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용병의 회귀-60화 (60/131)

# 60

SSS급 용병의 회귀

- 3권 7화

"다 주웠으면 다음 층으로 가자. 다음이 마지막이니까."

"응!"

넬은 크게 대답하며 또다시 먼저 다음 층을 향했다. 아무래도 다음 층이 마지막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았다면야 저렇게 앞장서서 가지 않았을 것이다.

넬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맛있는 저녁이었다. 이곳을 빨리 클리어해야 빨리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저렇게 활기차게 움직이는 것이다.

'소환.'

다음 층을 향해 가면서 페이린은 셀리온을 소환했다. 은빛의 마나가 퍼져 나가 던전 안을 잠시 밝히다가 사라지며 검의 정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셀리온. 지금 이 검에 네가 깃들 수 있어?"

페이린은 셀리온에게 한 자루의 검을 보이며 말했다. 그 검은 이전에 던전에서 슬라임을 잡고 얻은 검이었다. 일반적인 검보다 마나를 더 잘 받아들일 수 있는 특징이 있었지만 단지 그것뿐이었다.

"가능은 하지만 차라리 내가 검이 되면 낫지 않은가, 마스터?"

셀리온은 검을 이리저리 보며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확실히 셀리온이 검으로 변하면 페이린이 가진 롱소드보다 훨씬 더 좋았다. 위력적인 면에서도, 마나를 받아들이는 면에서도 월등히 뛰어났으며 내구력 또한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셀리온이 검으로 변하면 어지간해선 깨지지 않았다.

그것을 모르고 있는 페이린이 아니었다. 셀리온보다도 아마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긴 하지. 하지만 네가 검이 되어 버리면 내가 마나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거든. 그리고 넌 검집이 없잖아."

"마나는 어쩔 수 없다. 마스터...... 그리고 검집은 마스터가 만들어 주면 된다."

"그래. 알겠어. 그러면 우선 여기에 네 힘을 깃들게 해 줘. 지금 내겐 검집이 필요하거든."

"알겠다, 마스터."

셀리온은 말을 마친 뒤 자신이 가진 은빛의 마나를 주위로 퍼트렸다. 그러더니 이내 페이린에게서 검을 받아 들었고 자신의 마나를 그곳에 주입했다.

일반적인 검보다 마나를 잘 받아들이는 성질이 있는 슬라임의 롱소드에 점점 은빛의 마나가 부여되었다. 이내 셀리온이 가지고 있는 은빛의 마나가 모두 그곳에 깃들게 되었다.

"지금 그 상태로 싸울 수 있겠어?"

"물론이다, 마스터. 마나를 모두 썼지만 마스터의 마나를 공급받고 있으니 충분히 가능하다."

"조금 힘들 거야."

페이린의 말에 셀리온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난 마스터를 믿는다. 힘들어도 상관없다. 그저 마스터가 내 힘을 필요로 한다면 난 내 힘을 보탤 뿐이다."

"좋아. 그러면 가 보자고."

셀리온은 고개를 끄덕였고 페이린과 함께 다음 층으로 향했다.

왕국의 기사들을 훈련시키기 위한 던전의 마지막 3층은 1, 2층과는 차원이 달랐다.

과거의 문헌에 따르면 이곳 3층은 그 자격에 걸맞은 사람만이 출입할 수 있었다. 그 자격이란 게 1, 2층을 클리어하는 것이라 간단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일반적인 용병들 혹은 기사들 혹은 실력 좀 있다는 사람들도 1, 2층을 클리어하기는 버거웠다.

그나마 과거의 기억이 있고, 시스템의 힘이 있으며, 4대 정령과 모두 계약을 한 넬이 있기 때문에 페이린도 이곳까지 올 수 있던 것이다.

"우와. 커다란 문이다."

3층에 도착하자 미리 와 있던 넬이 커다란 문을 보며 감탄을 했다. 던전에는 이런 커다란 문은 존재하지 않았다. 간혹 존재하는 곳이 있겠지만, 그런 곳에 있는 문과는 차원이 달랐다.

오랜 시간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문 자체가 많이 녹슬어 있었고 그 빛이 바랜 지 오래였지만, 그럼에도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위압감을 풍기고 있었다.

"마, 마스터? 여, 여긴......."

그 문을 보며 검의 정령은 크게 놀랐다. 지금까지 이렇게 당황한 적이 없었지만 지금은 무척 당황하고 있었다.

"그래. 너도 여길 알고 있겠지. 널 가장 아끼고 사랑했던 사람이 여기에 있으니까."

* * *

페이린의 말에 셀리온은 크게 동요했다. 자신을 가장 아끼고 사랑해 주었던 사람은 딱 한 사람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바로 자신을 이 세상에 태어나게 했던 주인.

검을 잡기 시작했을 때부터 검을 손에서 놓을 때까지 줄곧 셀리온을 사용했던 존재. 과거 왕국을 수호하는 기사단의 단장까지 올라갔던 전설적인 인물.

그가 있었기 때문에 무명의 검이었던 셀리온은 은빛의 마나를 가진 검의 정령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또한 셀리온이라는 이름도 그가 지어 준 이름이었다.

그렇지만 그 존재가 지금 이 자리에 있을 리가 없었다.

"하, 하지만 마스터. 내 주인...... 내 주인은......."

"그래. 벌써 천 년은 더 이전에 죽었지."

페이린의 말에 셀리온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표정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처럼 침울해 보였다.

검의 정령 셀리온을 탄생시켰지만 이 자리에는 그가 없었다. 페이린의 말대로 그는 죽어 버린 지 벌써 천 년이 넘었다.

"그래서 아까 말한 거야. 네가 힘들 거라고."

