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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부터 레벨업-272화 (27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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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부. 콜로니

초기에는 시현을 구경하느라고 제대로 수업에 열중을 하지도 못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세진의 강의에 집중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며칠 후에 실습을 나가러 가게 돼 있어서 긴장이 고조 되어 있었다.

“장비와 무기는 익스트림 헌터에서 대여해 줄 겁니다. 무기를 고르는 문제는 담당 교수들과 상의하세요. 각각 어떤 늪으로 가게 될지, 어떤 괴수들을 만나게 될지, 그건 각 조의 조장이 되실 교수님들이 알려주실 겁니다. 5급 괴수에 체력도 낮은 개체로 선별을 하겠지만 여러분 중 대부분에게 첫 레이드가 될 만큼 이건 절대로 간단하지 않을 거예요.”

세진은 피도 눈물도 없이 냉혹하게 말했다. 안 그래도 벌벌 떨고 있는 애들에게 아예 할로윈 가면까지 쓰고 나와서 빽, 소리를 지르며 간을 떨어지게 만들려는 것 같았다.

학생들은 실전을 앞둔만큼 바짝 긴장한 채 질문들을 쏟아부었다. 세진은 그들에게 일일이 대답을 해 주었다.

“이런 질문도 잘 들어두면 도움이 될 겁니다. 지금은 여러분이 가장 아래 단계의 하급 헌터들이지만 어느 순간에는 여러분이 클랜 마스터가 될 수도 있는 거예요. 그때 여러분들이 오늘 나온 질문들을 기억할 수 있다면 여러분의 클랜원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레이드를 처음 하는 헌터들이 어떤 의문을 갖고 있는지, 정서적으로 어떤 상태에 처해있는지 알게 된다면 말이죠.”

세진이 말하자 그때부터는 다른 헌터들이 하는 질문과 대답에도 집중을 해서 귀를 기울여 들었다.

“자. 실습은 실습이고. 오늘 배우기로 한 것도 있으니까 진도를 나갈까요?”

세진이 질문을 정리하겠다는 의미로 말했다. 세진은 대형 스크린에 괴수의 사진을 띄웠다.

“콜로니에서 발견된 새로운 개쳅니다. 미국의 콜로니에서 발견된 개체죠. 베로니카 공격대에 의해서 발견이 됐는데 아직 공략법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베로니카 공격대에서 익스트림 헌터 길드에 공략법을 문의해온 개쳰데. 나는 여러분의 천재적인 두뇌로 공략법을 알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세진은 콜로니의 구조를 그리고 콜로니에 몇 개의 종이 살고 있는지, 각각의 종이 몇 개의 개체로 이루어져 있는지에 대해서 대략적인 설명을 이어나갔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콜로니는 많은 변칙을 가지고 있는 맵입니다."

세진의 말이 이어지는 동안 강의실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침넘기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만큼 스크린의 괴수는 괴랄했다.

세진은 헌터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이쪽 콜로니에서 통했던 것들이 저쪽 콜로니에서는 통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콜로니를 발견하면 우선은 콜로니에 대한 탐사를 먼저 해야 합니다. 익스트림 헌터에서 만들어져 보급된 감응기 덕에 콜로니 내부까지 직접 들어가지 않아도 어느 정도는 밖에서 파악을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콜로니 내부에 전파 방해 물질이 발라져 있는 것 같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그건 해결이 된 건가요, 교수님?"

한 학생이 세진에게 물었다.

"네. 익스트림 헌터와 바디펌이 강지연 연구원을 두지 못했다면 괴수와 레이더들의 균형은 크게 기울었을 거예요. 하지만 헌터들한테는 강지연 연구원이 있죠. 이 말을 하는 이유는. 혹시 여러분들 중에 레이드에 소질이 없는 것 같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들은 그쪽으로 진로를 알아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돼서예요. 헌터들이 레이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발시켜주는 일도 정말로 뜻깊은 일이거든요."

세진은 그냥, 학생들을 둘러봐 가면서 얘기를 하던 것 뿐이었는데 무영은 세진과 눈이 마주치자 거기에 큰 의미가 담긴건가 하면서 걱정을 했다.

'나는 레이더로서 영 소질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이야.'

사실 그런 생각을 한 사람은 무영만이 아니었다. 제이도 마찬가지 생각을 했다. 자존감이 넘치는 상위 클래스의 몇 명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사람이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다.

