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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용병의 회귀-84화 (84/131)

# 84

SSS급 용병의 회귀

- 4권 5화

"파야. 무리한 부탁이라는 거 알아요. 그렇지만 녀석을 잡기 위해서는 파야가 버텨 줘야 해요."

"그렇지만 지금도 겨우 여기서 버티고 있잖아. 저런 녀석을 상대로 어떻게......."

"셀리온."

파야의 말을 듣던 페이린은 조용히 셀리온을 불렀다. 검의 형태에서 정령의 형태로 변한 셀리온은 은빛의 마나를 은은하게 풍기고 있었다.

"셀리온. 파야에게 검의 축복을 걸어 줘. 나뮤. 너도 빛의 축복을 걸어 줘."

셀리온과 나뮤 두 정령들은 갑작스러운 페이린의 말에 꽤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마나가 꽤나 빠져나갈 거야. 그래도 괜찮아?"

"마스터 외에 검의 축복을 사용하면 위험하다. 그래도 괜찮은가, 마스터?"

두 정령의 말에 페이린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확고한 의지가 깃든 대답이었다. 그렇기에 두 정령들은 아무런 말없이 자신들의 힘을 발휘했다.

-샤라락.

우선 나뮤가 빛의 축복을 사용했다.

마나가 넘칠 때 사용하면 상관없겠지만 지금은 전투 중이었다. 그리고 지금 사용하는 축복은 평범한 축복이 아니었다. 모든 능력치가 일시적으로 크게 증가하는 빛의 정령 나뮤만이 사용할 수 있는 권능과도 같았다. 이전 전염병에 걸리지 않게 하기 위해 사용한 축복은 그저 빛을 두르는 것이라면, 이것은 빛 자체를 몸속으로 받아들이는 것과도 같았다.

그렇지만 나뮤는 자신과 계약한 페이린의 명에 따라 파야에게 그것을 사용했다. 페이린은 순간 마나가 급격하게 소모되는 것을 느꼈다. 반면 파야는 온몸에 활기가 돋고 강해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키이잉!

그다음으로 셀리온이 검의 축복을 사용했다. 셀리온의 몸은 은빛이 되어 허공으로 천천히 흩어졌다. 흩어진 은빛은 셀리온의 힘이었다. 그것은 파야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

처음에 파야는 은빛의 마나를 보며 크게 놀랐다. 하지만 곧 자신의 몸속으로 들어오는 막대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어찌나 큰 힘인지 그녀가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한쪽 무릎을 꿇으며 고통스러워했다.

"대체 이건 무슨......?"

고통도 잠시, 파야는 금세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녀의 몸 주위에서 은빛의 아지랑이가 풀풀 피어났다. 그녀도 그것을 깨닫고 크게 놀랐다.

"검의 정령 자체와 하나가 된 거예요. 지금 온전한 힘을 받지 못한 것 같은데 그래도 오러는 쓸 수 있을 거예요."

페이린의 말에 파야는 곧바로 쥐고 있는 단검을 바라봤다. 파야가 어떠한 것도 하기 전에, 셀리온의 의지대로 은빛의 마나가 모여들어 단검에 깃들었다. 순식간에 단검은 은빛으로 찬란하게 빛났다. 오러가 완성된 것이다.

"그 상태로 5분만 버텨 줘요. 딱 5분. 그 이상은 바라지도 않아요. 그러면 내가 녀석을 확실하게 잡을 수 있어요."

"......알겠어."

"넬. 전력으로 파야를 커버해 줘."

"응!"

잠시 후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던 세찬 눈보라가 그쳤다. 그와 함께 파야는 곧바로 샤벨 타이거를 향해 뛰어갔다.

빛의 축복과 검의 축복 두 개를 동시에 받은 파야는 이전보다 더욱더 빨라졌다. 마치 초 신속을 사용하는 페이린과 비슷한 속도였다.

-?!

샤벨 타이거는 갑작스럽게 강해진 파야를 보며 조금 놀라했다. 그렇지만 계속 놀라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넬이 뒤에서 네 명의 정령들에게 공격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전력을 다하는 그녀의 마음을 받아 정령들은 세찬 공격을 퍼부었다.

