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
SSS급 용병의 회귀
- 1권 25화
-콰콰콰쾅!!
늑대인간이 먼저 달려들기도 전에 페이린이 완성된 불덩어리들을 녀석에게 쏘아 보냈다. 곧 커다란 폭발 소리와 함께 늑대인간의 몸에서 새카만 연기가 피어올랐다.
"호오?"
늑대인간은 페이린의 공격을 막아 냈다. 늑대인간이 되면서 생긴 방대한 마나를 두 팔에 응축시켜 막아 낸 것이다. 그것을 보며 페이린은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 상당히 약한 늑대들을 상대하면서 시시하다고 생각했었다. 늑대인간을 잡으면 이득이 있지만 그것을 떠나서 강한 녀석을 잡고 싶다는 욕망도 있었다. 그 때문에 일부러 실버 울프가 만월의 풍부한 마나를 받아들이게 해서 늑대인간이 되도록 유도한 것이다.
페이린은 늑대인간을 보며 다른 마법을 준비했다. 이윽고 그의 머리 위에는 다시 다섯 개의 불덩어리가 완성되었다. 또한 수십 발의 매직 애로우도 완성되어 있었다.
"마법사의 밤은 길지. 놀아 보자. 반 푼이 자식아!!"
-콰콰콰쾅!!
페이린이 만든 수많은 마법들이 늑대인간을 향해 날아갔다. 평범한 늑대였다면 뼈도 못 추릴 정도로 상당히 위력적인 마법들이었다.
하지만 늑대인간은 두 팔에 마나를 집중시켜 페이린의 모든 마법들을 막아 냈다.
"히익......!!"
무적이라고 생각했던 페이린의 마법을 아무렇지 않게 막아 내는 늑대인간을 보며 데일의 얼굴빛은 사색이 되었다. 반면 페이린의 얼굴은 평온했다.
'이 정도는 해 줘야 늑대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겠지.'
늑대인간은 보스 몬스터로 취급되는 녀석이었다. 그러니 이 정도의 마법으로 허무하게 죽어 버린다면 그 이름값이 아까웠다.
-아우우우!!
늑대인간은 귀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커다랗게 울부짖기 시작했다. 데일은 이미 귀를 틀어막고 페이린의 뒤에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이거 잘못되는 거 아니겠지......?'
데일은 늑대인간이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며 걱정을 했다. 늑대인간은 강하다고 생각했던 페이린의 공격들. 지금까지 수많은 늑대들의 목숨을 끊어 버린 공격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막아 내 버렸다.
그 때문에 데일은 속으로 일생일대의 심각한 고민을 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도망을 쳐야 할지, 아니면 페이린을 믿고 이곳에 남아 있어야 할지 걱정이었다.
-샤라락!
'맙소사......!!'
데일은 놀라 소리쳤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너무 겁을 먹은 나머지 목구멍에서 소리가 되어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데일을 크게 놀라게 만든 이유는 늑대인간이 마법을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페이린이 사용했던 것과 똑같은 매직 애로우 수 발이 늑대인간의 주위에 완성되었다.
몬스터가 마법을 사용한다는 얘기는 그로서는 들어 본 적도 없었을뿐더러 본 적도 없었다. 그렇기에 데일은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을 했다.
"흐음. 그래. 그 정도는 해 줘야 재밌겠지?"
-딱.
반면 페이린은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늑대인간이 만든 것과 똑같은 매직 애로우를 만들어 냈다. 녀석은 그걸 보며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페이린을 향해 마법을 쏘아 내기 시작했다.
-파앙! 파앙!
늑대인간이 쏘아 낸 매직 애로우는 페이린에게 닿기도 전에 허공에서 형태가 하나둘씩 사라졌다. 그것을 보며 데일은 물론이고 마법을 만들어 낸 늑대인간은 허무한 표정을 지었다.
"겨우 그 정도냐? 쯧."
페이린은 허공에 가벼운 손짓을 했다. 그와 함께 붉게 타오르는 화살이 여러 발 만들어졌다.
"크아아앙!!"
늑대인간은 울부짖으며 마법을 만들려고 했지만 그보다 먼저 페이린의 마법이 녀석을 향해 날아갔다. 활활 타오르는 불화살은 녀석의 몸 곳곳에 꽂혔다.
-촤라락! 촤락!!
