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
SSS급 용병의 회귀
- 3권 3화
용병들의 신분을 증명해 주는 용병패는 여러 가지 재료로 만들어진다. B급 이하의 용병들은 각 용병 길드의 지부에서 만들 수 있는데 E, D급은 나무로 만들며, C급부터는 쇠에 이름을 새기며 특수한 마법 처리를 한다.
A급부터는 협회에서 발행을 하기 때문에 신뢰도가 상당히 있으며, 특수한 마법을 사용해 위조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런 A급의 용병패는 쇠에 금칠을 입혀 만들어진다.
마지막으로 S급부터는 마정석을 가공해서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로 가공하는데, 이 역시 특수한 마법을 사용하며 정밀한 세공을 거치기 때문에 위조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여기 있습니다."
페이린은 서류에 필요한 것들을 적어서 직원에게 건네주었다. 그 옆에서 케이른은 주머니에서 금화 몇 개를 꺼내더니 직원에게 건네주었다.
"이 친구 승급비와 용병패 발급 비용도 내가 내지."
"알겠습니다. 3~4일 정도 걸리시니 그 이후에 방문해 주셔서 받아 가시면 됩니다, 페이린 님."
직원의 설명을 들은 뒤 페이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이곳에서 모든 볼일을 마쳤다.
"페이린."
"응?"
"배고파."
"넌 정말......."
돌아가려는 분위기를 읽으며 넬이 배가 고프다며 칭얼거렸다. 아침 일찍 왔는데 지금은 점심때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점심은 내가 대접하도록 하지. 이곳의 맛있는 집들은 대충 꿰뚫고 있으니까."
"예? 그렇지만 해 주신 게 많은데......."
"신경 쓰지 마. 그 정도의 돈 좀 썼다고 허덕이면 SS급 용병이 아니지."
"하하...... 그러면 이번에도 신세를 지도록 하죠."
"나야말로 오랜만에 전력을 다할 수 있는 상대여서 재밌었으니 너무 신경 쓰지 마. 그럼 가자고."
호탕하게 웃으며 앞장서는 케이른을 보며 페이린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넬도 밥을 사 준다는 말에 앞장서는 그의 뒤를 곧바로 따라갔다.
'역시. 그 성격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군요.'
케이른의 성격을 떠올리며 페이린은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그렸다.
그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성격도 용병들 사이에서는 좋은 편이었다.
실력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용병들의 세상에서 전력을 사용하는 일은 매우 많은 편이었다. 자신보다 강한 사람이야 얼마든지 널려 있으니까.
다만 SS급의 실력을 가진 용병이 전력을 다해야만 하는 실력을 가진 이를 만나기는 힘들었다. 그렇기에 케이른의 적수는 없었지만 오늘 그가 전력을 다해야 할 상대가 나타났다.
그러니 그가 이런 대접을 해 주는 것도 그의 성격으로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실력에 있어서 상당히 냉정했다. 그 자신이 상당히 강해서 같은 SS급의 용병들 사이에서도 적수를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다른 SS급 용병들과 싸워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것은 자만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그런 케이른은 실력이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면 후한 대접을 해 주는 편이었다. 반면 실력이 지나치게 떨어지는 이들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차가웠다. 이런 이유 때문에 승급 시험을 보러 온 이들이 케이른을 만나면 거의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케이른이 아니었다면 나도 대충 했을 테지만.'
페이린이 전력을 다한 것도 상대가 케이른이기 때문이었다. 다른 용병이었다면 대충 힘을 보여 주고 적당한 등급을 얻었을 것이다.
'S급을 예상치 않게 빨리 얻긴 했지만 결과가 다 좋으면 좋은 거지, 뭐.'
페이린은 먼저 걸어가는 두 사람의 뒤를 따라 협회의 건물을 빠져나왔다.
그들이 나간 뒤 협회 안에 있던 직원들은 이야기꽃을 피웠다.
"저 꼬마가 정말 S급이라니 이곳에서 10년은 있었지만 이런 전례는 없던 것 같은데."
