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
SSS급 용병의 회귀
- 2권 8화
-오너라, 인간. 네 녀석의 어리석음을 심판해 주마!
"셀리온!"
"예! 마스터!"
"날 믿고 정신 똑바로 차려."
"알겠다, 마스터!"
셀리온은 정신을 차리고 곧장 앞으로 뛰어나갔다. 페이린은 곧바로 체내의 마나를 끌어올렸다. 그런 뒤 셀리온에게 헤이스트를 비롯한 근력을 증가하거나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게 해 주고 반응을 빠르게 해 주는 마법 등 여러 보조 마법들을 걸어 주었다.
-카아아앙!!
미노타우루스가 휘두른 커다란 도끼와 작은 셀리온이 휘두른 검이 맞부딪치며 커다란 소리를 냈다. 두 녀석의 힘이 상당히 강했는지 거대한 충격파가 주위를 뒤덮었다.
'다시 봐도 참 무식하게 강하단 말이지. 내가 저런 녀석을 어떻게 이겼을까.'
그 당시 페이린은 신의 힘을 받기 전이었다. 그렇기에 별 볼 일 없는 검술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운이 좋게 검의 정령을 깨워 계약을 했지만 그 힘을 제대로 컨트롤할 수는 없었다.
결국 죽기 전에 어찌어찌해서 녀석을 이기는 데 성공을 했고 그 결과 넬과 만날 수 있었다. 또한 그녀가 지키고 있던 힘을 받을 수 있었고 더 강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뭐. 지금은 그렇게 오래 걸릴 것 같지는 않지만.'
과거의 페이린보다 현재의 페이린이 더 강했다. 신이 주었던 시스템도 가지고 있으며 무엇보다 4서클의 마법사였다. 게다가 검의 정령인 셀리온의 힘도 온전히 사용할 수 있었다.
-카앙! 카앙! 카아앙!!
지금도 눈앞에서 미노타우루스의 거대한 도끼를 막아 내며 조금도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비록 셀리온에게 주었던 검이 좋은 검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은빛의 마나를 불어넣어 잘 사용하고 있었다.
'나도 놀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앞에서 셀리온이 미노타우루스를 상대하고 있는 동안 페이린은 체내의 마나를 모두 끌어올렸다. 그러자 심장 근처에 존재하는 4개의 서클이 천천히 회전을 하기 시작하며 이내 맹렬하게 돌아갔다.
네 개의 서클이 모두 돌아가며 마나가 빠르게 순환되었고 페이린의 발밑에 하나의 거대한 마법진이 나타났다.
'매직 애로우.'
처음 페이린이 만들어 낸 것은 수십, 아니 백 발이 넘어가는 엄청난 양의 매직 애로우였다. 1서클의 가장 기본적인 마법이라고는 하지만 넘쳐나는 마나로 완성된 매직 애로우는 하나하나 1서클이라고 보기 힘든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것이 백 발이 넘게 있었으니 과연 저것을 1서클로 봐야 할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서 페이린의 마법이 끝이 난 것이 아니었다.
'마법 강화!'
마나를 신체에 퍼트려 신체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처럼, 완성된 마법에 더욱더 마나를 불어넣어서 마법을 더 강하게 해 주는 마법이었다.
네 개의 서클이 맹렬히 회전하고 있는 지금 페이린은 가지고 있는 마나를 대부분 소모해서 매직 애로우를 강화했다.
-키이잉!!
무색이지만 마나를 주입시키자 매직 애로우는 모두 마나 특유의 푸른빛으로 물들었다.
'우선은 한 방!'
페이린은 완성된 매직 애로우를 미노타우루스를 향해 무식하게 쏘았다.
-파앙! 파앙! 파앙! 파앙!
공기를 찢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백 발이 넘는 푸른빛의 매직 애로우가 날아갔다. 미노타우루스는 갑작스럽게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공격을 보며 막기 위해 자신이 쥔 도끼를 들어 올렸다.
-서걱! 서걱! 서걱!
하지만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셀리온이 쥐고 있던 검을 휘둘렀다. 은빛의 마나가 타오르는 형상을 하고 있는 검에 의해서 미노타우루스는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콰콰콰쾅!!
