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
SSS급 용병의 회귀
- 2권 19화
감지 마법 덕분에 도망치던 흑마법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일을 벌인 원흉. 과거에는 녀석의 얼굴은커녕 이 일에 배후가 있다는 것도 몰랐었다. 만일 알았다고 하더라도 대다수의 용병들과 기사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추격을 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페이린 혼자서 모든 것을 막아 냈다. 혹시 몰라 사람들이 있는 곳에는 넬을 대기시켜 두었다. 녀석이 무슨 준비를 더 해 뒀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녀 혼자서도 충분히 막아 낼 수 있을 것이다.
-키이잉!!
페이린은 곧바로 수 발의 매직 애로우를 만들어 냈다. 아주 순식간에 만들어진 마법은 곧바로 흑마법사를 향해 날아갔다.
"제, 제길!"
꼴에 흑마법사라고 녀석은 체내의 마나를 끌어올리더니 방어 마법을 사용했다. 흑색의 반투명한 방어막이 녀석의 몸 전체를 뒤덮었고 페이린의 공격은 거기에 막혔다.
"말해라. 네 녀석의 목적이 뭔지."
페이린은 다시금 매직 애로우를 만들어 내며 흑마법사에게 물었다. 이미 녀석의 목적은 잘 알고 있었다. 그건 물어보지 않더라도 뻔히 보이는 것과 같았다.
흑마법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물이 필요했다. 그 제물에는 살아 있는 생물도 포함되지만 죽은 자의 영혼도 필요했다. 또한 녀석들의 세계에서는 죽은 자의 영혼이 많으면 많을수록 강력한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작은 도시라 하더라도 그곳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과거에도 상당수의 사람들이 죽어 나갔으니 녀석의 힘은 커졌을 것이다. 그것도 꽤 많이.
"네 녀석에게 알려 줄 건 없다, 애송아!"
페이린의 물음에 흑마법사는 바닥에 침을 퉤, 뱉으며 그를 노려봤다. 그러더니 이내 녀석의 몸에서 검은색의 마나가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이내 그 마나는 수십 개의 날카로운 창이 되었다. 그 창의 끝은 당연히 페이린을 겨누고 있었다.
"계획은 실패했지만 네 녀석을 잡아가면 그분도 용서해 주시겠지! 내가 만든 역작을 파괴했다고 네 녀석이 강한 건 아냐!"
페이린은 흑마법사의 말에 인상을 찡그렸다. 이 멍청한 흑마법사는 아주 고맙게도 자신의 위에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얘기를 내뱉어 주었다.
'마음 같아선 단숨에 죽여 버리고 싶지만 정보를 조금 더 빼내야겠어.'
단순한 흑마법사라면 당장 죽여도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이 녀석의 위에 누군가가 또 있다면 얘기는 달라졌다. 녀석이 죽는다는 결과는 달라지지 않지만 적어도 그 위에 누가 있는지는 밝혀내고 죽일 것이다.
"죽어라!!"
흑마법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페이린을 향해 수많은 어둠의 창이 날아들었다. 이 마법은 흑마법사들 사이에서 공격용으로 자주 사용되는 마법이었다. 정확히는 대인용 마법이었다.
'이 마법의 원리 정도는 알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좀 놀아 줄까?'
녀석의 모든 힘을 빼놓기 위해서 페이린은 일부러 아슬아슬하게 녀석의 공격을 피했다. 그 모습을 보며 흑마법사의 입꼬리는 살며시 올라갔다.
자신이 보낸 많은 몬스터들을 홀로 잡고 게다가 오우거까지 잡은 녀석이었다. 강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녀석은 감당할 수 없는 마나를 사용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상당히 지친 상태로 보였다.
-파앗! 파앗!
날카로운 어둠의 창들이 페이린의 몸을 꿰뚫어 버릴 기세로 날아들었다. 하지만 페이린은 마법을 사용하지 않고 몸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아슬아슬하게 피해 냈다.
마법을 사용한다면 이딴 마법쯤 단숨에 박살 내버릴 수 있었지만 녀석이 더욱더 방심하기를 바랐다. 그렇기에 마나를 모두 사용해 버려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호오. 잘 버티는구나? 그래도 이건 못 피하겠지!"
