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용병의 회귀-28화 (28/131)

# 28

SSS급 용병의 회귀

- 2권 1화

9장. 4서클의 마법사

다음 날. 페이린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아침의 상쾌한 공기를 느끼면서 그는 마나법을 했다. 체내의 마나를 이리저리 움직여 활성화시키며 주변에 존재하는 마나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매일 그렇게 했지만 오늘은 조금 특별했다. 페이린은 평소보다 마나법을 오래 했다. 이미 체내에 많은 마나가 쌓여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마나를 순환시키는 일을 했다.

그가 이렇게 아침에 마나를 계속해서 순환시키는 이유는 간단했다. 오늘 바로 4서클로 올라가기 위함이었다.

'마나를 움직이는 건 이쯤 할까.'

평소에는 30분 정도 마나법을 하지만 오늘은 두 시간 정도 마나를 움직였다. 덕분에 상당히 개운한 느낌을 받으며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었다.

입맛도 좋아져 아침도 평소보다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그래 봐야 빵 한 덩이와 수프뿐이었지만 따뜻하고 배를 채울 수 있었으면 그걸로 만족했다.

아침을 해결한 뒤 페이린은 시장으로 향했다. 어젯밤 늑대인간을 잡으면서 얻을 수 있었던 상급 마정석과 보름달의 넘치는 마나를 머금고 있는 달맞이꽃들을 사용하기 위함이었다.

평소처럼 대충 그릇에 넣고 비약을 만들어도 되지만 이번에는 재료가 상당히 좋았다. 그런 재료들이 손에 많이 들어왔고 돈도 넉넉하게 있었다.

그 때문에 이번에는 연금술사들이 사용하는 기구는 사용하지 못하더라도 이곳에서 구할 수 있는 좋은 기구들과 재료들을 이용해 더욱 좋은 비약을 만들고 싶었다.

"저거랑 이거랑 주시고요. 음. 혹시 촉매제나 성수가 있을까요?"

"있긴 합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시죠."

기구들을 사는 김에 페이린은 촉매제와 성수도 함께 구입을 하기로 했다.

촉매제는 비약을 만드는 데 상당히 큰 도움을 주는 물건이었다. 마법사이며 연금술도 할 수 있는 만능 용병인 페이린도 만들 수야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만드느라 마정석을 소모해 버릴 바에 차라리 질이 나쁘더라도 넉넉히 가지고 있는 돈을 이용해서 구입해 버리는 편이 나았다.

성수 또한 비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물건이었다. 일반적인 시냇물과 달리 불순물 없이 맑고 깨끗했으며 무엇보다도 비약을 만드는 데 사용하면 마나를 잘 녹게 해 주는 효과가 있었다.

"도시긴 하지만 작은 곳이라 성수와 촉매제는 그렇게 많지 않네요."

"괜찮아요. 전부 다 주세요."

"예. 전부 다 해서 75실버 되겠습니다."

페이린은 주머니에서 1골드를 하나 꺼내 가게 주인에게 내밀었다.

"잔돈은 됐어요. 그럼 많이 파세요."

"가, 감사합니다. 또 오십쇼!"

가게 주인은 1골드를 손에 쥐고 크게 놀라며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했는데 모자라다고 생각했는지 아예 이마가 땅에 닿을 정도로 머리를 엄청나게 숙이며 인사를 했다. 그 모습을 보며 페이린은 살며시 손을 흔드는 것으로 답했다.

'이제 돌아갈까.'

시장에서 살 수 있는 것들은 모두 구했다. 촉매제와 성수가 이런 도시에서 구하기 쉬운 물건은 아니었기 때문에 양이 적었다. 그렇지만 구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를 해야 했다.

이 도시는 무역도 활발하지 않아 상단을 보기가 힘들었다. 용병 길드가 있지만 이곳에 들르는 상단은 거의 없었다. 도시 자체가 작다 보니 얻을 것이 없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그리고 요새는 이런 소문이 돌고 있었다.

"요새 상단들이 더 찾아오지 않는 것 같아 큰일이네."

