

페이린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든 그것을 더 얻을 수가 있다면 참 좋았을 것이다.

'마나가 확실히 넘쳐흐르고 있어.'

현재 페이린은 6서클의 마법사였다. 마법사들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5서클 이상을 넘기는 자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런데 아직 15살의 나이에 불과한 페이린이 6서클의 경지를 이뤘다.

그것도 모자라 이번에 마나의 엘릭서를 마셔 마나가 넘쳐흐르는 상태였다. 탑에서 사용했던 마나 폭주. 지금 상태는 마나 폭주를 발동한 상태와 비슷했다.

지금의 마나라면 7서클에 올라가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그렇게 된다면 페이린은 예전의 힘을 전부는 아니더라도 거의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나인 테일은 알아서 잘하겠지.'

탑을 클리어하고 나서 페이린은 곧바로 나인 테일을 찾았었다. 백령과 파야와 함께.

그 이유는 그녀에게 부탁을 할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녀의 생각을 듣고 싶기도 했었다.

나인 테일은 페이린 일행이 수련의 탑을 클리어하는 동안 생각을 정리해 둔 상태였다. 구름처럼 두루뭉술한 생각이긴 했지만 어느 정도 틀을 갖춰 두었다.

페이린은 그녀의 생각을 듣고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해 주었다. 그녀는 페이린의 기억을 읽었기 때문에 그의 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나인 테일과 제법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지만 그 요점은 한 가지였다.

바로 수인들을 강하게 만들겠다는 것.

그녀는 나름대로 그 생각을 정리해 두고 있었는데 페이린의 말이 더해져 두루뭉술했던 계획을 확실하게 완성시킬 수 있었다.

지금까지 나인 테일은 수련의 탑이라는 수인족만이 사용할 수 있는 좋은 던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그저 수인들의 성인식을 치르거나 가끔 강한 용병들이 자신의 힘을 증명하고 명성을 쌓기 위해 탑을 올라가고자 할 때 허락을 해 줬을 뿐이었다. 탑을 오르겠다는 용병들이 나오더라도 꽤나 엄격하게 심사를 했다.

그동안 나인 테일은 그 탑을 자국의 보물, 그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세상이 평화로웠다는 점도 한몫을 했다. 안 그래도 지금 수인들은 제법 강한 측에 속했다. 그런 수인들을 굳이 더 강하게 해야 할 이유가 없던 것이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다. 흑마법사들이 슬슬 활동을 하기 시작했으며, 머지않아 마왕이라는 녀석이 등장을 할 것이다. 그에 맞서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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