그와 함께 파야는 이리저리 움직이며 두 자루의 단검을 휘둘렀다. 오러가 있어서 그런지 이전보다는 녀석에게 타격을 입힐 수가 있었다.

'저 정도면 충분히 버티겠지.'

페이린은 방어막 안에서 가부좌를 틀었다. 마나법을 하며 소모해 버린 마나를 다시금 회복했다. 그와 함께 머릿속으로 하나의 술식을 그렸다.

지금 샤벨 타이거를 중심으로 다섯 방향에는 페이린이 만들어 둔 화염의 진이 새겨진 부적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부적은 마법 스크롤처럼 찢어 버리는 것으로써 새겨진 마법을 발동시킬 수 있었다. 그렇지만 부적엔 한 가지의 사용 방법이 더 있었다. 괜히 부적이 아티팩트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최소한 세 개의 같은 부적이 있어야지만 사용할 수 있는 특이한 방법이 있었다.

바로 부적을 사용해 결계를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그 결계를 만드는 술식은 더럽게 복잡하고 시전 시간도 상당히 길었으며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했다.

그렇지만 그만큼의 값어치를 하는 강력한 힘이었다.

* * *

'사실 결계를 발동시키는 부적도 미리 만들어 두긴 했지만.......'

페이린은 이미 이곳에 오기 전에 부적들을 이용한 결계술이 새겨진 부적도 완성해 둔 상태였다. 다만 이렇게 시간을 버는 이유는 시공간 마법을 사용하기 위함이었다.

강력한 힘을 온전히 퍼부어 버릴 수도 있지만 녀석이 방심한 틈에 사용을 한다면 더욱더 효과가 클 것이다. 다만 일반적인 시공간 마법과 다르게 그 범위가 너무나도 넓고 커다랬다.

또한 시공간 마법을 사용하는 상대가 너무나도 강력했다. 대충 만들었다간 간파를 당해 버릴 위험도 있었다.

아무리 회귀를 했으며 나이에 걸맞지 않은 힘을 가지고 있는 페이린이라 하더라도 그런 시공간 마법을 뚝딱 하고 만들 수가 없는 것이다. 애당초 시공간 마법 자체가 막대한 마나와 함께 극심한 정신력이 소모되었다.

그 때문에 일부러 무리해서 셀리온과 나뮤의 힘 모두를 사용한 것이다. 심지어 셀리온의 검의 축복은 사용하게 되면 하루 정도 녀석을 불러낼 수가 없었다.

'조금만 버텨 줘.'

페이린은 눈앞에서 샤벨 타이거와 싸우는 넬과 파야를 보며 간절히 빌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페이린의 걱정과는 달리 두 사람 모두 호흡을 맞춰 가며 녀석의 공격을 잘 버텨 주고 있었다.

-카앙! 카앙!

파야의 검에 실린 은빛의 오러가 녀석의 날카로운 송곳니에 부딪칠 때마다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동시에 불꽃이 튀며 강력한 충격파가 생겨나 페이린이 있는 곳까지 전해졌다.

-파앙! 파앙!

그 뒤에서 넬은 네 명의 정령들을 이용해 녀석을 공격했다.

뒤에서 공격하는 넬 때문에 열 받은 녀석은 그녀에게 달려 나가려고 했지만, 번번이 파야의 공격에 막혔다. 그러면 녀석은 다시 파야를 공격하며 강력한 기술을 사용했고, 넬은 틈틈이 그 공격을 막아 주며 반격을 했다.

그런 식으로 두 사람은 서로의 호흡을 맞추며 샤벨 타이거와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능력치가 막대하게 상승한 파야지만 시간이 갈수록 몸이 둔해지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넬이 나서서 훌륭하게 막아 냈지만 점점 그 횟수가 늘어났다.

'칫. 서둘러야겠어.'

-키이잉.

마나를 회복하며 페이린은 머릿속으로 복잡한 술식을 그렸다. 몸속에 있는 다섯 개의 서클이 맹렬한 회전을 일으키며 크게 요동쳤다. 동시에 페이린의 몸에서 새파란 마나가 뿜어져 나와 주변으로 퍼져 짙은 안개를 만들어 냈다.

