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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부터 레벨업-322화 (32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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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부. 괴수의 왕

미하일은 엄청난 자괴감에 빠졌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 일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지우 역시 그 일을 시도했고 지우가 등급을 올려야 할 날이 다가올수록 임정은 완전히 피폐해졌다. 정말로 지우를 사랑하지만 지우가 괴수처럼 변한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될지 거의 패닉에 빠질 지경이었다.

지우와 임정의 부탁으로 레오니드는 특별히 자신의 몸을 두 사람에게 보여주었다. 딱 필요한 정도로만 가리고 나무 껍질이 사이사이로 드러난 피부를 보여주었던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는 임정만큼이나 지우도 충격을 받았다. 임정이 사랑했던 지우는 임정의 곁에서 계속해서 그 모습으로 있어왔던 그 지우였다. 그 지우의 모습이 갑자기 변하면, 아키라처럼 변해버린다면, 아니면 아키라보다 더 극단적으로 변해버린다면 그 모습에 자기가 적응을 할 수 있을지 임정은 진지하게 고민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왔을 때 임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어떤 모습이든 당신이 안지우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테니 자기 마음도 변할 이유가 없는 거라고 말했다.

지우는 자기가 아키라처럼 변하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엄청났다. 전쟁으로 부상을 당한 사람중에 신체의 기능을 상실한 사람보다 추상장애를 입은 사람들의 자살 비율이 높다는 글을 본 적이 있었다. 지우는 자신의 모습이 끔찍하게 변했을 때 거울 속에 떠오르는 자신의 얼굴을 담담하게 마주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하지만 캐츠 아이 스톤을 얻기 위한 노예 생활을 청산할 수도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면서 레오니드 소로킨이 열어 놓은 판도라의 상자를 저도 열기로 결심을 했다.

다행스럽게도 그의 변화는 아키라와 같지 않았다.

레오니드와도 같지 않았다.

지우의 안에 있던 괴수의 차크라가 폭주하는 그 순간에는 고양이 섬에 천둥과 번개가 쳤고 땅이 일시적으로 흔들릴 정도였다. 파도가 높은 절벽처럼 일어서서 섬을 싸고 오는 바람에 레오니드가 급히 나무 벽을 그보다 더 높게 만들어서 그것을 막아야 했다.

그렇게 심각한 일이 일어났기에 모두들 긴장이 컸다. 그러나 그 시간이 지나자 지우는 원래의 그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이건 사기라고, 잘못돼도 한참 잘못 됐다고 레오니드가 길길이 날뛰었다.

지우는 인자하게 웃으면서, 나는 레오니드처럼 괴수 차크라를 제대로 사용할 줄 몰라서 그러는 건가 보지, 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즈음에 때를 맞춰서 고양이 섬에 침공한 괴수들을 상대로 지우는 자기가 가진 힘이 뭔지를 깨달았다. 지우의 몸을 감싸고 거대한 차크라가 어우러지며 피어올랐다. 그것은 서규태도 본 적이 있었던 광경이었다. 미국 대통령과 스무 명의 경호원을 한 번에 죽였던 여러 개의 칼날 같던 차크라였다. 단지 그 차크라가 훨씬 더 단단해지고 위력이 막강해졌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레오니드에게서 나뭇가지가 뻗어나가는 것보다 더 빠르고 확실하게 지우에게서 차크라가 뻗어나갔다.

지우의 차크라는 지우가 데리고 있는 척살조 같았다. 지우가 싸우려고 하면 지우의 몸 주변으로 아우라처럼 뻗어나와 있다가 괴수가 공격을 해 오면 어디로든 뻗어나갈 수가 있었다. 그리고 날카로운 창처럼 괴수를 관통했다. 어지간한 헌터가 거기에 걸려든다면 살기를 기대하는 것이 무리였을 것이다.

괴수 차크라를 가진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캐츠 아이 스톤의 굴레에서 벗어나기는 했지만 지연의 권고대로 괴수 차크라를 무분별하게 남용하는 것은 자제하고 있었다. 헌터 차크라만으로는 이길 수 없는 사정이 명백한 경우라고 생각되지 않는다면 서로가 서로를 자제시켰다.

이제 등급을 올리는데 캐츠 아이 스톤이 필요한 사람은 레이카와 미하일 정도였고 두 사람 모두 내년에는 자기들도 그 문제를 극복해 낼 거라고 확언을 했다.

