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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용병의 회귀-16화 (16/131)

# 16

SSS급 용병의 회귀

- 1권 16화

현재 페이린 일행이 쉬고 있는 이 안전지대는 말 그대로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었다. 던전 내에 몇 군데 존재하지 않는 곳인데 몬스터들은 절대로 이곳에 오지 않았다.

그렇기에 모두들 쉴 수 있을 때 마음껏 쉬기로 했다. 언제 또 이런 안전지대가 나타날 지 알 수 없었다. 짐꾼인 데일은 메고 있던 배낭에서 육포와 수통을 꺼내 모두에게 나눠 주었다.

육포를 대충 씹으면서 파야는 자신이 메고 있던 배낭에서 휴대용 모닥불 키트를 꺼냈다. 던전을 탐험하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챙기는 물건이었다.

부피는 작지만 마나를 주입하면 모닥불처럼 주변을 따뜻하게 해 주는 효과가 있었다. 그 시간도 상당히 오래 지속되었다. 값은 비싼 편이지만 던전에서 얻을 수 있는 재화를 생각하면 투자하지 못할 것도 아니었다.

일행은 모닥불을 쬐며 따뜻하게 육포를 씹었다. 대충 식사를 마친 이들은 각자 휴식을 취했다. 짐꾼인 데일도, 던전에 대해서 잘 아는 파야도 다음 휴식이 언제 올 지 알 수 없었다.

'원래라면 이곳에 도착하는 것도 상당히 오래 걸렸는데 꽤 빠르게 왔네.'

다만 회귀를 한 페이린은 이미 안전지대가 어디에 있는지 대강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 파티장님은 대체 그 비전 마법을 어디서 배웠어?"

대충 넘어가려고 했었는데 파야는 끈질기게 페이린을 향해 물었다. 비전 마법은 괜히 비전 마법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중요한 마법이며 외부인이 쉽게 배울 수 없는 마법이었다.

'골치 아프게 되었군.'

페이린은 자신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파야를 보며 이걸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에 대해 잠시 고민을 했다. 과거에 그녀에게 배웠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었던 여우 일족의 비전 마법, 마나의 실.

이번에 회귀를 하고서는 그 누구에게도 배운 적이 없었다. 오로지 과거의 기억에 의존한 것이었다. 그래서 솔직히 말을 할 수도 없었다. 믿어 주지도 않을뿐더러 자신을 미친 사람 취급할 것이다.

"마탑에 있을 때 재능이 없던 전 책을 주로 읽었죠. 그 책들 중 수인족들의 비전 마법들을 정리해 둔 것이 있었어요. 사용하는 방법은 적혀 있지 않았지만 대충의 특징 같은 것들은 있었거든요. 그걸 보고 생각나서 한번 따라 해 봤어요. 의외로 잘된 것 같네요."

"천재구나. 넌 정말 천재야."

페이린은 과거에 자신과는 인연이 조금도 없던 마탑의 이름을 팔아먹었다. 그 대답을 들은 파야는 급기야 그를 천재로 인정해 버렸다. 솔직히 그것 외에는 답이 없었다.

책으로 본 것을 실현해 내는 것. 그것도 방법은 적혀 있지 않고 특징만 적혀 있는 것을 재현해 냈으니 천재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녀의 반응을 보며 페이린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마음속으로 감사했다. 대충 그럴싸하게 둘러대면 쉽게 넘어가는 유형이어서 참 다행이었다.

그 이후로 파야는 페이린에게 이것저것 물어봤다. 주로 마법에 관한 것이었는데 비전 마법에 관한 것은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그런데 넌 용병으로 계속 먹고살 거야? 그 정도의 실력이라면 귀족도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파야의 물음에 페이린은 잠시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귀족이 되어 자신의 군사를 만들어 흑마법사를 박멸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야 될 해충과도 같은 존재들. 그렇지만 귀족의 삶은 자신과 전혀 맞지 않았다. 그 때문에 페이린은 그녀의 말에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뭐가 되려고? 계속 용병으로 살 거야?"

"예. 전 용병 일을 계속할 겁니다. 손 좀 봐 줄 녀석이 있거든요. 그 녀석을 흠씬 두드려 패 주기 위해서 용병 조직을 만들 겁니다. 소수 정예로요."

"얼마나 못된 녀석이기에......."

