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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부터 레벨업-302화 (30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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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부. 괴수의 왕

“누가요? 효재가요?”

시현이 급하게 물었다.

“효재?”

정원은 효재의 이름을 알지는 못했지만 시현이 말하는 것을 듣고, 아르마딜로의 본체를 향해 달려간 사람이 효재일 거라고 대충 짐작을 하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거기로 데려다 줄 수 있어요? 효재랑 아르마딜로가 있다는 곳으로요.”

정원이 하는 말을 귀기울여 듣고 있다가 지우가 정원에게 말했다.

“네.”

정원이 그렇게 말하고 앞서 달렸다. 그러다가 지우를 바라보았다.

“저한테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저한테 뭐든 던지세요.”

자기가 앞서서 달리면 지우가 뒤에서 불러도 듣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하는 말이었다. 지우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정원에게 물을 게 있으면 차크라를 실어서 더 빠르게 달려 정원을 따라잡기만 하면 되었다. 정원을 부르겠다고 정원에게 뭔가를 던지는 일은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김강현. 이 녀석을 맡을 수 있어? 그냥 허상이라잖아.”

임정이 물었다.

“당연하죠.”

강현이 말했다.

그냥 허상이지만 실질적인 공격이 가능하고 게다가 체력을 떨어뜨려도 다시 올라가는 괴수라는 언급은 일부러 하지 않는 임정 때문에 약이 오를 뻔 하기는 했지만 일단은 눈 앞의 녀석을 처치하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지우와 임정이 정원과 함께 사라졌다.

“그런데……. 이게 허상이라면. 우리는 뭘 해야 되는 거지? 체력을 전부 떨어뜨리는 것도 의미가 없다는 거 아니야?”

옆에 서 있던 신입 헌터들에게 강현이 말했다.

“허상인데도 치안대장님 다리를 거의 자를 정도였잖아요.”

제이는 그거야말로 무서운 얘기라는 듯이 말했다.

“안시현. 너도 저쪽으로 가. 여기에 많이 붙어 있는 건 별로 의미가 없어. 세진이도.”

강현의 말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고 본체를 향해 사라졌다.

“좋아. 꼬마들. 이건 이제 우리 차지다. 놀아보라고.”

강현이 말하자 무영과 제이가 웃음을 지었다.

“이제이. 예쁜 얼굴로 미인계를 써보는 건 어때?”

무영이 말하자 제이가 정말로 구제불능이라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 괴수를 치기 전에 길무영을 먼저 해치우고 시작하면 안 될까요?”

제이가 강현에게 말하자 강현이 웃었다.

“그런 건 내키는대로 해. 일일이 내 허락을 구할 필요는 없다고. 그런데 이 자식들. 신입 헌터들 주제에 하나도 겁을 안 먹네.”

“이제 속도가 완전히 파악 됐거든요. 공격 수법도 그렇고요.”

그렇게 말하면서 무영이 손가락에 단단한 차크라를 뭉쳤다. 무영의 손가락에 뭉쳐있던 노란 차크라 덩어리의 끝에 먹물이 번지는 듯 했다. 제이가 그것을 바라보자 무영은 뭐하고 있냐는 듯이 제이를 바라보았다.

실컷 잘난 척을 하면서 으스대기는 했지만 제이가 먼저 괴수에게 큰 상처를 내 준 후에 독을 집어 넣어야 효과가 좋은 것 같다고 생각했기에 무영은 늘 제이의 뒤를 따라 다니면서 제이가 내 놓은 상처에 독을 주입하는 공격방법을 사용했다. 제이에게 빨리 공격하라고 눈짓을 하는 모습이 꼭 수술 장갑을 끼워달라고 재촉하는 의사 같았다. 제이는 크게 기합을 넣으면서 괴수의 몸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괴수의 뼈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으스러지면서 제이의 팔이 꽤 깊이까지 들어갔다. 겉으로 봤을 때는 뼈가 없는 것 같더니 속사정은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다른 모양이었다. 그런 강도라면 제이의 팔에도 상처가 나야 옳았겠지만 두툼한 차크라가 제이의 팔을 감싸고 있어서 그럴 염려는 없었다.

"휴우. 대단하네. 진짜."