하지만 쥐고 있는 도끼를 휘둘러 상대를 할 수가 없었다. 이미 페이린이 쏘아 낸 무식한 숫자의 강력한 힘을 머금고 있는 매직 애로우를 막아 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키이잉!!
모든 매직 애로우가 소모되기 전에 페이린은 다시금 백 발이 넘는 화살을 만들어 냈다. 그것들에 다시금 마나를 불어넣어서 강화를 시켰다.
그 덕분에 순식간에 소모되었던 매직 애로우가 다시금 완성되었다.
-파앙! 파앙! 파앙!
다시 쏘아지는 매직 애로우들은 공기를 날카롭게 찢으며 날아갔다. 그 때문에 미노타우루스는 꼼짝없이 페이린의 공격을 막아 낼 수밖에 없었다.
-서걱! 서걱! 서걱!!
그러는 틈에 셀리온은 재빠르게 움직여 쥐고 있는 검을 마음껏 휘둘렀다. 페이린이 걸어 준 보조 마법도 있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욱더 강력하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크아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계속 피해를 입던 미노타우루스는 커다란 포효와 함께 도끼를 앞으로 쥐며 빠른 속도로 페이린을 향해 달려왔다.
"마, 마스터!!"
셀리온은 갑작스러운 녀석의 행동에 크게 놀라 잠깐 주춤했지만 곧바로 녀석을 뒤따랐다. 하지만 이미 화가 날 대로 나 있는 미노타우루스의 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신속! 신속!'
페이린은 마법을 영창하면서 신속 스킬을 사용해 미노타우루스를 피했다. 녀석의 몸을 밟고 허공에 가볍게 오른 페이린은 다시금 마법을 영창했다.
-샤라라락!!
다시금 백 발이 넘는 매직 애로우가 나타났다. 하나같이 푸른빛의 마나를 머금으며 강화가 되어 있는 상태의 그것들은 곧바로 미노타우루스의 머리 위로 거센 비가 쏟아지듯 내리치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악!!
미노타우루스는 고통에 포효하며 도끼를 들어 매직 애로우를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쏟아지고 있는 거센 화살 비를 막아 낼 수 없었다.
-서걱! 서걱!
게다가 언제 왔는지 셀리온이 계속해서 검을 휘둘러 미노타우루스를 공격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다시금 녀석은 무방비가 되어 얻어맞을 수밖에 없었다.
-빌어먹을 녀석들아!!
미노타우루스가 크게 포효했지만 페이린과 셀리온 두 사람의 공격을 막아 내는 건 불가능했다. 오히려 반격을 할 수도 없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카아아앙!!
그때였다. 순식간에 미노타우루스의 주변에 무색의 방어 마법이 펼쳐졌다. 그 방어 마법은 페이린이 쏟아 내는 마법도, 셀리온이 휘두르는 검도 아주 간단하게 막아 버렸다.
"그만. 이제 그만하세요. 모두들."
한 소녀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 목소리에 이곳에 있는 모두가 싸움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네, 넬 님!
"많이 다치셨네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미노타우루스는 그 소녀를 넬이라고 불렀다. 바로 이 숲을 지키고 있는 수호자였다. 넬은 곧바로 네 가지 속성의 정령들을 모두 소환했고 미노타우루스의 다친 상처들을 말끔하게 치료해 주었다.
페이린과 셀리온이 일방적으로 공격을 해서 많은 상처가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녀석의 상처는 빠르게 아물었다. 그 모습을 페이린은 가만히 바라봤다.
'역시 지금 내 나이 대와 비슷한 것 같은데. 그나저나 여전하구나.'
페이린은 상처를 치료하는 넬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보기 드문 녹색의 긴 머리칼과 녹색의 눈동자는 꽤 튀는 모습이었다.
"이만 돌아가세요."
-하, 하지만.......
"이만하면 됐잖아요. 그대가 죽는 건 보고 싶지 않아요."
-알겠습니다, 넬 님.
미노타우루스는 넬의 말에 군말 없이 숲 안으로 들어가 모습을 감췄다.
"제 소개를 할게요. 전 이곳 숲을 지키고 있는 수호자 넬이라고 해요. 보시다시피 정령사죠. 이곳에 잘 오셨어요. 선택받은 존재, 페이린 님."
