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5
SSS급 용병의 회귀
- 4권 6화
-쿠우웅!!
'저게 대체 뭐란 말인가?!'
페이린 일행의 뒤를 쫓던 백령은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커다란 소리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고요했던 설산에 난데없이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만년설이라 불리는 녹지 않는 눈들이 여기저기에서 녹아 흘러내리고 있었다.
-휘이잉!!
그러더니 샤벨 타이거의 권능 중 하나인 세찬 눈보라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녹아 버린 눈을 다시 얼려 버렸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눈들은 다시금 녹아 버리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쿠우웅!!
'......!!'
눈이 녹아 버리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거대한 울림이 느껴졌다.
지금 그녀가 있는 곳에서 설산의 정상까지는 대충 10분 정도의 거리였다. 그 정도로 제법 멀리 떨어진 곳이었는데 허공으로 높이 치솟은 다섯 개의 커다란 불기둥을 볼 수가 있었다.
문제는 단순한 불기둥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제법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마치 화산이 터져 용암이 솟구치는 것처럼 뜨거운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이 추운 겨울에, 설산에서, 그것도 꽤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열기가 느껴지는 그것을 보며 백령은 자신이 착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을 했다.
-스르륵.
'......?'
하지만 그건 착각이 아니었다. 이미 그녀가 서 있는 곳의 만년설도 열기에 반응해 천천히 녹아 버리고 있었다.
'......서둘러야겠군.'
백령은 일이 뭔가 심상치 않게 흘러간다는 것을 느끼고 서둘러 정상으로 향했다. 산의 정상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원인 불명의 열기가 더욱더 강렬해졌다.
열기를 느끼며 그녀는 겨우 산의 정상에 도달할 수 있었다.
'......! 저거 설마 결계? 맙소사!'
산의 정상에 도달한 백령은 볼 수 있었다. 파야와 넬은 방어용 마법에 둘러싸여 안전하게 보호를 받고 있었다. 그 두 사람에겐 주변의 뜨거운 기운이 미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들의 앞에는 샤벨 타이거와 대치하고 있는 페이린이 있었다. 페이린의 주위에는 결계가 있었는데 거기에서 강력한 열기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대체 저 소년은 정체가 뭐지?'
처음에 그저 부적으로 진을 만들었을 때는 우연이라고 생각했었다. 우연히 부적을 만드는 방법을 알았고, 그것을 잘 사용하는 타입이라고 생각했었다. 부적을 만드는 방법을 직접 보지는 못했기 때문에 그저 부적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그렇게 생각을 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펼쳐진 결계를 보며 백령은 생각을 고쳐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눈앞의 결계를 절대 만들어 낼 수가 없었다. 마법에도 결계가 있지만, 이런 결계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부적을 매개체로 이용한 결계술은 난이도가 상당히 높았다. 게다가 지금 페이린이 만든 것은 다섯 개의 부적으로 이루어진 결계였다.
결계를 만들기 위한 최소 조건은 세 개의 같은 부적이었다. 어디까지나 최소 조건이라고는 하지만 문제는 그 최소한의 조건이 갖춰져도 결계를 완성하기가 힘들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는 다섯 개의 부적으로 이루어진 결계가 완성되어 있었다. 난이도는 둘째치더라도 이걸 대체 어떻게 만들었는지 의심이 들었다.
'내가 나설 일은 절대 없을 것 같군.......'
백령은 샤벨 타이거와 맞서는 페이린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래선 나인 테일이 준 정기의 구슬은커녕 자신의 힘도 사용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지만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기 위해 그녀는 근처의 나무에 몸을 숨겼다. 그리고 페이린이 싸우는 것을 가만히 지켜봤다.
-크아아앙!!
샤벨 타이거는 뜨거운 열기를 참지 못하고 마구 울부짖어 댔다. 녀석이 울부짖을 때마다 거대한 눈보라가 일어나거나 날카로운 얼음 가시들이 가득한 바람이 휘몰아쳤다.
