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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부. 콜로니
베로니카 정규 공격대가 익스트림 헌터 길드와 같이 해 온지는 벌써 15년이 넘었고 클랜 A와도 안면이 있었다. 베로니카 정규 공격대는 미키 위도의 훌륭한 취재원이었고 베로니카 공격대에 의해서 정보를 얻어 위기를 모면한 일도 여러 번 있을 정도였다.
콜로니의 정찰을 위해서 클랜 A가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도 있겠지만 베로니카 공격대의 도움을 받으면 클랜 A만 움직여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의견이 나와 클랜 A는 베로니카 공격대와의 만남을 요청했다.
만남을 주선한 사람은 미키 위도였다. 서규태는 미키 위도를 크게 반겼고 미키 위도 역시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서규태만 보이는 것처럼 웃음을 지었다.
“저 두 분은 도대체 언제까지 저렇게 썸만 타실 거래요?”
강현이 슬쩍 다가와서 임정과 지우에게 물어볼 정도였다.
“그러게 말이야. 우리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맺어드려야 하는 거 아닐까?”
지우가 그렇게 말을 했을 정도였다.
잠시 후에 베로키나 공격대의 공격대장이 도착했다. 공격대장 조위 펠릭스는 190센티가 넘는 거구에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호남이었다. 인상 자체가 웃는 상이었고 다른 사람을 속이려는 의도를 품지 않는 사람처럼 보였다.
“조위라고 불러주세요.”
그가 말했다. 조위는 한 사람 한 사람과 인사를 나누었다.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조위는 눈썹과 수염까지 전부 붉은 색이었다.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바로 콜로니로 옮겨서 설명을 들었으면 합니다. 시간이 많질 않거든요. 부탁하는 입장이면서도 저희 시간에 맞춰서 움직이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지우가 말했다.
왜 바쁜지 물어봐 달라는 투였다. 조위는 지우에게, 기다리는 약속이라도 있느냐고 물어봐 주었다. 지우는 그 질문만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자기가 아들 학교에서 열리는 학부모 총회에 나가야 한다고 줄줄줄 얘기를 시작했다. 조위 역시 클랜 A와 시현이 블랙 스왈로워에서 이룬 일을 알고 있었기에 흥미롭게 그 얘기를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저도 오늘 시현을 볼 수 있을 줄 알았다가 시현이 보이지 않아서 궁금하기는 했습니다. 먼저 돌아간 거군요. 그 일을 겪게 해서 시현에게 정말 미안했습니다. 같은 미국인으로서 말이예요. 하지만 저희도 침묵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미국의 헌터들도 나름대로 움직였어요. 언론이 장악돼서 우리 집회가 제대로 발표되지 않아 그렇지 미국에는 클랜 A를 지지하고 고마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럴 때 미키가 있다는 건 정말 다행인 거죠.”
조위가 안타까워하며 말했다.
“그랬다면 우리가 스페아크린 앞에 나타난 괴수를 처치하러 나서지 않는 걸 보고 서운해 했을 수도 있겠군요.”
서규태가 말했다.
“아닙니다. 배가 고파질 때마다 남의 손만 바라볼 수는 없는 거죠. 저라고 했더라도 그렇게 했을 겁니다. 선량한 시민들이 희생된 건 안 됐지만 스페아크린은 한 번 그런 일을 호되게 당하고 정신을 차려야 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클랜 A와 블랙 스왈로워 시민들에게 사과 발표를 하고 치안대장이 물러나면서 언론도 이제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보고 있습니다. 과정은 많이 아팠지만 환부를 도려내지 않으면 전부 죽을 수밖에 없었던 거죠.”
조위의 말을 들으면서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움직여볼까요?"
조위가 야나에 올라탈 수 있을지 궁금해 했지만 야나는 아무 문제가 안 된다는 듯이 조위를 태워주었다.
문제는 헌터가 아닌 일반인인 미키 위도였는데 미키는 야나에 탈 수가 없었고, 서규태가 같이 미키 위도의 차를 타고 야나를 뒤쫓아 오기로 했다.
조위는 야나에 탔다는 사실에 어린애처럼 흥분했다.
"야나에 대해서는 말만 들었는데. 정말 야나를 타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조위가 입을 귀에 건 채로 말했다. 조위의 순수한 모습에 클랜원들도 웃음을 지었다.