"그렇지만 인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잖아. 그것도 케이른 님이 인정을 해 줬다고. 게다가 그분이 직접 돈을 내주기도 했고. 그러니 우린 믿을 수밖에 없어."
페이린 일행이 나간 뒤 직원 두 명이 얘기를 주고받았다. 케이른이 옆에 있었기 때문에 말을 할 수는 없었지만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충격적인 결과였다.
SS급 용병인 케이른이, 그것도 실력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그 누구보다 냉정한 사람이 B급의 용병을 A급도 아닌 S급으로 인정했다.
"참. 자네는 그곳에 있었잖아?"
"그래. 자네가 직접 두 눈으로 보지 않았는가?"
두 사람은 다른 직원을 바라봤다. 그는 페이린을 시험장으로 안내했던 역할을 맡은 직원이었다.
자신에게 시선이 집중되는 것을 느끼며 그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인정할 수밖에 없어. 그 실력은 B급이라고 보기 힘들었으니까. 케이른 님이 날개까지 소환했거든."
페이린과 케이른의 싸움을 지켜봤던 직원의 말에 그곳에 있던 모두가 놀랐다.
푸른 날개라는 이명을 가진 케이른이었다. 그가 날개를 꺼냈다는 것은 진심을 다해서 상대를 했다는 뜻이었으며, 이곳에 있는 모두가 그 의미를 알고 있었다.
"허. 정말이야?"
"그 정도면 진심으로 싸운 거잖아?"
"그래. 그렇게 하고 S급을 받았어. 아니, SS급을 주고 싶었지만 실력이 조금 모자라대."
"......."
직원의 말에 페이린이 적은 서류를 보던 다른 직원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실력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냉정한 그 용병이 진심을 다해 전력으로 싸웠단다. 그 상대가 바로 페이린이었고. SS급을 생각했다가 S급을 줬다고 했다.
"아마 다른 용병들이었으면 SS급을 줬을지도 몰라."
"그것 참. 믿기 힘들지만 믿을 수밖에 없잖아."
그들은 페이린이 SS급을 받지 못한 이유가 실력에 있어서 아주 냉정한 케이른이 상대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케이른을 상대로 그의 진심을 꺼내게 하며 S급을 받을 정도였다. 다른 용병들이 상대였다면 분명 SS급을 줬을지도 모른다.
그 때문에 한동안 협회 내부는 시끌벅적했다.
그리고 그 논란의 중심 속에는 페이린과 케이른의 싸움을 지켜봤던 직원이 있었다. 그저 자신의 일을 했을 뿐인데 많은 직원들에게 그 상황을 설명해야만 했다.
한편 페이린 일행은 대도시 속에서 상가가 밀집된 지역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상가가 밀집된 지역에서도 특히 식당들이 밀집된 지역이었다.
"헤에...... 배고파."
그 때문에 주위에선 여러 가지 향긋한 냄새들이 퍼져 있었다. 갓 구운 빵 냄새라든지, 스튜를 끓이는 맛좋은 냄새라든지 여러 음식들의 냄새가 났다.
넬은 그런 냄새를 맡으며 거의 좀비처럼 침을 질질 흘리며 배가 고프다고 칭얼거리고 있었다. 그런 넬을 특히 미치게 하고 있는 것은 향긋하게 피어나는 고기 냄새였다. 지금의 넬은 배가 상당히 고픈 상태인데 굽고 찌는 등 여러 요리에 들어간 고기 냄새는 그녀를 정말 미치게 만들었다.
"이 아가씨는 배가 많이 고픈 모양이군. 이제 거의 다 왔으니 조금만 참으라고. 아. 저기 있군."
케이른은 자신이 자주 가는 음식점을 찾아 먼저 들어갔다. 그 뒤를 배가 고픈 넬이 침을 질질 흘리며 뒤따라갔다.
"에휴......."
페이린은 그런 넬을 보며 마지막으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사람들이 많았는데 다행히 페이린 일행이 앉을 자리는 남아 있었다.
