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용병의 회귀-93화 (93/131)

# 93

SSS급 용병의 회귀

- 4권 14화

페이린은 아공간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커다란 마정석들을 꺼냈다. 설산에서의 전투에서, 그리고 이곳에서 얻은 마정석들 중에서 좋은 것들만 따로 모아 뭉쳐 둔 것이었다.

이곳을 클리어하고 나면 비약을 만들어 둘까 생각하며 모아 둔 것이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훨씬 급한 일이 있었다. 그렇기에 페이린은 그 마정석을 꺼내서 넬 앞에 내려 두었다.

"어때. 이 정도라면 가능하지?"

넬은 페이린이 꺼낸 마정석을 보며 말없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이 정도 크기의 마정석이라면 부족한 마나를 끌어올 수 있었다.

"음. 알겠어. 그렇지만 계약은 나중에"

"음? 왜?"

넬의 말에 페이린은 손가락으로 허공에 떠 있는 침낭을 가리키며 말했다.

"졸려."

"......너. 앞으로 밥도 안 주고 잠도 안 재운다?"

"......너무해. 마나가 있어도 지금은 중급 정령과 계약을 할 때가 아니란 말이야."

넬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들으며 페이린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정말로 졸리기 때문에 자고 싶어서 정령과 계약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을 했었다. 넬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애였으니까.

그건 누구보다도 페이린이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괘씸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넬의 입에선 뜻밖의 대답이 흘러나왔다.

"계약할 때가 아니라니?"

"지금은 잘 때니까."

"......너. 정말 자고 싶어서 그러는 거지?"

페이린의 말에 넬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여왕님이 준비해 주실 것이 있대.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리래."

"음......? 여왕님이 준비해 주실 것이 있다고?"

"응. 그러니까 준비가 다 되면 계약을 진행하래."

"......그래. 알겠어."

넬의 말에 페이린은 하는 수 없이 그녀에게 침낭을 돌려주었다. 그녀는 침낭을 돌려받은 뒤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그 안으로 들어가 곧장 숙면을 취했다.

"여왕님이 준비해 주실 것이 있다니......."

넬의 입에서 '여왕님'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건 보기 드문 일이었다. 어지간한 일이 아니라면 그런 소리를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페이린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리고 여왕이 준비해 준다는 것이 조금 신경 쓰이기도 했다. 과연 어떤 것을 준비해 줄 것인지 기대를 하며 나름대로 생각을 해 봤다.

'감이 잡히질 않는군.......'

결국 페이린은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워낙 알 수가 없는 것이 여왕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신에게서 자신의 회귀에 대한 내용을 들어서 알고 있었고, 자신의 기억까지 직접 봐서 납득을 하고 있었다.

'뭐. 좋은 걸 주시려나 보지. 그럼 기다려 볼까.'

페이린은 여왕이 준다는 것을 기대하며 파야를 바라봤다. 파야는 아직도 단검에 오러를 불어넣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25장. 탑의 수호자

페이린 일행이 6층을 클리어하고 이곳에 머무른 지도 벌써 3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본래 페이린은 며칠 머무를 계획이 없었다. 그렇기에 식량을 비롯해 이것저것 챙기지 않았지만, 다행히도 백령이 넉넉하게 식량을 챙겨 왔다. 그녀가 없었더라면 아마 일행들은 이곳에서 쫄쫄 굶고 있었을 수도 있었다.

백령 자체의 무력이 강한 점도 있었지만, 그녀가 오면서 여러 가지 준비해 준 것이 있었다. 그것들 덕분에 페이린 일행은 꽤나 편안하게 이곳에 머무를 수 있었다.

그 3일이라는 시간 동안 파야는 오러를 어느 정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일반적인 사람들이라면 오러를 익히는 데 몇 년이라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렇지만 파야는 이미 재능이라는 것을 갖추고 있었다. 또한 오러를 다루기 위한 기초적인 단계도 이미 익혀 두고 있었다. 그런 점들 때문에 시간이 단축된 것이지 일반인이라면 결코 흉내 낼 수 없었다.

"그래도 제법 훌륭하게 오러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네요."

"응. 다 페이린 덕분이지."

"다행이네요. 그 감각을 절대로 잊어버리면 안 돼요. 그리고 실전에서 사용하다 보면 아마도 오러 블레이드까지 사용할 수 있을 거예요."

"오러 블레이드까지?"

"예. 물론 시간은 더 걸리겠죠. 오러를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많은 시간이요."

페이린의 대답에 파야는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는 다시 오러를 만드는 것을 연습했다.

그러고 있을 때 멀리서 넬이 페이린에게 다가왔다.

"페이린. 마정석 줘."

"그래."

당장 쓸 일이 없었기 때문에 페이린은 아공간에 마정석을 다시 넣어 두었었다. 그것을 꺼내 넬에게 주었다.

"이제 준비가 된 거야?"

"응. 여왕님이 이제 불러서 계약을 맺어도 된대."

"흐음. 그래. 계약하는 법은 알고 있지?"

"응. 그건 페이린보다도 잘 알고 있는 걸."

넬은 대답을 한 뒤 커다란 마정석에 두 손을 얹었다. 아직 중급 정령을 불러내 계약을 하기에는 마나가 부족했다. 그것을 보충하기 위한 방법이 바로 마정석의 마나를 흡수하는 것이다.

물론 마정석의 마나를 흡수한다고 해서 그 마나가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남아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일순간이지만 마정석에 깃든 양 만큼을 더 사용할 수 있을 뿐이었다.

