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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부. 콜로니
“여기에서 일어나는 일은 우리 둘만 알 거야.”
효재는 그대로 내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머리로는 생각이 끝났는데 몸이 도무지 움직이질 않았다.
몸은 이제 채민영이 어서 자기를 환상의 세계로 데려가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채민영의 손이 효재의 바지 지퍼를 내렸다. 효재의 의지하고는 상관없이, 효재의 페니스는 단단하게 올라와 있었다. 채민영은 예민한 페니스를 손 끝으로 건들었다.
“네 페니스는 진짜 예쁘다. 언제 넣어줄 거야?”
아무렇지 않게 말을 하면서 채민영은 효재의 손을 끌어다가 자신의 가슴을 더듬게 했다. 효재같은 경험 없는 녀석을 데리고 노는 게 채민영한테는 심심풀이처럼 여겨지는 것 같은데도 효재는 냉철하게 그 자리를 뛰쳐 나가지 못했다. 효재가 갈등을 끝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채미영이 효재의 손을 놓았다.
“재미없어지려고 하네. 잘 생겨서 관심이 있었는데.”
효재는 자기가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안절부절했다.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효재는 다른 사람의 평가에 귀를 많이 기울였다. 이익헌은 효재에 대해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려주었다. 할머니도 마찬가지였다. 효재는 그런 사람들이 내려준 평가대로 자신을 판단했다.
좋은 씨앗.
언젠가 좋은 싹을 틔우고 좋은 열매를 맺게 될 좋은 씨앗. 그런데 지금 그것이 흔들리고 있었다.
재미없는 녀석. 별 볼일 없는 녀석. 채미영이 자신에 대해서 툭 던진 말 한 마디로 효재는 채미영이 하지 않은 말까지 유추해가면서 자신을 낮추고 있었다.
채미영이 스커트를 입은 채로 다리를 올렸다. 효재는 더 이상은 그대로 있을 수가 없어서 차문을 열고 뛰쳐나왔다.
채미영을 욕할 게 아니라 자신을 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채미영이 재빨리 따라나오며 뒤에서 소리쳤다.
“거기로 와. 내일 강의 끝나고.”
채미영의 말을 들었지만 효재는 그대로 달려왔다.
그리고 그는 그곳에 서 있었다. 아직 채미영은 나오지 않았다. 효재는 채미영이 나올지 나오지 않을지 생각을 하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채미영이 오지 않았으니 아직 기회는 있었다. 그대로 떠날 시간이 아직 남아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채미영이 왜 이렇게 늦는 건지 조바심이 났다.
그렇게 갈등만 하고 있는 동안 채미영의 모습이 보였다. 채미영은 서두르지 않는 모습으로 효재에게 다가왔다. 채미영이 효재의 목을 끌어안았을 때 효재는 열병에 걸린 것처럼 채미영의 허리를 끌어 안았다. 효재는 채미영의 키스를 받아들였다. 처음에는 채미영의 입술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머물렀지만 곧 채미영의 입술을 찾아 헤매게 되었다.
채미영은 효재의 흥분된 몸을 전부 이해한다는 듯이 효재가 가진 욕망을 풀어 주었다. 효재는 채미영의 손길에 제 몸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채미영의 가슴을 움켜쥐고 농락하고 젖꼭지를 비틀어대다가 채미영의 비밀스러운 곳을 손으로 어루만졌다.
채미영의 팬티를 끌어내리고 손가락을 밀어 넣으면서 효재는 채미영이 고개를 뒤로 젖히고 내는 신음 소리를 들었다. 하얗게 드러나는 기다란 목에 정신없이 얼굴을 파묻은 채 효재가 채미영의 손으로 제 지퍼를 내리게 했다. 위용을 드러낸 페니스를 세우고 효재는 채미영의 팬티를 무릎 아래로 끌어 내렸다. 채미영의 허리를 감아 안은 채 채미영의 엉덩이를 쥐고 흔들어대다가 효재가 채미영을 안아 올렸다. 활짝 벌어진 다리 사이로 효재의 페니스가 자리를 잡았다.
“드디어 하는 거야?”
채미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효재는 채미영의 입술을 찾아 깨물었다. 손이 남아있다면 채미영의 입을 틀어막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채미영을 받치느라고 남는 손이 없었다. 채미영의 아랫입술이 붉게 피어 올랐다.
"기대하고 있어."
채미영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조용히 해. 소리내지 마.”
효재가 말했다.
채미영이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다.
