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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용병의 회귀-68화 (68/131)

# 68

SSS급 용병의 회귀

- 3권 15화

페이린은 그곳을 돌며 책장에 꽂힌 책들을 전부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그 모습을 파야는 놀라면서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없어.'

하나하나 읽어 보고 골라도 되었지만 페이린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었다.

이 유적을 노리던 흑마법사 열 명 정도가 당했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녀석들이 있다면 아마 더 많은 녀석들이 왔을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면 분명 녀석들의 가장 위에 있는 녀석에게 보고가 들어갔을 것이다.

'추측이 맞는다면 그 녀석이겠지. 이곳에 '꿈을 먹는 마법서'가 있다는 전제하에.'

과거에 '꿈을 먹는 마법서'를 얻어 막강한 힘을 지녔던 흑마법사. 지금으로선 녀석 외에 다른 흑마법사들이 생각나지 않았다.

또한 이곳이 도서관이라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녀석의 귀에 무조건 들어갔을 것이다. 그 마법서를 가지고 있을 때 만난 녀석은 상당히 강해서 상대를 하는 데 애를 먹었었다.

'그 마법서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닐 테지만...... 빨리 마법서와 시공간 마법서를 얻고 나가야겠어.'

페이린은 서둘러서 그곳에 있는 모든 책들을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모든 작업이 끝난 후 페이린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는 책장에 마나를 흘렸다.

'여기 있군.'

그곳에는 낡은 스위치 같은 것이 있었는데 어지간한 힘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과거에도 이곳을 조사하던 이들이 이것을 찾았지만 결코 움직일 수가 없었다.

-스르르.

페이린은 그 스위치에 손을 올려 둔 뒤 마나를 흘려보냈다. 스위치는 마치 솜처럼 페이린의 마나를 빠르게 흡수했다.

-달칵.

잠시 후 스위치는 처음과는 다르게 아주 가볍게 눌렸다.

-드르르!

"......? 뭐, 뭐야?"

스위치를 누르자 책장이 마구잡이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아까는 볼 수 없었던 책 하나가 나타났다. 푸른색의 표지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페이린은 그것을 들어 몇 페이지를 펼쳐 봤다. 그 뒤에서 파야도 함께 그걸 봤다.

"뭐야, 이거. 룬 문자야? 이건 대체......."

파야는 책에 가득히 적혀 있는 룬 문자를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그녀는 마법사가 아니긴 하지만 룬 문자를 해석하는 방법은 알고 있었다. 다만 그 책에는 자신이 알고 있는 룬 문자보다 더욱더 방대한 것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특수 장비 창이 개방됩니다.

페이린이 책을 집자 시스템의 메시지가 나타났다. 특수 장비 창이 개방되었다는 내용. 그것을 보며 페이린은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시공간 마법의 서』.

-과거 마도 시대를 살아가던 어느 한 마법사의 유품이다. 유난히 시공간 마법에 집착을 하던 그의 모든 것이 적혀 있는 책.

-특수 장비 창에 장착을 할 수 있는 마법서. 착용 시 사용자는 시공간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장착.'

페이린이 속으로 말하자 그가 쥐고 있던 책이 새파란 빛이 되었다. 그러더니 이내 페이린의 몸속을 향해 빨려 들어갔다.

-『시공간 마법의 서』를 장착했습니다.

-시공간 마법을 일부 자각했습니다.

-새로운 시공간 마법을 사용하기 위한 레벨이 부족합니다.

-조건을 충족하면 이 세상에 없는 문을 열 수 있습니다.

-마도 시대의 마법의 서를 얻어 지능이 크게 증가합니다.

'이 세상에 없는 문?'

페이린은 시스템의 설명을 보며 대충 넘기다가 문득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문이라는 설명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분명 저런 문구는 과거에 듣지도, 보지도 못했었다.

'이 세상에 없는 문이라니. 대체 뭐지?'

과거에 시공간 마법을 사용하긴 했지만 온전하게 사용을 할 수는 없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시공간 마법도 마나는 마나대로 잡아먹으면서 공간을 확장시키기도 힘들었다.

이전에 칠흑의 성에서 카르디안과 싸웠을 때 성의 기둥을 박살 내버린 것도 여러 개의 시공간 마법을 발동한 것이다. 과거에도 그만한 공간 전체를 시공간 마법으로 뒤덮을 수 없었다.

'회귀를 해서 그런가?'

