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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부. 콜로니
“자. 가보자.”
레오니드가 베니를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이번에도 아무 것도 없는 바닥을 치고 올라가서 베니를 위에서부터 내려쳤다. 베니는 치명상을 입고, 회복이 되기까지 무력한 상태가 되었고 신입 헌터들은 제각각 베니를 노리고 달려갔다.
레오니드가 예고했던 불상사가 그대로 초래되었다.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베니의 다리를 향해 달려갔다. 괴수의 평균적인 크기가 있으니 넷이서 차지할 자리가 부족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팔을 휘두르다가 옆 사람을 다치게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서로들 조심하게 되었다.
다른 곳으로 가면 희한하게 다른 녀석들도 그곳으로 향했다.
“이 다리는 내 다리다. 너희들은 다른 데로 가.”
결국 무영이 그렇게 말을 할 때까지 네 사람은 멍청한 코메디를 계속 이어나갔다.
“자, 일단은 피해라. 베니가 움직일 거다. 몇 번 이렇게 반복을 해 보다가 너희도 해 볼 수 있을 것 같으면 그때는 제대로 공격을 해 보자.”
레오니드의 말에 일단 도망치면서 무영이 걱정을 늘어놓았다.
“교수님. 베니의 독은 강하다고 하셨잖아요. 그리고 베니가 물면 갑옷도 찢길 거라고 하셨잖아요.”
“그래. 베니는 그런 녀석이다. 그래서 안 하겠다고?”
레오니드가 말했다.
“이도 없는 아기한테 갈비를 주시면 안 되죠.”
무영의 말에 레오니드가 웃었다.
“베니의 독은 그 정도는 아니야. 그러니까 너희도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리고 너희가 입고 있는 그 갑옷이면 베니의 공격을 견뎌낼 수 있어. 세계 초일류 헌터들도 쉽게 구하지 못하고 몇 달째 기다리는 갑옷이다.”
레오니드의 말에 단순한 무영은 금방 또 의지가 불타올라서 가장 앞에서 달려갔다. 시현과 효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레오니드 교수가 하는 말을 그대로 믿을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용기를 내게 만들려고 거짓말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제이가 두 사람 사이로 다가와서 소곤거렸다.
“교수님이 하는 말은 거짓말이야. 갑옷에 대한 얘기는 내가 잘 모르겠지만 베니에 대해서 한 말은 거짓말이야. 베니 독은 정말로 강해. 교수님은 교수님을 믿고 제대로 싸워보라고 우리를 부추기시는 거야. 그러니까 그렇게 알고 공격하면 되는 거야.”
“그래? 제이 너. 베니에 대해서 잘 알아?”
효재가 제이에게 물었다.
“레오니드 교수님에 대해서는 좀 더 잘 알지. 지금 우리를 노려보셨는데 화가 난 것 같다.”
제이의 말에 시현과 효재는 일단 해 봐야지 어쩌겠냐는 눈빛을 주고 받고 베니를 향해 달려갔다. 베니는 치명상에서 회복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혈기 왕성했다.
처음에 늪에 들어왔을 때 봤던 모습과 거의 비슷했다.
“언젠가는 너희가 치명상을 입히고 동료들한테 공격 기회를 마련해 줘야 돼. 겁 먹을 것 없다. 내가 뒤에 있으니까.”
레오니드가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베니에게 치명상을 입히지는 않고 베니와 신입 헌터들이 동등하게 싸우도록 만들었다. 무영이 가장 먼저 베니에게 검을 휘둘렀다. 레오니드는 무영을 노리는 베니의 시선을 가로막으며 베니를 도발했다. 베니가 레오니드를 물려고 달려드는 사이, 이번에는 시현과 효재가 베니를 공격했다.
레오니드는 딜러였지만 탱커가 하는 일을 도맡아 하고 있었다. 베니가 신입 헌터들에게 관심을 가질 틈을 주지 않고 계속해서 어그로를 끌었다. 그렇다고 베니가 기절을 할 정도로 강하게 공격을 하는 것은 아니고, 새끼 호랑이에게 사냥을 훈련시키는 어미처럼 적당히 그들을 지켜보며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제이도 나름대로 페이스를 찾아갔다. 어떻게 하면 자신이 안전하고 편하게 베니에게 공격을 가할 수 있는지 파악했고 계속해서 차근차근 공격을 성공시켜 나갔다.