"그러게 말입니다. 저희도 상단들을 본 지 2주일이 넘은 것 같아요. 요새 몬스터들이 급격하게 늘어났다는 소문이 있던데......."

"그것도 그렇지만 어째서인지 소상인들은 상관없지만 상단 정도 되면 규모가 커서 그런지 몬스터들의 습격을 많이 받는다고 하더라고. 저번에 왔던 분도 그런 얘기를 했었어."

"그것 참 골치 아픈 일이네......."

상인들 사이에서 돌고 있는 소문은 어지간해선 믿을 수 있었다. 그들은 물건을 팔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과 거래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소문이나 정보 등을 얻을 수 있었다.

여기저기서 상인들이 나누는 말들을 들으며 페이린은 쓴웃음을 지으며 여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맘때부터였던가?'

과거에도 저런 소문은 존재했었다. 그리고 그 소문의 실체는 훨씬 시간이 지나고서 밝혀졌다.

이 도시에서 대도시로 가는 길목에는 몇 개의 작은 도시들이 존재했다. 그런 도시들을 제외하면 하나의 영지가 있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하나의 성이었는데 외관부터 으스스해서 모두들 버려진 성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그곳 영주가 흑마법사랑 연관이 있다는 걸 누가 알았겠어. 쯧.'

버려진 성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 영지의 영주는 흑마법사와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나중에서야 밝혀진 사실이지만 그 영주는 흑마법사에게 돈을 받고 그들의 실험을 도와주는 등 여러 가지 못된 짓들을 골라서 했었다.

'끙. 아직 이곳의 습격도 막지 못했는데. 그 힘을 얻고 나면 그다음 목표는 그 영지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릴까.'

페이린도 사실 그 영지에 납치되었던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운이 좋게 살아남았었다. 하지만 두 번 다시 그곳으로 갈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이번엔 니들 생각대로 안 될 거야. 빌어 처먹을 새끼들.'

페이린은 두 주먹을 꽉 쥐며 흑마법사에 대한 분노를 상기했다. 이 빌어먹을 것들은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분노가 사그라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깊어지기만 했다.

녀석들은 마치 양파와도 같았다. 까고, 까고 또 까더라도 계속해서 뭔가가 나왔다.

'후우. 우선은 4서클을 만드는 것만 생각을 할까.'

어느새 페이린은 여관에 도착했다. 여관의 주인과 종업원은 짐을 한가득 들고 오는 그를 보며 놀랐지만 곧 그가 숙박료로 1골드를 한 번에 냈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손님. 저희가 도와 드리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자신은 지금 15살의 꼬마이지만 큰돈을 가지고 있었다. 그 생각을 하니 페이린은 웃음이 터져 나오려고 했다.

과거에는 꼬마에 돈도 없고 힘도 없어 늘 무시당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힘도 있고 돈도 있기 때문에 꼬마이지만 이렇게 대접을 받고 있었다. 본의 아니게 그 점을 떠올리니 뭔가 우스웠다.

그렇게 돈의 힘(?) 덕분에 페이린은 많은 짐들을 비교적 수월하게 옮길 수 있었다. 몇 번 왔다 갔다 하는 거야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지만 이렇게 도움을 주는 데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역시 세상은 돈이라니까."

돈이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었다. 이런 대접을 받는 것부터 해서 사람의 목숨도 촛불을 입김으로 훅 불어 꺼 버리는 것처럼 꺼뜨릴 수 있었으니까.

"후우."

페이린는 우선 방문을 걸어 잠갔다. 중요한 일을 하는 데 누군가에게 방해받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뒤 어젯밤 늑대인간을 잡고 얻은 재료를 모두 꺼냈다.

이미 4서클에 달성할 수 있는 조건은 모두 만족했다. 시스템의 힘 덕분에 마나가 비정상적으로 넘쳐흐르고 있었으니 지금 당장이라도 4서클에 진입을 할 수 있었다.

다만 늑대인간에게서 얻은 물건들을 사용해서 마나를 더 늘리고 싶었을 뿐이었다.