자리에 앉아 여러 음식을 시켰고 그중 먼저 나온 음식들이 있었다. 미리 끓여 둔 스튜와 함께 갓 구운 빵이었다. 어디를 가나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지만 배고픈 넬은 그것을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아가씨라고 생각했는데 먹성은 아가씨가 아니로군. 그나저나 페이린이라고 했었지?"
"아, 네."
이곳으로 오면서 페이린에게 케이른은 말을 놓게 되었다. 페이린이 15살의 소년이었고 케이른은 중년의 나이였으니까 어쩌면 당연했다.
"나랑 대결했을 때 마지막에 사용했던 그 기술. 그거 설마 발검술은 아니지?"
케이른의 말에 페이린은 놀라 그를 쳐다봤다. 실력이 있는 만큼 그가 여러 가지를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은 했었다. 하지만 발검술을 알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그때에도 발검술을 알고 있었지. 이것 참. 이때에 알고 있던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발검술은 말 그대로 검을 뽑는 기술이었다. 보통의 발검술이라면 검집에 검을 넣은 상태에서 행한다. 다만 대련을 할 때는 슬라임에게서 얻은 검이 아닌, 셀리온이 변형된 검을 사용했기 때문에 검집이 없었다.
그 때문에 검신 위에 왼손을 살며시 얹어 둔 것이다. 검집이 있는 것처럼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 그렇게 해서 빠르게 검을 뽑아 상대를 공격하는 기술이었다.
빠르게 검을 뽑는다는 점에서는 위력이 강할지 몰라도 사실 실전에서는 그렇게 사용되는 기술이 아니었다.
처음, 그러니까 검이 검집에 담겨 있는 상태에서 싸우기 전, 즉 막 전투를 시작할 때 검을 뽑으며 사용하는 기술이었지, 전투 중에 사용하는 기술은 결코 아니었다.
발검술의 장점은 강한 공격력과 빠른 속도였다. 반면에 단점은 공격하기 전 가로막히게 되면 무용지물이었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전투 중에서는 사용할 수가 없는 검술이었다.
"이걸 어떻게 알고 계신 거죠?"
"오히려 내가 묻고 싶군. 그 발검술은 동쪽의 수인들 사이에서 전해지는 기술이 아닌가?"
케이른의 말에 페이린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에 페이린은 발검술을 자주 사용했었다. 단점이 크지만 그 단점을 모두 덮어 버릴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수인들 사이에서 전해지는 발검술은 단순히 검을 빠르게 뽑는 기술이지만, 페이린이 개량한 발검술은 검을 빠르게 뽑으며 그 안에 마나를 담아 함께 공격하는 기술이었다.
마치 오러 블레이드를 상대에게 쏘아 보내는 것과 같았다. 다만 발검술의 형태로 그것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위력은 천지차이였다.
"어쩌다 보니 익히게 되었어요. 마법을 연구하다가 검도 그렇게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해서요."
"재능이 타고났군. 그리고 그 정령은 검의 정령인가?"
"예. 단검에 봉인되어 있던 것을 풀어서 계약을 했죠."
페이린의 대답에 케이른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음식이 나올 동안 두 사람은 계속해서 얘기를 했다. 음식이 나오더라도 넬이 거의 먹어 치워 버리는 바람에 먹을 것이 없어 얘기만 할 수밖에 없기도 했지만.
"그 나이에 S급 용병이 되었는데 이제 뭔가 더 이루고 싶은 것이 있나? 알지는 모르지만 S급 정도면 어디에 가서도 꿀리지 않아. 적당한 영지에 들어가서 작위를 받는 것도 가능하지."
"귀족은 싫어서요. 어릴 적 안 좋은 일이 있었거든요."
"그런가. 그러면 내가 제안을 하나 하지."
"제안이요?"
"그래, 제안. 승낙을 하든, 안 하든 상관은 없어."
케이른은 냉수를 한 모금 마신 뒤 얘기를 마저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