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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부터 레벨업-316화 (316/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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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부. 괴수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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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이상징후가 발견되었다.

늪에서 괴수들이 새끼를 낳았다. 하지만 늪 안의 개체 수는 늘어나지 않았다. 태어나는 새끼들은 곧바로 어미의 먹이가 되었다.

자식을 먹기 위해서 낳는 거라고밖에 이해되지 않았다.

그 일이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런 일을 겪은 늪에서는 오픈일이 급격히 앞당겨졌다.

헌터가 늪 아래에서 죽으면 그 늪의 성장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 괴수의 죽음도 같은 역할을 했다. 늪 안에서 괴수가 죽으면 그 늪의 성장이 빨라졌다.

그뿐 아니라 성장을 멈추었던 모든 1급 늪들이 자라기 시작했다. A급 헌터들을 보유하지 못한 나라들은 공황에 빠졌다. 모두가 클랜 A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클랜 A는 외부에 눈을 돌릴 사정이 되지 않았다.

콜로니 역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한 번 시작된 재앙이 하나로 끝나지 않고 동시 다발적으로 터졌다.

누군가 자기가 쓰러진 자리에서 통곡소리를 낸다고 하더라도 그를 돌아봐 줄 사람이 없었다.

라이어 버드의 활약은 대단했다.

라이어 버드는 인간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을 현 상황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알려 주었다.

왜 이런 일이 생겨나고 있는 건지.

그것은 클랜 A의 클랜 마스터 안지우의 아들을 향한 공격이라는 것이 라이어 버드의 입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괴수의 왕이 시현을 향한 총공격에 나선 것이다.

라이어 버드를 만난 헌터들은 그 이야기를 듣게 됐고 그게 사실일 거라고 점점 믿게 되었다. 그 말을 믿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다른 요인도 있었다. 늪에서 출몰한 괴수들은 귀소 본능을 가진 생물들처럼 시현을 공격해 왔다.

한국으로. 서울로. 클랜 A의 본부로.

괴수들이 향했다.

엄청난 크기의 괴수들이 이동하는 동안 그 경로에 있던 건물과 차량,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

시현은 그 모든 일들이 자기 때문에 일어나는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것은 주비가 예상했던 일이 아니었다. 괴수의 왕이 벌이는 일이었다.

괴수의 왕은 주비를 비롯한 다른 괴수들이 시현에게 붙으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일이 일어나기 전에 시현을 제거하기 위해서 총력을 기울였다.

주비는 사라졌지만 시현이 원치 않을 때도 시현의 의식 속에 주비가 나타나는 일이 잦았다.

시현은 자기가 주비에게 정신을 장악당하지 않을지 걱정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주비는 자기가 시현을 괴수의 왕으로 준비시켜야 한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시현이 지금의 괴수의 왕에 대항할 수 있게 돼야 한다고 줄기차게 말했다.

주비가 가르쳐준 것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주비는 시현이 다른 괴수와 동물들의 기관을 완벽히 사용할 수 있게 되기 위해서 캔들 스톤을 계속해서 모아야 한다는 것도 가르쳐 주었다.

주비는 제가 시현에게 알려줘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되면 언제든지 시현을 잠에 빠뜨렸다. 그러면 시현은 기면증에 걸린 사람처럼 갑자기 잠에 빠져들었다.

주비에게서 그런 얘기들을 듣고 잠에서 깨어나면 한없이 불쾌했다.

시현이 주비로부터 들은 얘기들을 클랜 A에게 해 주었을 때 지우와 다른 클랜원들은 캔들 스톤이 뭐라는 것을 단번에 깨달았다.

“워즈를 공략했을 때 여덟 개의 러프 스톤 말고도 스톤이 하나 더 나왔었잖아. 노란 색이 섞여있던 불꽃 같은 스톤.”

지우의 말에 태인이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시현이를 위한 스톤이었던가 보네요.”

캔들 스톤은 곧바로 시현에게 전해졌다. 시현은 그걸 어떻게 써야 하는 건지 알지 못했지만 주비에게는 그런 것들이 전혀 문제되지 않는 것 같았다.

시현은, 사는데 고등수학이 왜 필요하냐고 버티는 학생 같았다면 주비는 학생에게는 원래 주도적으로 결정을 내릴 권리같은 게 없다고 말하면서 밀어붙이는 선생 같았다.