과거에는 없던 문구가 나타난 것은 회귀를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것 말고는 딱히 지금으로선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대, 대체 뭐야? 책이 사라졌어?!"

한참 페이린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크게 놀랐던 파야가 겨우 입을 열었다. 분명 페이린의 손에 책이 들려 있었는데 푸르게 빛나더니 아예 사라져 버렸다.

단순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 빛이 페이린의 몸속으로 들어가 버렸기 때문에 더욱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자세한 건 나중에 얘기를 할게요. 그보다 여기서 찾아야 할 물건이 하나 있는데."

"무슨 물건?"

"'꿈을 먹는 마법서'라고 하면 알려나요?"

"'꿈을 먹는 마법서'...... 꿈을 먹는...... 꿈을...... 뭐?!"

파야는 그 이름을 몇 번 되새기더니 다시 한 번 크게 놀랐다. 이쯤 되면 적응이 될 법도 한데 어째서인지 그녀는 매번 놀랐다. 자신의 동료에게는 이미 포기했다는 말까지 했으면서 말이다.

"그래요. 파야가 생각하고 있는 거 맞아요."

"하지만 그건 사라진 지 몇백 년은 되었을 텐데? 몇백 년이 아니지. 천 년은 넘었을 거야."

파야의 말에 페이린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도 시대에 만들어진 이 도서관도 아마 천 년은 되었을 것이다. 그것을 감안하자면 '꿈을 먹는 마법서'라는 이름은 전설이라고 생각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전설이라고 여겼던 것을 과거엔 흑마법사가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의 부정한 소망을 마구 먹어 치워 그 힘으로 강해졌다.

'이번에는 내가 먼저 가져갈 거지만.'

페이린은 눈을 감은 뒤 천천히 마나를 끌어올렸다. 맹렬하게 돌아가는 네 개의 서클을 느끼면서 전방위로 마나의 실을 뿜어냈다.

'과거에도 그곳에 숨겨진 위치는 알 수 없었으니 어쩔 수 없는 건가.'

과거에도 '꿈을 먹는 마법서'를 이곳에서 볼 수 없었다. 그것이 있던 장소도 알아낼 수 없었다. 지금은 과거의 기억을 토대로 이곳에 있다고 추측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페이린은 온 정신을 집중해서 마나의 실을 만들었다. 순식간에 생겨난 수십 가닥의 마나의 실은 이곳저곳으로 퍼지며 이 도서관에서 숨겨진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키이잉!!

페이린은 마나의 실을 조정하면서 추가로 탐지 마법을 발동시켰다. 페이린의 발밑에서 생겨난 푸른색의 마법진은 곳곳으로 마나를 퍼트리며 숨겨진 것을 찾기 시작했다.

'어디냐......!'

본래라면 자신이 찾아낸 『시공간 마법의 서』가 숨겨진 것의 전부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페이린도 원래는 그런 생각을 했었으니까.

하지만 이곳을 흑마법사가 노렸다는 점과 과거에 '꿈을 먹는 마법서'를 가졌던 흑마법사가 있었다는 점. 그리고 이곳이 마도 시대의 도서관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숨겨진 곳은 분명 한 곳이 더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반드시 '꿈을 먹는 마법서'가 존재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페이린은 식은땀을 흘리며 미세한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애를 썼다.

'......거기냐!'

페이린은 정신을 집중해서 특이한 곳을 찾아냈다. 육안으로는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그곳에서 마나의 반응이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페이린은 곧장 그곳으로 갔다.

-덜컥! 덜컥! 철커덕!

찾아낸 곳을 건드리자 뭔가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며 책장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 그것들이 모두 끝나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기이한 공간으로 뒤바뀌었다.

"뭐, 뭐야. 여기는 대체......."

"이런 곳은 처음이에요......."

파야는 주위의 풍경을 보며 크게 놀랐다. 나뮤 또한 자신의 힘으로도 환히 밝힐 수 없는 공간을 보며 겁을 먹었다. 그 가운데 페이린마저 크게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시공간 마법이라고? 그럼 이 공간 자체가 시공간 마법이었어?'

흑마법사들이 어떻게 '꿈을 먹는 마법서'를 찾아낸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 녀석들이 『시공간 마법의 서』를 찾아내지 못했으니 분명 우연으로 찾았을 것이다. 어쩌면 샅샅이 뒤졌던가.