“네 마음대로 되지는 않으니까. 네가 나를 갖고 노는 겆 같지? 아니. 내가 너를 가지고 놀다가 싫증나면 너를 버릴 거야. 그러니까 소리내지 말고 얌전히 있어.”
효재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채미영은 그런 효재에게서 낯선 기분을 느꼈다. 그 순간 거대한 통증이 채미영을 찢고 들어왔다.
“미친! 그걸!”
채미영은 소리를 지르면서 저도 어이가 없었다. 입으로도 받아봤고 손으로도 훑어봐서 민효재의 페니스가 어떻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제대로 준비도 시키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찔러대는 통에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버리는 듯했다.
효재는 마른 울음을 터뜨렸다. 헛웃음이 나왔다.
채미영은 조용히 웃으면서 민효재를 내려다보았다. 위에서 그의 허리를 감은 채 내려다보는 기분이 꽤 괜찮았다. 채미영이 허리를 돌리면서 아래를 조이자 효재가 고개를 저었다.
“하, 씨입!”
효재의 입에서 짧은 비명이 터져나왔다. 비명은 하얀 정액을 동반했다. 채미영의 안에 채워지다 만 것이 효재의 다리를 타고 흘렀다. 효재가 채미영을 내려놓자 채미영은 팬티를 벗어서 그것으로 효재의 정액을 닦아주었다.
“다음에는 호텔에서 할래? 제대로 된 체위로 해 봐야지. 숨어서 하는 것도 재밌지만.”
“다음은 없어.”
“참 창의적인 대답이다.”
효재는 한숨을 쉬었다.
“내일 티 레이크 호텔 1134호.”
“안 간다고.”
채미영은 효재의 머릿속이 전부 다 보인다는 듯이 웃고는 먼저 떠나버렸다. 나무가 패일 때까지 효재는 나무를 때리고 또 때렸다.
***
다음날 강의가 끝나자마자 강의실을 달려나가는 효재를 제이가 불러 세웠다. 효재는 제이가 따라온 것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민효재!”
제이가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서 효재가 그 자리에 멈췄다. 효재는 자기를 부른 사람이 누구든지간에 그냥 가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극심한 자기혐오에 빠진 그에게 아는 척을 하지 말고 그냥 돌아가 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하지만 제이는 효재를 그대로 보낼 생각이 없는 듯 효재에게 달려왔다.
“제이야…….”
효재는 제이를 바라보기는 했지만 오랫동안 시선을 마주하지는 못했다. 제이의 눈이 타이르듯이 효재를 향했다.
“현신 헌터 아카데미. 임시 휴업이 결정될지도 모른대.”
제이가 말했다.
“임시 휴업? 왜?”
“클랜 A 교수님들이 콜로니에 가셔야 하잖아. 다른 교수님들도 거기에 같이 가기로 하셨나봐.”
“……그래?”
“응. 그렇게 되면 강의에 차질이 생기니까 아예 그 기간을 임시 휴업일로 정하고 학사 일정을 조정할 건가봐.”
“그렇구나.”
“응.”
지금은 그런 시기니까 너도 자숙하라고 하는 말인 것 같았다.
“알았어…….”
효재는 그대로 돌아섰다. 제이는 효재를 향해서 한 걸음을 내디뎠다가 그대로 멈췄다.
잘빠진 스포츠카가 다가와 두 사람의 옆에서 멈췄다.
“네가 운전할 거지?”
운전석에서 내린 채미영이 효재에게 말했다. 효재에게 하는 말이었지만 시선은 제이를 향했다. 효재와 함께 갈 사람은 자기라는 얼굴이었다. 효재는 제이를 바라보았다. 제이는 모멸감을 느꼈다.
자기가 보더라도 채미영과 자기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는 그냥 한 손으로 대충 주물러 놓은 호떡 반죽같다고 생각하면서 제이는 휙 돌아서서 달려갔다.
효재가 제이를 바라보자 그냥 두라면서 채미영이 효재의 팔을 끌었다.
‘나는 진짜 구제불능 의지박약자다…….’
효재는 그렇게 생각했다.
잠시 후에 효재는 머리카락을 휘날려가면서 속도감을 즐겼다. 절벽을 향해 달리는 심정을 그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느 영화 포스터에서 봤던 장면 속, 그 주인공들의 심정을 알 것 같았다. 지금 효재 자신이 딱 그러고 있었던 것이다.