-파아앙!!
그에 맞서듯 페이린의 주위에 작열하는 화염구들이 생겨났다.
그것들은 열기와 함께 샤벨 타이거의 공격을 모조리 무로 되돌려 버렸다. 샤벨 타이거가 사용하는 눈보라보다 결계 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페이린의 화염이 더 뜨거웠기 때문이었다.
그걸 알고 있음에도 녀석은 계속해서 자신의 힘을 사용했지만 모두 쓸데없는 짓이었다.
-촤라락!
페이린은 화염들을 조종하면서 허공에 가만히 손짓을 했다. 그러자 크기가 대략 1m 정도 되며 끝이 날카로운 창들이 완성되었다.
그것들이 백 개 정도 허공에 생겨났는데 무기를 만들어 내는 마법이 아니었다. 매직 애로우에 막대한 마나를 불어넣어 완성시킨 것이다.
-화르륵.
페이린은 완성된 마법에 주변에서 마구 날뛰는 화염들을 잡아다가 가두었다. 결계 안에서 날뛰는 화염은 페이린이 만든 마법에 깃들어 새빨간 빛을 내며 타오르기 시작했다.
"쏟아져라."
페이린의 말과 함께 그것들은 샤벨 타이거를 향해 거세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마치 소나기처럼 퍼붓는 그 공격에 녀석은 나름대로 대항을 했다. 거대한 앞발로 쳐내거나 민첩하게 몸을 움직여 피해 냈다.
-푸욱! 푸욱!
그렇지만 녀석은 모든 공격을 막거나 피해 버릴 수가 없었다. 페이린이 쏘아 낸 마법들 중 일부는 그의 의지대로 움직였다. 그렇기에 녀석이 어디로 도망치거나 막아 내든 간에 녀석의 몸에 박혀 상처를 입힐 수 있었다.
-크아아앙!!
녀석은 피해를 입은 것에 크게 광분하며 커다랗게 울부짖었다.
페이린은 그걸 보며 다시금 마법을 완성시켰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거기에는 뜨거운 불꽃이 뒤덮였고 다시금 녀석을 향해 날아갔다.
'아직이야. 조금만 더.......'
페이린은 마법과 함께 주변의 화염들을 일으켜 녀석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녀석은 갑작스럽게 늘어난 화염을 피해 내거나 막아 냈다. 그럴수록 녀석은 페이린의 공격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 * *
페이린은 녀석에게 공격을 하면서 일부를 따로 격리시켜 둔 공간에 집어넣었다. 녀석은 수많은 화염과 공격을 피하느라 바빠 그것들 중 일부가 사라지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역시 위력이 부족해.'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으며 페이린은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맹공을 퍼붓고 있지만 유효타를 먹이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공격의 일부분은 한 방을 준비하기 위해 시공간 마법으로 만든 공간으로 보냈다.
시공간 마법이 아니었다면 이곳 결계 안은 쳐다보기도 힘들 정도로 거대한 화염으로 뒤덮였을 것이다. 지금 그 화염들은 모두 따로 만든 공간에 차곡차곡 모여 있기 때문에 당장은 녀석에게 피해를 입힐 수가 없었다.
시공간 마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녀석을 잡을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한 이유가 있었다. 녀석의 방심을 유도해 크게 한 방 먹이려는 것도 있지만, 이 결계의 힘이 너무나도 막강하기 때문에 페이린조차 컨트롤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날뛰는 화염들은 모두 시공간 마법으로 보내 버렸고, 그나마 이곳에서 샤벨 타이거를 압박하는 열기와 화염은 컨트롤할 수가 있었다.
만일 시공간 마법을 만들지 않았더라면 자신은 물론이고 아군에게도 커다란 피해가 갔을 것이다. 지금도 방어용 마법을 만들어 보호해 두고 있지만, 저런 마법은 우습게 깨부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결계의 진정한 힘이었다.
'아직...... 조금만 더.......'
