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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부터 레벨업-288화 (288/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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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부. 콜로니

클랜원들이 충격에 빠진 얼굴로 그 모습을 보는 동안 조위가 나섰다.

“저 놈은 타일락입니다. 늪에서도 자주 발견되던 놈인데 그 놈은 2급 늪이나 1급 늪에서 나타나요. 저 정도의 크기라면 1급 늪에서 살만한 놈입니다. 머리부터 몸 전체를 덮고 있는 갑주 때문에 공격이 잘 들어가질 않아서 공략이 까다로운 놈입니다. 그래도 타일락이 다른 괴수를 죽이는 건 처음 보네요.”

조위가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콜로니에서 타일락을 본 것 자체가 처음이었다. 타일락이라는 괴수는 엘리게이터와 상어의 중간 쯤에 위치한 종으로 보였다. 엘리게이터보다는 어류에 가까워보였지만 목과 어깨뼈가 있고 팔과 다리가 달려 있어 그것으로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타일락은 무시무시한 턱 힘으로 스켈을 아무렇지 않게 씹어 먹다가 살덩이를 뒤로 던졌다. 뒤에 있던 다른 타일락 괴수들이 그것을 받아 먹었다. 스켈 한 마리가 제 동족이 당하는 것을 보고 달아나려고 하다가 다른 타일락에게 붙잡혔고, 타일락의 짧고 굵은 다리에 맞아 스켈이 기절한 사이에 타일락들이 살아있는 스켈의 몸을 물어 뜯었다.

“왜 갑자기……. 서로를 공격하는 거죠?”

태인이 놀란 목소리로 조위에게 물었지만 조위도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임정이 어느새 갑옷을 벗고 있었다. 사람들이 임정의 의도를 알아채고 막기 전에 임정이 연못을 향해 뛰어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불발에 그쳤다. 다른 사람들이 임정을 붙잡아서가 아니었다. 연못이 임정의 진입을 거부했다.

지우가 들어갔을 때까지만 해도 첨벙 소리를 요란하게 내면서 지우를 받아들였던 연못에 어느새 살얼음이 끼기 시작했다. 얼음의 두께는 삽시간에 두꺼워져 있었고 발을 구르거나 무기로 내리쳐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마치 헌터가 아닌 일반인의 진입을 늪이 거부하는 것처럼, 그것은 연못의 명백한 거부였다.

임정은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서 애썼다. 감정적인 대응으로는 지우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서규태가 임정을 도왔다. 야로슬라프도 얼음을 깨기 위해 자기가 가진 힘을 모두 실어 주먹으로 얼음을 가격했다. 그런데도 얼음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야로슬라프의 가격에 맞설 수 있는 얼음이 있을 거라는 사실을 그들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분업이 이루어졌다. 몇 사람은 지우의 구출 작전에 돌입했고 몇 사람은 괴수들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괴수의 공격에 대비했다. 상위 포식자 괴수들의 첫 공격 대상이 된 것은 스켈이었다. 그러나 스켈로 끝나지 않았다. 타일락은 스켈로는 부족하다는 듯이 눈을 희번덕거렸다.

스켈보다 조금 큰 개체로 지연의 감응기에서 서열 9위로 표시되었던 야생 멧돼지 모양의 괴수를 다음 타겟으로 선정한 듯 일제히 그 괴수를 공격했다. 클랜원들은 괴수들의 갑작스런 움직임을 이해하지 못했다. 괴수들은 그러면서 천천히 앞으로 나아왔다.

연못의 얼음을 부수려고 하던 야로슬라프와 서규태에게 몇 번 타일락들이 도발을 해 왔다. 결국 헌터들이 연못에서 밀려났다.

강현이 임정을 안정시켰다.

“지우 형은 무사할 거예요. 누나. 형은 항상 우리를 놀라게 해 왔잖아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형을 믿어주는 것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강현도 자기가 하는 말이 얼마나 무력한 말인지 알고 있었지만 그런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저 놈들이 왜 저러는 건지 알겠어?”

이익헌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가 세진에게 물었다.

“새끼를 낳으려고 폭식을 해대는 것 같은데요?”

“내 생각도 그래. 새끼를 낳으려고 영양분을 비축하려는 것 같아. 동시에 콜로니의 개체수를 스스로 조정하는 거야.”

이익헌이 말했다.

“왜요?”

조위가 물었다.

“그건 저놈들한테 물어봐야겠죠. 하지만 내 생각을 묻는다면. 이 콜로니를 헌터들로부터 지키려고 그러는 것 같습니다. 강한 개체들로 채우겠다는 거죠.”