호텔의 시설은 호화로웠다. 불편한 욕망들을 꼬깃꼬깃 감춘 채 고개를 숙이고 나타난 사람들이 체크인을 하고 짝을 맞춰서 사라졌다. 효재 역시 그 대열에 합류했다.
객실에 들어가자마자 효재는 자신에 대한 혐오를 채미영에게 쏟아냈다. 하지만 채미영은 그런 반응까지도 다 익숙하다는 듯이 효재를 받아들였다.
거칠게 삽입을 하고 채미영의 목을 조르고, 그러다가 사정감에 흐느끼고.
채미영은 그런 효재를 이해한다는 듯이 안아주었다.
“괜찮아. 나는 믿어도 돼. 네가 지쳤을 거라는 거 나는 알거든. 다른 사람들은 너를 이해해 주지 않지? 애들이 너를 경쟁 상대로 여기는 게 지겹지? 네가 도대체 그런 애들을 어떻게 참아내는 건지 나는 이해가 안 돼.”
채미영이 말했다.
"애들 얘기하지마."
효재가 차갑게 말했다. 몸을 나누는 것일 뿐, 다른 얘기를 나눌 생각은 없다는 뜻이 분명했다.
"나는 네 생각해서 그러는 거야. 나는 네 편이야. 너를 응원해."
"응원은 필요없으니까. 애들 얘기 하지 마라. 경고다."
채미영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 모금을 길게 빨더니 효재에게 건넸다. 효재는 고개를 저어 거절했다.
“어떠니? 너희도 걔한테 그걸 푸니?”
“뭘 말하는 거야? 누구한테 뭘 풀어?”
효재가 물었다.
“이제이라고 했나? 그 호빵같이 생긴 여자애 있잖아. 우리때는 그랬는데. 다른 기수도 많이들 그랬을 걸? 헌터들은 종자가 다르잖아. 속한 세상이 다르고. 그런데 욕구를 풀고 싶다고 천박한 일반인 여자애들한테 싸고 다니다가 코 꿰봐. 난감하잖아.”
효재는 채미영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채미영을 바라보았다.
“어머, 너희는 안 그러니? 아무 것도 모르는가 보네? 안시현이 너무 대단해서 그런가? 안시현 전용이니? 그 호빵은?”
효재는 채미영이 하는 말을 알아듣고 화를 냈다.
“그만해. 우리는 그딴짓 안 하니까.”
“그딴짓? 그래. 너는 고상하게 네 선배나 따 먹고 있지.”
채미영이 웃었다. 효재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좀 더 있다 가자. 기껏 시간내서 왔는데.”
효재는 일어나서 옷을 입었다.
“화 내는 것도 귀엽네. 그래봐야 얼마 안 가서 또 우리 강의실 앞을 기웃거리게 될 텐데? 나랑 내기할래?”
채미영이 말했다. 효재는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 것처럼 그대로 객실을 나왔다. 다시는 채미영을 만나는 일이 없을 거라고 속으로 몇 번이나 다짐을 했지만 자기 자신조차 자신의 다짐을 믿지 못하고 있었다.
효재가 고개를 들었을 때 낯익은 얼굴이 로비를 서성거리고 있었다. 서성거렸다기보다, 돌아가야하나 말아야하나하고 주저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로비에서 무영을 발견했을 때 효재는 그 녀석이 자기 뒤를 밟은 건줄 알고 화가 났다.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여기에서 뭐하는 건데? 나를 쫓아온 거냐?”
효재가 화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뭐래, 이 병신은? 야, 이 새끼야! 어디를 가면 간다고 말을 해야 될 거 아냐, 병신 새끼야. 내가 네 추적기냐? 전화기는 왜 꺼놓고 지랄이야!”
“전화기가 꺼져 있었다고?
효재는 갑자기 할 말이 없어졌다.
“근데 아니, 그리고. 생각해 보니까 열받네? 야 인마. 이 호텔이 네꺼야? 나는 이 호텔에 들락거리지 말라는 법 있냐? 나도 성인이고 나 좋다는 여자들 많아, 이 씨발늠아. 이 천민새끼를 그냥 내가 그동안 오냐오냐해 줬더니 이게 아주 기어올, 아니지. 지금 그게 급한 게 아니지? 야, 안시현이 끌려갔어. 빨리 와, 인마.”
“시현이가? 왜? 누구한테?”
“누구겠냐, 이 병신아. 아오!”
무영은 효재의 어깨를 잡아끌려고 했다. 그러나 효재는 이미 바람을 일으키며 무영을 따돌리고 달려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