그와 동시에 녀석의 몸에 윈드 애로우가 여러 발 꽂혔다. 그것은 일반적인 마법과는 달리 개량된 마법이었다. 그 때문에 화살이 꽂힌 자리에서 곧 수많은 바람의 칼날이 생겨나 녀석의 가죽을 찢기 시작했다.
"죽여 버리겠다!! 인간!!"
늑대인간은 고통을 느끼며 한 발을 들었다. 그리고는 그 발에 온 힘을 실어 지면을 힘껏 밟았다. 단지 발을 구른 것뿐이었다. 그렇지만 곧 거대한 지진이 일어나며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바람이 일어나 페이린을 뒤덮었다.
-카아앙!!
하지만 페이린도 호락호락 당하지 않았다. 순식간에 체내의 마나를 주변으로 퍼트렸다. 동시에 강력한 방어 마법이 펼쳐졌다.
3서클의 방어 마법이었지만 3서클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그 덕분에 늑대인간이 행한 회심의 일격은 조금도 먹히지 않았다.
"노는 건 이쯤으로 해 둘까."
페이린은 살며시 허리춤에 차고 있던 롱소드를 꺼냈다. 지팡이가 없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커다란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 검이라도 들어야 했다.
페이린은 오른손으로 롱소드의 손잡이를 잡아 일(一)자로 눕혔다. 그런 뒤 나머지 한 손을 롱소드의 끝에 살며시 가져다 대었다.
그 상태에서 체내의 마나를 쥐어짜며 최대한으로 끌어냈다. 그와 함께 그의 입에서 하나의 주문이 조용히 흘러나왔다.
"작열하는 불꽃을 머금은 힘이여, 모든 것을 얼어붙게 만드는 냉기여. 이 자리에 나타나 내 뜻에 따르거라."
주문을 외우자 페이린의 발밑에서 두 개의 마법진이 서로 겹쳐져 완성되었다. 하나는 보는 것만으로도 열기를 느낄 정도로 타오르는 마법진이었다. 그에 비해 다른 하나의 마법진은 뼛속까지 얼어붙을 것 같은 냉기를 머금은 마법진이었다.
서로 상반되는 두 가지의 속성을 가진 마법진은 이내 하나의 마법진이 되었다. 그리고 곧 페이린의 주변으로 발동되었다.
-샤라라락!!
뜨겁게 타오르는 조그맣지만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불꽃의 화살들과 모든 것을 얼어붙게 만들 정도의 냉기를 머금은 얼음 화살들이었다.
그 수많은 화살들은 페이린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섞이기 시작했다.
"그런 마법으로 내게 이길 수 없다!"
지능이 있어서인지 늑대인간도 대충 흘러가는 분위기를 파악한 것 같았다. 페이린이 만든 마법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다른 이들이 본다면 정말로 페이린의 마법이 늑대인간의 힘보다 볼품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을 만든 페이린은 확신했다. 눈앞에 있는 녀석은 허풍을 떨며 큰소리를 치고 있다는 것을!
"쏟아져라!!"
우렁찬 소리와 함께 페이린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던 수많은 불과 얼음의 화살들이 늑대인간을 향해 쏟아졌다. 갑작스럽게 날아드는 마법을 보며 녀석은 마법을 만들어 대항하려고 했다.
하지만 페이린의 마법은 조금의 시간도 주지 않았다. 그 때문에 녀석은 마법을 만들지 못하고 양팔을 교차시켜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공격을 막아 낼 수밖에 없었다.
-콰콰쾅!!
몰아치듯이 쏟아지는 페이린의 마법들. 뜨겁게 타오르는 불화살은 늑대인간의 가죽을 태웠다. 반면 냉기를 머금은 얼음 화살은 녀석의 가죽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서로 상반되는 속성이지만 함께 쏟아지기 때문인지 그 위력은 배가 되어 녀석을 괴롭혔다.
'아마 이 정도로 죽진 않겠지.'
자신이 가진 마나를 대부분 사용했지만 이런 공격으로 늑대인간은 쓰러지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페이린은 자신이 만든 마법이 사라지기 전에 다음 수를 실행에 옮겼다.
'소환.'
페이린은 남아 있는 마나를 모두 사용해서 검의 정령을 소환했다. 은빛으로 빛나는 마나가 점차 주변으로 퍼져 나가며 한 소년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지?"
