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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부터 레벨업-291화 (29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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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부. 콜로니

“왜 울어, 시현아.”

지우가 말했다.

“아빠!”

시현은 와락 아빠를 안고 싶었지만 혹시 다친 데가 있는 건 아닌가 해서 차마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시현아. 아빠 좀 일으켜줘.”

시현이 지우를 일으키자 지우가 바닥을 바라보았다. 전부 사라져 있었다. 바닥에 가득했던 캐츠 아이 스톤이.

“아빠. 괜찮으세요? 저한테 업히실래요?”

“업혀? 네가 나를 업는다고?”

시현의 말에 지우가 웃음을 지었다. 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시현이한테 업혀보자.”

시현은 기쁜 얼굴을 지었지만 아빠를 업고 위로 올라가는 것은 꽤나 힘들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린 지우가 시현의 머리를 마구 헝클고 일어섰다.

“우리 아들이 다 자라서 아빠를 구하러 온 거야?”

지우의 말에 시현은 크게 웃음을 지었다.

“올라가자. 내가 너를 업어야 되는 건 아니지?”

“저 혼자는 올라갈 수 있어요.”

“그래. 먼저 올라가.”

하지만 시현은 그런 특수한 지형에서 바닥을 차고 올라가는 방법에 능숙하지 못했다.

“아빠가 먼저 올라가야 되겠구나. 잘 보고 따라해서 올라와. 응?”

“네.”

시현은 지우의 움직임을 눈에 새겨넣을 듯이 열심히 보았고, 잊어버리기 전에 두 템포 정도 늦게 동작을 따라 하며 올라가는데 성공했다.

시현이 언제 나올 건지 잔뜩 숨을 죽이고 기다리던 신입 헌터들은 갑자기 연못을 뚫고 지우가 솟구쳐 나오는 것에 놀라서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다가 그 뒤에 시현이 나오는 것을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너희들만 있는 거야? 어른들은 어디 계시고?”

지우가 물었다.

“몰래 왔어요. 시현이가 차크라로 콜로니 입구에 있던 괴수들을 싹 쓸어버리면서 들어와서 아무도 들어올 수가 없었어요. 시현이 차크라는 진짜 진공 청소기 같았어요.”

무영이 신이 나서 떠들어댔다.

“그럼 우리도 어서 나가는 게 좋겠구나. 콜로니는 이런 대화를 여유있게 나누기에 좋은 곳이 아니니까.”

“연못에 얼음이 얼어서 클랜 A 헌터님들이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셨다고 했는데요. 제이가 얼음을 깼어요. 저 구멍들이 전부 제이가 깨서 생겨난 거예요. 마스터님을 구한 일등 공신은 제이죠. 시현이는 이등 공신 정도 되는 거고요.”

무영은 쉬지 않고 떠들어댔다. 덕분에 제이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맞아요, 아빠. 그리고 얘들이 저를 정신차리게 해 줬고요. 라이어 버드는 진짜 악랄하고 비열하고 못돼 처먹었는데. 그게 거짓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자꾸 마음이 흔들리는데 애들이 와서.”

시현이 말을 하는 동안도 참지 못하고 무영이 그 사이에 또 치고 들어왔다.

“라이어 버드가 시현이한테 진짜 못된 말들을 많이 했거든요. 시현이는 괴수고, 균형이 무너지면 괴수 편이 돼서 헌터들을 공격할 거라고 했고 시현이가 마스터님 아들도 아닌데 마스터님이 시현이 차크라를 이용하려고 키우는 거라고 말했어요. 마스터님 목소리를 흉내내서요. 그 말을 듣고 시현이는 울었어요.”

무영은 거기까지는 말을 할 생각이 없었는데 이미 말이 나와버린 후였다. 시현은 무영에게 눈치를 주려고 했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지우는 시현이 그런 말을 듣고 울었다는 얘길 듣고 가슴이 미어서 그저 시현을 한 팔로 안고 시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기만 할 뿐이었다.

무영은 제 덕에 두 사람의 관계가 돈독해졌다고 멋대로 믿고 계속해서 보고를 해 주었다. 그 후에 나온 말들은 쓸데없는 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지우는 무영이 덕에 자기가 놓친 시간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었다.

콜로니의 입구 쪽으로 사라지는 그들의 등 뒤에서 커다란 붉은 눈들이 빛나고 있었다.

“그냥 가시게 할 겁니까?”