“그건 지금까지도 항상 필요한 일이었는데 왜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적 앞에서 다른 개체들을 잡아먹어 가면서까지 그런다는 거죠?”

“안지우씨는 헌터지만 괴수 차크라를 가진 사람이죠. 안지우씨가 가진 힘이 콜로니의 괴수들한테도 필요한 거라면요? 이 놈들이 지키려고 하는 게 콜로니가 아니라 안지우씨라면요?”

이익헌의 말을 듣고 있던 클랜원들의 얼굴에 충격이 번졌다. 임정도 그 말을 듣고 있었다.

“일단은 이 떨거지들을 어떻게든 해 봅시다. 안지우씨는 우리 마스턴데 이 놈들한테 뺏길 순 없죠.”

이익헌이 말했다.

“자기들끼리 싸우고 뜯어먹는 건 뜯어먹으라고 하고 우리는 다른 놈들을 해치우죠.”

미하일이 말하면서 싸움에 휘말리지 않은 다른 괴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말을 신호로, 헌터들이 괴수들을 향해 달려들어 공격을 퍼부었다. 하나씩 해치워서 끝을 보지 못한다면, 적당히 상처를 주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몇 명의 클랜원들이 그 자리에서 서로 팀을 나눠 각각의 괴수들을 공략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타일락들은 헌터들을 상관하지 않고 자신들의 사냥을 계속 했다.

어느새 뒤에서 베로니카 공격대원들이 달려왔다. 그들은 조위의 설명을 듣고 클랜원들을 후방에서 지원했다. 순식간에 2급 괴수에 해당하는 괴수들 세 마리가 쓰러졌지만 베로니카 공격대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그때에는 타일락도 사냥을 마치고 클랜원들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이 싸움에는 자기들이 나서지 않겠다고 내부적으로 방침을 세운 것처럼 보였다. 타일락들이 뒤로 물러섰다.

타일락들은 연못 앞을 막아선 채, 그곳만큼은 자기들이 지키고 있겠다는 듯 표정을 굳게 하고 클랜원들을 노려 보았다.

눈 앞에서 타일락이 스켈들을 잡아먹는 것을 보고 있던 다른 괴수들은 감히 타일락에게 저항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헌터들을 피해서 달아나려면 타일락들을 지나쳐야 하는데 그랬다가는 타일락의 다음 식탁에 올라갈 게 저희들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을 것이다.

헌터들이 다시 타겟을 정해 공격을 하는 동안 콜로니에 커다란 바람이 불었다.

“라이어 버드예요. 저게 라이어 버드예요!”

쥬드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임정이 고개를 들어서 그것을 바라보았다.

“라이어 버드가 혹시 물 소리 같은 것도 낼 수 있나요? 첨벙거리는 소리 같은 거요.”

임정이 쥬드에게 물었다.

“라이어 버드는 못 내는 소리가 없어요. 다른 괴수들이 내는 소리도 낼 수 있어요.”

라이어 버드는 콜로니를 몇 바퀴 돌면서 울음 소리를 냈다. 라이어 버드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새 소리가 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라이어 버드의 원래 울음 소리가 아니었다.

“저건 스켈의 울음 소리예요.”

조위가 말했다. 라이어 버드는 공중을 돌면서 계속해서 그 울음 소리를 냈다. 잠시 후에 콜로니 저 쪽에서 지축을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스켈 세 마리가 타일락이 있는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스켈들은 거의 끝에 가서야 자기들이 라이어 버드의 간계에 빠졌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았다.

“라이어 버드가 스켈을 불러들였어요.”

쥬드가 말했다.

“정작 스캘들이 공격당했을 때는 한 마리도 오지 않았잖아요.”

“그때는 도와달라고 말했나보죠. 지금은 헤르겐을 발견했다는 소리 아니었을까요?”

태인의 말에 조위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스켈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입장에서 어떤 게 사실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일리가 있는 말 같기도 했다.

“그 소리도 라이어 버드가 낸 소리였을 것 같아.”

임정이 강현에게 말했다. 설마 라고 말을 하기는 했지만 모두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그제서야 제대로 이해를 했다. 라이어 버드는 공중을 몇 바퀴 더 돌더니 그대로 안쪽으로 날아가 버렸다.

“내 목소리를 들어뒀다가 그대로 흉내를 낸 것 같아요. 그 소리를 듣고 지우씨가 뛰어든 거고요.”

임정의 말을 듣고 클랜원들은 그야말로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지었다.

“라이어 버드는 몇 개 공격대를 몰살한 경험이 있대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렇게 치밀하게 작전을 쓰는 괴수라면요.”

