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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부터 레벨업-301화 (30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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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부. 괴수의 왕

“긴장은 안 돼요? 3급 괴수를 상대해 본 적 있어요?”

시현이 물었다. 정원은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제 실력대로 싸워보면 되는 거잖아요. 기회를 얻은 걸로도 좋아요. 그래서 감사해요.”

정원이 말하자 임정이 정원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임정이 강현을 한쪽으로 불렀다.

“하정원. 시현이랑 상성이 완전히 다른 거 알아?”

“네?”

“시현이가 콜로니에서 연못 얼음을 못 깬 건 알지?”

“네. 제이 말고는 전부 다 실패했잖아요.”

“시현이가 어렸을 때 미국 치안대원들을 얼려서 죽인 거 기억나?”

“네.”

“시현이 차크라는 그쪽이거든. 야나하고도 비슷하지. 하정원은 반대야.”

“네?”

“전부 태우는 성질이라고.”

“그럼. 어떻게 되는 거예요?”

“한 팀이 되면 보완이 되지만 둘이 대립하게 되면 답이 없는 거지.”

“네?”

“시현이 팀이 빨리 보강이 돼야 돼.”

강현도 임정이 무슨 의미로 그 말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게 두 사람이 이 시간에 그곳으로 바로 튀어온 이유이기도 했다. 시현의 주위에 실력자가 있으면 클랜 A가 나서서 실력을 키우도록 도와주고 시현이 갑작스런 괴수의 습격에 대비를 할 수 있게 해야 했다.

시스템의 변화는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었지만 언제든지 거센 변화를 탈 수가 있는 문제였다.

“오케이. 이동하죠. 적당한 놈이 있네요. 다들. 이대로 가면 되나? 무기랑 장비 챙겨야 되면 기꺼이 기다려준다.”

강현이 말하자 정원의 테이블에 앉아있던 녀석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어디선가 누군가의 선명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인생은 실전이다. 좆만아.

***

한편으로 그것은 기회이기도 했다. 늪 아래에 클랜 A의 두 클랜원과 나란히 들어가게 되었고 한 사람은 치안대장이며 다른 한 사람은 네메시스의 부대장이었다.

그 이야기가 알려지고 클랜 A의 클랜원들중 그 시간까지 잠을 이루지 못한 몇 사람이 구경을 하러 왔지만 이미 만석이라는 말에 레이드를 직접 구경하지는 못하고 감응기를 보며 밖에서 구경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관람객 중에는 지우와 세진도 있었다. 클랜 A의 클랜 마스터가 직접 레이드를 관람하러 왔다는 말에 서규태는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고 하정원에게 사과를 하고 싶어졌지만 그것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너희는 경쟁해야 하는 관계가 아니니까 레이드를 해. 평소처럼 하면 된다. 누가 실력이 있고 누가 입만 살아있는지는, 보는 사람들이 알아서 판단하게 될 거다. 그리고 민효재. 이제이. 앞으로 이십 미터 이내로 서로 가까이 다가가지 마. 너희를 보고 있으려니까 견우랑 직녀를 찢어놓은 옥황 상제 마음이 이해가 간다.”

임정이 말했다. 각자가 레이드를 준비했다.

링 위에 먼저 올라있던 괴수는 임정과 강현도 처음 보는 개체였다. 늪 밖에서 관람중이던 헌터들도 저게 뭐냐고 서로 물을 정도였다.

“좀 노멀한 걸로 고르지. E급 헌터들이잖아!”

임정이 강현에게 조그맣게 말을 할 정도였다.

“노멀했어요. 설명을 들었을 때는 아르마딜로였다고요.”

“그런데 이게 뭐야? 전산 착오야?”

“그건 모르겠지만요.”

“체력은 그냥 3급인데. 어떻게 할까요?”

강현이 물었다. 임정이 헌터들을 바라보았다.

“할 수 있겠어? 어렵겠으면 그냥 나가도 된다.”

다들 완전히 얼어붙어 있었다. 눈 앞에는 그냥 괴수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생명체가 버티고 있었다. 뱀장어같이 생긴 것이 몸통의 아래에 두 개의 다리가 달려있었다. 몸은 5미터가 채 되지 않았다. 3급 늪의 괴수치고는 너무 작은 크기였다. 두 개의 다리가 바닥에 몸을 의지하고 거대한 몸을 해초처럼 흔들어대고 있었는데 얼굴에는 아무 것도 없이 커다란 입만 존재했다. 턱도 없었다. 얼굴을 봤을 때는 나무 대롱처럼 보이기도 했다. 끝에 있는 동그란 면이 하나의 입이었고 그 안에 무수한 빨판과 이빨 같은 것들이 난무했다.

그것은 절대로 아르마딜로일 수가 없었다.

