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
SSS급 용병의 회귀
- 3권 22화
그날 페이린 일행은 여관으로 돌아왔다. 저녁을 먹고 나서 칼과 돌프는 할 일이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머무르는 곳으로 돌아갔다.
이제 페이린 일행은 그를 포함해서 총 세 명이 남게 되었다.
-똑. 똑.
"들어와."
페이린은 숙소에 돌아와 샤워를 마친 뒤 파야의 방으로 향했다. 마침 파야도, 넬도 모두 말끔하게 씻은 상태였다.
"파야. 토벌을 진행하기 전에 하나 알려 주려고 왔어요."
"응? 뭘 알려 주려고?"
페이린은 싱긋 웃으면서 아공간에서 하나의 책을 꺼냈다.
페이린이 이곳으로 오는 동안 느긋하게 여행을 즐기고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아직 많은 책들을 전부 읽지는 못했지만 30% 정도는 읽을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지금 꺼낸 책은 현재의 파야에게 가장 적합한 책이었다.
"『단검술 교본』?"
"한 번 읽어 봐요. 룬 문자로만 되어 있지만 마법으로 해석을 해 뒀으니까 읽기에는 편할 거예요."
파야는 책을 받아서 몇 장을 넘겨 봤다. 확실히 페이린이 마법을 걸어 두었기 때문에 룬 문자로만 가득해야 할 내용들이 모두 번역되어 알아보기 쉽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교본이라니?"
"그거 다 읽어 보면 제가 왜 줬는지 알 거예요. 용병 길드에 가 보긴 해야겠지만 토벌을 신청한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시작하진 못하겠죠. 그 기간 동안 못해도 그 책을 최대한 정독해서 한 번은 읽어 봐요."
페이린의 말에 파야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처음 몇 장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이었다. 게다가 교본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이야기들이 가득했다. 그렇지만 이 책을 자신에게 준 페이린을 봐서 파야는 일단 다 읽어 보기로 했다.
"여우 일족은 가지고 있는 꼬리가 그 사람의 힘을 나타낸다고 하죠."
"너 대체 그런 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이젠 놀라는 것도 지겹다는 표정을 하고 있는 파야의 말에 페이린은 대답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 책을 무조건 다 읽어요. 그러면 못해도 두 개의 꼬리는 가질 수 있을 거예요."
"그래. 알겠...... 뭐?"
두 개의 꼬리라는 말에 파야는 크게 놀라며 되물었다. 이제 일일이 놀라는 것도 힘들 텐데 파야는 매번 페이린의 말에 크게 놀랐다. 그녀 본인도 안 놀라야지,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매번 놀라고 있으니 할 말이 없었지만.
"말 그대로예요. 그 책을 모두 읽는다면 지금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겁니다."
"......그래. 알겠어. 그런데 나한테 이렇게까지 잘해 주는 이유가 뭐야?"
파야는 자신에게 너무나도 잘해 주는 페이린을 보며 의문을 가졌다. 그 물음에 페이린은 가만히 고민을 하더니 대답을 했다.
"그냥.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할까요. 그럼 좋은 밤 되세요."
그 말을 남기고 페이린은 방으로 돌아왔다.
'의심스러워도 아마 책을 끝까지 다 보겠지.'
과거에도 그랬었다. 파야는 벽을 넘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뭐든지 했었다. 그리고 그 벽을 뛰어넘게 해 줬던 인물이 바로 페이린이었다.
파야에게 건네주었던 『단검술 교본』은 그녀의 주 무기가 두 자루의 단검이기 때문이었다. 페이린처럼 검에 능통한 것도 아니었으며, 마법을 가르치면 사용은 하겠지만 그마저도 많이 쳐 줘야 3~4서클 정도였다.
그런 그녀에게 건넨 교본의 내용은 사실 기초적인 것들에 불과했다. 검이나 단검이나 술(術) 자가 붙으면 그 검을 다루는 방법이 되었다.
그런 방법들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검을 놓고 보자면 페이린이 익히고 있는 발검술이 그 대표적인 것이다. 물론 발검술 외에도 페이린이 익히고 있는 검술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굳이 그것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면서 사용할 이유는 없었다.
파야에게 건네준 책은 고대에서부터 전해 내려지는 단검술이었다. 교본답게 여러 종류의 단검술이 있었으며 여러 가지 기술들이 있었다.
'그 책에 그런 기능이 있을 줄은 몰랐지.'
페이린이 시스템으로 익히고 있는 '신속'과 그것을 뛰어넘는 '초 신속'.
파야에게 건네준 책은 끝까지 내용을 이해하며 정독을 하면 자신도 모르게 하나의 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 지금으로는 만들려고 해도 만들 수 없는 고대에만 존재하는 습득형 아티팩트였다.
그 책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기술은 바로 '신속'과 가까운 '속보(速步)'였다. 말 그대로 빠른 발걸음이었는데 페이린은 이미 그것보다 더 높은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책을 다 읽어도 익힐 수 없었다.
그렇기에 파야에게 그 책을 건네준 것이다. 마침 그녀가 벽을 허물고 싶어 하기도 했으니, 그 책은 정말 그녀를 위한 책이었다.
'앞일을 위해서라면 지금부터 그 기술을 익혀 두는 편이 좋겠지.'
어차피 나중에 가면 수많은 경험으로 자신만의 기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발놀림이 없는 지금은 익혀 두면 지금 당장에는 작아 보일지라도 나중에 가면 커다란 차이를 보일 것이다.
'뭐. 잘하겠지.'
페이린은 파야의 일을 제쳐 둔 뒤 아공간에서 책들을 꺼냈다. 아직 읽지 못한 책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페이린은 책들을 마저 읽기 시작했다.
'운이 좋다면 습득형 아티팩트를 더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후후.'