“우선은 얼음을 깰 방법응 생각해야 돼요.”

태인이 말했다.

“이쪽은 저희가 어떻게든 막아볼 테니까 지우 형을 구하세요!”

야로슬라프가 말했다. 야로슬라프와 미하일, 레오니드가 전력을 다해서 괴수들을 하나씩 쓰러뜨리고 있었다. 레오니드의 팔에서 뻗어나간 나뭇가지가 괴수의 목을 감아 조이는 동안 야로슬라프와 미하일이 핵주먹으로 사정없이 괴수의 몸을 두드려대며 압살하는 방법이 몇 번이나 제대로 먹혀 들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식사를 마친 타일락이 앞으로 나서자 상황이 조금씩 불리해졌다. 타일락의 갑주는 괴수 차크라를 가진 헌터들에게도 쉬운 대상이 아니었다. 단단한 갑주가 타격을 상쇄했다. 괴수 차크라를 가진 헌터들이라고 해도, 그들이 가진 차크라가 무한한 것은 아니었다. 결국에는 그들도 지치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계속 싸울 수 있던 헌터들이 전부 달려들어서 공격을 하고 타일락 한 마리를 쓰러뜨리는데 성공을 하기는 했지만 타일락들은 서로 도우면서 공격 당하는 동족을 보호했다. 그러다보니 헌터들의 공격이 분산되었고 효율이 떨어졌다.

조위가 자신의 공격대원들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들은 하나 둘 탈진해 가고 있었다. 이러다가는 콜로니 밖으로 탈출하는 것도 무리가 따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한 얘기지만. 저희 대원들은 여기까지가 한계인 것 같습니다.”

조위가 말했다. 공대장으로서 꼭 해야 할 말이었다. 임정 역시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아무리 클랜 A라고는 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상급 괴수들을 몇이나 해치우고 아무렇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서규태가 조위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위는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댈러스에게 공격대를 맡기고 자기는 클랜 A의 곁에 남아 있기로 했다.

서규태와 이익헌이 임정에게 다가갔다. 결단의 시점이 다가왔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얼굴들이었다. 임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집을 부려봐야 희생만 더 늘어나게 될 거라는 것을 임정도 모르지 않았다.

“저는 안 나갈 겁니다.”

강현이 말했다.

“이 바보가 계속 여기에 있겠다고 하면 나도 갈 수가 없어요.”

태인이 말했다. 임정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이서 콜로니의 모든 괴수들을 죽이는 것은 불가능했다. 가능했다고 한다면 클랜원들도 나가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개죽음을 맞으라고 할 수는 없어요. 모두 다 나가야 합니다. 지금요.”

임정이 침통한 어조로 말했다. 그리고 누구도 그 뜻을 되돌릴 수 없다는 듯, 자기가 앞장을 서서 걸어나갔다. 강현이 태인을 바라보았다. 태인은 연못을 보았다. 괴수들은 돌아서는 헌터들을 따라오지도 않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미하일이 러프 스톤들을 챙겼다. 그러는 자신의 행동에 자괴감이 밀려왔지만 어쩌는 수가 없었다.

“미안한 얘기지만. 저희 대원들은 여기까지가 한계인 것 같습니다. 저는 안 나갈 겁니다. 이 바보가 계속 여기에 있겠다고 하면 나도 갈 수가 없어요. 개죽음을 맞으라고 할 수는 없어요. 모두 다 나가야 합니다. 지금요.”

걸음을 옮기는 클랜원들의 귀에 목소리가 들렸다. 조위와 강현, 태인과 임정의 목소리였다. 목소리의 주인들은 입을 달싹도 하지 않고 있었다. 공기의 진동을 느끼면서 그들은 라이어 버드가 다시 날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형체도 보이지 않은 채 라이어 버드는 그들을 조롱하듯 그들의 목소리를 흉내내고 있었다.

“그 사람이 언제 우리를 앞질러 간 거지?”

마지막으로 흉내낸 것은 지우의 목소리였다. 모두들 불안한 얼굴로 임정을 바라보았다. 임정의 입술과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임정은 라이어 버드의 도발에 넘어가지 않았다.

“그 사람이 언제 우리를 앞질러 간 거지?”

지우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오자 임정은 달리기 시작했다. 임정의 얼굴에서 눈물이 빗물처럼 흘러내렸다.

‘나는 당신을 믿으니까. 당신이 약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믿으니까. 당신도 우리를 믿고 조금만 더 버텨줘요.’

임정은 소리없이 지우에게 간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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