아르마딜로는 세띠 아르마딜로, 아홉띠 아르마딜로 등이 각각 다른 생김새를 가졌지만 그렇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비슷한 구석이 있기는 한데 이건 완전히 다른 종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칠성장어 같이 생겼네요.”

강현이 말했다.

“저걸로 공격해서 피를 빨아먹는 건가? 아니면 근육을 녹여서 흡수해 버리거나? 김강현. 준비해. 아무래도 다른 헌터들은 내보내야 되겠어. 이런 걸 전산 착오를 일으킨다는 게 말이 돼? 애들 잡을 일 있대?”

나가라는 말에 정원의 테이블에 앉아있었던 녀석들이 모두 줄행랑을 쳤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입증이 된 거나 다름이 없었다. 하정원은 끝까지 나가지 않았던 것이다.

정원은 강현과 임정이 하는 말을 전부 보고 있다가 자기는 남아서 레이드를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임정도 그 말을 받아들였다. 정원이 레이드를 하는 것은 임정도 한 번 보고 싶었던 것이다. 헌터들이 밖으로 나가자 자리가 나기만 기다리고 있던 지우와 세진이 늪 아래로 내려왔다.

“저게 뭐야? 밖에서 봐서는 모르겠던데?”

지우가 물었다.

“칠성장어처럼 생겼는데 발이 있어요. 저걸로 이동을 하나봐요, 물이 없는 곳에서요. 공격 방법은 아직 몰라요. 이상한 건. 이 늪은 원래 아르마딜로가 사는 곳으로 나와 있었다는 거예요. 이게 단순한 전산 착오가 아니라면,”

강현이 말했다.

“전산 착오가 아니라면?”

“혹시 여기에 있던 원래의 주인이 습격을 받은 건 아닐까요?”

“저건 어디에서 온 거고?”

지우가 물었다.

“저도 모르죠. 그냥 추측이예요.”

“그럼 저 놈이. 아르마딜로를 해치우고 여기에 서 있는 거라고? 왜 따로 독자적으로 자기 늪을 갖고 나타나지 않고?”

임정이 말했지만 대답을 해 줄 사람이 없었다. 신입 헌터들과 정원은 그들에게 집중했다.

“괴수가 움직여요. 지금부턴 괴수를 봐야 해서 저는 얘기를 못 봐요.”

정원이 말했다. 그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괴수가 몸을 움직이는 방식은 코브라와 비슷했다. 단단한 힘으로 아래를 받치고 긴 상체를 허공에서 붕 띄워 움직이는 방법이었다. 처음 봤을 때 괴수의 크기가 작다고 생각한 것은 잘못된 생각이었다. 괴수의 몸은 발기하는 페니스처럼 점점 불어나기 시작했다. 모양으로만 보자면 생김새도 발기한 페니스와 비슷했다. 단지 그 끝에 지랄맞은 입이 있다는 것이 다를 뿐이었다.

“내가 먼저 갈게요.”

임정이 말했다. 임정은 클랜 A의 유일한 탱커였다.

다른 사람들도 이제 전부 탱킹과 딜을 같이 할 수 있어서 탱커로서의 임정이 역할이 많이 줄어든 면이 없지 않았지만 이렇게 처음 대면하는 종을 상대할 때는 임정이 나서는 편이 안전했다.

임정이 괴수를 도발하자 괴수가 자신의 실체를 드러냈다. 괴수의 몸이 십여미터를 이동하는 데는 0.1초도 걸리지 않았다. 달음질을 칠 필요도 없이 몸을 이완시키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임정조차도 자기가 위험할 뻔 했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위험하잖아요!”

시현이 소리를 지르자 강현이 시현을 막았다.

“보는 것도 중요하다. 엄마는 절대로 약한 사람이 아니야. 엄마는 지금 저 괴수의 실체를 우리한테 전부 보여주려는 거야. 동요하지 말고 너도 봐.”

무영이 다가와 시현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괜찮으실 거야. 세계 최강의 탱커잖아. 치안대장님은.”

무영의 말에 시현도 제 마음을 다잡으려고 애썼다.

임정은 방패와 칼을 적절히 이용하면서 괴수를 도발했다. 임정이 유인을 하자 괴수가 임정을 목표로 얼굴을 찍어내렸다. 임정이 피한 자리에는 깊은 구덩이가 생겨 있었다. 임정은 나무를 박차면서 달려갔고, 괴수는 임정을 노리고 나무를 받아버렸다. 나무는 산산조각이 났고 파편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임정이 바위 위로 달아나자 이번에는 바위를 공격한 괴수가 바위를 조각내 버렸다. 임정보다는 속도가 느리다고 생각하면서 헌터들이 안심을 하려는 순간 괴수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괴수는 어느덧 임정의 속도에 적응을 하고 임정의 움직임을 예측하기에 이르렀다. 임정도 괴수의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을 눈치채고 변칙을 가해 움직였다. 이제는 도망치는 것에만 주력하지 않고 괴수를 공격했다. 괴수가 임정을 향해 커다란 입을 벌렸다. 돌기와 이빨로 가득했던 입에서 촉수가 나왔다. 한꺼번에 이, 삼 십 개나 되는 촉수가 나와 임정의 몸을 감았지만 임정은 칼로 그것들을 잘라냈다.

