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
SSS급 용병의 회귀
- 2권 6화
다음 날 일어난 페이린은 여관에서 아침을 가볍게 먹었다. 아침을 먹은 뒤 여관 주인에게 당분간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를 해 뒀다.
"아마 길어 봐야 2주 안에 돌아올 것 같습니다. 그러니 그동안 방은 내버려 두세요."
"아. 네. 알겠습니다. 손님."
여관 주인은 어린 페이린에게 허리를 굽히며 인사를 했다.
"저, 혹시 손님. 필요하신 물건은 없으신가요?"
본래라면 여관 주인이 이런 것을 묻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페이린은 선금으로 무려 1골드를 내민 손님이었다. 단순한 손님이 아니었기 때문에 여관 주인이 물어본 것이다.
"아. 혹시 빵이나 육포 같은 것들 좀 구할 수 있을까요?"
페이린의 말에 여관 주인은 대답을 한 뒤 가게 안의 식량을 두는 창고로 이동했다.
잠시 후 그녀의 손에는 빵과 육포 등 페이린이 원하는 식량이 들려 있었다.
"여기에 있는 건 1주일 치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이거라도 가져가시겠어요? 더 챙겨 드리고 싶지만 아직 재료가 오지 않아서......."
"아뇨. 이 정도도 감사합니다. 얼마인가요?"
"돈은 안 주셔도 돼요. 미리 내신 방값에 포함된 식사 값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여관 주인의 말에 페이린은 가볍게 인사를 한 뒤 음식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는 그것들을 등에 멘 가방에 최대한 잘 넣어 두었다. 가방이 묵직해졌지만 그만큼 든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럼. 조심히 다녀오세요, 손님."
"예. 감사합니다."
여관 주인은 정성을 다해서 페이린을 배웅해 주었다. 그 모습에 페이린은 다시 한 번 돈의 힘이 위대하다는 것을 깨달으며 용병 길드로 향했다.
미혹의 숲으로 출발하기 전에 더크를 만나 늑대인간의 대금에 관해서 얘기를 해 둬야 했다.
"안녕하세요."
"아. 자네 왔는...... 음? 어디 가는가?"
"예. 도시 밖에 볼일이 생겨서 한 1주에서 2주 정도 자리를 비울 것 같습니다."
페이린의 말에 더크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그의 차림새는 아직 어리기는 하지만 긴 여행을 떠나는 전형적인 용병들의 모습이었다.
용병 길드에서 그런 용병들을 많이 보기도 했고 자신 또한 과거 용병으로 활동을 했을 때 배낭을 메거나 무기를 챙기는 등 먼 여행을 떠날 때 준비를 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늑대인간의 경매에 대해 모든 것을 맡기려고 합니다. 대금은 볼일이 끝나고 제가 찾으러 올 테니 그때까지 맡아 주셨으면 하고요."
"음. 알겠네. 직접 잡은 자네가 있다면 좋겠지만 어제 그 일로 인해서 충분한 신뢰를 얻었으니 모두들 값을 깎거나 퉁 치는 일은 없을 거야. 그런데 혹시 원하는 가격이 있는가?"
더크의 말에 페이린은 잠시 고민을 했다. 돈이야 어차피 마음만 먹으면 금방 벌 수 있었다. 또한 지금 가지고 있는 돈으로도 몇 달 정도는 충분히 펑펑 쓸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돈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그 대신 페이린은 한 가지 생각을 해냈다.
"돈도 좋지만 그 금액에 맞는 아티팩트를 구하고 싶습니다. 아티팩트로 대금을 치른다는 분이 있다면 무조건 받아 주세요. 전 지금 돈보다는 아티팩트가 더 필요하니까요. 비약이나 영약들도 나올 리야 없겠지만 나온다면 무조건 받아 주시고요."
아마 페이린이 마법사라는 소문은 퍼졌고 늑대인간을 잡겠다고 더크가 연락을 넣었을 때부터 마법사라는 사실은 알려졌을 것이다.
어제 몬스터들에게 포위된 상단들을 구하러 갈 때에도 그들은 페이린이 마법사라는 것을 알고 마법사가 올 수 있게끔 좌표를 적어 전서구로 보내 주었다. 텔레포트를 할 수 있게 말이다.
그렇다면 분명 아티팩트를 가지고 온 상단도 있을 것이다. 또한 비약이나 영약은 페이린의 말대로 나올 리가 없는 물건들이었다.
