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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용병의 회귀-9화 (9/131)

# 9

SSS급 용병의 회귀

- 1권 9화

페이린은 생각을 마치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 안에는 몇몇 용병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한순간 그들의 시선은 페이린에게 고정되었다.

"여긴 너처럼 꼬마가 올 곳이 아니다."

가게의 주인이 수군거리는 용병들 사이에서 페이린에게 얘기했다. 거친 용병들과는 다르게 말투가 상당히 차분했다.

'그래. 저 목소리였지.'

들으면 편안해지는 목소리에 용병이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듯 온몸에는 잔 근육들이 있었다. 지금 현역으로 뛰라고 하면 충분히 뛸 수 있을 정도였다.

"일단 이걸 받으시죠."

페이린은 더크에게서 받은 종이를 내밀었다. 가게의 주인은 그 종이를 받아 찬찬히 훑어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페이린을 바라봤는데 그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날카로워.'

과거에도 그 눈빛을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양아치 짓을 하는 용병들로부터 구원을 받을 때. 혹은 상당히 강한 용병이 이곳을 들렀을 때. 평소와는 다른 그 눈빛을 페이린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자네. 마법사군."

"예."

"그래. 무엇이 필요한가?"

"커다란 배낭 하나. 괜찮은 로브 하나와 신발이랑 장갑도요."

"금방 가져오지."

"그리고 한 가지 더."

페이린은 가게의 구석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저곳에 있는 낡은 단검도 제게 파시죠."

"......!"

페이린의 말에 순간 가게 주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와 동시에 미묘하지만 주위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과거 그가 A등급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그에 걸맞은 살기가 갑자기 주위로 흩어졌다.

그 때문에 용병들은 물건을 고르던 것도, 얘기를 하던 것도 멈춰 버린 채 가게 주인을 바라봤다. 그의 눈빛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저건 팔지 않는 물건이다."

"그래요? 아쉽네요. 팔지 않는 물건이라니."

"네가 말한 물건은 곧 가져다주지. 그러니 그 물건만 사고 이곳에서 썩 나가라."

"하지만 전 꼭 저 단검을 가져가야겠는데요."

"이 자식이!!"

가게 주인은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꿔 페이린이 있는 곳을 향해 단숨에 달려왔다. 하지만 페이린은 그저 가만히 서 있었다.

"당장 나가! 이곳에서 당장! 너 같은 녀석에게 이곳의 물건은 과분하다!"

아예 페이린의 멱살을 잡고 내동댕이칠 기세였다. 하지만 페이린은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어느 한 글귀를 읊었다.

"주인 없이 떠돌아다니던 먼지 쌓인 검이여."

"......!"

"자신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 무수한 이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는가."

-키이잉!!

페이린이 조용히 읊는 목소리에 갑자기 가게의 구석에서 푸른빛이 생겨났다. 갑작스러운 푸른빛을 보며 이곳에 있는 용병들은 페이린이 마법을 사용한다고 생각을 했다.

반면 가게 주인의 얼굴은 크게 일그러져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페이린은 자신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구절을 계속해서 읊었다.

"약속의 때가 도착했음을. 이 자리에서 그대에게 고한다."

-키잉! 키잉! 키이잉!!

구석에서 빛나던 새파란 빛은 어느새 가게 전체로 퍼져 나갔다. 그것도 모자라 가게 바깥을 향해 새어 나가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사태에 용병들은 크게 놀랐고, 결국 모두 사던 물건도 내팽개치고 밖으로 도망쳐 버렸다.

"그러니 그대."

그러거나 말거나 페이린은 계속 구절을 읊었다.

"이곳에 와 나를 맞이하라."

-키이이잉!!

구절을 읊을 때마다 빛은 더욱더 강렬해졌다. 처음에는 푸른빛이었던 것이 이제는 새하얀 빛이 되어 있었다.

"그대의 주인을 새롭게 맞이하거라!"