“콜로니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한국에도 콜로니가 나타나고 있긴 한데 이게 시작 단계고 경험이 없다보니 배워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요.”
지우가 말하자 조위가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국에 나타난 콜로니는 일곱 개 정돕니다. 콜로니에는 변칙이 많아요. 같은 콜로니라고 해서 다같은 규칙이 적용되는 게 아니죠. 콜로니에 입장하는 방식만 해도 그렇습니다. 콜로니는 리드로 덮여있지 않아요. 지금 우리가 같이 가려는 콜로니는 커다란 바위에 생겨났습니다. 입구가 꼭, 늪의 테두리처럼 생겼어요. 헌터 타투를 가진 사람들이 들어가면 헌터 타투를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일반인은 들어가지 못해요.”
“다른 곳은 다릅니까?”
태인이 물었다.
“어떤 곳은. D급 이상의 헌터가 아니면 들어가지 못하는 곳도 있다고 하더군요.”
조위가 말했다.
“시스템이 먼저 헌터를 거절한다는 말처럼 들리네요.”
이익헌이 말했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지금 가려는 콜로니는 맵의 크기가 엄청납니다. 정확한 측정을 하는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만 축구장 네 개를 붙여 놓은 것보다 더 큰 것 같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 안에 괴수가 얼마나 사는데요?”
“200마리가 넘는 것 같아요.”
“그걸 동시에 공략하지 않으면 콜로니가 사라지지 않는 겁니까?”
이익헌이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아닙니다. 동시에 공략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 개체의 체력만 고갈시켜도 그 개체를 공략하는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한 개체를 공략할 때 주위에서 그 녀석의 동료들이 협공을 해 온다는 게 문제죠. 그래서 한 녀석을 집중해서 공격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콜로니에서는 가끔 괴수가 출몰합니다. 전부 나오는 게 아니라서 몇 마리가 출몰한다고 콜로니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예요. 저희는 그게 맵의 균형이 무너졌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맵의 균형요?”
“콜로니에 사는 괴수의 개체가 일정수 이상으로 넘어가면 그 수만큼 개체들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조위가 말했다.
그 말을 들은 클랜원들은 한동안 아무도 말을 잇지 못했다.
야나가 한참 달린 끝에 그들은 콜로니에 도착했다. 콜로니에 2백 마리가 넘는 괴수가 살고 있고 각각의 개체를 죽이면 러프 스톤을 얻을 수 있다면, 우선 입구와 가까운 곳에 있는 개체부터 공략을 해서 돈을 벌려는 사람들로 콜로니가 북적거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콜로니 앞은 한산했다.
“입장 제한이 있습니까?”
강현이 물었다. 조위가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입장 제한이 있었다면 헌터 협회나 치안대에서 나서서 정리를 해야 했겠죠. 늪과 같은 시스템이라면 그럴 겁니다. 만약에 열 명의 레이더들이 공격대를 구성해서 안쪽에서 괴수를 공격하고 있는데 다른 공격대가 그 사실을 모르고 들어간다고 해 보세요.”
“늪이라면. 괴수의 체력이 리셋되겠죠.”
강현이 말했다.
“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죠. 하지만 콜로니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콜로니가 발생하면서 늪의 발생 빈도가 줄었습니까?”
임정이 물었다.
“아뇨. 그렇지도 않습니다. 늪은 늪대로 생겨나고 콜로니는 콜로니대로 생겨납니다. 콜로니가 나타나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예요.”
“콜로니에도 등급이 있습니까?”
태인이 물었다.
“아뇨. 그런 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각각의 괴수들이 살고 있는데 5급 괴수부터 1급 괴수까지 같이 존재해요. 1급 괴수 중에도 체력이 압도적으로 높은 괴수도 있고 말입니다.”
“그 괴수와 마주친 적이 있으세요?”
강현이 물었다. 조위는 헛웃음을 지었다. 갑자기 그때의 일이 떠오르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그때는 그냥. 아휴. 죽는 줄 알았습니다. 내가 여기에 왜 왔나 싶었고. 여기에서 죽지 않고 달아날 수 있을까. 그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각각의 개체가 같은 종인가요?”
지우가 물었다.
