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급부터 레벨업-255화 (255/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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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부. 콜로니

“아, 괴롭다. 그 말이 이해가 안 된다.”

야로슬라프가 짐짓 슬픈 척을 하면서 말했다.

“나는 너무너무 잘 이해가 되는데. 저라고 해도 그럴 거예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구조 요청을 하면 미안한 마음을 억누르고 내가 믿는 사람들한테 도와달라고 말하겠죠.”

지우가 말했다.

“그럼. 이번에는 부탁 좀 하겠습니다.”

서규태가 말했다.

클랜 A의 클랜원들은 서규태가 미키 위도와의 관계를 잡아떼지 않는 것을 재미있어 하면서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서규태도 긴 방황의 끝을 맞이하는 것 같았다.

***

레오니드 교수의 연구실이 잠겨있는 것을 보고 해민은 미하일의 연구실로 향했다. 그러나 그곳 역시 잠겨 있었다. 두 사람이 어디에 간 건지 궁금해 하면서 발걸음을 돌리던 해민은 갑자기 그 자리에 우뚝 섰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회색 벽이 드리워져 있던 곳에 해민이 떠올린, 전혀 낯선 세계가 펼쳐졌다. 프레딕터가 보여주는 환상이었다.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공중에서 전투기가 그들을 향해 폭격을 하고 있었다. 그들을 위협하는 것은 괴수가 아니라 공군이었다. 그 가운데에 있는 사람들은 클랜 A가 분명했다. 괴수와 싸우다가 사람들과 함께 그 도시에 갇혀버린 듯했다.

오래된 영상 속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들 중에 있는 레오니드와 미하일은 며칠 전에  봤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

투구를 쓰고 갑옷을 입었지만 해민은 그들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 몇 몇 사람이 투구를 벗었다. 하늘을 보고 고함을 지르는 모습이었다. 해민은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도시를 폐쇄하려고 하는 거야!”

누군가 소리치는 것이 들렸다.

“이 도시를 버리려는 거야! 블랙 스왈로워를. 저 괴수들과 함께 우리를 버리는 거라고!”

사람들이 소리쳤다.

육해공이 합동으로 펼친 작전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지만 그들은 작은 부분을 변경했다. 누구를 적으로 삼을 것인지에 대한 것이었다. 정부는 블랙 스왈로워의 시민들을 구출하기로 하던 것에서, 괴수와 함께 그들을 그 자리에 묻어버리는 것으로 작전을 바꾸었다.

블랙 스왈로워로 향하는 길에 통행 제한 조치가 내려졌다. 정부는 그리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을 우선적으로 묶었다.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은 그대로 총을 겨누었다. 그들이 발포할 수 있을 거라는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지금은 국가 비상사탭니다."

통행을 막으며 군인이 말했다.

“그럼 저 안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누군가 외쳤다.

“이 도시에 대한 기억은. 지우는 게 좋을 겁니다. 아예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곳처럼. 그러면 편할 겁니다.”

뒤에 있던 누군가가 지루하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글을 내려쓴 남자였다.

군이 도시를 점령하고 사람들을 통제했다. 들어오는 것도, 나가는 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은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군인이 말한 것처럼 그것은 국가 차원의 비상 사태였다. 그들이 찾아낸 해결책이라는 것이 사람들을 괴수와 함께 묻어버리는 거라는 것을 알지 못했으면서도 사람들은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면서 울부짖었다.

그 한 가운데에 클랜 A가 있었다. 그들은 괴수와 싸우고 있었지만 외부에서 다른 손이 그들의 목을 조여오고 있었다. 군용 덤프들이 시시각각 도시를 향해 물밀 듯이 몰려들었다.

도시 매몰. 도시에 대한 기억을 지우라는 말이 해민의 머릿속에 울려퍼졌다. 환상은 거기에서 멈췄다.

해민은 프레딕터에게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프레딕터는 어떤 질문도 받지 않겠다는 듯, 해민을 버려둔 채 깊숙이 가라앉았다.

