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
SSS급 용병의 회귀
- 2권 3화
길드에 도착한 페이린은 곧바로 더크를 만나러 갔다.
"절 부르셨다는데 무슨 일이십니까?"
"자네에게 특별 의뢰가 들어왔네."
"특별 의뢰요?"
"그래. 자네, 요즘 들리는 소문을 알고 있나?"
"소문이라면......."
더크의 말에 페이린은 시장에서 들었던 얘기를 떠올렸다. 요즘 들어 상단이 몬스터들에게 많은 습격을 받는다는 소문. 그 때문에 도시 내의 물자는 떨어져 가고 있었으며 상인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늑대인간을 사기 위해 이곳으로 오는 상단들이 급하게 전서구를 보냈네. 많은 몬스터들에게 포위되었다는 내용이야. 그래서 늑대인간을 잡은 인원을 보내 달라고 도움을 요청하더군."
"그런가요......."
"자네라면 충분히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네."
더크의 말을 들은 페이린은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상단들은 기본적으로 용병들을 고용해서 다닌다. 그런 상단들이 한낱 몬스터들에게 둘러싸여 겨우겨우 버티고 있다는 소리는 그만큼 적들이 강하다는 소리였다.
-빠득!
'이 빌어먹을 흑마법사 새끼들!!'
이가 부러질 정도로 꽉 물며 크게 분노하는 페이린의 모습을 보며 더크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데일 또한 그 살기에 짓눌려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들의 눈앞에 있는 건 실력이 출중한 꼬마 마법사가 아니었다. 30~40살 이상은 먹은 노련한 경험이 있는 마법사와 같았다. 페이린의 몸에서 넘쳐흐르고 있는 살기는 15살의 꼬마가 절대로 내보일 수 없는 살기였다.
"가겠습니다. 그리고 그 전서구 좀 보여 주실래요?"
페이린의 말에 더크는 곧바로 전서구를 내주었다. 보통 새를 이용해 작은 쪽지 등을 보내지만 그쪽에 마법사가 있는지 아니면 아티팩트를 사용했는지는 몰라도 전서구에는 마나로 좌표가 적혀 있었다.
마법사만 알아볼 수 있는 좌표였는데 아마도 늑대인간을 잡은 마법사라면 한 번에 올 수 있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인 것 같았다.
-꿀꺽.
확인을 마친 페이린은 로브 안주머니에서 아까 전 만들어 두었던 비약 하나를 꺼내 들이켰다. 체내의 마나를 급격히 활성화시켜 주는 비약이었다.
-키이잉!!
"무, 무슨?"
"데일 씨. 제 손을 잡아요. 저랑 함께 갑시다."
"아, 알겠습니다."
갑작스러운 마나 반응에 더크는 크게 놀랐다. 분명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마나는 느끼지 못했었다. 그렇지만 곧 페이린이 마신 것 때문에 마나가 급격히 늘어났다고 생각을 했다.
잠시 후 페이린의 발밑에 푸른색의 마법진이 생겨났다. 그와 함께 방대한 마나가 퍼져 나갔고 곧 페이린과 데일 두 사람의 모습은 용병 길드에서 사라졌다.
* * *
페이린이 출발하기 약 한 시간 전.
여러 크고 작은 상단들이 작은 도시로 향해 오고 있었다.
"늑대인간이라니 그 말 진짜겠지?"
"그래. 무려 그 더크가 직접 상단들에게 연락을 했다면서. 그 덕분에 우린 이렇게 가고 있는 거고."
"믿을 수 없군. 늑대인간이라니."
"나도 믿을 수 없긴 한데 그 도시 근처에 3개월째인가? 클리어하지 못한 던전도 홀로 클리어했다던데?"
"그건 나도 들었는데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나도 터무니없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그 의뢰를 맡긴 탐험가들과 귀족 분들이 그곳을 방문하러 갔다더군. 게다가 용병들 사이에서 유명한 파야도 보증을 했어. 그러니 믿을 수밖에."
"허. 그것 참."
푸른 초원을 가로지르며 상단들은 여러 얘기를 주고받았다.