어둠 속에서 들린 목소리는 임정의 목소리였다.

“다시 돌아오실 거다. 다른 곳에서 다시 뵙게 되겠지.”

지우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두 마리의 괴수가 연못으로 들어가자 잠시 후에 연못이 사라졌다.

지우가 콜로니 밖으로 나가자 임정이 달려왔다.

“엄마. 아들도 살아왔는데요.”

시현이 말을 하자 고개를 끄덕이고 시현의 얼굴을 한 번 쓰윽 만져주더니 그 다음에는 다시 또 지우에게 안겨서 엉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부부란 원래 이런 건가 보다.”

무영이 두 사람을 바라보며 영 적응이 되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내 제자들. 교수님이 좀 안아보자. 얼른들 와봐!”

레오니드가 소리치자 아이들이 레오니드에게 달려갔지만 미하일에게 가로채기를 당해서 미하일에게 안겼다.

“이 녀석들. 어린 녀석들이 벌써부터 대단한데? 싸움의 기술은 기본적으로 자기가 뭘 위해서 싸우는지에 대한 확고한 믿음에서 시작되는 건데 너희들은 거기에서 합격점을 넘어섰다.”

서규태도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모두가 유쾌하게 떠드는 동안 지연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아…….”

태인이 그 소리를 듣고 지연에게 다가갔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여길 보세요. 감응기에 반응을 보이는 개체가 다섯 개였는데 그 사이에 스물 일곱 마리가 됐어요. 무성생식이라도 하나봐요.”

“타일락일 거야. 콜로니를 타일락으로 채우려나 봐.”

서규태가 말했다.

“지우 형이 탈출했는데 왜요?”

강현이 물었다.

“왜겠어? 다른 녀석들이 전부 죽었으니까 방법이 없는 거지.”

태인이 말했다.

“그런데 시현이 너. 러프 스톤은 챙겨왔어?”

강현이 시현에게 물었다.

“네?”

강현은 무영과 효재와 제이를 차례대로 바라보았다. 시현이는 정신없어서 그랬다 치고. 너희들은? 강현의 눈이 전하는 말은 분명했다.

“네?”

“아!”

“러프 스톤!”

역시 동작만 겁나게 빠른 녀석들이었다.

“그렇다고 준비도 없이 그렇게 들어가면!”

강현이 소리를 지르는데 지연이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지금 콜로니 입구는 완전히 안전해. 거기에서 자리펴고 자도 될 지경이야.”

“그래도 일손이 딸릴 거예요.”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신입 헌터들은 자신들의 적성이 러프 스톤 줍기인 것 같다고 말하면서 러프 스톤을 한아름씩 안고 나왔다.

지우의 표정이 혼자만 어두운 것을 보고 임정이 다가왔다.

“연못에서.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요?”

“아니.”

지우는 웃음을 지었다. 지금은 그것이 지우가 할 수 있는 말의 전부였다.

***

타일락으로 가득찬 콜로니에 들어가야 한다는데 도무지 긴장감들이 없었다.

두려움은 미지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던가.

베로니카 공격대원들은 콜로니 안에 살고 있는 괴수가 뭔지, 자기들이 어떤 괴수를 상대로 싸워야 하는 건지 몰랐을 때는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무섭기만 했다. 그러나 비록 클랜 A가 공략을 하는 것에 칼을 몇 번 얹어보기만 한 거였다고 하더라도 자기들이 타일락을 해치워봤다고 생각하니 자신감이 엄청나졌다.

이익헌은 뒤늦게 탑시스의 알을 모아야 한다는 미션을 생각해 냈다. 그래서 댈러스에게 잊어버리지 말고 그 일을 꼭 해내라고 몇 번이나 당부를 했다.

제이가 빙글빙글, 이익헌의 주위를 나팔꽃처럼 따라 돌더니 드디어 기회를 잡고 익헌에게 다가 왔다.

“할 말이 있는 거냐? 나한테?”

익헌이 물었다.

“봐주셨으면 하는 게 있는데요. 시아한테 배웠거든요. 그래서 연습을 하기는 했는데 잘 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시아한테? 시아한테 배우는 건 위험하다. 그 녀석은 야매거든. 자기가 직접 할 수 있는 건 없으면서 말만 많지. 안 그래?”

이익헌이 물었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칭찬이 나오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눈치였다.