기억 속에 존재하는 모든 글귀를 읊자 새하얀 빛이 페이린의 주위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구석에 있던 낡은 단검이 저절로 날아와 그의 앞에 가만히 떠 있었다.

"이, 이게 무슨......?"

가게의 주인은 페이린의 멱살을 쥐고 있던 것을 놓아 버렸다. 그러는 동안 페이린은 자신의 앞에 있는 낡은 단검을 가볍게 쥐었다. 그러자 새하얀 빛은 조그맣게 압축이 되었다.

잠시 후, 극한으로 압축된 새하얀 빛은 어느새 사라지고 한 소년이 나타났다. 짧은 은발과 새하얀 눈동자를 가지고 있는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는 기이한 소년이었다.

그 소년의 주위로는 방대한 마나가 퍼져 나갔다. 그 마나 때문에 가게의 주인은 한 번 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결국 그는 무릎을 꿇으며 좌절했다. 눈앞의 현실을 도저히 믿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마, 말도 안 돼......."

지금까지 저 검의 가치를 알아본 사람은 없었다. 어쩌다 검을 사 간 사람들 또한 모두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없었다. 게다가 검을 사 간 이들은 모두 끔찍한 저주에 사로잡혀 목숨을 잃어버렸다.

그 이후로 남자는 저 검을 누구에게도 판매하지 않았다. 일부러 아무도 찾지 못하는 가게의 구석에 꼭꼭 숨겨 두었다.

그런데 검을 쥐기도 전에 그 안에 잠들어 있는 진정한 녀석을 깨워 버린 놈이 나타났다. 그러니 저렇게 눈물을 흘리며 자신이 헛것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째서 검의 정령이......."

가게의 주인은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존재. 그 녀석은 '검의 정령'이었다.

* * *

'될지 확신은 없었는데 다행이네.'

페이린은 자신을 바라보는 소년을 보며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사실 이곳에 있는 낡은 단검은 과거에 받은 물건이었다.

몬스터들의 습격이 끝난 뒤 살아남았던 페이린을 보며 가게의 주인은 그것을 주었다. 그 난리 속에서 살아남았던 페이린이라면 검 안에 잠들어 있는 정령을 깨우고 저주에서 벗어나게끔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검에 쓰인 저주는 페이린에게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오히려 페이린을 한 걸음, 두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했다.

그 결과 오랜 시간이 걸려 검 안에 잠들어 있는 정령을 깨울 수 있었다. 아까 전 읊었던 글귀는 단검에 특수한 마나로 새겨져 있는 문구였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충 기억나는 대로 읊었다. 동시에 봉인을 해제하는 술식대로 마나를 퍼트렸다. 낮은 서클이라 봉인을 풀 수는 없지만 결과는 좋았다.

세상에는 많은 정령들이 존재한다. 그중에서 일반적인 4대 속성의 정령들은 계약을 해서 불러낼 수 있었다. 그 외의 정령들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결코 만날 수 없었다.

검의 정령도 마찬가지였다. 저주를 받아 검에 잠들어 있던 것을 페이린이 글귀를 외워 깨운 것이다.

-네가 나를 부른 거야?

"어. 내가 널 불렀어."

페이린의 말에 검의 정령은 그를 위아래로 한 번 훑어봤다. 그러더니 자신의 몸을 훑어봤다. 페이린과는 다르게 검의 정령의 몸은 점차 희미해져 갔다.

-아직 힘이 모자라.

"알아. 하지만 강해질 거야. 네 주인으로서 결코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페이린의 말에 검의 정령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 그런 얘기를 한다면 허풍이라고 생각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봉인된 검에 적힌 글귀를 읊었다는 건 자격이 있다는 뜻이었다.

자격이 없다면 결코 그 글귀를 읽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검의 정령은 페이린의 말을 믿었다.

-그렇지만 난 아직 널 내 주인으로 인정하지 못해. 덜떨어졌던 그동안의 주인들보단 나아 보이지만.