강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정말로 이해되지 않는 것은 무영이었다. 제이의 괴력을 옆에서 보면서 그 강도를 알고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제이를 도발하는 건 무슨 심보인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제이의 공격으로 괴수의 몸에 순간적으로 생겨난 상처에 길무영이 손가락을 박아 넣었다.

“제대로 들어갔어.”

무영이 스스로 만족스러워 하며 말했다. 괴수는 떠들어대는 헌터들을 향해서 촉수를 뻗어왔다. 그러나 강현도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촉수를 뻗어오던 괴수를 향해 강현이 솟구쳐 올라갔다. 괴수의 비명이 대기를 찢을 듯했다.

“좋아. 이 자식들. 실력이 많이 늘었는데?”

강현이 말하자 제이와 무영이 헤실헤실 웃었다. 항상 으르렁거리기는 했지만 그 두 사람이야말로 공격을 할 때는 잘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이는 무영의 앞에서라면 애초에 잘 보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를 않아서 괴수의 체액을 뒤집어 쓴 채로 얼굴 좀 닦아 달라고 하는 것도 전혀 미안해하지 않았다. 무영은 제이가 그런 부탁을 해 오면 구시렁거리기는 해도 버티지 않고 박박 닦아 주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제이와는 공생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제이가 없는 싸움에서는 자기 스스로 괴수의 몸에 공격을 해서 상처를 내 놓고 거기에 독을 주입해야 하겠지만 제이와 같이 하는 레이드에서는 서로 자기가 잘 하는 것에 집중을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제이도 무영의 실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자기 자신만의 레이드를 하는 것보다는 무영이 효과적으로 독을 주입할 수 있도록 신경을 쓰며 공격을 했다.

강현이 괴수에게 치명상을 입히자 무영도 독을 주입하는 방법을 멈추고 괴수에게 공격을 시작했다. 괴수가 촉수로 공격해 오지 않을 때 안정적으로 공격을 해서 괴수의 체력을 차곡 차곡 떨어뜨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였다.

결과적으로, 그들이 실컷 그렇게 괴수의 체력을 떨어 뜨려 놓아도 그들을 조롱하는 것처럼 정보창의 체력이 다시 올라가 버리기는 했지만 제이와 무영은 자기들이 맡은 것을 묵묵히 수행할 뿐이었다. 절망이라는 것도, 그들에게는 사치일 수 있었다. 끝까지 해 봤는데도 안 된 걸 가지고 클랜원들이 화를 내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들은 자기들에게 주어진 일만 차곡차곡 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 같았다.

그렇게 허상을 향해 끊임없이 공격을 가하고 있는 동안 본체에게도 공격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아르마딜로를 가장 먼저 발견한 효재는 자기가 멍청했다고 자책했다. 사람들이 뭔가 이상하다고 눈치채고 한참이 지나도록 정작 자신은 아무 것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꼭 효재를 탓할 것만은 아니었다. 허상이 너무 정교하게 잘 만들어졌고 실체를 가진 괴수와 똑같았다. 정보창의 체력이 바뀌지만 않았다면 그것을 알아차리는데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정도로 허상을 조종할 수 있는 실체라고 하니 효재는 저절로 긴장이 되었다.

아르마딜로에게 효재의 등장이 달갑게 여겨지지 않았다는 것은 당연했다. 아르마딜로는 단단한 등껍질 아래에서 얼굴을 내밀어 효재를 바라보았다. 효재가 허상을 두고 자기를 찾아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은 모습이었다.

효재는 아르마딜로를 바라보았다. 괴수를 볼 때 효재는 그동안 교감 같은 것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 보지 못했다. 괴수는 그저 괴수일 뿐이고 사람을 해치는 잔악한 존재들이며 물리쳐야 할 대상이라고만 생각했다. 지금도 딱히 교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르마딜로와 잠깐 눈이 마주쳤을 때 효재의 머릿속에 낯선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괴수들을 너무 열등한 존재로 취급해 왔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아르마딜로가 허상을 내세워놓고 자기는 그 뒤에 실체를 숨긴 채 안전하게 있었다는 사실에서 효재는 어떤 위기감을 느꼈다. 괴수와 맵이 끊임없이 진화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런 정도일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지금까지는 어린 애가 장난하는 수준의 것만 생각을 해 왔는데 느닷없이 다 자라서 전력으로 공격을 해 오는 성인 남자의 공격을 받은 것 같은 충격이라고 해야 할까.