꼭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캐츠 아이 스톤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두 사람뿐만이라고 한다면 캐츠 아이 스톤을 추가로 더 구할 필요도 없기는 했다.

시현에게 생긴 문제만 아니면 이제야말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거라고 생각되는 그런 시기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괴수들의 공격은 줄어들지 않았다. 진화하고 강해지고 체력이 높아진 괴수들이 지치지도 않고 고양이 섬으로 시현을 노리고 들어왔던 것이다.

아키라와 미하일이 셀에 들어간 이유는 아키라가 미하일의 부탁을 받고 미하일의 안에 있는 괴수 차크라의 힘을 미하일이 사용할 수 있게 도와주려는 목적이었다. 미하일은 자신에게도 뭔가 좋은 힘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느냐고 아키라에게 물었다.

아키라는 미하일이 그런 질문을 왜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기가 신도 아니고 예언하는 사람도 아닌데 자기가 그런 걸 어떻게 알 수 있다고 그런 질문을 하는 건지.

다른 사람들은 미하일이 그런 질문을 하면 너한테도 굉장한 비밀이 숨겨져 있을 거야 라는 둥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은 걸 보면 정말 엄청난 힘이 있는 거야 라는둥 책임지지 못할 말을 해대곤 했다.

아키라는 그럴 때마다 물어보는 사람이나 대답하는 사람이나 전부 다 바보들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 미하일이 자기에게 그걸 또 묻고 있는 것이다.

“모른다. 미하일. 네가 뭔지. 네 괴수의 힘이 뭔지. 정말로 그게 있기는 한 건지.”

아키라의 말에 미하일은 샐쭉해졌지만 그래도 아키라만큼 자기한테 유용한 사람이 없어서 아키라의 도움을 간절히 청했다.

아키라는 미하일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몸 속에 들어있는 괴수의 힘을 꺼내 보였다.

셀은 괴수의 요동에도 무너지지 않는 벽과 천장으로 건축되어 있었기에 건물이 무너질 걱정을 하지 않은 채 괴수의 힘을 보여줄 수가 있었다. 아키라는 제 몸에 새로 들인 괴수를 보여 주려 하고 있었다.

아키라가 카르마 클랜의 지원 요청을 받고 훗카이도에 갔을 때 그곳에서 만났던 괴수였다.

카르마 클랜이 아키라와 레이카에게 도움을 요청한 데에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 그동안은 늪과 콜로니에서 나온 괴수들이 고양이 섬을 향해 강력한 자력에 영향을 받는 것처럼 움직였다. 그러나 가끔 그렇게 이상한 놈들이 나왔다. 고양이 섬 따위는 상관도 없다는 듯이 사람들을 해치고 돌아다니는 녀석들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것이 주비의 계략 때문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주비의 충동질을 받고 보빗을 괴수의 왕으로 인정하지 않는 괴수들 중에 그런 녀석들이 나타났다.

주비는 시현이 보빗을 대신해서 자신들의 왕이 돼야 한다고 설득하면서 자신들의 왕이 될 시현을 섬으로 내쫓아 버린 사람들을 죽여버려야 한다고 선동했고 주비의 말에 넘어간 괴수들은 그 말을 따랐다.

주비가 열심히 움직일수록 사람들의 피해는 컸다.

아키라가 카르마 클랜의 구원 요청에 나선 것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괴수들로는 다양한 전략을 짜는 게 어렵다고 판단돼서였다.

보빗은 계속해서 괴수들을 보냈고 자기 자신도 섬에 잠입을 하면서 헌터들의 공격 방법을 익혔다. 그리고 거기에 맞춰서 괴수를 보내는 것 같았다. 그러다보니 처음 몇 번은 효과적으로 괴수를 상대했는데도 불구하고 그 다음에는 그 공격이 매번 가로막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마음에 드는 새 무기를 고르는 심정으로 아키라는 사람들을 공격한다는 괴수를 찾아갔다.

괴수는 라쿠라고 불리는 녀석이었는데 30여미터 되는 물고기 형태에 다리가 달려 있었다.

눈도 없고 이빨도 없이 괴상한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머리 부분이 뱀처럼 생겨서 스네이크 헤드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뱀을 닮은 것은 라쿠의 혀였다.

