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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용병의 회귀-62화 (62/131)

# 62

SSS급 용병의 회귀

- 3권 9화

"후우......."

그것을 느끼며 페이린은 몇 발자국 뒤로 물러서며 검집에 자신의 검을 집어넣었다. 그 상태로 검집을 왼손으로 잡으며 마나를 계속해서 불어넣었다.

-키이잉!!

새파란 마나가 페이린이 쥐고 있는 검집에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 상태에서 그는 오른쪽 발을 앞으로 내민 뒤 최대한 자세를 낮게 숙였다. 마치 금방이라도 앞을 향해 달려 나갈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호오. 발검술도 익히고 있었나? 의외로군. 하지만 네 검으로는 고작 한 번 발검술을 사용하면 끝일 텐데?"

"알고 있어요."

'초 신속.'

말을 마친 페이린은 초 신속을 사용해서 빠르게 다론의 코앞까지 다가갔다. 그 상태에서 페이린은 온 힘을 다해 검을 뽑았다.

-스르릉!

검집에서 검이 뽑히면서 매끄러운 소리가 났다. 그와 동시에 푸른색의 선이 허공에 그려졌다. 가느다란 선은 점차 굵기가 굵어지더니 이내 주위를 뒤덮을 정도로 거대해졌다.

-카아아앙!!

온 힘을 다한 혼신의 일격이었지만 다론은 그것을 막아 냈다. 다만 그도 이번 공격은 가볍게 막아 내지는 못했다.

"이걸로 끝......."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푸른색의 검기를 막아 내며 다론이 말을 했지만 끝까지 잇지 못했다.

페이린은 검을 휘두른 뒤 제자리에서 한 바퀴 더 돌았다. 그 상태에서 왼손으로 쥐고 있던 검집으로 한 번 더 강력한 일격을 가했다.

-쩌적! 쩌저적!!

날이 없는 검집이라고는 하지만 거기에는 아직 마나가 남아 있었다. 남아 있는 마나가 모두 방출했고 동시에 검집에 균열이 가며 박살 나 버렸다.

-쨍그랑!!

페이린이 쥐고 있던 검도 결국 지금의 일격을 버티지 못하고 산산조각 나 버렸다.

"이제 검도 깨져 버렸군. 어쩔 셈이지?"

다론은 페이린의 공격을 모두 막아 낸 뒤 물었다. 이제 페이린에게 남아 있는 검은 없었다. 그렇기에 다론이 생각하기에는 페이린이 불리한 상황이었다. 완전히 졌다고 봐도 될 정도의 상황이었다.

-씨익.

"......!"

하지만 페이린은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페이린은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며 소리쳤다.

"블레이드!"

시공간 마법의 시동어가 이곳에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페이린은 텔레포트를 사용해 그곳에서 빠져나와 뒤쪽으로 이동했다.

-촤악! 촤악! 촤악!!

"이, 이건 대체!"

다론은 갑자기 사방에서 몰아치는 날카로운 검격에 당황했다. 페이린이 발동시킨 시공간 마법 때문이었다. 이전에는 검격이 허공에 남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투명화 마법이 걸려 있어 모든 검격이 보이지 않았다.

-카앙! 카앙!

페이린의 검격은 형태가 보이지 않았지만 소리는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모두가 오러 블레이드로 휘감겨 있기 때문에 마나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감각으로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때문에 다론은 검격을 막아 낼 수 있었지만 모든 것을 막아 내는 건 역부족이었다.

-챠라락!!

다론이 보이지 않는 검격을 막아 내고 있는 동안 페이린은 조용히 수많은 매직 애로우들을 만들어 냈다. 시공간 마법으로 인해 수많은 검격들이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다론을 괴롭히고 있었다.

'강화.'

페이린은 완성된 매직 애로우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평소에 몬스터를 상대할 때보다 눈앞에 있는 적이 강했다. 그렇기 때문에 아낌없이 마나를 불어넣어서 더욱더 강력한 매직 애로우를 만들었다.