"맵이 그렇게 진화했다고 봐야 하는 걸까요? 헌터들이 감응기를 개발해서 밖에서도 맵을 관찰할 수 있다는 것에 대응해서 맵이 발전하는 거라고 생각하세요?"

질문이 이어졌고 세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괴수와 맵, 헌터들. 서로서로 모두가 진화하고 있습니다."

세진이 말했다.

강의를 듣는 어린 헌터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서렸다. 그러자 세진이 웃음을 지었다.

"그 정도는 돼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그렇지 않으면 일방적인 우세가 점쳐지지 않아요? 우리한테는 클랜 A가 있고 현신 헌터 아카데미의 학생들도 있는데."

세진이 말했다.

익스트림 헌터와 익스트림 헌터 길드, 클랜 A와 바디 펌까지. 세계는 바야흐로 대한민국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 불균형은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질 것이 뻔했다.

좋은 인재들이 현신 헌터 아카데미 같은 대한민국의 헌터 아카데미로 모여 들었고 그곳에서 배우고 그곳에서 활동하고 그곳에서 인정받다가 그곳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기를 바랐다. 세진의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도 그런 바람들을 가지고 그 자리에 앉아있는 거였다.

“다시 집중해 주세요. 여기 있는 게 문제의 탑시스라는 괴수입니다. 이 탑시스는 어린 녀석이 7미터고, 발견된 개체 중에 가장 큰 것의 크기도 11미터밖에 안 됐어요. 11미터라고 하면. 네. 여러분들 표정을 보니까 실망했다는 게 느껴지네요. 괴수 중에는 굉장히 작은 편이죠.”

세진은 탑시스의 사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뭐가 연상되나요? 커다란 파리 같지 않아요?”

세진이 말한 것처럼 그것은 머리 위에 큰 눈을 얹고 있는 파리처럼 보였다. 11미터라고는 해도 괴수 치고는 절대로 큰 크기라고 할 수가 없었고, 생긴 모양도 위협적으로 생기지 않다보니 의문이 들었다.

학생들도 베로니카 공격대에서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클랜 A가 미국과 관계가 좋지 않았을 때도 베로니카 공격대는 클랜 A에게 협조적이었고 클랜 A가 명예를 회복하는데 물 밑에서 큰 힘을 쏟았던 곳으로 유명했다.

그것을 떠나서 베로니카 공격대의 실력도 상위 클래스에 속했다. 한동안 큰 발전이 없이 지지부진했던 공격대였지만 클랜 A와 교류를 하기도 하고 현신 헌터 아카데미에 하급 헌터들을 보내 훈련을 받게 하기도 하면서 점점 그 실력을 키워나갔다. 그런 베로니카 공격대가 탑시스의 공략법을 스스로 찾아내지 못하고 익스트림 헌터 길드에 문의를 해 왔다는 것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세진은 헌터들의 표정을 이해한다는 듯이 옅은 웃음을 지었다.

“탑시스는 별 것 아닌 존재로 끝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큰 문제가 있죠. 탑시스가 만들어내는 문제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콜로니의 시스템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콜로니에는 여러 개체가 모여살고 있죠. 그 중에는 군체들이 모여사는 곳도 있습니다. 콜로니에는 콜로니에 살 수 있는 개체의 수가 정해진 걸로 보여요. 어떤 콜로니는 200개, 어떤 곳은 250개, 300개 하는 식으로요. 살 수 있는 개체의 수가 정해졌다는 건, 그 수가 넘으면 안에 있던 개체가 밖으로 나온다는 의미입니다. 네. 늪과는 약간 다른 메커니즘이죠. 늪은 테두리가 성장하고 성장이 끝났을 때 괴수가 튀어나오는 구조였지만 콜로니는 그렇지 않습니다.”

학생들의 눈이 말똥말똥하게 빛났다.

“콜로니가 나타났을 때 대처하는 방법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전에는 헌터들이 자신들의 자유 의지에 따라서 늪에 들어가서 레이드를 할 수가 있었어요. 지금도 크게 다른 건 아닙니다만 콜로니는 그 규모와, 그 안에 살고 있는 괴수들의 위험성 때문에 훨씬 더 중요하게 취급됩니다. 200개의 개체가 살 수 있는 콜로니가 있다고 한다면 그 지역에 만들어진 공격대들이 나서서 주기적으로 공략을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괴수가 밖으로 나오겠죠. 한 번 괴수가 출몰하기 시작하면 생활 터전이 황폐화되는 것은 시간 문제입니다.”