페이린의 말에 셀리온은 두 주먹을 꽉 쥐며 고개를 가만히 끄덕였다. 어느새 그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또한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은빛의 마나가 불안정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힘들겠지.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번도 잊어 본 적이 없을 테니까.'

4대 속성을 가진 정령들과 달리 검의 정령처럼 특이한 힘을 가진 정령들은 모두 세상에 태어난 계기가 있었다. 셀리온은 자신을 아껴 주던 주인의 힘 덕분에 검의 정령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지금은 시간이 흘러 과거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는 않았다. 원래는 길었던 검도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리저리 부러지고 닳고, 다시 고쳐지는 과정에서 지금과 같은 단검이 되었다.

그 정도로 수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셀리온은 자신의 주인을 한 번도 잊어 본 적이 없었다. 그만큼 주인을 잘 따랐으며 아직도 그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페이린은 힘들어하는 셀리온을 가만히 바라봤다. 과거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 계약을 맺고 우연히 이곳에 들러 끝까지 나아갔을 때 셀리온이 이런 반응을 보였었다.

이 문 너머에 있는 존재에 대해서 처음에 셀리온은 부정을 했었다. 하지만 문을 열고 그 존재들을 본 순간 셀리온은 현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문 너머에 있는 것은 과거 왕국 최고의 기사단이라 불리며 왕국을 수호하던 기사단의 정예 멤버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그들의 대장을 따랐으며, 그 대장이 가지고 있는 검이 바로 셀리온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때 어찌어찌 녀석들을 무너뜨리고 셀리온을 진정시키며 사건의 전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이렇게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셀리온."

생각을 마친 페이린은 조용히 그의 이름을 불렀다. 셀리온은 눈물을 흘리며 복잡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셀리온을 보며 페이린은 말없이 그를 끌어안았다.

"이 문 너머에는 네 주인이 있어. 네가 원한다면 네 주인의 곁으로 돌아가게 해 줄 의향도 있어."

페이린의 말에 셀리온은 크게 놀랐다.

이미 계약을 했고 자신이 주인으로 삼겠다는 말도 했다. 그런데 정작 주인은 자신을 걱정해서 원래의 주인이 있는 곳으로 돌려보내 주겠다고 했다.

마음 같아서는 곧바로 대답을 하고 주인의 곁으로 가고 싶었지만 셀리온은 꾹 참았다. 그런 셀리온을 보며 페이린은 말을 이었다.

"그렇지만 나를 주인으로 택한 만큼 나를 믿어 주지 않겠어?"

"믿으라는 건......."

"앞으로의 길을 열어 나가는 거야. 나와 함께."

말을 마친 페이린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런 페이린을 보며 셀리온은 잠시 생각했다.

옛 주인이 그립긴 하지만 이미 그가 죽은 지 천 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 버렸다.

그 흘러간 시간 동안 자신은 제대로 된 주인 하나 맞이하지 못하고 모두 저주에 걸려 죽어 버리게 만들었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을 저주받은 검이라고 부르며 사용하지 않게 되었고, 왕국 전역을 떠돌다 지금 이렇게 자신을 잘 다룰 수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결정은 나중에 해. 우선 난 여기를 넘어갈 테니까."

페이린은 커다란 문에 양손을 가져다 댄 뒤 마나를 흘려 넣었다. 수많은 시간이 지날 동안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 열리지 않았던 문이 천천히 열렸다.

"가자."

페이린은 당당히 그 안으로 먼저 들어갔다. 그 뒤를 넬과 정령들이 뒤따랐다. 셀리온은 잠시 가만히 있다가 문 안으로 들어갔다.

"우와아...... 넓어!"

넬은 문 안에 펼쳐 있는 광경을 보며 놀랐다. 그 모습을 보며 페이린은 잠시 생각했다.

'분명 저 녀석의 머릿속에 내 기억이 남아 있을 텐데...... 기억을 남겨 놓은 건 남겨 놔도 저렇기 때문에 그런 겁니까, 여왕님?'

분명 자신의 기억이 넬의 머릿속에도 남아 있을 것이다. 물론 온전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함께했던 시간은 남아 있을 것이다. 이곳 또한 넬과 함께 왔었으니 그녀가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나저나 여긴 여전하군.'

넬에 대한 생각을 버린 뒤 페이린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넓게 펼쳐진 이곳은 던전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장소였다. 그야 이곳은 기사들을 훈련시키는 장소였다.

1, 2층과는 다르게 이곳은 몬스터가 한 마리도 없었다. 대신 존재하는 것은 열 개가 조금 넘어 보이는 석상들뿐이었다.

그 석상들 주위로 날이 빠지거나 녹슬어 다시는 사용할 수 없는 검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검의 모양만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라 고철을 사 가는 사람도 저건 주워 가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 광경을 보며 페이린은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열 개 정도 되어 보이는 석상들 중에서 유일하게 비석이 있는 석상이 있었다. 또한 그 석상의 옆에는 다른 석상들과 달리 검이 없었다.

'여깄군.'

페이린은 그곳에 가서 잠시 멈춰 섰다. 그리고 비석에 있는 글자를 읽어 내려갔다. 비석에 쓰여 있는 내용은 많았지만 요약하자면 '허락 없이 이곳에 찾아온 자는 절대 나갈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쿠르르르!!

페이린이 모든 내용을 읽자 주위에서 강렬한 진동이 일어났다.

-키이잉!!

그 진동과 함께 열 개 정도 되어 보이는 석상에서 푸른빛이 서서히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잠시 후 푸른빛은 석상을 완전히 뚫고 나왔다.

-철컥. 철컥.

석상을 뚫고 나타난 것은 다름 아닌 기사단들이었다. 과거 왕국을 수호하던 최강의 기사단들 중에서도 정예 멤버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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