“그 나이에 그 정도로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한 거죠. '그 나이에' 라고 전제를 붙이지 않아도 훌륭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래? 정말 그렇게 생각해?”

"네. 당연하죠."

제이가 힘주어 말했다. 이익헌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정신이 제대로 박힌 부모 중에 자식 칭찬을 듣는데 기분이 나빠질 사람은 없었다.

“봐 주실 수 있어요?”

“해봐.”

제이는 손을 뒤로 잡고 제법 집중을 하더니 얼굴의 윤곽과 융기를 차크라로 다듬었다. 솜씨도 괜찮았고 시간도 빨랐고 집중력은 아주 우수했으며 결과물은 사기였다.

“허!”

이익헌은 할 말을 잃고 그저 웃었다. 때마침 근처를 지나가던 미하일을 곧바로 불러서 이익헌은 미하일에게 제이를 보여주었다.

“누구…예요?”

미하일이 물었다.

“오늘부터는 제이를 내 제자로 삼아야겠어.”

“제이라고요? 제이라고요? 이건 진짜 역대 사기급인데요?”

미하일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나한테는 그동안 뭘 가르치신 겁니까? 나한테는 제대로 안 가르쳐주고 제이한테만 잘 가르쳐준 거 아니예요?”

미하일이 발끈해서 소리를 질렀다. 이렇게 실력 차이가 월등하게 나는 것을, 다른 이유로는 설명할 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제이가 은근슬쩍 얼굴을 다시 바꾸려고 하자 익헌이 손을 내둘렀다.

“지속시간도 보자. 그대로 있어봐.”

“지속시간은 상관 없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금방 풀어졌는데 연습을 하다보니까 숙달이 되던데요? '아참. 지금 이게 내 얼굴이 아니지' 하고 제가 얼굴을 바꾸지 않는 한은 계속 그 얼굴로 있는 것 같아요.”

“뭐?!”

그때에는 이익헌도 놀랐다. 그건 자기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떻게…, 그게 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해?”

이익헌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그러자 레오니드가 그 옆을 지나가다가 세 사람을 보고 끼어들었다.

“아이들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어요. 자기들이 뭘 하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로 이 녀석들은 자기들을 극한으로 몰아넣고 있거든요. 세계 최고 수준의 사람들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연습량을 소화하면서 그게 당연한 건줄 알아요. 시현이라는 녀석 때문이겠죠. 시현이는 시현이대로 이 녀석들한테 자극을 받고요. 서로서로 자극을 받는 거죠. 이 녀석들의 훈련 프로그램에, 지금의 클랜 A 클랜원들한테 합류하라고 말을 하면 솔직하게 말을 해서, 버텨낼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을 걸요? 이 녀석들은 진짜 단순하고 무식한 녀석들이거든요. 몸이 한계를 느껴도 그걸 인정을 안 해요. 쓰러져 죽어도 아마 죽음을 인정하지 않을 걸요?”

레오니드가 말했다.

“결국에는 노력밖에는 없다는 말인 건가? 나는 그런 말은 믿지 않는데.”

이익헌이 말했다. 그러면서도 레오니드의 말이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처음에 봤을 때와는 녀석들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밭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 확실히 보였다. 이제 거기에 어떤 씨를 뿌리든지 간에 그 씨가 얼마나 빨리 싹을 틔우고 자라서 열매를 맺을지는 상상하기도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겉으로는 늘 즐겁기만 한 것처럼 헤실헤실 웃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렇게 엄청난 연습량을 감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안쓰러운 생각이 들 정도였다.

“효재랑 무영이는 어때?”

익헌이 레오니드에게 물었다.

“그 녀석들도 헌터 아카데미에서는 이제 가장 앞서나가는 수준이고 실력이 계속 빠르게 늘고 있어요. 센스가 있어요, 애들이. 그리고 얘들의 강점은 자기가 모든 걸 잘 하겠다는 생각을 애초에 갖고 있지 않다는 거예요. 자기들이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중점적으로 특화시키면서 훈련을 해요. 그래서 그 방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문가가 돼 가고 있죠.”

“무영이는 독을 가진 괴수에 대한 대비책만 준비한다는 얘기야?”

“그게 또 그런 것도 아니어서요. 그걸 기반으로 하기는 하지만 다른 부분들도 평타는 해요.”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 이 녀석들은 자기들이 쭉 팀으로 갈 거라고 확신을 갖고 있는 것 같군.”

이익헌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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