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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부. 콜로니
외출 준비를 할 때 다른 여자들 같으면 기껏해야 화장을 하는 것에서 그쳤겠지만 제이는 무려 얼굴을 고치고 나가버렸다. 하지만 효재는 웬일인지 제이의 그 얼굴을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았다.
"얼굴을 왜 자꾸 바꿔? 그러면 다른 사람 같잖아. 내가 같이 얘기하고 같이 걷고 싶은 사람은 제이 넌데."
제이도 제 모습 그대로를 좋아해주는 효재가 더 좋아서 서로 점점 좋아 죽게 되었다.
시현은 오랜만에 해민을 만나러 갔다. 겸사겸사 할 말도 있고 기회도 좋아서 시현은 혼자서 들떠 있었다. 아버지에게 일어날 일을 알려줘서 아버지를 구할 수 있었다고 알려주고 고맙다는 말도 하고 싶었고 콜로니에서 무사히 잘 돌아왔다는 말도 하고 싶었다.
해민이 일하는 헌터 아카데미에는 처음이었지만 새로 생기는 헌터 아카데미들은 거의 현신 헌터 아카데미를 모델로 삼아서 지어졌기에 교수 연구실을 못찾아 헤매는 일 같은 건 일어나지 않았다.
시현이 해민의 연구실 앞에 서서 무슨 말을 할지 궁리를 하면서 말을 고르고 있는데 가까이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시현쪽을 향해 걸어오던 발걸음 소리가 멈추더니 그대로 한동안 움직임이 없었다. 돌아보니 해민이었다. 해민은 시현을 바라보며 웃음을 짓고 있었다.
“교수님!”
시현이 한달음에 달려가자 해민이 시현을 제대로 보려고 눈에 힘을 주었다.
“마지막에 봤을 때보다 더 큰 것 같다. 그게 다 큰 건 줄 알았더니.”
해민이 말했다.
“교수님은 그대론데요?”
“갔던 일은 잘 됐지?”
“알고 계셨어요? 프레딕터가 알려준 거예요?”
“응. 소식도 들었고. 미키 위도는 아직도 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모양이더라.”
“네. 진짜 대단했어요. 교수님이 알려주지 않았으면 그때는 정말 큰일 날 뻔 했었어요.”
“그래. 네가 구했지. 알아.”
해민이 웃자 시현은 어색해하면서 그 얘기가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헤어진 시간이 길었던 만큼, 다시 채울 시간이 필요했다.
“들어가자. 시간 잘 맞춰서 왔네. 오늘은 강의 전부 끝났는데.”
“정말요? 다행이네요. 무영이가 너무 떠들어서 그냥 나와버린 거거든요. 무영이가 누군지 아시죠?”
“그래비티?”
“네. 그 녀석요. 헌터 아카데미에 올라와서도 같이 살아요. 혹시 그것도 아세요?”
“응. 프레딕터는 내가 너에 대해서 계속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나 봐.”
“그 얘기를 그냥 허투루 들을 게 아니었네요. 교수님이랑 사귀려면 바람 필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던 말요.”
“그 말을 지금도 기억하니?”
해민이 웃으면서 열쇠로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시현은 쭈뼛거리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앉아.”
소파에 자리를 권하고 해민은 책상 앞으로 가서 앉았다. 일부러 거리를 두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요즘엔 어떻게 지내세요?”
“그냥. 바빠. 매일 매일 해야 될 일이 있고 그 일을 하고 나면 하루가 다 가 있지. 하루가 지났다는 걸 깨달을 시간도 없이 시간을 보내고, 그 날을 보내고, 한 주일을 보내고. 그러다보니까 여기까지 온 것 같기도 하고.”
“여기는 마음에 드세요?”
“가끔 현신이 그리워. 현신에 있던 숲이 여기에는 없으니까. 하긴. 현신에는 있는데 여기에는 없는 게 숲뿐만은 아니지.”
시현이 해민을 바라보았다.
“보고 싶었어. 너는 어땠어? 내 생각을 할 틈도 없었지?”
“왜 안 그렇겠어요? 왜 제 연락……. 피하셨어요? 이런 거 묻는 거 구질구질한가?”
“마음을 정하는 게 힘들었어.”
“왜요?”