입을 벌리면 이빨이 없는 공허한 구멍에서 넓적한 혀가 뻗어나왔다. 길게 뻗어나온 그것으로 사람의 허리를 감아 그대로 입으로 집어 넣으면 라쿠의 입 속으로 들어갈 때 사람들은 이미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라쿠에게는 이빨이 없는 것이 아니라 혀에 수많은 칼날같은 이빨이 있었던 것이다.

라쿠의 몸은 엄청난 근육질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 꼬리로 사람을 치면 그대로 날아가 부딪쳐서 뼈가 으스러진 채 죽거나 기절을 했다. 그러면 라쿠는 그 상태의 사람들을 혀로 감아다가 제 입속으로 집어넣는 것이다.

아키라가 가장 마음에 들어했던 것은 한없이 늘어나는 입이었다. 카르마 클랜의 헌터들은 아키라가 괴수를 흡수할 생각이라는 것을 알았다. 아키라가 라쿠에 대한 공격을 금지시켰던 것이다.

카르마 클랜의 헌터들은 사람들과 함께 달아났다.

라쿠가 그들에게 위협적으로 혀를 내둘렀지만 그 혀는 아키라가 던진 그물에 걸렸다.

라쿠는 기분 나쁜 표정으로 그것을 끊어버리려고 했다.

그러다가 라쿠의 혀에서 피가 스며나왔다.

아키라는 고양이 섬에 왔던 괴수의 은사를 보고 그것을 제 거미줄에 적용시키기 위해 훈련했고 결국 제가 뽑아내는 거미줄에 그런 절삭력을 깃들게 했다.

아키라는 자신의 훈련으로 어느 정도나 숙달이 됐는지 보고 싶은 마음에 라쿠의 혀를 잘라보려고 했다.

만약 라쿠가 아키라에게 쉽게 졌다면 라쿠를 제 몸에 봉인하려는 생각은 그 즈음에 포기했을 것이다.

그러나 라쿠는 생각보다 오래 버텼다.

라쿠의 혀에는 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빨도 있었다. 라쿠는 혀에 나 있는 무수한 이빨로 아키라의 거미줄을 끊어 버렸다.

아키라는 다시 시도했다.

이번에는 훨씬 더 질기고 두꺼운 거미줄이었다.

그것은 라쿠의 시야를 한 번에 가려버릴 정도로 많은 양을 뽑아내 던졌다.

라쿠는 물고기에게 어울리지 않는 네 발로 달아났다.

아키라는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의 감정을 동시에 가졌다.

라쿠가 강해서 좋다는 것과 싫다는 것.

아키라는 라쿠를 계속 더 몰아붙였고 라쿠는 아키라를 인식했다. 이 정도가 되자 인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전이라고 해서 인식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때는 달랐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채,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눈에 보이는 것에 눈을 주는 것, 그것보다 의미가 크게 더 많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런 인간에게 몇 번을 다시 잡히다보니 굉장히 마음이 상하는 중이었다.

라쿠는 웬만해서는 보이지 않으려고 했던 기술을 선보일 생각을 했다.

아키라는 라쿠의 기운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 듯 크게 뛰어 뒤로 달아났다.

라쿠는 아키라가 자신의 기세를 읽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남보다 조금 더 뛰어나서 자기에게는 조금 더 귀찮은 존재가 되어버린 것일 뿐, 그의 인생도 더 이상 유지되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라쿠는 몸을 불렸다.

그렇지 않아도 컸던 몸이 한없이 커졌다.

라쿠는 옆에 있던 건물을 몸으로 부딪쳤다.

건물이 휘청거렸다.

그러고는 밑둥이 잘라진 나무처럼 그대로 기우뚱거리면서 옆으로 쓰러졌다.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아키라는 제 눈 앞에서 펼쳐지는 장관에 할 말을 잃었다.

그러나 라쿠가 무엇을 계획하고 그런 짓을 하는지는 제대로 알지 못했다.

라쿠는 사람만 잡아먹는 괴수가 아니었다.

제 앞에 있는 것이 뭐든 상관하지 않고 나무든, 폐기물이든, 건물의 잔해든 닥치는대로 먹어치우는 괴수였다.

라쿠는 무너진 건물 잔해를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제때 달아나지 못하고 그 안에 사람이 있었다면 그 사람들도 라쿠의 입 속에 들어갔겠지만 그런 것을 알아챌 틈도 없었다.

라쿠는 건물 잔해를 빨아들이더니 입 안에서 시멘트 반죽을 만들어내는 것 같았다.

아키라의 눈은 점점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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