조위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예요. 여덟 개 정도의 종이 같이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약한 종도 있죠. 제가 본 경우에는 그런 것도 있었습니다. 약한 종 중에 헤르겐이라는 녀석들이 있거든요. 그 녀석들은 벽에 붙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예요. 콜로니에 들어가면 입구쪽 벽에 그 녀석들이 붙어 있는 게 보일 거예요. 그렇다고 움직이지 못하는 건 아니고 아주 작은 발 같은 것들이 있는지 살살살살 움직이기도 하거든요. 헤르겐은 여러 개의 촉수를 가지고 있는데 그 촉수에 맹독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맹독이 헌터들한테는 통하는데 콜로니에 같이 살고 있는 녀석중에 스켈이란 녀석들한테는 안 통해요. 스켈은 이족 보행을 하는 괴수입니다. 사람보다는 조류에 가까운데 날개 대신 팔이 달려 있고 날지는 못해요. 스켈은 헤르겐의 맹독에 면역이 있어서 헤르겐을 무기로 가지고 돌아다닙니다. 헤르겐을 손에 꼭 쥐고 다니는 거죠.”
“그렇게 해도 헤르겐은 죽지 않는 모양이죠?”
“가끔은 죽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콜로니에 있는 괴수끼리 싸움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동족 간에도 가끔 싸움이 일어나거든요. 스켈끼리 싸우면 스켈은 자기 힘으로 싸우기도 하지만 헤르겐을 가지고 싸우는 일이 많고 헤르겐이 빨리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자기가 가지고 있던 헤르겐을 찢어서 싸웁니다.”
“찢어요?”
임정이 물었다. 웃을 생각은 아니었지만 웃음이 나와 버렸다. 조위도 웃었다.
“네. 눈싸움을 하는 걸 생각해 보면 될 겁니다. 뭔가를 던져야 하는데 없으면 그렇게라도 해야 되겠죠.”
“콜로니에 대해서 연구가 많이 이루어져 있네요.”
이익헌이 말했다.
“익스트림 헌터에서 보급한 감응기 덕이죠.”
조위가 말했다.
익스트림 헌터에서는, 지연이 만들었던 감응기를 발전시켜서 정규 공격대에 보급해 오고 있었다. 맵에 들어가기 전에 괴수의 행동 양식을 파악하는데는 그것이 이제 필수적으로 사용되었다. 콜로니 바깥에서 괴수에 대한 정보를 많이 모을 수 있었던 것은 감응기 때문이었다.
“콜로니 안에 있는 개체들의 수가 마지노선을 넘으면 콜로니에서 괴수가 나온다고 하셨죠?"
서규태가 물었다.
"네."
"콜로니에서 괴수가 나올 때 어떤 개체가 나올지는 예측이 가능한가요?”
서규태가 물었다.
“아뇨. 그게 문젭니다. 이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정규 공격대들이 연합을 해서 늘 콜로니를 관찰하고 있기는 합니다. 위험 수준에 이르기 전에 콜로니에 들어가서 개체 수를 조절 하는 거죠. 하지만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쉽지가 않습니다. 가장 무서운 건 협공이죠.”
“헤르겐의 독을 무력화시킬 해독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습니까?”
이익헌이 물었다.
조위는 고개를 저었다.
“일단 헤르겐을 한 마리 잡아 가죠. 채준형 마스터한테 가져다 주면 해독제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해독제를 못 만들더라도 최소한 접근 방식에 대해서는 조언을 해 줄 수 있을 겁니다.”
이익헌이 말하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간 김에 우리가 할 수 있는만큼 전부 죽여도 되는 거죠?”
강현이 말하자 조위가 웃었다.
“그래주신다면야 정말 감사하겠죠. 하는 김에 싹 쓸어주시면 더 고맙고요. 지금까지 콜로니가 그런 식으로 공략된 경우는 없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지금 들으신 얘기를 모든 콜로니에 적용시키면 안 된다는 말씀도 드려야겠네요. 다른 지역에 나타난 콜로니는 다르다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콜로니 안에 사는 개체가 한 종으로만 이루어진 곳도 있고요.”
클랜원들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이 안에서 캐츠 아이 스톤이 발견된 적이 있습니까?”
이익헌이 묻자 조위가 잊고 있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