"그러니 힘을 빌려줘. 네 주인이 되기 위해서 노력을 할 테니까."

-좋아.

그 말을 끝으로 검의 정령의 몸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은색의 마나가 페이린의 몸을 휘감았다.

-검의 정령과 계약을 맺었습니다.

-언제든지 정령을 불러낼 수 있습니다.

-정령과의 친화력이 높아질수록 정령의 힘이 상승합니다.

-정령과 계약해서 마력이 30 증가합니다.

은색의 마나가 사라지고 검의 정령과 계약이 끝났다. 페이린은 자신의 마나가 한층 더 늘어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넌 대체......."

"이 검은 제가 가져가도록 하죠. 이제 제가 부탁드린 물건들을 주시겠어요?"

"......알겠다. 금방 가져오도록 하지."

가게 주인은 허망한 표정을 지으며 재고가 쌓인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몇 분 뒤 그의 손에는 이 가게에서 취급하는 것 중 가장 상태가 좋은 물건들이 들려 있었다.

"전부 다 괜찮네요?"

"가장 괜찮은 것들만 따로 보관을 했었지. 전부 가져가게나. 50실버에 주도록 하지. 거의 새것이나 다름없으니까."

페이린은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주인에게 건네주었다. 구입을 한 장비치고는 가격이 상당한 편이었다. 그렇지만 주인의 말대로 장비들이 거의 새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실버 울프를 잡은 덕분에 돈은 많았으며 이런 장비를 사는 데 돈을 아낄 이유는 없었다.

값을 지불한 페이린이 가게를 나서려다 말했다.

"아 참. 혹시 수레도 구할 수 있나요? 짐을 좀 많이 실을 수 있는 거로요."

페이린의 말에 가게 주인은 말없이 고개를 가만히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가 검의 정령을 불러내서 계약을 맺은 것 때문에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이 정도면 쓸 만할 것 같은데. 50실버 주게나."

"감사합니다. 잘 쓰도록 하죠."

페이린은 값을 치르고 수레를 구입했다. 이전에 썼던 낡은 수레는 짐을 한계치 이상으로 실어 버렸기 때문에 그 생을 마감해 버렸다.

수레를 구입한 이유는 이번에도 많은 늑대들을 실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남들은 몇 명이 뭉쳐서 그날 늑대 한두 마리를 잡으면 평균적으로 잡는 편이었다. 그래도 그것을 인원수대로 나누고 하면 많은 수입이 남지 않았다.

그에 비해서 페이린은 혼자서 남들이 잡는 수의 몇 배나 되는 늑대들을 간단하게 잡을 수 있었다. 경험치도 올릴 겸 마정석도 간간이 얻고 녀석들이 사는 곳에 약초들이 많으니 당장 할 수 있는 의뢰가 없더라도 나름대로 이득이었다.

"흐음."

페이린은 수레를 끌고 도시 밖으로 나왔다. 바깥에는 용병들이나 사냥꾼들이 늑대들을 잡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들을 지나쳐서 페이린은 한적한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 도착하자 주변에 있던 늑대들이 페이린을 발견하고 몰려들기 시작했다.

"소환."

페이린이 작게 읊조리자 그의 주변으로 은빛의 마나가 퍼졌다. 그와 함께 아까 전 계약을 맺은 검의 정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전히 차가운 눈빛을 하며 뭔가 무뚝뚝한 표정을 짓고 있는 녀석은 주변에 몰려든 늑대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저것들을 잡으면 되는 건가?"

"응."

"네 힘으로도 충분히 잡을 수 있지 않나?"

"그렇기야 하지만 너와의 친화력을 더 올리기 위해서라고 해 두자."

페이린의 말에 검의 정령은 납득을 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만 반박을 하지 않고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크르릉!!

그때 주변에 있던 늑대 한 마리가 낮게 울부짖더니 높게 뛰어올라 페이린을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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