"너. 내 검이 되어라."
갑작스러운 페이린의 말에 검의 정령은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늑대인간도 갑자기 등장한 검의 정령을 보며 섣불리 덤비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검의 정령이 천천히 페이린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대. 진심인가?"
"어. 진심이야."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하는 페이린을 보며 검의 정령은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페이린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과 같았다.
'넌 항상 기가 차면 미소를 지었지.'
과거에 페이린은 검의 정령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았었다. 그 많은 도움들 중에선 페이린이 감당할 수 없던 힘도 존재했다.
지금 검의 정령에게 부탁한 것. 그것은 어쩌면 지금의 페이린으로선 감당할 수 없는 힘일 수도 있었다. 나중에 강해지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힘이지만 확실히 지금으로선 힘들었다.
검의 정령이 가진 힘을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는 검의 정령 자체를 검으로 변환시키는 방법이 있었다. 사용자가 감당만 할 수 있다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좋아. 널 아직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번에 날 다룰 수 있다면 주인으로 인정해 주마."
-스페셜 퀘스트 등장.
-검의 정령을 감당할 수 있다면 그의 주인으로서 완전한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성공하면 검의 정령의 진정한 주인이, 실패한다면 감당할 수 없는 힘을 바란 대가로 대부분의 마나를 잃고 검의 정령과의 친화력이 상당히 떨어진다.
시스템의 메시지가 나타났다. 이젠 돌이킬 수 없었다.
"좋아. 내 검이 되어라."
페이린의 말이 끝나자 검의 정령은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와 함께 은색의 마나가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곧 한 자루의 검이 눈앞에 나타났다. 만월의 충만한 마나를 받아 은빛으로 빛나는 한 자루의 롱소드였다.
* * *
페이린은 검의 정령이 변환된 검을 살며시 쥐었다.
달빛을 받아 더욱더 은은하게 빛나는 검. 그가 검을 쥐자 불길하면서도 강력한 힘을 머금은 은빛의 마나가 넘실거렸다.
그 마나와 함께 만월에서 쏟아져 넘쳐나는 마나가 서로 얽히고설켜 거대한 힘이 되었다. 그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힘은 마나의 파도를 만들어 주변으로 끊임없이 퍼져 나갔다.
"크워어어!!"
그 힘을 버티며 늑대인간은 크게 울부짖었다. 붉은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광기가 넘쳐흘렀다. 또한 녀석의 몸 주위에서도 달빛의 충만한 마나가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녀석은 본능적으로 페이린이 쥔 검이 위험하다는 것을 판단했다. 정확히는 자신의 목숨이 위험하다고 판단을 한 것이다.
'크윽.......'
그 반면 페이린은 두 손으로 쥐고 있는 검을 움직일 수 없었다. 검뿐만 아니라 몸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지금 그가 쥐고 있는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힘을 주체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내 힘을 쓰겠다는 건 허세인가? 그저 지금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내뱉은 말뿐이란 말인가?
검을 잡고 있기 때문인지 검의 정령의 목소리가 페이린의 머릿속에서 울렸다. 지금까지 검의 정령이 했던 말투와는 다른 말투였다.
그 말투는 이전에도 그랬다. 한상 이렇게 강력한 힘을 사용하게 해 줬을 때 마치 무시하는 것같이 말했었다.
그렇지만 페이린은 녀석의 비꼬는 듯한 말투에 어떤 답도 할 수 없었다. 그만큼 검의 정령이 가진 힘이 워낙 방대했다. 게다가 지금은 만월에서 마나가 넘쳐 흘러나고 있었다. 그것은 몬스터인 늑대인간뿐만 아니라 인간인 페이린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크아아!!"
그 순간 페이린이 괴성을 질렀다. 검에 담긴 넘쳐나는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소리를 지른 것이다.
"여기서 물러날까 보냐!!"
커다란 소리로 기합을 넣으며 페이린은 천천히 검에 깃든 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애를 썼다. 이것을 온전히 다룰 수 있어야 눈앞의 녀석을 이길 수 있었다.
고작 이런 녀석 앞에서 질 수는 없었다. 아직 가야 할 길도 멀었고, 올라가야 할 경지도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악물고 폭주하는 두 개의 방대한 마나에 천천히 자신의 마나를 흘려 넣었다.
-키이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