"안 되는 거잖아. 이제 만났다고. 이제야 만나서 그렇게 좋아했는데. 이럴 수는 없는 거잖아. 내가 뭘 해야 되는 건지 알려줘. 그 소식을 전할 수는 없다고!"

해민은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질렀지만 프레딕터는 환상을 보여준 것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끝이라는 듯, 그 후로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해민은 현신 고등학교를 향해 달려갔다. 헌터 아카데미에서도 웬만해서는 차크라를 쓰는 일이 없었고 현신 고등학교에서는 더할 나위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 해민에게는 그런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아이들은 헌터 아카데미의 교수가 차크라를 실은 채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는 것을 지켜보며 놀라워했다.

해민은 시현을 찾으러 시현의 교실로 올라가던 길에, 시현을 찾아내기 전에 길무영과 마주쳤다. 길무영은 해민을 단 번에 알아보았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여기는 어쩐 일이세요? 저는 길무영입니다. 안시현이랑 같은 방을 쓰는 길무영요.”

길무영은 해민이 저를 알아보지 못할까봐 재빨리 자기 소개를 했다. 길무영을 알아보고 해민이 길무영에게 다가갔다.

“시현이랑 민효재를 찾아서 말해. 지금 당장 현관 앞으로 내려오라고 해. 나도 이사장실에 들렀다가 거기로 바로 갈 거니까. 거기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해.”

“시현이랑 민효재요? 네!”

길무영은 무슨 일인지 묻지도 않고 곧바로 달리기 시작했다. 해민의 얼굴을 보고 상황이 급하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시현은 교실 안에 있다가 길무영이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길무영이 저를 향해서 거침없이 달려오는 것을 보고, 이 자식이 또 무슨 시비를 걸려고 이러는 건가 하면서 얼굴을 구겼지만 길무영은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해민의 말을 전했다.

“안시현! 윤해민 교수님이 찾으셔. 현관 앞으로 오라고 하셨어. 민효재도 오라고 하셨는데 걔한테는 내가 말할 테니까 너는 얼른 내려가. 교수님은 이사장님한테 갔다가 가실 거라고 했어. 거기에서 기다리고 있어. 알았어?”

시현은 무슨 일인지도 모르는 채로 얼떨떨한 표정을 지은 채 길무영을 바라보았다.

“교수님 표정이 심각했어. 뛰는 게 좋을 것 같다.”

길무영은 정신을 차리라는 듯이 시현의 팔을 세게 툭 때리고 민효재의 교실을 향해 달렸다. 민효재는 다른 때와 다름없이 같은 반 녀석들의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효재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하이애나같은 놈들이 길무영의 눈에 딱 들어왔지만 길무영은 그 녀석들을 무시하고 민효재에게 달려갔다.

“윤해민 교수님이 찾으셔. 당장 가 봐야 할 것 같다. 현관 앞으로 내려가. 지체하지 말고. 표정이 안 좋았으니까. 빨리 가. 시현이는 먼저 내려갔어.”

“어? 나하고 시현이를?"

"그래. 빨리 가."

"알았어. 가방은? 가방도 챙겨야 되나?”

“내가 봤을 때는 그럴 시간도 없을 것 같던데?”

길무영의 말에 민효재도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길무영은 해민의 심부름을 제대로 끝냈다고 생각하고 안심을 했다. 긴장이 풀리면서 조금 분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왜 민효재는 데리고 가면서 자기한테는 같이 가자는 말도 안 하는지 섭섭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저 천민 자식이 뭐라고 자꾸 차별 대우를 하시는 거지? 바디 펌에서도 그러더니. 그래비틴가 뭔가 그걸 민효재만 든 것도 이상하고. 정말로 민효재한테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건가?'

길무영은 천천히 걸음을 돌리려다가 갑자기 뒤로 홱 돌았다. 민효재를 괴롭히던 놈들은 길무영과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떨구었다.