-스윽.

페이린은 로브의 안주머니에서 결계를 발동하기 위한 술식이 새겨진 부적을 꺼냈다. 화염의 진이 새겨진 것과 마찬가지로 거기서도 열기가 흘러나왔다. 다만 화염의 진이 새겨진 것보다 더욱더 뜨거웠다.

그 부적에 페이린은 마나를 불어넣었다. 마나를 모두 불어넣었을 때 머릿속으로 구상하고 있던 술식도 완성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발동시키면 되는 것이다.

-우웅! 우웅! 우우웅!!

페이린의 막대한 마나를 받아들인 부적은 강렬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손이 떨릴 정도로 강한 진동을 일으켰다.

'좋아.'

페이린은 자리에서 일어서 자신을 보호하고 있던 방어막을 해제시켰다. 그런 뒤 천천히 일행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페이린!"

"두 사람 모두 물러나."

페이린의 조용한 말에 넬은 정령들을 거두고 뒤로 물러났다. 파야 또한 빠르게 페이린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고생했어요. 이제 조금 쉬어요. 넬. 파야를 부축해 줘."

파야는 나뮤의 축복도, 셀리온의 축복도 모두 끝난 상태였다. 더구나 셀리온의 축복은 페이린 이외의 사람이 받게 되면 꽤나 큰 후유증이 있었다. 그런 파야를 넬은 정령들의 도움을 받아 부축을 해서 뒤로 물러났다.

-크르르......!!

물러나는 두 사람을 보며 샤벨 타이거는 쫓아가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자신의 앞에 있는 페이린 때문이었다.

그의 몸에서는 막대한 양의 마나가 풍기고 있었다. 특히 그가 쥐고 있는 부적에서 심상치 않은 진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화려하게 놀아 보자고!"

페이린은 쥐고 있는 부적을 허공으로 힘껏 던졌다. 그와 함께 완성된 술식을 발동시켰다.

-우우웅!! 우웅!! 우우웅!!

부적에서 일어나는 강력한 진동은 어느새 주변으로 퍼져 나가 지면 전체가 뒤흔들렸다. 그와 동시에 녀석의 눈에 보이지 않는 시공간 마법이 완성되었다.

페이린의 눈에만 보이는 격리된 공간이 이곳 일대를 뒤덮었다.

-크아아아앙!!

샤벨 타이거는 페이린을 향해 크게 울부짖었다. 그 울부짖음에는 이전 파야를 옭아맸던 것과 비슷한 작은 늑대의 형상이 나타났다. 그것은 페이린의 몸을 옭아매기 위해 빠른 속도로 모여들었다.

"어딜!!"

그걸 보며 페이린도 힘껏 소리쳤다. 녀석의 울부짖는 소리보다 더 큰 소리로. 그 덕분에 페이린을 향해 다가오던 늑대의 형상은 허공으로 흩어져 사라져 버렸다.

"타올라라."

그와 함께 이어지는 페이린의 목소리. 그것에 반응해 넬이 설치를 해 둔 다섯 개의 부적들이 동시에 천천히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퍼져라."

완전히 불타 버린 부적들은 이내 뜨겁게 타오르는 불기둥이 되었다. 그것은 처음 페이린이 허공을 향해 던졌던 부적으로 모여들었다.

이윽고 화염의 진이 새겨진 다섯 개의 부적을 이용한 결계가 완성되었다.

다섯 개의 커다란 불기둥이 하나의 지점으로 모여 완성된 결계.

결계 내부에서는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것을 증명하듯 내부에 있던 만년설들이 천천히 녹아 버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여기저기에서 화염이 미친 듯 날뛰었다. 마치 의지가 있는 듯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 사나운 불길은 이리저리 움직이며 날뛰었다.

"넌 이곳에서 절대 도망칠 수 없어."

페이린은 완성된 결계 안으로 들어섰다. 사나운 불길은 들어서는 페이린을 보며 그를 잡아먹으려고 했다. 하지만 페이린의 손짓 한 번에 순한 양처럼 고분고분해졌다.

목표를 잃어버린 불길은 페이린의 명령에 따라 녀석을 집어삼키기 위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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