“일어날 일을 미리 안다는 건 좋은 게 아니야. 나는. 프레딕터가 나를 떠나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해. 너한테 일어날 일들. 알고 있었어. 만약에 내가. 그런 일들이 일어날 거라는 알지 못한 채로 네 옆에 있었으면 함께 관계가 돈독해지면서 같이 이겨낼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너를 향한 믿음도 천천히, 조금씩 자랐을 거고 그렇게 됐다면……. 그런데 네가 어떻게 될 거라는 걸 미리 안 다음에는 그런 마음을 먹는 게 어려웠던 것 같아.”
“이해해요.”
“무슨 생각을 했냐면. 나는 헌터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헌터가 아니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될지 아니까. 하지만 너는 멈추지 않을 거고. 나는 매번 기약없이 너를 기다려야 한다는 게. 끔찍할 것 같았어.”
“우리는 말 할 시간이 없었네요. 그런 것들에 대해서요.”
“내가 너무 일방적이었지? 설명했어야 했는데.”
“지금이라도 괜찮아요. 들어서. 이제 이해가 됐어요. 그래도 갑자기 버림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언제나. 그렇더라고요. 익숙해지지 않아요.”
“버림받다니. 절대로 그런 게 아니야. 하긴. 너한테는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었겠다.”
“아니라면 다행이고요. 이젠 됐어요.”
시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리가 헤어진 건 내 잘못 때문이 아니라 프레딕터 때문이라는 거잖아요. 그렇죠?”
시현이 말하자 해민이 웃었다.
"절대로 네 잘못이 아니야."
해민의 웃음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해민을 처음 봤던 순간이 떠올랐다. 시현이 제 자리에서 일어서서 해민의 자리로 다가갔다. 해민은 시현이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도 피하지 못했다.
“혹시 프레딕터가 오늘 여기에서 일어날 일에 대해서도 알려줬어요? 그걸 알고도 문을 열어준 거면. 교수님도 여전히 저를 원하고 있었던 거라고 생각해도 돼요?”
시현이 물었다. 해민은 시현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낯설다.”
“낯설겠죠. 그 시간이 얼만데요.”
시현은 해민의 의자를 뒤로 밀고 해민의 책상에 엉덩이를 기댄 채 해민을 바라보았다. 해민이 시현을 바라보았다. 해민의 말대로 낯설었다. 그러나 해민의 얼굴에 손을 얹었을 때 그 시간의 공백이 빠른 순간에 채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시현의 손가락이 해민의 아랫입술을 훑고 지나갔다. 해민의 입술이 벌어지면서 뜨거운 한숨이 토해져 나왔다.
“보고 싶었고. 원망하는 마음도 생겼어요. 이해하고 싶었지만. 저한테는 기본적으로 그게 있나봐요. 트라우마 같은 거. 설명없이 나를 두고 떠나는 사람들에 대해서. 다시는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그런 마음이 생기나봐요. 그냥 미워해버리면 상처받지 않을 거라는 생각.”
“그래서. 나를 미워했어?”
해민이 물었다.
“그러려고 했어요.”
“그런데?”
“잘 안 됐어요. 그냥 한 바탕. 호수에다 돌을 던지는 것처럼 그냥. 그렇게 막 화를 내고 나면 다시 교수님이 생각났어요. 파동이 가라앉고 잔잔해지면 다시 교수님이 떠오르더라고요. 나중에는 밉다는 마음은 사라지고. 그냥 그리웠어요. 낡은 사진처럼 그렇게 간직할 수 있게 될 것 같더라고요. 나쁘게 헤어진 건 아니었으니까.”
“다른 여자도 있었니?”
“왜요?”
시현이 짓궂게 물었다.
“궁금했어. 항상.”
“교수님은요?”
“안 알려줄 거야.”
“프레딕터가 그건 안 알려줬어요?”
“프레딕터가 모든 걸 알려주는 건 아니니까. 프레딕터가 보여주지 않은 것 중에 네가 사랑하는 여자가 있을지 궁금했지.”
“없었어요.”
“왜?”
“바쁘기도 했고. 몰라요. 바빠서 그랬던 것 같아요.”
시현이 말했다.
“아직 나한테 화가 나 있는 거지?”
시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좋아했었나봐요.”
“나도 너. 많이 생각했어.”
시현이 해민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해민은 시현의 손길을 느끼면서 일어섰다. 시현이 해민을 책상 위에 올리고 그 앞에 섰다. 느슨하게 책상에 한 손을 짚은 채 시현이 해민의 입술에 키스했다. 해민의 몸이 시현에게 눌리면서 책상으로 천천히 넘어갔고, 시현은 해민의 등을 받치고서 책상 위에 있던 것들을 옆으로 치웠다.