그런 걸 다 떠나서 이 공간은 전체가 시공간 마법으로 뒤덮여 있었다. 다른 이들은 알 수 없을 테지만 시공간 마법을 사용하는 페이린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샤락. 샤락. 샤라락.

그 가운데 뭔가 책장을 넘기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하나의 책이 허공에 떠 있었다. 그것을 보며 페이린은 알 수 있었다.

"'꿈을 먹는 마법서'!"

"저, 저게?!"

페이린은 곧바로 마법서가 있는 곳을 향해 다가갔다. 겉보기에는 좀 오래된 고서처럼 보이지만 확실히 '꿈을 먹는 마법서'였다.

"『소망의 서』......라."

책의 겉표지에는 룬 문자로 『소망의 서』라고 적혀 있었다. 그것이 '꿈을 먹는 마법서'의 원래 이름이었다.

사람들의 소망을 모아 그 힘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신비한 마법서.

하지만 흑마법사는 이것을 악용해서 사람들의 부정한 소망들을 모았다. 당연히 이 책도 부정한 힘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고, 결국 그 힘은 한데 모여 흑마법사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이번엔 내가 먼저 찾았으니까 절대로 사용하지 못할 거야.'

페이린은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소망의 서』를 사용했던 흑마법사를 떠올렸다. 『소망의 서』 외에는 이렇다 할 특징이 없는 녀석이었다. 심지어 이름조차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 애당초 녀석들의 이름을 기억할 필요가 없긴 하지만 말이다.

-쿠르르르!!

페이린이 『소망의 서』를 집자 동시에 주위가 무너지는 것같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페이린은 곧바로 아공간을 열어 『소망의 서』를 집어넣었다.

-쿠르르르!!

원인을 알 수 없는 진동이 계속되었다. 하지만 페이린은 침착하게 체내의 마나를 끌어올렸다. 파야 또한 일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는 것을 느끼며 허리춤에 찬 두 자루의 검을 꺼내 쥐었다.

"......? 뭐, 뭐지?"

체내의 마나를 끌어올리던 페이린은 점차 바뀌는 주위의 풍경을 보며 마나를 거두었다.

이유를 알 수 없던 진동은 이곳에 있던 책장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소리였다. 그것을 증명하듯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검은 공간은 점차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책장들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고, 검은 공간 또한 사라졌다.

그렇게 페이린 일행은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와아...... 아까 대체 뭐였어?"

"아무래도 다른 공간인 것 같았어요."

"다른 공간?"

"예. 말로 설명하긴 좀 복잡하지만......."

페이린은 쓴웃음을 지으며 시공간 마법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했다. 그의 말을 들으며 파야는 대충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마법이 존재하는구나......."

"예. 우선 이곳에서......."

-휘이잉!!

페이린이 막 나가자는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한 줄기의 미약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 바람은 페이린의 귓가를 스쳐 지나갔다.

-휘이잉! 휘잉!

미약한 바람은 계속해서 불어왔다. 잠시 후 그 바람은 한데 뭉쳐 형태를 이뤘다. 넬이 소환한 정령들 중 하나인 하급 바람의 정령이었다.

"......결국 쳐들어왔다 이건가?"

바람의 정령을 보며 페이린은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마, 마스터! 위험하다!

때마침 셀리온의 목소리까지 들려왔다. 계약한 정령과는 떨어져 있어도 서로간의 의사 표현을 할 수 있었다. 결국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소망의 서』가 이곳에 있었으니 어쩌면 네 녀석이 오는 건 확정 지어진 것이겠지.'

페이린은 두 주먹을 쥐며 마법을 발동시켰다. 잠시 후 그의 발밑에서 푸른빛의 마법진이 생겨났다. 걸어서 올라가면 늦기 때문에 텔레포트 마법을 발동시킨 것이다.

-키이잉!!

바람의 정령은 한 줄기 바람이 되어서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페이린이 발동시킨 텔레포트 마법이 푸른빛을 뿜어냈다.

페이린과 파야 두 사람은 푸른빛에 집어삼켜졌고 곧 이 도서관에서 그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페이린!!"

-촤라라락!!

바깥으로 나오자마자 페이린은 수많은 매직 애로우를 만들어 냈다. 그것들을 곧바로 눈앞의 적들을 향해 쏟아 냈다. 거기에 나뮤의 새하얀 빛이 더해졌다.

"니들, 다 죽을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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