파야의 말에 페이린은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두 주먹을 살며시 쥐며 속으로 대답했다.

'빌어먹을 마왕이란 녀석이지.'

페이린 일행은 적이 없을 때 한숨 잠을 잤다. 언제 안전한 곳이 나타날 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최대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한 것이다.

일행이 자고 있는 동안 페이린은 살며시 벽에 기댄 상태에서 눈을 감고 마나법을 행했다. 소모한 마나는 이미 회복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마나법을 행하는 이유는 단순히 소모된 마나를 회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욱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였다. 던전 안이지만 조금 더 강해질 수 있는 마나법을 게을리할 수 없었다.

"특이한 마나법이네."

페이린이 마나법을 끝냈을 때 자고 있어야 할 파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마나법을 알아볼 수 있어요?"

"뭐. 조금은? 나도 함정을 해제하지만 기본적으로 마나를 다룰 수 있으니까."

파야는 대답을 하면서 한 손에 자신의 마나를 응축시켰다. 푸른 마나가 넘실거리며 작은 불꽃과도 같은 형상을 하고 있었다.

'하긴. 마나의 실 자체가 마법이니까.'

그녀는 과거에 마법과 검 모두를 사용하는 페이린의 후방을 지원해 주는 역할을 했었다. 기본적으로는 두 자루의 단검을 사용하는 근접전을 펼쳤지만 마나의 실을 이용해 원거리의 전투도 가능한 그녀였다.

'아직까지는 마나의 실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것 같아 보이네.'

아직 마나의 실을 사용하지 않는 것을 봐서 잘 다룰 수 있는 수준은 아닌 것 같았다. 마나의 실을 잘 다루게 된다면 단순히 던전의 구조를 파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적들의 공격을 막거나 역으로 공격하는 등 다방면으로 유능했다.

"그런가요. 마탑에 있을 때 스승님에게 배웠던 마나법이에요."

"마탑에는 신기하고 유능한 마법사들이 많구나."

파야의 말에 페이린은 쓴웃음을 지었다. 마탑에서 쫓겨났다고 얘기를 할 수는 없었다. 아마 하더라도 절대 믿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아까부터 회귀했다는 사실을 밝힐 수 없어 마탑을 들먹거리며 그들을 팔아먹고 있었다.

지금이야 페이린의 말을 들으면 마탑에 훌륭한 인재가 많다고 생각 할 것이다. 하지만 마탑에서는 정작 유능한 마법사들은 찾을 수 없었다.

마탑에 있는 마법사들은 제자를 키우기는 하지만 대부분 고지식한 녀석들에, 쓸데없이 자존심만 강한 녀석들이 태반이었다. 그렇기에 자신들의 마법을 가장 좋다고 생각을 하며 인간 외의 다른 종족들이 사용하는 마법을 좋게 보지 않았다.

지금이야 어쩔 수 없이 둘러댔지만 마나의 실 같은 비전 마법은 마탑에서 절대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그가 사용하는 이 마나법도 포함해서 말이다.

"일어나면 바로 이동할 테니 푹 쉬어 두세요."

"그래. 파티장도 마나법 그만하고 푹 쉬라고."

파야의 말에 페이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했다. 그렇게 그날은 별 탈 없이 지나갔다.

다음 날 일행은 육포를 가볍게 씹으며 다음 층으로 내려갔다.

'2층짜리 던전이었지.'

보통 던전은 1층이 다였다. 그렇지만 간혹 2층짜리의 던전이 발견되기도 했다. 지금 이곳도 마찬가지였다. 과거 이곳을 클리어했을 때 던전은 2층이었으니까. 아마 과거와 똑같을 것이다.

대다수의 던전들은 1층이었는데 그 안에서도 얻을 수 있는 것들은 상당했다. 죽여도 계속해서 나타나는 몬스터들은 큰돈이었다.

함정 같은 것은 한 번 해제를 해 두면 어지간해서 재발동되지 않았다. 또한 다시 함정이 작동하더라도 그때 가서 해제를 하면 그만이었다.

2층이나 그 이상의 던전은 더욱더 강력한 몬스터가 나타날 것이다. 잡는 데 고생을 하겠지만 잡을 수 있다면 그만큼 더 많은 돈이 된다는 뜻이기도 했다.

-스르륵. 스으윽.