페이린이 만든 비약들은 전투에서 사용하는 것과 서클을 올리기 위해 사용한 것들이지만, 상인들이 가져온 비약은 그것보다 효과가 미미할지라도 복용만 하면 마나를 더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종류일 것이다.
또한 비약을 넘어 더욱더 좋은 영약은 있을 리가 없지만 지금으로선 페이린도 만들 수 없기에 그 값어치가 상당했다. 그렇기에 페이린은 돈보다도 그런 것들을 우선으로 받아서 경매를 진행하도록 부탁했다.
"음. 알겠네. 그러도록 하지. 그런데 한 상단이 그런 것들을 모두 가지고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늑대인간을 조각조각 나눠서 판매를 해도 괜찮겠는가?"
"예. 전 상관없습니다. 더 많은 아티팩트를 얻으려면 조각조각 판매하는 편이 오히려 더 낫겠죠."
"알겠네. 조심히 다녀오도록 하게나."
"예. 데일 씨가 오면 제가 자리를 비웠다고 말을 해 주세요. 그리고 다른 일거리를 찾아도 된다고요."
페이린은 말을 마치고 용병 길드를 나서려고 했는데 더크가 뭔가 생각났는지 그를 붙잡으며 물었다.
"그런데 자네, 어디를 가는지 물어봐도 되겠는가?"
더크의 말에 페이린은 잠시 고민을 하더니 대답했다.
"미혹의 숲으로 갑니다."
페이린의 말에 더크는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그도 미혹의 숲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 소문은 용병들 사이에서도 유명했다. 그 때문에 더크는 페이린이 나간 지 한참이 되었는데도 좀체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 * *
페이린은 도시를 빠져나와 미혹의 숲으로 향했다. 우연히 가 봤던 곳이지만 대강의 위치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쪽의 좌표를 외워 둘 걸 그랬나.'
페이린은 한숨을 내쉬며 미혹의 숲의 좌표를 외워 두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당시 너무 급하게 갔었기 때문에 좌표를 외워 둘 겨를이 없었다.
어차피 돌아오는 길에는 도시의 좌표를 알고 있으니 텔레포트를 사용해도 충분히 갈 수 있었다. 대부분의 마나를 소모하면 아마 한 번에 도착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헤이스트."
페이린은 마법을 발동시켰다. 새하얀 깃털이 페이린의 몸을 휘감았다가 일순간 사라지며 그의 몸이 빨라졌다. 공기의 저항을 줄여 주어 몸을 더 빠르게 해 줄 수 있는 헤이스트 마법이었다.
'신속!'
페이린은 신속 스킬을 사용해서 앞으로 쭉쭉 나아갔다. 신속은 단거리를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기술이지만 마나가 허락하는 한 연속으로 쓴다면 빠르게 달릴 수 있는 기술이기도 했다. 어디까지나 마나가 허락되는 한에서의 일이지만 말이다.
그렇게 페이린은 헤이스트와 신속 스킬을 사용해서 미혹의 숲을 향해 빠르게 나아갔다.
미혹의 숲이 위치해 있는 곳은 도시에서 대략 1주일 정도 꼬박 걸어야 갈 수 있는 외딴 곳에 있었다. 또한 그 근처에 있는 작은 마을에서도 이틀 정도는 걸어가야 도달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 상당히 먼 거리였다.
'그나저나 지금 가면 그곳에 그 애가 있을까?'
페이린은 미혹의 숲에 있던 한 여인을 떠올렸다. 과거 페이린이 미혹의 숲에 갔을 때에는 지금으로부터 약 5~6년 이상이 흘러 성인이 되었을 때였다.
그때 미혹의 숲에 들어갔고 우연히 검의 정령을 깨워 계약을 맺을 수 있었으며 그곳에 존재하는 힘을 얻었다. 그리고 그 힘을 주었던 여인이 있었다.
'수호자라고 했었지.'
그녀는 대대로 미혹의 숲을 지키고 있는 수호자라고 자신을 소개했었다. 다른 4대 속성을 지닌 정령들과 계약을 맺은 이들이 찾아왔을 때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 때문에 그들은 미혹의 숲을 빠져나올 수 있었음에도 어떠한 힘도, 지식도 얻을 수가 없었다.