'뭐. 저 정도의 양이라면 충분하겠지. 그동안 나도 슬슬 준비를 해 둘까.'

페이린은 넬이 정령을 소환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어차피 알아서 잘 소환해 계약을 할 것이다. 전혀 도와주거나 간섭할 것이 없었다.

그렇기에 페이린은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아공간에서 쓸 만한 마정석들을 꺼냈다. 지난 3일 동안 파야가 오러를 연습하고 넬이 정령을 소환할 때를 기다리는 동안 페이린도 마냥 놀고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이곳에서 얻은 마정석도 제법 양이 되었다. 게다가 이곳에 들어와서 레벨이 200을 넘겼다. 지금의 무력으로도 충분히 강하지만 페이린은 한 단계 위로 올라갈 준비를 했다.

'6서클로 가자.'

누가 보면 자연스럽게 다음 서클로 올라가는 것 같지만 지난 3일 동안 페이린은 6서클로 올라가기 위한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

시스템의 힘을 받아 그의 체내에 충분한 마나가 있었다. 또한 이미 6서클에 올라가 봤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갈 수 있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거기에 부족한 마나는 이곳에서 얻은 마정석들을 이용하면 어느 정도 메꿀 수가 있었다.

'가자.'

-키이잉!!

모든 준비를 마친 페이린은 체내의 마나를 폭발시켰다. 갑작스러운 폭발 소리와 함께 새파란 빛에 파야와 백령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저 마나...... 대체 뭡니까?'

백령은 페이린이 뿜어내는 방대한 마나를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꽤나 강력한 힘을 가졌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늘 보여 주는 것은 기행에 가까운 묘기였으니 말이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마나가 늘 궁금했었는데 꽤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부로 마나를 느낄 수가 있었다. 그것도 꽤나 고밀도의 마나였다.

피부가 따끔거리다 못해 오감이 제멋대로 그 마나에 집중되었다. 그것도 모자라 백령이 가지고 있는 다섯 개의 꼬리가 모두 제멋대로 쭈뼛 세워졌다.

'위험해......!'

반면 파야는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했다. 페이린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그 방대한 마나는 파야에게 계속 위험하다는 경고를 보냈다.

'몸의 떨림이 멈추질 않아.......'

파야는 오러를 연습하던 것도 그만두고 두 자루의 단검을 모두 허리춤에 달고 있는 검집에 넣어 둔 상태였다. 그런 그녀는 페이린의 마나에 반응해 몸의 떨림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뭐지. 대체 이 느낌은......?'

그저 페이린이 마나를 퍼트리며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그 마나에 반응한 몸이 제멋대로 떨렸다. 단순히 떨리는 것만 아니라 피부로 마나가 느껴졌다.

그리고 결국 일이 벌어졌다.

-키이잉!!

"파야 님!"

페이린의 마나에 반응한 파야의 몸에서 갑자기 새파란 빛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녀의 체내에 있는 마나가 심하게 요동치더니 바깥으로 새어 나와 그녀의 몸을 뒤덮었다.

'이건 설마.......'

백령은 처음에는 파야를 걱정했지만 곧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현재 파야가 겪고 있는 이상 현상을 그녀도 겪어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의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한 단계 더욱더 성장하게 되는 것이니까.

'내 마나에 반응을 한 건가.'

페이린은 막대한 마나를 퍼트리면서 옆을 흘깃 바라봤다. 파야에게서 새파란 마나가 뿜어져 나오면서 그녀의 몸을 동그랗게 감싸고 있었다. 그걸 보며 페이린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의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

그것은 페이린도 잘 알고 있었다. 여우 일족만이 가지고 있는 특이한 성질 중 하나. 바로 꼬리의 개수가 늘어나는 것이다.

하나의 꼬리와 두 개의 꼬리를 가지는 것은 그 힘이 꽤 차이가 났다. 마법사들이 서클의 개수를 늘리는 것처럼 여우 일족들도 꼬리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래야 더욱더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꼬리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가 마나에 휘감겨 새롭게 뒤바뀌게 되었다. 그러니 꼬리의 차이는 무시할 수가 없었다.

'다행이네. 파야가 각성을 할 수 있어서. 그러면 나도 서클을 완성해야지.'

페이린은 파야에 관한 생각을 지우고 집중을 했다.

폭발하는 마나를 이용해 하나의 서클을 완성시키는 작업.

지금까지 꽤 많이 해 봤기 때문에 조금의 실수 없이 서클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

-우웅! 우웅!

여섯 번째 서클이 얼마 지나지 않아 완성되었다. 페이린의 몸속에서 생겨난 그것은 다른 서클들과 함께 맹렬히 회전을 일으켰다. 그러면서 주위에 흩어진 방대한 마나들을 천천히 회수했다.

-6서클이 되었습니다.

-지능과 마력이 추가로 60씩 상승합니다.

-시공간 마법에 관한 새로운 단서를 얻었습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문을 열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음?'

6서클을 완성하고 페이린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시스템의 문구는 충격적이었다. 이전에 시공간 마법의 서』를 얻었을 때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던 것이 있었다. 그것이 완전한 조건을 갖춘 것도 아니고 최소한의 조건을 얻어 문을 열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문이라.......'

페이린은 쓴웃음을 지었다. 전생에도 이런 건 없었다. 그렇기에 어디로 통하는 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급한 일이 끝나고 열어 봐야겠군.......'

페이린이 작업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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