"......!"
페이린은 자신의 이름이 넬의 입에서 나온 것을 보며 크게 놀랐다. 아직 자신의 이름을 모를 것이다. 게다가 그녀의 입에서 나온 '선택받은 존재'라는 말도 상당히 신경 쓰였다.
* * *
"그게 대체 무슨......."
페이린은 놀라서 되물었다. 아직 넬은 자신을 알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그 의문점은 금세 풀렸다.
-휘이잉!
"......? 설마?"
넬의 주위에서 넘쳐흐르는 마나는 평소 그녀에게서 느낄 수 있던 마나가 아니었다. 뭔가 이질적이면서도 이곳에 존재하는 마나보다 더욱더 맑고 투명한 마나였다.
그리고 전생에서 그 마나를 몇 번 느껴 본 적이 있었다.
그 누구도 가질 수 없는 유일무이한 마나.
바로 4대 속성의 정점에 있는 '여왕의 마나'였다.
"어떻게......."
페이린은 자신이 잘못 느끼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현재 일어난 상황을 부정하려고 했다. 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마나는 여왕이 깃들어 있는 넬도 함부로 사용할 수 없는 고유의 마나였다.
그리고.
"여왕님을 뵙습니다."
평소에 페이린에게 행하던 말투와 다르게 검의 정령 셀리온은 기사처럼 한쪽 무릎을 꿇고 그녀에게 예의를 갖췄다. 그것으로써 믿지 않으려 해도 믿을 수밖에 없었다.
"현신하는 것을 느끼지 못했었는데......."
"그야 그대를 만나기 전에 이미 현신을 했으니까요. 오랜만에 뵙는군요, 페이린."
넬은 그렇게 얘기를 하면서 자신의 한쪽 손을 건넸다. 페이린은 얼떨결에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기억 속에 존재하는 그녀의 모습보다는 어리지만 그녀의 손에서 느낄 수 있는 부드러움과 온기는 여전했다.
'......!'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자 갑자기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기억들이 떠올랐다. 그것들은 자신의 전생에 대한 기억이었다. 그것이 어째서 지금 이렇게 떠오르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랬군요."
넬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페이린은 그녀를 바라봤다. 이미 맞잡고 있던 손은 놓아진 지 오래였다. 그녀는 생긋 웃으면서 페이린에게 말했다.
"신님에게 얘기를 들었지만 긴가민가했거든요. 그래서 죄송한 이야기지만 허락도 맡지 않고 그대의 기억을 확인했어요."
"......이것 참. 과거나 지금이나 여전히 막무가내로 나가시네요."
페이린은 한숨을 내쉬며 넬을 바라봤다. 넬의 몸을 하고 있지만 그 안에는 여왕이 현신해 있었다. 예전에도 그녀는 그랬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우선 일을 저지르고 봤다.
당황해서 잊고 있었지만 그녀에 대한 것들을 떠올리며 페이린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말대로 자신의 기억을 봤다면 자신이 회귀를 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또한 자신을 선택받은 존재라고 불렀던 것도 신에게 무언가를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역시 신님의 말씀대로네요. 회귀를 해서 이곳으로 올 것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만 그것이 조금 앞당겨져서 저도 준비를 하느라 애를 먹었어요."
"준비요?"
"이 아이의 몸은 아직 저를 받아들이기에는 무리예요. 그래서 이 아이의 몸을 빌리기 위해서 나름대로 준비를 했어요. 그래서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는 거고요."
"그런가요. 그러면 제가 이곳에 왜 왔는지도 알고 계시겠죠."
페이린의 말에 여왕은 생긋 웃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곧 그녀의 주위에 마나가 모여들었다. 그 마나는 네 가지의 속성을 가지고 있었다.
불을 나타내는 붉은빛의 마나.
물을 나타내는 푸른빛의 마나.
바람을 나타내는 녹색의 마나.
대지를 나타내는 황색의 마나.
그 네 가지의 색이 서로 한데 어우러지더니 이내 무색의 작은 구슬이 되었다. 말이 구슬이지 마나가 뭉친 덩어리였다. 네 가지 속성의 힘이 서로 어우러졌기 때문에 강력한 힘을 머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