파야가 함정을 해제하며 앞으로 걸어가고 있을 때 무언가 기어 다니는 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었다. 짐꾼으로서 경험이 별로 없는 데일을 제외하고 나머지 두 사람은 그것이 무슨 몬스터의 소리인지 잘 알고 있었다.

-스릉.

"이번엔 내가 할까?"

어느새 허리춤에 있는 두 자루의 단검을 꺼내 쥐고 있는 파야였다. 이미 전투 준비를 마친 그녀를 보며 페이린은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몬스터들을 잡는다면 쉽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지만 경험치가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이 시스템은 자신이 직접 몬스터들을 잡아야지만 경험치가 올라갔다. 그러한 점 때문에 페이린은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갔다.

-화르륵.

마나를 퍼트리자 순식간에 열 발의 파이어 애로우가 완성되었다. 그 상태에서 페이린은 적이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

과거의 기억이 있기 때문에 지금 나타날 적들이 어느 녀석인지 잘 알고 있었다. 또한 들려오는 소리로 확신할 수 있었다.

-스르륵. 스르륵.

얼마 지나지 않자 적이 모습을 드러냈다. 적들의 정체는 슬라임이었다. 슬라임이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녹색의 끈적끈적하고 물컹물컹한 녀석을 떠올릴 것이다. 지금 눈앞에 있는 녀석도 그런 녀석들이었다.

-파앙! 파앙!

페이린은 먼저 나타난 슬라임을 향해 두 발의 파이어 애로우를 날렸다. 거미와는 다르게 몸집이 그렇게 크지 않은 슬라임이었기 때문에 공격을 조준하기가 더 어려웠다.

-키에엑!!

슬라임의 몸에 파이어 애로우가 닿으며 불길이 퍼졌다. 녀석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페이린을 향해 빠르게 달려왔다.

'약점이 저거였지.'

슬라임은 액체 형태의 몬스터였다. 그 때문에 일반적인 검이나 화살 등을 이용해 녀석의 몸을 공격해 봤자 고통만 조금 줄 뿐 죽일 수는 없었다.

녀석을 확실하고 단번에 죽일 수 있는 방법. 그것은 녀석의 몸 깊숙이 존재하는 핵을 부숴 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녀석은 아무것도 해 보지 못한 채 경험치를 바칠 것이다.

-쉬익! 쉬익!

페이린은 다시 두 발의 파이어 애로우를 슬라임의 핵을 조준하고 발사했다. 빠르게 날아가는 파이어 애로우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달려드는 슬라임의 핵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경험치가 1,000 증가합니다.

-회귀자 칭호로 인해 경험치가 1,000 추가로 증가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파이어 애로우 때문에 슬라임의 몸은 불타면서 사라졌다. 그 자리에 남아 있는 것은 마정석뿐이었다.

-스르륵! 스르륵!

한 마리의 슬라임이 죽어 버린 것을 목격한 나머지 녀석들은 빠른 속도로 페이린을 향해 달려왔다.

-파앗!

녀석들 중 한 마리가 페이린을 향해서 녹색의 산성 액을 뿜어냈다. 페이린은 그것을 가볍게 피했다.

"위험하니까 뒤로 물러서세요!"

던전의 지면이 녹을 정도의 강력한 산성이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슬라임은 상대하기가 상당히 껄끄러웠다. 2층 이상의 던전에서 자주 등장하는 녀석답게 1층의 거미와는 격이 달랐다.

녀석을 근접전으로 상대하기 위해서는 저 산성에 대항할 수 있는 장비가 필요했다. 그것이 아니라면 숙련된 솜씨로 단숨에 파고들어 핵을 정확하게 제거해야 했다.

그런 방법들이 아니라면 근접전으로 슬라임을 상대할 수가 없었다. 오히려 상대를 하는 사람이 크게 다치거나 죽을 수 있었다.

-파앙! 파앙!

물론 페이린에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페이린은 남아 있는 파이어 애로우를 모두 날려 버렸다. 그런 뒤 재빨리 마법을 캐스팅해서 수 발의 매직 애로우를 만들었다.

-파앙! 파앙! 파앙!

완성된 매직 애로우는 고작 1서클의 마법에 불과했다. 먼저 사용했던 파이어 애로우보다 위력도 약했다. 하지만 페이린이 만든 매직 애로우는 빠른 속도로 날아가 먼저 달려오던 슬라임의 핵을 정확히 꿰뚫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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