-파지직. 파지직!

그렇게 해서 완성된 매직 애로우는 강렬한 진동을 일으켰다. 또한 마나를 모르는 일반인이 보더라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푸른 마나가 주위에 넘실거리고 있었다.

"가라."

하나하나가 강력한 마나를 머금은 매직 애로우가 다론을 향해 날아갔다. 그것은 더 이상 매직 애로우라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

"크윽."

아직도 남아 있는 검격을 막느라 바쁜 와중에 다론은 페이린의 강력한 마법을 바라봤다.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수많은 매직 애로우들.

분명 다론의 머릿속에 있는 매직 애로우라는 이미지는 이런 이미지가 아니었다. 자신이 검을 한 번 휘두르게 되면 그런 것들은 간단히 박살 내버릴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마법은 도무지 매직 애로우라고 볼 수가 없었다. 그런 무식한 마법이 자신을 덮쳐 왔다.

-카앙! 카앙! 카앙!

다론은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며 보이지 않는 검격과 페이린의 매직 애로우를 막아 냈다. 검격을 막아 내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지만, 문제는 매직 애로우였다.

막대한 마나가 응축되어 있어 막아도 막는 것이 아니었다. 온 힘을 줘서 막아 내고 있지만 오히려 다론이 밀려났다.

-샤라락.

"......!!"

다론은 페이린이 만들어 내는 또 다른 매직 애로우를 보며 당황했다. 지금 막아 내고 있는 공격도 겨우겨우 막아 내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공격이 다시금 페이린의 앞에 나타났다.

"슬슬 끝을 낼까요?"

"크윽...... 그래. 내가 졌다."

다론의 말에 페이린은 마법을 거두었다. 그와 함께 다론의 주위에 있던 공간도 거두었다.

그렇게 페이린은 다론에게서 이길 수 있었다.

'후우...... 힘들었어.'

과거에는 순수한 검술과 시스템의 힘을 약간 빌려 그를 꺾었었다. 그렇지만 쉽게 이긴 건 아니었다. 반면 지금은 자신이 가진 모든 수를 사용해서 겨우 이길 수 있었다.

시공간 마법은 검과 마법, 그 두 가지의 모든 것에 있어서 상당한 경지를 이뤘던 페이린만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얼핏 보면 사용하기 쉬워 보이지만 사실 난이도가 상당했다. 그 때문에 정신적으로 많이 피곤하게 되었다.

-스윽.

지쳐 있는 페이린을 보며 다론이 곁에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페이린은 그 손을 잡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훌륭한 실력이었다. 검과 마법을 모두 사용하는 인간이라니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그러면 이제 저 물건을 제게 주시죠."

"그래. 이제 네 거니까 가져가라."

다론의 말에 상자를 지키고 있던 기사단들은 모두 양옆으로 이동하며 길을 터 주었다.

"셀리온. 훌륭한 새 주인을 만났구나. 이제 나를 그리워하지 말고 저 주인의 곁에서 네 힘을 다하거라."

"알겠습니다, 주인님......."

어느새 정령의 모습으로 돌아온 셀리온은 다론의 말에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페이린이라 했던가. 이걸 가져가거라. 이제 내게는 필요가 없는 물건이니까."

다론은 자신의 허리춤에서 은빛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검집을 꺼내서 주었다. 검집을 받자 페이린이 가지고 있던 단검에서 빛이 났다.

"내가 가진 힘을 모두 주었어. 그러니까 앞으로 이 녀석을 잘 부탁한다."

다론의 말에 페이린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신의 눈앞에 떠오르는 시스템의 메시지를 가만히 바라봤다.

-검의 정령 셀리온이 온전한 힘을 되찾았습니다.