늑대인간을 사기 위해서 작은 도시로 향하는 상단만 현재 이곳에 다섯 개가 넘었다. 작은 상단들은 근처에 있다가 소식을 듣고 가는 것이고, 대도시에서 소식을 듣고 온 커다란 상단도 있었다. 그리고 마침 가는 길이 같기 때문에 이들은 함께 작은 도시로 향하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어지간해서 볼 수 없는 상단들의 행렬이었다. 그 상단들의 마차들을 호위하면서 걷고 있는 용병들도 그 수가 꽤 되었다.
"이야. 녀석, 얼굴 보기 힘들다 했더니 거기서부터 온 거냐?"
"하하. 그렇죠. 오랜만입니다, 형님."
"그래, 인마. 얼굴이 통 안 보인다고 해서 죽은 줄 알았더니 아직은 용케 살아 있다?"
"형님도 농담이 지나치시네요."
"오늘 내로 목적지에 도착할 텐데 가서 한잔해야지?"
"그럽시다. 술은 형님이 사는 걸로 하죠."
"이 녀석이?"
용병들은 호위를 맡고 있었지만 이런 일이 좀처럼 드문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간간이 알고 지냈던 이들을 만나기도 했다.
그 덕분에 분명 의뢰를 수행하고 있지만 어째서인지 현역 용병들이 모여 간만에 생사를 확인하는 자리가 되어 버렸다.
"전원 정지!"
그렇게 한참 잘 가고 있는데 행렬의 앞쪽에서 갑자기 정지하라는 소리가 들렸다. 아직 목적지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정지하는 행렬을 보며 처음에 용병들은 의아했다.
"이런 미친."
"또 몬스터들인가?"
"이 미친 새끼들은......."
하지만 그들은 전투의 프로답게 곧바로 무기를 꺼내 들고 자신들이 맡은 상단을 호위하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잠시 후 그들의 눈앞에는 한 무리의 고블린들이 나타났다.
고블린들 한두 마리 정도는 쉬운 상대였다. 더구나 용병들이 이렇게 많다면야 그건 상대할 가치도 없는 녀석들이었다. 그렇지만 이런 많은 용병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블린들이 나타나 덤볐다.
주위에 보이는 고블린들의 수는 대략 40~50마리 정도였다. 그 숫자는 절대로 있을 수 없었다.
"오, 오우거다!!"
"오크까지 오고 있습니다!!"
"뭐?"
용병들의 외침에 상인들은 크게 놀랐다.
이런 작은 도시에 오우거라니!
오크 정도는 이해를 하겠지만 오우거는 좀처럼 보기 힘든 녀석이었다.
-카앙! 카앙!
그런 생각도 잠시, 곧 고블린들과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오우거가 나타난 이상 녀석을 처리해야만 했다. 그 전에 고블린들의 숫자를 줄여 둘 필요가 있었다.
-서걱! 서걱!
이곳에 존재하는 용병들은 못해도 C급이었다. 가장 높은 용병은 A급이었다. 게다가 용병들은 모두 30~40명 정도 되는 대규모의 인원이었다.
고블린 정도는 문제없이 상대를 할 수 있는 힘을 가졌지만 문제는 계속된 싸움 때문에 상당히 지쳐 있었다. 이곳으로 오기까지만 하더라도 벌써 세 번의 전투가 이어졌다.
늑대 떼거리들과 고블린 떼거리들.
죽여도, 죽여도 어째서인지 녀석들의 수는 줄어들지 않고 어디선가 마구 나타났다. 그래서 평소라면 손쉽게 해치울 적들이었지만 누적된 피로로 인해 용병들은 쉽게 녀석들을 해치울 수 없었다.
"젠장. 이대로 가다간 우리가 전멸하는 건 시간문제요!"
"그렇지만 용병들을 어디서 부를 수는 없지 않습니까?"
"잠깐. 내게 좋은 생각이 있소."
상인들이 우왕좌왕하며 말싸움을 할 때 한 사람이 손을 들었다. 좋은 인상을 하고 있는 중년의 남자였다. 그는 이곳에 있는 상단들 중 규모가 가장 컸으며 왕국 내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상단에서 나온 사람이었다.