흑마법사는 두 손바닥을 마주 보게 한 후 거기에 자신의 마나를 응축시켰다. 이내 녀석의 손에 검은색의 구체가 완성되었다.
-파지직. 파지지직!
보기만 해도 상당히 불길했으며 그 안에는 커다란 힘이 응축되어 있었다. 지금 녀석이 사용한 마법은 용도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정말 얕보였네. 그 정도로 자신이 있다는 건가?'
그렇지만 페이린은 그 마법을 보며 다른 생각을 했다. 단순하게 시전자의 마나를 응축하는 마법이었지만 거기에는 한 가지의 단점이 있었다.
실력이 좋은 흑마법사가 사용한다면 상당한 힘이 될 테지만 눈앞에 있는 녀석처럼 어중이떠중이가 사용하기에는 그 힘이 너무나도 커다랬다.
또한 그 힘을 사용하고 나면 부작용이 있었다. 급격하게 체내의 마나를 모으는 마법이기 때문에 적게는 몸을 움직이기 힘들어졌으며 많게는 모든 힘을 사용해서 몸을 가눌 수도 없게 되어 버린다.
"그 힘. 감당할 수 없어 보이는데, 괜찮아?"
페이린은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꾹 참고 녀석에게 물었다.
"널 죽일 수만 있다면야 이깟 마법쯤은 얼마든지 쓸 수 있다!"
"여전히 허세만 가득한 녀석들이구나. 쯧."
"뭐?"
페이린의 말에 흑마법사는 커다랗게 놀랐다. 하지만 그 말이 자신을 도발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했는지 이내 더욱더 커다란 마나를 두 손에 모으기 시작했다.
'어휴. 역시 저 멍청함은 어디로 사라지지 않는단 말이지.'
그냥 말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 게다가 정말로 페이린의 눈에는 흑마법사의 마법이 허세로 보였다. 단지 사실만을 얘기했을 뿐인데 녀석은 스스로 찔려서 자신의 모든 마나를 쥐어짜기 시작했다.
'이것으로 저걸 사용하면 몸을 가눌 수도 없겠지.'
그 정도로 상당히 많은 마나가 압축되어 있었다. 그것을 보며 페이린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키이잉!!
그와 함께 페이린의 주위에 은빛의 마나가 천천히 퍼져 나갔다. 처음에 흑마법사는 그 마나를 눈치채지 못했었다. 단순히 마나가 새하얀 눈과 뒤섞인 것이라 생각했다.
"불렀는가, 마스터."
페이린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 자신의 모든 힘을 모으고 있던 흑마법사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러더니 곧 미친 녀석처럼 웃어 대기 시작했다.
"크큭. 크하핫. 정령이라! 녀석까지 잡아가면 나의 주군이 좋아하시겠구나!!"
"네 녀석의 주군이 누군데?"
페이린은 슬며시 자만하고 있는 흑마법사를 보며 물었다.
정신이 있다면 페이린의 물음에 무시를 하거나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눈앞의 흑마법사는 정말 멍청한 녀석이었다. 무슨 자신감인지 페이린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곧 죽을 녀석이니 가르쳐 주지! 나의 주군이자 칠흑의 성을 가지신 영주이자 위대한 리치이신 카르디안 님이시다!"
"음. 그렇구나...... 뭐?"
페이린은 눈앞의 흑마법사가 힘에 취해 정보를 떠벌리는 것을 보며 녀석의 수준에 대해서 다시 생각을 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녀석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름을 듣고 정신이 돌아왔다.
카르디안이라고 불리던 리치. 그리고 칠흑의 성이라고 불리는 영지.
그곳은 페이린이 잘 알고 있는 곳이었다. 다름 아닌 이번 생에 가장 먼저 쳐부수기로 결심한 흑마법사가 살고 있는 곳이었으니까.
* * *
페이린은 흑마법사의 말에 대략 정신이 멍해지는 것을 느꼈다. 녀석의 입에서 지금 생각치도 못했던 인물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다시 말을 해 봐......."
"크큭. 몇 번이고 다시 말을 해 주마! 불멸의 리치가 되신 카르디안 님이시다!"
"하......."