-검의 정령이 가진 힘을 최대치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17장. 전염병

그날 일을 마친 페이린은 방에 돌아와 문을 잠갔다. 넬에게 저녁을 든든히 사 줬으며 자는 것도 보고 왔기 때문에 그녀가 이곳에 올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그 때문에 문을 잠근 상태에서 가만히 눈을 감고 마나법을 했다.

마나법을 하면서 페이린은 아까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이제 셀리온의 힘을 온전히 끌어낼 수 있어.'

셀리온은 원래 온전하지 못한 상태였다. 검으로 변형을 해도 그 힘을 온전히 다룰 수가 없었다.

그것은 페이린이 부족한 것도 있지만, 오랜 세월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셀리온의 형태가 부러지는 등 짧아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페이린이 그 힘을 사용할 수 있던 것이다.

다만 지금은 온전한 상태가 되어 버렸기 때문에 당분간은 셀리온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이 들고 싸우는 것보다 정령인 상태로 싸우게 하는 편이 더 나았다.

'소환.'

페이린은 조용히 셀리온을 불러냈다. 이전보다 더욱더 농밀한 은빛의 마나가 방 안을 가득 메웠다. 그 은빛의 마나는 마치 안개처럼 옅었는데 그 안에 방대한 마나를 숨기고 있었다.

"불렀는가, 마스터."

잠시 후 셀리온이 모습을 드러냈다. 은빛의 머리칼과 함께 새하얀 눈동자는 그대로였다. 다만 소년처럼 성장이 덜된 모습이 아니었다.

이제는 페이린보다 훨씬 키가 컸으며 늠름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이로 친다면 대충 20대 초반에서 중반 정도 되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어때. 네가 가진 원래의 힘은?"

"마스터가 날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역시 그렇지?"

지금 소환을 했을 뿐인데 벌써 몸에서 막대한 마나가 빠져나갔다. 4서클에다가 시스템의 힘까지 있는 상태에서도 이 정도인데 셀리온을 검으로 바꿔 직접 들게 된다면 정말로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불렀는가?"

"아아. 너한테도 인사를 시켜 주는 편이 나을 것 같거든. 이제 새로운 정령과 계약을 할 거야."

셀리온은 그 말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페이린이 아공간에서 꺼내는 반지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전 기사단장 다론과의 승부에서 이겨서 받았던 두 가지의 물건 중 하나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새하얀 반지에 불과했다. 반지는 조금의 때도 타지 않았으며 순백색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곳에 봉인되어 있는 기간이 꽤 길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정말 보관이 잘 되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인을 기준으로 둔 관점이었다.

이 반지에는 빛의 정령이 봉인되어 있었다. 과거에도 이것을 사용해서 빛의 정령과 계약을 했었다.

정령과의 계약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이 존재했다. 그것은 정령마다 달랐다.

예로 들면 검의 정령인 셀리온은 자신을 사용할 수 있는 주인이 그 조건이었다. 한 번 우연히 그 조건에 적합했던 페이린은 이번 생에서 그 조건을 다시 만족시킬 수 있었다.

반면 빛의 정령을 소환하기 위해서는 반지에 걸려 있는 봉인을 풀어야 했다. 또한 셀리온과는 다르게 상당히 많은 마정석이 필요했다.

'빛의 정령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보면 참. 뭐랄까. 마정석을 밝힌다고 해야 하나?'

페이린은 과거 자신과 함께 다녔던 빛의 정령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생각했다. 소환을 하는 것부터 많은 마정석을 필요로 하는 특이한 녀석이었다. 물론 마정석이 없어도 소환을 할 수야 있지만 많은 마정석이 있는 편이 나았다.

마정석이 많으면 많을수록 소환된 빛의 정령이 가진 힘이 늘어났다. 그 힘은 천천히 성장을 시킬 수 있으며 사용자의 마나에 따라 다르지만, 처음 소환을 할 때보다 많은 힘을 가지고 있다면 그 이후의 성장 폭이 훨씬 더 넓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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