효재는 정보창을 보았다. 그거야말로 제대로 된 정보창이었다. 아르마딜로의 체력은 조금도 떨어지지 않은 상태였는데 시간은 이미 상당히 흐른 후였다. 이런 식으로 허상을 내세워서 아르마딜로가 헌터들로부터 공략당하지 않고 버텨온 거라는 것을 효재는 깨달았다.

헌터들이 허상과 싸우는 동안 아르마딜로는 뒤에 피해 있고, 헌터들이 허상의 체력을 실컷 깎아 놓으면 그 체력을 리셋시켜 끝나지 않는 싸움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결국 그렇게 시간이 지나버리면 헌터들은 차크라를 모두 소모하고 소득도 없이 늪을 빠져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헌터 협회에 이 늪의 주인이 아르마딜로라고 기록된 것은 감응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헌터들은 속았지만 감응기는 속지 않고 이 늪의 주인을 아르마딜로라고 가르쳐준 것이다. 하지만 늪 아래로 내려온 헌터들은 눈 앞에 나타난 칠성장어같은 괴수를 보고 전산 착오였던 거라고 생각하면서 눈 앞의 괴수에게만 전념했을 것이다.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고 분했다.

아르마딜로의 눈 역시 그런 감정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 아깝고 분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르마딜로는 주둥이를 내민 채 효재를 노려 보았고 효재는 검을 빼들었다.

아르마딜로는 효재가 준비되기 전에 효재를 향해 달려왔다. 그 육중한 몸으로 효재를 죽일듯이 공격하며 달려왔을 때 효재는 가까스로 몸을 피하기나 하는 정도였다. 몸을 이리 저리 굴리면서, 아르마딜로의 발에 깔리지 않으려고 사력을 다하고 있었을 뿐 괴수를 공격하거나 데미지를 입힐 계획조차 세우지 못했다.

그때 다른 사람들이 효재를 따라왔다. 늪의 주인인 아르마딜로는 그들이 알고 있던 괴수들과 형체가 달랐다. 정신 공격을 감행하는 녀석들이 대부분 그렇듯 일단 공격의 실체가 밝혀지고 그것을 뚫고 지나오자 상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뭐하냐, 효재는?"

임정은 바닥을 이리저리 굴러서 먼지 인형처럼 된 효재를 바라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훈련을 제대로 안 하고 제이 입술이나 물고 빠느라고 정신이 없으니까 이 모양인 거 아닐까?"

임정의 거침없는 말에 효재는 그야말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 되어버렸다.

“3급 괴수가 정신 공격이라니. 게다가 이건.”

치밀하다고 해야하나. 지우는 말을 맺지 않았다. 어차피 다들 알아들었을 거라고 생각해서였다.

“환영이라고 해도 실제로 공격을 해요. 여기에서 빨리 끝내야 돼요.”

임정의 말에 모두들 서둘렀다. 정원은 레이드에 몰입을 하느라고 다른 사람들이 이따금씩 멈추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정원의 검에 실린 차크라는 정원을 대신해서 싸웠다. 단순히 살을 베고 상처를 내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주변의 조직들을 파헤쳤다. 칼이 아니라 두더지 같은 짐승이 살을 파고 들었다가 제 발로 살을 헤집어 놓는 것 같았다.

“저런 사람이 정말 무서운 이유가 뭔지 알아? 자기가 뭘하는지 모르기 때문이야. 자기가 뭔지도 모르지. 자기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지우가 말했다. 세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허상을 상대해서 싸우는 사람들을 위해서 이쪽의 싸움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지우와 임정은 정원에게서 알아내고 싶은 것이 있었다. 그것은 정원의 차크라에 대한 거였다.

정원의 차크라는 검을 타고 들어가서 가시처럼 뻗어나갔다.

“호저의 가시 같아요.”

임정이 지우에게 말했다. 지우도 그것을 떠올리면서 그게 뭐였지? 그게 뭐였지? 하고 있던 참에 임정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자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 작품 후기 ============================

지금 연재중인 [오 마이 헌터]에서 나오는 무기 중에 호저 스피어가 있습니다. 여기 나오는 호저의 가시를 차용했어요. 자연계의 동물이 가진 무기 중에 짱인듯. 독자님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기다리다가 너무 졸려서 올리고 있어요. 일어나면 내년이 돼 있겠네요. 내년에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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