페이린은 마법으로 창들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것들의 일부를 차곡차곡 시공간 마법에 쌓아 두었다. 아무도 알 수 없는 그 공간에는 이 결계에서 날뛰는 화염보다 몇 배는 더 작열하는 불길이 가득했다.
또한 페이린이 만들어 낸 창까지 그 공간 안에 가득하게 되었다. 지금 발동해도 녀석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겠지만 페이린은 때를 기다렸다.
'앞으로 3분인가?'
페이린은 계속해서 창들을 만들어 내며 간간이 매직 애로우를 만들어 견제를 했다. 주위에 넘실거리는 화염까지 가세를 했다.
그렇지만 녀석은 그것을 페이린의 전력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페이린이라고 마나가 무한인 것은 아니었다. 계속해서 사용한 강력한 매직 애로우들도 이제는 만들어 낼 수가 없었다.
그 때문에 계속해서 일반적인 매직 애로우만 사용하고 있었다. 더불어 주변의 화염은 슬슬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거의 모든 화염이 시공간 마법으로 만든 공간으로 이동되었고, 이곳에 남아 있는 것들도 페이린의 마나가 바닥남에 따라 생겨나지 않는 것이다.
-크아앙!!
녀석은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했는지 커다란 포효를 내질렀다. 그와 함께 생겨나는 날카로운 얼음 가시들과 세찬 바람이 페이린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것들은 페이린의 마나에 반응해서 만들어진 불덩어리들에 의해 사라졌다. 그렇지만 마나가 거의 바닥났기 때문에 완전히 녀석의 공격을 무로 되돌릴 수가 없었다.
'칫.'
결국 페이린은 품에서 부적 하나를 꺼내 찢어 버렸다. 5서클의 강력한 방어용 마법이었다. 그것을 사용하고 나서야 비로소 녀석의 공격을 막아 낼 수가 있었다.
-우웅. 우우웅!!
그러고 있을 때 갑자기 결계 내부에서 강력한 진동이 발생했다. 그것은 결계가 거의 사라져 간다는 뜻이었다. 그와 함께 결계에서 발생하는 열기가 눈에 띄게 사라져 가고 있었다.
-크아아앙!!
녀석은 그것을 느끼며 날카로운 얼음 가시들과 눈보라를 불러일으켰다.
페이린은 재빨리 주변의 모든 화염들을 불러내 그것을 막아 냈지만 역시나 버거웠다. 그가 만들어 낸 화염들은 모조리 냉기에 사라져 버렸고 녀석의 공격은 고스란히 방어막을 향해 날아들었다.
-콰콰쾅!!
이번에도 녀석의 공격을 어찌어찌 막아 낼 수 있었다. 그러는 사이 결계는 완전히 깨져 버렸다. 주변을 뒤덮던 열기도 거짓말처럼 사라졌고, 결계를 지탱하던 불기둥 또한 점점 줄어들더니 이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크르르.
샤벨 타이거는 결계가 사라진 것을 보며 페이린을 향해 낮게 울었다. 마치 페이린을 비웃는 것 같았다.
-씨익.
하지만 페이린은 주눅 들지 않고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살며시 손가락을 튕겼다. 그와 함께 품에서 부적 한 장을 꺼내 망설임 없이 찢어 버렸다.
-?!
순간 사라졌던 열기가 다시금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 열기는 처음 이곳에 남아 있던 열기보다 더욱더 뜨거웠다. 그것에 놀란 녀석은 열기의 근원을 찾으려고 했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페이린이 찢은 부적은 5서클의 방어 마법이 새겨진 부적이었다. 이미 하나를 사용했지만 저것을 완전히 버티려면 하나를 더 사용하는 편이 나았다. 이번 공격은 자신에게도 꽤나 피해가 올 것 같았으니 말이다.
곧 이곳에 만들어 둔 시공간 마법이 해제가 되었다. 처음에는 열기가 스멀스멀 피어나더니 곳곳에서 거대한 화염이 생겨나 녀석을 집어삼키기 위해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