아직 읽지 못한 책에 습득형 아티팩트가 무조건 있다고 장담을 할 수는 없었다. 다만 있을 가능성은 있었다. 그 많은 책들 가운데 딱 한 개만 존재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럼 좀 읽어 볼까.'
페이린은 마법으로 주위를 환히 밝힌 뒤 책을 읽어 새로운 지식들을 머릿속에 쌓았다. 책을 읽는 건 지루하지만 새로운 지식을 얻는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역시 배움이라는 건 즐거운 일이야.'
과거에 마탑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쫓겨났던 걸 떠올리며 페이린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20장. 설산의 지배자
다음 날 페이린은 파야와 넬과 함께 향원에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거대한 용병 길드로 향했다.
"책은 많이 읽었어요?"
"그럭저럭. 거기 적힌 것들은 다 기본적인 내용들이라서 지루하더라고."
파야의 말에 페이린은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단검술 교본』은 확실히 기본적인 것들이 잔뜩 적혀 있었다. 게다가 수많은 단검술 중에서 기본이 되는 것만 적혀 있었다.
단검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머리로는 아니더라도 몸으로는 익히고 있는 기본적인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니 파야에겐 지루할 수 있었다.
"절 믿고 지루하더라도 한 번 쭉 정독해 봐요."
"그래. 알겠어."
파야와 얘기를 하면서 수인들의 용병 길드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곳답게 그 크기가 상당히 컸다. 그리고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몰려 있었다.
'역시. 샤벨 타이거의 토벌이 시작되었나 보군.'
한곳밖에 존재하지 않는 용병 길드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그 많은 사람들이 팀을 이루고 있으면서 모두 게시판에 몰려 있다는 것은 같은 의뢰를 하기 위해서라고밖에 볼 수 없었다.
"우리도 가서 신청하죠."
페이린은 곧바로 사무를 보는 곳으로 갔다. 그곳에도 토벌 의뢰를 신청하기 위해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꽤 일찍 왔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페이린 일행은 순서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다음 분 오세요."
많은 기다림 끝에 드디어 페이린 차례가 왔다. 담당자는 샤벨 타이거의 토벌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함께 신청서를 내밀었다.
"아. 파야 님. 안녕하세요. 파야 님도 함께 가시는 겁니까?"
페이린이 신청서를 작성하는 동안 담당자는 옆에 있던 파야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넸다.
"네. 여기 이분이 제 파티의 파티장이에요."
"아, 그렇습니까. 그러면 저분까지 합해서 파티가 총 몇 명입니까?"
담당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페이린은 신청서를 모두 작성해서 그에게 건네주었다. 신청서에는 토벌에 참가하는 인원수와 함께 무슨 일이 일어나도 길드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서약 등이 적혀 있었다.
그것을 받아 본 담당자는 조금 낯빛이 어두워졌다.
"정말 세 명이서 가시는 겁니까, 파야 님?"
담당자의 말에 파야 대신 페이린이 곧바로 대답을 했다.
"예. 저흰 세 명으로 샤벨 타이거를 잡을 겁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참가하는 데 문제는 없지만 그래도 세 명이면......."
"위험하다, 이 말이죠?"
"예. 어떻게 달랑 세 명이서 참가를 합니까. 파야 님에다가 파티장이라는 분은 그래도 S급이지만, 저분은 등급이 없지 않습니까?"
담당자의 말에 페이린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파야도 아직 A급에 불과했고, 그도 S급이었다. 게다가 넬은 용병을 하지 않아 등급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아마 자신이 담당자라 하더라도 이런 사람들이 신청을 한다면 받아 주지 않았을 것이다.
일반적인 의뢰와는 다르게 샤벨 타이거를 토벌하는 의뢰는 그만큼 너무나도 위험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페이린은 자리에서 가만히 일어섰다.
"넬. 정령들 모조리 소환해."
"응? 알았어."
페이린의 말에 넬은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담당자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곧 넬의 몸에서 퍼져 나가는 마나와 함께 네 명의 정령이 나타나는 걸 보며 할 말을 잃어버렸다.
"저, 정령이야?"
"그것도 네 명씩이나?"
"와. 저 여자애 뭐야?"
주위에서는 넬이 소환한 정령들을 보며 담당자만큼 크게 놀라거나 신기해했다. 그만큼 정령이라는 것은 귀했으며 한 명과 계약을 맺는 것도 힘든 존재였다. 그 덕분에 넬은 정령을 소환한 것만으로도 페이린과 비슷한 등급의 존재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소환.'
그와 함께 페이린도 계약을 맺고 있는 두 명의 정령들을 불러냈다. 은빛의 마나를 주변으로 퍼트리며 소환된 검의 정령 셀리온과, 새하얀 빛과 함께 나타난 빛의 정령 나뮤였다.
"여, 여기도 정령사야?!"
"저런 정령들은 들어 본 적도 없는데?"
"쟤, 쟤들 대체 뭐야?"
역시나 주변의 반응은 뜨거웠다. 넬이 정령을 소환한 것보다도 더더욱 뜨거운 반응이었다. 그렇지만 페이린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키이잉!
페이린은 가지고 있는 마나를 주위로 퍼트렸다. 짙은 살기가 농축된 마나는 주변으로 빠르게 퍼져 나가면서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정도로도 안 될까요? 신청하는 데 충분하다고 보는데요."
"......아.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페이린 님."
페이린의 말에 담당자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서류를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토벌에 참가한다는 내용이 적힌 증명서를 건네주었다. 그 증명서에는 토벌이 시작하는 날짜와 함께 장소가 그려진 약도가 포함되어 있었다.
"아, 안녕히 가십시오."
페이린은 정령을 모두 돌려보냈다. 넬도 마찬가지로 정령을 모두 돌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