세진이 학생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적기도 하면서 열성적으로 귀를 기울였다.

“하던 얘기로 다시 돌아가 볼까요? 탑시스가 일으키는 문제는 바로 이런 겁니다. 이 녀석들은 미친 듯이 번식을 해요. 그건 콜로니에서 괴수를 밀어내는 시기를 앞당기는 효과를 가져오죠.”

“교수님. 혹시 콜로니 안에서 자연사를 하는 괴수도 있습니까?”

시현이 물었다. 세진이 시현에게 손가락으로 총을 쏘는 시늉을 했다.

“지금이 바로 그 질문이 나와줘야 되는 타이밍입니다. 질문을 안 해 줬으면 실망할 뻔 했어요. 네. 콜로니에서 자연사하는 괴수들도 있습니다. 다른 개체와 서로 싸우다가 죽기도 해요. 그러면 콜로니는 그 수를 인식합니다. 죽는 개체가 생기지만 새로 태어난 개체들이 빈 자리를 다시 채우죠. 그런데 탑시스는 미친 속도로 번식하는 것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고. 콜로니에서 죽음을 맞이하지 않습니다.”

“네?”

여기저기에서 의문이 쏟아져 나왔다.

“콜로니에 있는 약한 개체들은 강한 개체들에 의해 공격을 당합니다. 그렇게 해서 죽게 되기도 하죠. 그런데 탑시스는 이렇게 작은데도 강한 개체들의 공격을 당하지 않습니다.”

“독을 가졌나보네요?”

무영이 말했다.

“그렇죠. 독은 덩치가 작은 개체들이 자기 몸을 효과적으로 지켜나갈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탑시스만 번식이 빠른 이유가 있나요? 그리고. 번식이 빠르다고 하더라도 개체가 자연사를 하지 않는다는 건 이해가 안 가는데요, 교수님.”

다른 학생이 물었다.

“탑시스는 성년이 되고 알을 낳으면 스스로 자기 몸을 퇴화시킵니다. 다 자란 기관들을 퇴화시키고 어린 상태로 돌아가죠. 그리고 우리 헌터들한테는 아주 끔찍한 말이지만, 탑시스는 수컷, 암컷 할 것 없이 알을 낳습니다. 한 번에 스무 개 정도씩.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건, 탑시스의 알은 독으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다는 거죠.”

“다른 괴수들이 탑시스의 알을 먹기도 하는 거군요.”

제이가 말했다.

“맞습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콜로니는 벌써 폭발했을 겁니다. 그러면 그 지역이 붕괴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미국이라는 나라가 지구상에서 사라져버릴 수도 있었을 거예요.”

헌터들은 그 말을 듣고 말을 하지 못한 채 입만 벌리고 있었다.

“사태가 그 정도로 심각해져서 클랜 A도 그 일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콜로니가 그렇게 적극적인 공격양상을 띄는 곳이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그건 언젠가 우리 문제가 될 수도 있어요. 먼저 부딪쳐 봐야 한다는 게 클랜 A의 입장입니다. 클랜 A뿐만 아니라 네메시스와 익스트림 헌터 길드 산하에 있는 탑 클래스 클랜들이 같이 투입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공략법을 생각해내 보세요.”

세진이 말했다. 헌터들은 멍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질문이 던져진 것을 깨닫고 머리를 굴렸다.

“탑시스는 파리같이 생겼지만 파리는 아닙니다. 자연계의 파리에 대해서 갖고 있는 지식은 내려놓고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세진의 말에 헌터들의 얼굴은 더 굳어졌다.

“탑시스의 알들이 있는 곳을 감지할 수 있는 감응기를 만들어서 탑시스의 독에 면역이 있는 헌터들로 정찰대를 꾸려서 콜로니에 보내는 건 어떤가요? 그렇게 해서 탑시스의 알이 탑시스가 되는 것만 막아도 콜로니의 개체수를 유지하는 게 어느 정도는 가능해질 것 같은데요.”

한 학생이 말했다.

"좋은 생각이예요. 우리도 탑시스의 독에 면역이 있는 헌터들을 찾고 싶어요. 탑시스는 콜로니의 외곽에 집중적으로 서식하고 있기 때문에 탑시스가 콜로니를 보호해주는 역할도 맡고 있죠. 독이 있는 탑시스를 상대하다보면 헌터들이 차크라를 소진해서 더이상 깊이 들어가지 못하는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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