“가자!”

지우가 강현에게 소리쳤다. 지우가 왜 그 순간 뛰쳐 나갔던 건지 다른 사람은 알지 못했지만 지우가 괴수의 눈 앞을 막아서는 사이 강현이 임정을 안고 날았다. 임정의 다리에서 피가 흘렀다. 다리가 거의 절단된 것처럼 덜렁거리고 있었다.

“길무영. 차크라 회복하시는 동안 네가 옆에서 책임지고 지켜. 알았어?”

"네!"

강현이 무영에게 말하자 무영이 굳게 대답했다.

“나머지는 다들 움직여!”

강현이 소리치자 신입 헌터들과 하정원이 일제히 무기를 들고 괴수를 향해 달려갔다.

제이는 주먹에 차크라를 주입한 채 괴수의 몸을 가격했다. 쇳덩이로 치는 것처럼 엄청난 일격이었다. 괴수의 몸이 미끌거리고 털이나 지느러미 같은 것도 없어서 몸에 올라타는 것이 어려워 칼을 몸에 박아 넣으며 그것을 의지해서 매달려 공격을 이어나갔다.

주먹에 맞을 때마다 몸이 잠깐씩 움푹 들어가는 것 같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촉수를 뻗는 괴수의 머리에 엑스 블레이드를 휘둘러 지우가 목을 잘라냈다. 헌터들은 일시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된 괴수에게 공격을 가했다. 무영은 자기가 만들어낸 독을 주입했다. 그러나 레이드가 계속될수록 그들은 왠지 자기들이 길을 잘못 들어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우와 임정의 눈이 마주쳤을 때도 두 사람은 서로 의심스러운 시선만을 주고 받을 수 있을 뿐이었다.

‘이상해.’

‘뭐가 문젠 거죠?’

두 사람의 눈빛은 그런 말들을 교환했다. 괴수의 체력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었지만 끝을 향하고 있다는 느낌이 도무지 들지 않았다.

“아……. 이게 아니었어요!”

효재의 절규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이 일제히 효재를 바라보았다. 효재는 혼자서 맵의 구석을 향해 달려갔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효재를 향했을 때 하정원의 검이 혼자서 붉게 빛나면서 괴수의 몸뚱이가 일직선으로 갈라졌다. 갈라진 상체가 미끄러지면서 하정원의 옆으로 기울어 쓰러졌다. E급 딜러가 단 한 번 검을 휘둘러 괴수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사실에 모두들 잠시 할 말을 잃고 정원을 바라보았다.

임정이 지우를 바라보자 지우도 고개를 끄덕였다. 임정이 하려는 말을 이미 알고 있다는 표정이었다. 하정원은 칼을 다루는 솜씨만 좋은 게 아니었다. 칼에 흘려넣는 차크라의 성질도 어딘지 모르게 독특했고 무기와 헌터간에 완벽한 일체감이 이루어졌다.

정원에게 괴수 차크라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사람마다 차크라의 기운이 다르지만 정원에게 있는 차크라는 그동안 클랜원들이 봐 왔던 종루의 차크라가 아닐 뿐이었다.

“그런데 효재는 어디로 간 거지? 이게 아니라는 게 무슨 말이야?”

지우가 물었다.

효재의 모습은 이제 보이지도 않았다. 맵의 끝쪽은 구름과 안개로 가리워져 있었다.

“정보창을 보세요. 괴수의 체력이 다시 올라갔어요!”

무영이 소리쳤다. 모두가 그 말에 정보창을 바라보았다. 그 말이 맞았다. 처음 들어왔을 때보다 오히려 더 높아져 있었다. 믿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정원이 시현의 팔을 붙잡았다. 할 말이 있는 듯 시현을 잡은 손으로 시현의 팔을 흔들었다. 시현이 정원을 바라보았다.

“이런 늪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어요. 여기는 아르마딜로의 늪이 맞을 거예요. 그 아르마딜로가 정신계 공격을 하는 거고 이건 아르마딜로가 만들어 놓은 허상인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실질적인 공격이 가능하고요. 아르마딜로를 찾아야 돼요. 진짜는 아르마딜로예요.”

정원이 말했다.

"아르마딜로가 정신계 공격을 한다고요?"

시현이 물었다. 자기가 알고 있는 상식과 다른 얘기였다.

"변종인 것 같아요. 아르마딜로한테 밀리고 있어요. 저러다간 죽을 거예요. 혼자서는 아르마딜로를 상대할 수 없어요.”

정원이, 다른 사람에게 들리지 않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처럼 집중하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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