괴수의 왕에 대한 정보도 주비를 통해서 전해졌다.

괴수의 왕은 공간을 초월했다. 그것은 지우의 늪에 살던 괴수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괴수의 왕은 보빗이고 머리에 왕관처럼 다섯 개의 뿔이 하늘을 향해 나 있다고 했다. 그것이 촉수 역할을 하며 사냥감을 잡았고 평소에는 바닥에 몸을 웅크리고 있지만 그 몸을 키우면 순식간에 40미터가 넘는 크기가 된다고 했다.

바닥에 붙어있을 때의 보빗에게는 버팔로의 뿔이 달린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로 그것은 넓게 벌어진 턱이었다.

턱이 항상 열려져 있는 상태였고 사냥감이 잡히기만 하면 몸을 뻗어서 공격을 했다.

촉수를 이용하지 않고도, 곧바로 넓게 벌린 턱으로 사냥감을 공격해 물면 아무리 단단한 갑주로 보호되는 개체라고 하더라도 단번에 반토막이 난다는 것이 주비의 설명이었다.

괴수의 왕 외에는 같은 종류의 다른 개체가 존재하지 않았는데 그것은 괴수의 왕이 자신 외의 다른 개체를 살려두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헌터들이 자신과 같은 개체를 레이드하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은 탓이었다.

괴수의 왕 역시 늪에 서식하는 다른 괴수들과 마찬가지로 자웅동체의 특질을 가진 개체라서 번식을 원할 때는 스스로 개체 수를 증식할 수 있다고 했다.

보빗은 지치지도 않고 시현에게 괴수들을 보냈다.

성장하고 오픈된 늪과 콜로니에서 나온 괴수들이 연일 시현을 찾아왔다. 시현이 어디로 숨든 그것은 상관이 없었다. 시현에게서, 절대로 저항할 수 없는 매혹적인 냄새가 뿜어져 나가는 모양이었다.

호의적인 방문은 절대로 아니었다. 반드시 죽이겠다는 의지 하나만을 가진 존재들이 시현의 목숨을 노렸다.

보빗이 보내온 녀석들의 공격으로부터 시현을 보호하기 위해서 클랜 A는 연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루에 1급 괴수 수 십 마리가 한꺼번에 공격을 해 온 적도 있었다. 쉴 시간이 있으면 그동안에는 부지런히 차크라를 회복해야 했고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하는 헌터들을 치료하기 위해서 임정은 밤낮 없이 치유 차크라를 쏟아 부었다.

자기 아들을 위해서 싸우다가 부상당한 사람들인데 자신의 차크라를 아낄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부상을 당하는 일은 있더라도 공략에 실패하는 일은 없었다.

바디 펌과 익스트림 헌터는 더 바쁘게 움직였다.

이익헌과 선아영은 두 기업이 큰 변화를 맞게 될 거라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수요가 사라진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동안 유지되어 왔던 기반이 바닥부터 흔들리고 있었다. 익스트림 헌터 길드에 속해있던 정규 공격대 중에서 그 달 들어서만 6퍼센트 이상이 전멸되었다. 세계 각지에서 헌터들은 무자비한 전투에서 생명을 잃었다.

세계에 대 격변이 일어날 거였고 이미 일어나는 중이기도 했다.

그 상황을 버티기 위해서는 바디 펌과 익스트림 헌터가 버텨내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자각이 그들에게 있었다.

사체 운반 헌터들은 다른 어느 때보다 더 바빴다.

늪이 사라질 거라는 걱정을 할 필요는 없었지만 언제 또 다른 괴수가 공격해 올지 모르는 상황이라서 늘 시급했고 늘 시간에 쫓겼다.

괴수들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다른 괴수의 사체를 먹었다. 괴수의 사체를 먹은 괴수들은 체력이 증폭되는 효과를 보였다. 그것 역시 새롭게 변화된 시스템 중 하나인 듯했다.

이제 늪 아래서의 싸움은 의미가 없었다.

늪은 부화장 정도의 의미만 지녔다. 그곳에서 나온 괴수들은 체력을 높여서 시현을 죽이겠다는 일념만으로 움직이는 기계들 같았다.