신입 헌터들은 점점 레오니드가 만족해 할만한 레이드를 펼쳤다. 가끔은 상급 헌터가 전력을 다해 성공시킨 공격 같은 것이 나오는 때가 있었는데 그런 공격을 한 번씩 성공시키고 나면 헌터 스스로도 느낀 채로 레오니드를 바라보았다. 그럴 때마다 레오니드는 고개를 끄덕여 주면서 그 감각을 계속 유지하라고 말해 주었다.
레오니드가 엄지를 들어보이며 칭찬이라도 해 주면 헌터들은 금방 기분이 좋아져서 앞에 베니가 있다는 것도 잊어버리고 헤죽 웃다가 레오니드의 불호령을 들었다.
무영은 일단 레이드가 시작되고 나면서 무서운 집중력을 보였다. 무영은 베니에게 데미지를 입혀 체력을 깎는데도 주안점을 두었지만 베니의 몸을 고르게 때리고 돌아다니면서 베니의 몸을 익혀가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부지런히 돌아다니다가 효과적으로 베니를 공격할 수 있는 곳을 찾은 것 같다고 여겨지면 제이에게 신호를 보냈다. 제이 역시 무영이 어떤 자리를 찾아낸 건지를 깨닫고 무영의 호의를 받아들였다.
레오니드는 그런 무영을 보고 호기심을 느꼈다. 무영은 독에 내성이 있는 것 뿐만 아니라 독을 가지고 공격을 하는 괴수들이 지닌 습성까지도 지니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을 가진 괴수들은 많았다. 그중에는 베니같은 괴수도 있었다. 베니같은 괴수는 상대가 아무리 강한 껍질이나 갑옷으로 무장을 하고 있어도 어려움을 겪지 않고 공격을 했다. 얼마든지 물어뜯어서 상대방을 무력화시키고 살에 독을 주입할 수가 있어서였다. 반면 다른 괴수들 중에는 상대방의 부드러운 부분을 노리고 들어가 거기에 독을 주입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라고 볼 수 있었다.
어떤 녀석은 헌터의 눈을 노렸고 어떤 녀석은 헌터의 옆구리를 노렸다. 콜로니에 있는 어떤 녀석들은 상대방의 목을 집요하게 노렸다.
무영은 괴수의 몸을 공격하면서 골격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나 상대적으로 취약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찾아내고 있었다. 레오니드가 무영을 보면서 그것에 대해서 생각을 하는 동안 베니가 레오니드를 피해서 제이를 공격했다. 레오니드가 발견했을 때는 이미 한 발 늦었다고 생각되는 시점이었다.
레오니드는 자세가 완전히 무너진 상태에서 베니를 향해 날아올랐고 그러면서 베니의 머리를 향해 검을 던졌다. 하지만 레오니드가 시도한 버저비터는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베니는 그대로 그 자리에 거꾸러졌다. 제이는 얼굴이 창백해진 채로 베니를 바라보았고 그런 제이를 효재가 뒤로 물러나게 했다.
레오니드는 쓰러진 베니의 뒤에서 고개를 들고 일어서는 시현을 발견했다. 시현의 너클 낀 주먹에서 무서운 차크라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레오니드는 놀란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시현의 실력에 놀란 것도 놀란 거였지만 자기가 순간적으로 방심을 하다가 제이를 다치게 할 뻔 했다는 생각에 잠시동안 정신을 제대로 차릴 수가 없었다.
무영이 그런 레오니드에게 다가왔다.
“서규태 써전님이 하신 말씀인데요. 레이드를 할 때는 지난 실수를 생각하면 안 된대요. 그 뒤에 뭐라고 하셨는지는 생각이 잘 안 나는데. 실수는 바로 잊어버려야 한다고 하셨던 것 같아요.”
무영은 그렇게 말하고 씨익 웃고서 다음 공격을 준비하며 베니에게 달려갔다. 시현의 공격이 제대로 들어가 준 덕에 베니가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렇게 좋은 기회를 그냥 날려버릴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무영이 공격하는대로 베니의 체력은 차곡차곡 내려갔다.
“교수님. 얘들아. 이제 600만 남았어. 언제 저렇게 된 거지? 내가 그렇게 잘 했나?”