그 반면 페이린이 가지고 있던 검은 일종의 열쇠와도 같았다. 그것 덕분에 검의 정령을 깨울 수 있었고, 그곳에 존재하는 비밀스러운 공간에 도달해 결국 그녀를 만날 수 있었으니 말이다.
'4대 정령을 모두 다룰 수 있었으니 확실히 수호자라는 역할이 맞았지.'
미혹의 숲을 지키고 있는 수호자는 네 가지 속성의 정령을 모두 다스릴 수 있었다. 검의 정령과는 관계없는 이야기이지만 네 개의 속성을 가진 정령들은 세 가지의 급으로 나뉜다.
하급, 중급, 상급의 정령들로 나뉘는데 그 수호자는 네 가지 속성의 하급 정령들과 계약을 맺고 있었다.
'나중에는 결국 네 명의 상급 정령과 모두 계약을 맺었지. 마법에만 열중했던 나와는 달리 정령에 있어서 그녀를 따라올 사람은 없었어.'
페이린은 검의 정령이 있었기 때문에 네 가지 속성의 정령에 관심을 주지 않았다. 계약을 시도조차 하지도 않았었다. 아니, 페이린은 정령과 계약을 맺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었다.
검과 마법 두 가지의 힘에 어느 정도 능통했던 탓도 있지만 미혹의 숲을 지키는 수호자인 그녀와 동행을 했기 때문이었다. 굳이 네 가지 속성을 모두 다룰 수 있는 정령이 존재하는데 자신이 정령과 계약을 맺을 이유는 없었다.
'이번에도 과연 같이 가 줄까? 가 주겠지?'
과거에 그녀는 페이린을 따라서 대륙을 여행했었다. 미혹의 숲을 수호하는 역할을 가지고 있었지만 페이린이 오면서 더 이상 그 힘을 수호할 가치가 없었다.
'진짜 오랜만에 볼 수 있을 것 같네, 넬.'
페이린은 오랜만에 그녀의 이름을 떠올렸다. 흑마법사들이 세상에 난리를 치며 자신이 신에게 선택을 받았을 때에도 그녀만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애당초 네 가지 정령과 계약을 하고 미혹의 숲을 지키고 있는 그녀에게 무언가를 숨기는 것은 불가능했었다.
'4대 정령들의 가장 위에 군림하고 있는 여왕이 그녀였으니까.'
그녀의 진짜 정체는 정령들의 여왕이었다. 좀 더 정확히 얘기를 하면 정령들의 여왕이 그녀의 몸에 깃들어 있다고 하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 때문에 네 명의 상급 정령과 계약을 맺을 수 있었으며 그들은 그녀의 말에 절대적으로 복종을 했었다. 또한 나중에 마왕과의 전투에서 그녀의 몸에 여왕이 현신했었다. 그 때문에 알고 있는 것이지 아니었다면 아마 알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녀와 함께 여행을 하면 흑마법사들을 훨씬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겠지.'
그녀의 힘은 강했다. 지금의 페이린보다 어쩌면 더 강할 수도 있었다. 정령들의 힘이란 것은 마법사의 서클이나 기사들의 등급처럼 어떻게 매길 수 있는 힘이 아니었다.
하급 정령이라고 하지만 그 힘은 3서클 마법사와 비슷했다. 비록 3서클이 일반적인 마법사가 최대로 도달할 수 있는 한계라고는 하더라도 정령들의 힘은 그것 이상이었다.
그렇지만 4서클의 마법사보다는 하급 정령이 약한 편이었다. 하지만 하급 정령이 무려 네 명이나 있다면 그건 이야기가 달라진다. 3서클의 마법사가 네 명. 그것도 일반적인 3서클의 마법사보다 강한 마법사가 네 명이라는 소리였다.
현재 페이린의 무력을 압도할 정도는 아니지만 비슷하거나 조금 더 강할 정도였다. 그렇기에 그녀가 합류하면 전력이 크게 늘어났다.
'기대되는 걸.'
페이린은 몇 날 며칠 계속 마법을 사용하면서 미혹의 숲으로 향했다. 벌써 5일 정도가 흘렀다. 그동안 최대한 잠을 줄이고 만들어 둔 회복 포션을 마시거나 쉬면서 마나법을 하는 등 여러 방법으로 마나를 회복하며 이동을 했다.
그 결과 5일 만에 미혹의 숲 근처에 도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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