매일 끝도 없는 일을 반복했지만 상황은 조금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지치기 시작했다.

헌터들보다 일반인들이 더 먼저 지쳐버렸다.

괴수의 이동 경로에 있던 사람들의 원성은 점점 높아졌다. 이동 경로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어서 피할 수도 없었다.

세계의 모든 곳에서 괴수들이 시현을 향해 날아들었으니 불가피한 결과였다.

라이어 버드가 여기저기에 부지런히 소문을 내준 덕에 늪이 왜 갑자기 그렇게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오픈되는지의 비밀이 밝혀졌고, 시현이 모든 괴수들의 타겟이 되었다는 것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클랜 A가 특단의 조치를 내려줘야 하지 않느냐고 점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클랜 A는 처음에 그 목소리를 무시했지만 하루에만도 1급 괴수 수십 마리가 시현을 찾아 클랜 A의 본부로 처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더 이상 사태를 관망만 할 수가 없었다.

시현은 자기 때문에 생긴 일로 클랜 A가 곤란한 지경에 처했다는 사실 때문에 마음이 편할 날이 없었다.

사라진 정원을 찾을 방법도 없었다. 주비는 괴수의 왕이 지닌 권능으로 정원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말했지만 그게 사실일 거라고 믿을 근거도 없다고 이익헌이 냉정하게 말하면서 정원을 마음에서 지우라고 권고했다. 이별을 받아들이는 것이 힘들더라도 언젠가는 헤어지게 될 사람이었다고 생각하라는 거였다.

시현은 정원이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죽음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들이 시현을 갉아먹었다.

효재가 아니었다면 시현은 나락에서 기어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효재는 시현이 무슨 생각을 할지 그 흐름을 미리 짐작하고 있다가 시현이 다시 기운을 차릴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럴 때마다 효재가 자주 쓰는 방법은, 시현을 위해서 레이드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거였다.

"이 모든 사람들이 너를 믿고 너를 아껴. 우리도 마찬가지고.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데 네가 먼저 포기하지는 마. 너만큼 우리한테 큰 데미지를 입힐 수 있는 사람은 없어. 우리는 어떤 레이드에서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어. 네가 스스로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말이야. 우리를 쓰러뜨릴 수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어. 네가 우리 적이 되지는 마."

그런 말을 들으면 정신이 들었다.

그리고 클랜 A는 드디어 이주를 결정했다. 그러나 장소를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클랜 A가 어딘가로 옮기기로 했다는 말이 나오기만 하면 그 인근 지역의 사람들이 들고 일어났다. 어쩌다가 이런 신세로 전락한 건지 모르겠다고 자조적인 얘기를 하고 있을 때 아키라가 한 가지를 제안했다.

“섬으로 가죠. 1급 괴수가 출몰해서 고양이만 남은 섬이 있다던데 거기로 가요. 원래 불리던 이름이 있었는데 이제는 섬을 기억하는 사람도 없고 고양이 섬이라고만 말한다고 하더군요. 카르마 클랜에는 아직 내 영향력이 미치는 것 같으니까 우리가 섬으로 들어가는 것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적당히 크고 적당히 조용하고 적당히 한산하고. 어디에서 괴수들이 온다고 해도 전부 볼 수 있는 곳이예요. 거기라면 좋을 겁니다.”

아키라가 말했다.

아키라는 정원의 실종에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시현이 점점 말이 없어지는 것을 보면서 미안한 마음은 더욱 깊어갔다.

아키라가 클랜 A를 떠나지 못하고 클랜 A를 자기 나라의 섬으로 초대한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주비가 나타나 레이카를 공격하는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아키라는 레이카의 몸 안에 남아있는 괴수들을 없애고 싶어했지만 끝내 레이카를 설득하지 못했다.

원래 그럴 거라는 걸 예상하지 못한 바는 아니었지만 화가 났다. 도대체 무슨 여자 고집이 그렇게 센 건지. 레이카가 괴수와 싸울 수 있는 힘을 지니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레이카를 향한 마음은 조금도 변하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 말을 했지만 레이카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아니. 믿지 않아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레이카 자신이 거기에 타협할 수 없었을 것이다.

레이카는 아키라가 숨을 거두는 그 순간, 아니면 자기가 숨을 거두는 그 순간까지 아키라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주고 싶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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