해민의 셔츠 단추가 하나씩 풀려졌다. 시현이 해민의 셔츠 아랫자락을 허리 춤에서 빼내면서 제 옷을 벗었다. 셔츠를 훌러덩 벗어버리고 허리를 해민에게 내밀자 해민이 허겁지겁 시현의 벨트를 풀었다. 시현의 페니스가 솟구치며 나오자 시현은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겠다는 듯 해민의 바지를 내렸다. 해민이 그때마다 엉덩이를 들어 주었다. 시현의 손이 해민의 가슴을 주무르고 시현의 얼굴이 음모 사이에 처박히자 해민은 고개를 뒤로 젖히면서 절망적인 신음을 참으려고 애썼다.
시현의 축축한 혀가 비부를 건들고 있었다. 해민은 잊고 있었던 감각이 짜릿하게 되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시현의 손이 제 페니스를 애처롭게 혼자 훑어대고 있었다.
해민이 몸을 일으켰다. 시현이 해민을 바라보았다. 이대로 끝내지는 않을 거라는 듯한 시선에 해민이 웃음을 지었다.
“소파가 나을 것 같아서.”
시현은 그거라면 용납해 줄 수 있다는 듯이 해민을 안았다.
“내가 걸어갈게.”
그러나 시현은 그 말을 듣지 않았다. 시현은 지금 건들기만 해도 터져버릴 것 같은 상황이어서 쓸데없는 말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 자체가 싫었다. 시현이 먼저 소파 위에 누웠고 해민이 그의 위로 올라갔다. 해민의 입술이 시현의 입술을 더듬고 찾아왔다. 시현은 해민의 손가락이 제 젖꼭지를 쓰다듬는 것을 느꼈다. 시현은 해민의 손을 잡아서 제 페니스 위에 얹었다.
해민이 시현을 바라보고 웃음을 짓고는 몸을 아래로 내렸다. 해민의 부드럽고 탄력있는 아랫배가 시현의 페니스를 묵직하게 눌렀다. 시현은 제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신음 소리가 터져 나올 것 같아서 손가락 두 개를 물고 숨을 그 사이로 터뜨렸다. 소리가 되어 나오지 못한 숨이 덥게 흩어져 나왔다. 해민은 자기가 시현의 몸을 잊은 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해민의 혀가 질척하게 시현의 페니스를 감아 올리자 시현의 페니스가 단번에 솟구친 채로 크게 휘청거렸다. 해민은 혀와 손가락으로 계속해서 시현을 자극했다.
입안 가득 고환을 빨아 들이다가 뱉어놓고 기둥을 쓸어대다가 애널의 골짜기까지 거침없이 더듬는 통에 시현은 눈 앞이 하얗게 변해버리는 것을 경험하면서 허리를 비틀었다. 집어넣고 싶다는 욕망과 빨고 싶다는 욕망을 동시에 느끼면서 시현은 해민의 허리를 잡아 제 위로 끌어 올렸다. 해민이 시현의 위에서 균형을 잡으려고 비틀거렸다.
시현은 일일이 허락받고 싶지 않았다. 해민의 벌어진 다리 사이로, 시현이 제 페니스를 밀어 넣었다. 해민의 입에서 작은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처음에는 고통이 묻어나던 신음 소리에서 점점 그 불편하고 불순한 군더더기는 떨어져 나갔고, 해민의 미간이 휘었다.
해민이 시현의 손가락에 깍지를 꼈다. 시현이 해민의 몸을 눕히고 제가 그 위로 올라갔다. 잠깐동안의 별리를 겪었던 그곳에 다시 제 페니스를 깊이 찔러 넣고 고개를 숙여 해민의 가슴을 빨아댔다. 아플 정도로 해민의 젖꼭지를 잘근거리며 씹어대고 해민이 몸부림치는 것을 바라보았다.
“아파!”
시현이 해민의 옆으로 누워 입술에 거칠게 키스를 하면서 방금 전까지 제 페니스를 꽉 물고 있던 해민의 음부를 손가락으로 휘저었다.
“해줘. 안시현! 들어와줘! 해줘!”
해민이 소리지르며 두 다리를 버둥거렸다. 삽입이 절실하다는 표정이었다. 시현이 다시 삽입을 하자 해민이 두 다리로 시현의 허리를 꽉 잡아 조였다. 다시는 함부로 나가버리게 하지 않겠다는 의지 같았다. 시현은 해민의 위에서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사정의 순간, 해민의 몸에서 나오려는 시현을, 해민이 붙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