"도시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 도시에 있는 용병 길드에 도움을 요청합시다. 우선은 가장 빠르게 올 수 있는 자로 말이오."
"그렇지만 말도 없을 텐데 그들을 기다리기에는 너무 늦지 않을까요?"
"늑대인간을 홀로 잡은 그 마법사를 이곳으로 파견해 달라고 하면 되지 않겠소. 마법사라면 분명 텔레포트로 이곳으로 올 수 있을 거요."
그 상인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텔레포트는 수준 높은 마법이었다. 그렇지만 늑대인간을 홀로 잡을 수 있을 정도면 그 정도의 마법은 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곧바로 전서구를 준비하고 연락용 아티팩트를 사용해 이곳의 좌표를 함께 보냈다.
-키이잉!!
그리고 지금 그들이 한창 싸우고 있는 곳에 강대한 마나가 흘렀다. 마나 특유의 푸른빛이 상단들이 가져온 마차를 둘러쌌고 곧 하나의 마법진이 생겼다.
마법진이 사라지고 나타난 건 두 명의 사람이었다. 한 명은 배낭을 메고 있는 데일이었고, 다른 한 명은 텔레포트 마법을 발동시킨 장본인인 페이린이었다.
"데일. 회복용 포션이 여기 있으니까 부상자들이 보이면 아끼지 말고 치료해 줘요. 양이 얼마 되진 않지만요."
"네, 넵! 알겠습니다."
데일에게 만들어 둔 포션을 건네준 뒤 페이린은 곧바로 용병들이 싸우고 있는 곳을 향해 갔다.
'개자식들!!'
용병들은 수많은 고블린들과 오크들 그리고 오우거들에게 둘러싸여 겨우겨우 방어만 하고 있었다. 종종 사망자도 눈에 들어왔다. 그 광경을 보며 페이린은 두 주먹을 꽉 쥐고 이를 악물었다.
-촤라락! 촤라라락!!
곧 페이린의 의지대로 수십 발의 매직 애로우가 생겼다. 마나를 넘치게 해 주는 비약을 마신 지금 그 매직 애로우에는 평소보다 더 짙은 마나가 실려 있었다. 당연히 그 위력도 상당히 늘어났다.
-파앙! 파앙!
순식간에 만들어져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매직 애로우는 주변에 있는 고블린들의 머리나 심장을 정확히 꿰뚫었다. 한 발에 한 마리씩 고블린들은 자신들이 뭐에 맞았는지도 모르고 죽음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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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치가.......
순식간에 많은 고블린들을 잡아 경험치가 빠르게 올라갔지만 페이린은 신경 쓰지 않았다.
-파앙! 파앙! 파앙!
"모든 용병들은 지금 당장 뒤로 물러나!!"
페이린은 매직 애로우를 난사하며 몬스터들의 숨통을 끊어 놓았다. 그와 동시에 마나를 실어 커다란 소리로 외쳤다. 그 소리를 들은 용병들은 즉시 어떤 말도 하지 않고 다친 동료들을 부축하거나 하는 등 페이린의 뒤로 물러섰다.
'소환!'
페이린은 곧바로 검의 정령을 불러냈다. 은빛의 마나가 주변으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거기에는 짙은 살기가 담겨 있어 오크나 고블린들은 쉽사리 움직이지 못했다.
"불렀는가, 마스터."
"어. 눈앞에 있는 새끼들 모두 쓸어버려."
검의 정령 셀리온은 페이린의 말에 잠시 그를 바라봤다. 평소와는 달리 말투가 제법 거칠었고 뭐 때문인지 모르지만 상당히 분노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셀리온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자신의 주인이 분노를 했다면 그에 걸맞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아마도 눈앞에 존재하는 수많은 몬스터들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셀리온은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튀어 나갔다.
"헤이스트."
페이린은 앞으로 달려 나가는 셀리온에게 더욱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헤이스트 마법을 걸어 주었다. 순간 새하얀 깃털이 나타나 셀리온을 휘감았다 사라졌다.
-서걱! 서걱!
그것도 잠시, 셀리온은 페이린의 명령대로 눈앞에 존재하는 수많은 몬스터들의 목숨을 끊어 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