무영의 말에 모두들 정보창을 바라보았고 어느새 그렇게 됐다고 생각하면서 서로를 바라보고 웃었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원래 열 명이 들어와서 하는 레이드를 다섯 명이 들어온 거였다. 게다가 차크라 운용 능력이 높지 않은 신입 헌터들이다보니 체력의 한계를 금방 느꼈다. 레오니드는 그들에게 남아있는 차크라가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시현은 예외로 쳐야했다. 레오니드는 시현의 차크라가 자신보다도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 사실을 확인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어느날 지연이 발표하는 것을 들었던 것이다. 레오니드의 차크라는 클랜 내에서 낮은 순위가 아니었다. 괴수 차크라를 가진 사람들 중에서는 미하일을 누르고 레오니드가 위였다. 한참 전에 발표됐던 순위라서 그 사이에 변동이 생겼을지는 모르지만 그런 변동 같은 것은 알고 싶지 않았다. 언제까지든 레오니드는 자기가 미하일을 앞선다고 믿고 싶었던 것이다.
그때 발표된 바에 따르면 시현이 지우의 뒤를 이었다. 야로슬라프마저 시현보다 차크라가 적었다. 단순히 적었다라고 말하기에는 그 차이가 너무 엄청났다.
지연이 그 발표를 했던 것은, 시현이 가진 차크라 양과 지우가 가진 차크라 양의 갭이 굉장한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를 하다가 시작이 되었다. 그런 시현이니 지금 시현의 차크라를 걱정할 필요는 없었지만 다른 헌터들은 사실상 거의 방전이 됐다고 봐야 했다.
시현이 레오니드를 바라보았다. 시현도 다른 헌터들의 차크라가 급속도로 고갈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듯했다.
“좋아. 해 보자. 시현이는 계속하고 다른 사람들도 대기하면서 차크라를 회복해봐. 차크라가 회복 되는대로 조금이라도 거든다는 생각으로 해 줘.”
레오니드의 말에 모두들 차크라를 회복하는데 주력을 했다. 차크라를 운용하는 것 자체가 아직 몸에 익지 않은 상태라서 차크라를 회복시키기 위해 뭘 해야하는지도 잘 알지 못했지만 그래도 못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해 나갔다.
시현은 레오니드가 베니의 주의를 끌 때마다 놓치지 않고 공격을 했다. 레오니드는 이제 훈련 목적은 거의 끝났다고 생각하고 자기가 나서서 주도적으로 공격을 마무리했다. 어린 헌터들은 드디어 레오니드가 실력을 발휘하는 것을 구경하게 되었다. 무영은 정보창을 보면서 괴수의 체력이 얼마나 남았는지 읽어주려고 했지만 떨어지는 속도가 너무나 빨라서 나중에는 포기를 했다.
시현은 끝까지 지치지 않은 채 레오니드의 곁에서 같이 공격을 가했다. 비록 공격력은 약했지만 한 번의 레이드로 그는 자기가 달라졌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분명히, 처음의 타격때와는 자세가 달라져 있었다. 시현은 순간순간 자라나고 있었다.
마침내 공략이 끝났을 때 네 사람의 신입 헌터들은 뛰면서 기뻐했다. 정작 자기들이 공헌한 바는 크지 않았지만 첫 레이드였고 첫 성공이었다. 레오니드도 그들이 어떤 기분일 거라는 것을 알았기에 마음껏 그 기쁨을 누리게 해 주며 축하해 주었다.
늪을 나오면서 효재가 물었다.
“교수님. 강한 일격이나 약한 일격이나 시스템에는 그냥 공격 한 번으로만 인지가 되는 거예요?”
효재의 질문에 레오니드가 웃었다.
“늪에서는 그래. 하지만 콜로니에서는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콜로니에서는 강한 일격을 가하면 데미지가 더 들어가나요?”
시현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콜로니의 모든 생물에 그러는 건 아니야. 그런데 콜로니에 사는 몇 몇 개체에서 그런 게 발견됐어. 처음에는 정보창을 볼 틈도 없이 레이드에만 열중을 해서 그걸 몰랐는데 나중에 그 사실이 밝혀졌어.”
“그러면 클랜 A에게 정말 유리하겠네요. 한 분 한 분이 강한 일격을 꽂아 넣으실 수가 있잖아요.”
무영은 완전히 흥분해서 말했다. 제이의 눈도 초롱초롱해졌다.
“확실히 그런 면이 있지.”
“그럼 그런 개체한테는 낮은 등급의 헌터가 딜을 넣어도 마찬가지인 건가요? 공격력하고 상관없이 가격이 얼마나 센가에 따라서 괴수가 데미지를 많이 입게 돼요?”
시현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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