혹시 몰라 다시 물어봤다. 녀석은 멍청하게도 자연스럽게 대답을 해 주었다. 그런 흑마법사의 멍청함을 보면서 페이린은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칠흑의 성이라 불리는 아무도 찾지 않는 낡은 성이 하나 있었다. 과거 페이린도 그곳에 납치를 당했었고 운이 좋게 살아남을 수 있었다.
만일 거기서 살아남지 못했더라면 지금 어떻게 되었는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꽈악!
동시에 두 주먹에 힘이 저절로 들어갔다. 녀석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을지는 대략적이나마 파악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분노가 사라지기는커녕 불에 기름을 부어 버린 것처럼 더욱더 끓어올랐다.
"이래서 흑마법사들이 싫단 말이지."
-콰아앙!!
"무, 무슨?!"
흑마법사는 자신의 모든 힘을 모으며 마법을 시전하던 중 페이린을 보며 크게 놀라 하마터면 마법을 취소할 뻔했다. 마나가 모두 없어서 마법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반대였다.
작은 페이린의 몸에서 방대한 마나가 뿜어져 나왔다. 동시에 그 마나에는 짙은 살기가 담겨 있었다. 어린 소년이 내뿜는 살기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짙었다.
그 짙은 살기 때문에 흑마법사는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으며, 분노에 차오르는 페이린의 두 눈동자를 마주하니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몸을 움직일 수가 없게 되었다.
"네 녀석을 곱게 죽이지 않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
"흐, 흥! 허, 헛소리. 허, 헛소리 마, 말아라!"
"헛소리? 이게 헛소리로 보이나?"
이전과는 180도 달라진 페이린의 모습에 흑마법사는 겁을 먹어 버렸다. 그 모습에 페이린은 인상을 잔뜩 구기며 자신의 방대한 마나를 흑마법사에게 집중했다.
-파아앙!!
"무, 무슨?! 크억!!"
페이린의 마나가 녀석에게 모이자 믿을 수 없는 일이 생겨났다. 녀석이 양손으로 시전하고 있던 마법이 강제적으로 캔슬되어 버렸다. 그 탓에 녀석은 몸을 비틀거리며 입에서 피를 한 움큼 쏟아 냈다.
"네 녀석도 고통을 느끼나 보지?"
"커흑. 애, 애송이 녀석이!"
-콰직!!
"끄아아아악!!"
페이린은 피를 토하며 당황스러워하는 녀석의 발을 세게 짓밟았다. 어찌나 세게 밟았는지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콰직! 콰직!
"끄아아아악!!"
발의 뼈가 으스러진 녀석이 눈 위에서 뒹굴자 페이린은 다시금 녀석의 다른 발과 한쪽 손을 짓밟아 버렸다. 죽지는 않을 테지만 상당한 고통을 느꼈을 것이다.
"네 녀석도 똑같이 고통을 느끼는 인간이다. 그런데 어째서 같은 인간들을 잡아다가 고문을 하며 생명을 앗아 가는 것이지?"
"크헉. 허억......."
"대답해!!"
-콰직!!
"끄아아악!!"
페이린은 녀석의 나머지 한쪽 손도 세게 짓밟아 버렸다. 마나로 신체를 강화시킨 상태였기 때문에 녀석의 한쪽 손은 아예 형태를 잃어버렸다.
"크억! 끄어억!! 끄아악!!"
말도 하지 못한 채 고통에 몸부림치는 흑마법사를 페이린은 차갑게 노려봤다. 비록 흑마법사라고 자칭하고 있지만 녀석도 똑같이 인간이었다.
페이린이 흑마법사를 싫어하며 증오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었다.
흑마법사들이 어째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사람들을 고문하며 그들의 생명을 앗아 가는 것인지. 게다가 사람들은 죽어서도 편하지 못했다.
녀석들이 가진 힘에는 사람의 영혼이 필요하기도 했다. 그 때문에 죽어서도 편히 쉬지 못하는 이들이 많았다. 대체 그들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흑마법사들에게 고통을 받아야 하는 것인가?
과거 페이린은 흑마법사를 만나 녀석들을 죽이기 전에 항상 같은 질문을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도 늘 비슷했다. 모두들 자신의 힘을 위해서 사람들을 죽였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괴로워하는 비명 소리를 즐기며, 그들의 영혼을 재료로 삼아 더욱더 높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대답이 대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