3서클까지는 쉽게 갈 수 있지만 4서클부터는 아니었다. 3서클과 4서클의 차이는 상당했으며 4서클과 5서클도 그 차이가 하늘과 땅처럼 벌어졌다. 그렇기에 이 좋은 재료들을 이용하더라도 4서클을 넘어 5서클이 되는 것은 불가능했다.

페이린은 우선 상급 마정석을 꺼냈다. 그리고 그것에 마나를 흘려 조심스럽게 두 조각을 냈다.

'아무리 나라도 이걸 몽땅 써서 비약을 만들면 감당이 되지 않을 거야.'

재료를 모두 소모해서 비약을 만들 수는 있어도 그것을 복용할 수는 없었다. 좋은 비약을 먹는다고 해도 몸이 받쳐 주지 않는다면 좋은 비약만 날려 먹는 꼴이다. 그것을 많은 경험으로 잘 알고 있는 페이린이었다.

-쩌적. 쩌저적.

두 동강 난 상급 마정석을 그릇에 올려 둔 뒤 페이린은 마나를 주입했다. 반 토막이 나도 크기가 꽤 컸는데 페이린의 마나를 받아들여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마정석 전체에 조그마한 균열이 생겼고 이내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고운 가루가 되었다. 그 고운 가루를 잠시 바라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은 페이린은 시장에서 사 온 커다란 비커에 그것들을 모두 털어 넣었다.

"달맞이꽃도 많긴 하구나. 어휴."

마나초가 적은 것도 문제지만 이렇게 많이 남아도는 것 또한 상당히 문제였다. 게다가 늑대인간이 있던 자리에서 피어난 수많은 달맞이꽃들에 녹아 있는 마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라질 것이다.

그 때문에 마음이 더 아프고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도 잠시, 페이린은 배낭에서 달맞이꽃들을 몽땅 꺼냈다.

그런 뒤 비커에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양들을 집어넣었다.

"와. 진짜 많긴 하다."

많은 양을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배낭의 절반 정도 되는 양이 아직 남아 있었다. 그것을 보며 페이린은 인상을 찡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페이린은 시장에서 사온 촉매제와 성수를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모두 비커에 털어 넣었다. 그 덕분에 비커는 섞이지 않은 내용물로 가득하게 되었다.

"시작해 볼까."

페이린은 어마어마한 재료를 보며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마법을 사용해 푸른색의 불꽃을 만들어 냈다.

원하는 대상을 태우는 마법인데 이전보다 마나가 더 많아졌기 때문에 화력도 강해졌다. 비커의 내용물이 빠르게 끓는 것을 보면서 그는 나무로 된 기다란 숟가락을 이용해 비커 안의 내용물들을 휘저었다.

그와 함께 자신의 마나를 불어넣어 제멋대로 노는 내용물들이 하나가 되게끔 잘 저었다. 촉매제와 성수가 추가되어서 그런지 처음 비약을 만들 때보다 훨씬 더 쉽게 하나가 되었다.

몇십 분 정도 잘 저어 주자 내용물이 잘 섞여 새파란 빛을 내기 시작했지만 아직 비약이 완성된 것은 아니었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재료들이 왕창 들어갔다. 그 때문에 그 재료들이 잘 녹아들 때까지 충분히 저어 주어야 했다.

-화아악!!

팔이 슬슬 아파 올 때쯤 내용물이 더욱더 푸르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 상태에서 몇 분 정도 더 저어 주니 내용물이 점점 줄어들었다.

결국 커다란 비커 가득 들어갔던 재료들은 비커의 약 1/5 정도 남게 되었다. 그 상태에서 마나를 더욱더 섬세하게 불어넣고 불 조절을 잘 해 주며 저어 주자 드디어 비약이 완성되었다.

-상급 마나 증진의 비약을 완성하셨습니다.

-처음으로 상급 비약을 완성하여 경험치가 300,000 증가합니다.

-회귀자 칭호로 인해 경험치가 300,000 추가로 증가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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