"개새끼들아. 내가 내 방 놈들 건들지 못하게 하라고 밑에 새끼들한테 말해 놨는데? 못 들었어? 아니면 내가 한 말이 우습냐? 이 개 씨발새끼들아. 내 말이 우스워? 어?"

길무영은 화풀이를 할 대상을 찾은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어떤 새끼야. 어떤 새끼가 처음에 나섰어. 대가리에 불 나게 처 맞기 전에 바로 말해."

길무영이 미쳐 날뛰자 모두가 한 녀석을 지목했다.

"거기. 문 앞에 앉은 놈!"

길무영이 소리치자 문 앞에 앉아있던 녀석이 일어섰다.

"문 닫고 아무도 못 들어오게 해."

문이 닫히자 마자 길무영의 처절한 응징이 시작됐다. 다른 반 녀석이 와서 설친다고 말리는 놈도 없었다. 그 반의 짱도 길무영의 앞에서는 무릎을 꿇어야 할 처지였다.

효재의 교실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는 동안 해민은 용하를 찾으러 갔다. 용하는 이사장실에 없었지만 복도에서 해민을 발견했다. 익숙한 뒷모습이다 하고 있었는데 해민이 이사장실을 향해 전력을 뛰어가는 게 보였다. 해민은 빈 이사장실을 한참이나 두드리더니 문고리를 떼낼 듯이 잡고 흔들었다. 헌터라서, 그렇게 계속 내버려뒀다가는 정말로 손잡이가 떨어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용하가 달려가자 해민이 용하에게 달려왔다.

"교수님. 제 방 문고리한테 왜 그러세요?"

용하의 말을 막으면서 해민이 소리쳤다.

“이사장님! 당장 클랜 A가 있는 곳으로 가야 돼요. 다시 함정에 빠질 거라고요. 사람들이 클랜 A를 다시 배신할 거예요!”

용하는 해민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교수님. 알아들을 수 있게 말씀해 주세요.”

“일단은 가야 돼요. 괴수가 나타난 도시, 블랙 스왈로워로요! 지금 당장요! 클랜 A가 위험해요!”

용하는 해민이 하는 말을 전부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해민이 프레딕터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용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곧장 선아영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 대표님. 신용합니다. 익스트림 헌터 전용기를 빌릴 수 있을까요? 네. 지금 당장요. 미국에 가야 합니다. 블랙 스왈로워에요.”

용하는 전화를 받으면서 해민에게 신호를 보냈다. 해민은 용하의 옆에서 나란히 걸었다.

“예. 그리로 바로 가겠습니다. 아뇨. 우리끼리만 가면 될 거예요. 도중에 변경 사항이 생기면 다시 연락드리죠. 네.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용하는 달리기 시작했다. 본관 건물의 현관 앞으로 갔을 때 그곳에는 시현과 효재가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어. 차 가지고 올 테니까. 그동안에 교수님한테서 설명을 듣고 있어라.”

용하가 주차장으로 간 사이에 해민은 자기가 본 것을 설명하려고 했다. 효재는 해민이 가진 능력에 대해서 알지 못했지만 자신이 이해 범위를 벗어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고집 같은 것은 부리지 않았다.

해민은 시현의 표정을 살폈다. 시현은 해민의 말을 들으면서 점점 경직되었지만 해민이 생각한만큼 무너져 버리지는 않았다.

“우리가 가면 상황을 바꿀 수 있을까요, 교수님? 아직 끝난 일은 아닌 거죠, 그렇죠. 교수님?”

시현이 물었다.

“끝나지 않았어. 아직 일어나지도 않았고. 변하게 할 수 있을 거야. 시현이 네가.”

해민이 말했다.

용하가 차를 가져오고 해민에게 운전을 부탁했다. 용하는 계속해서 지우와 통화를 시도했다. 지우와 통화가 되기는 했지만 지우는 레이드에 들어가기 직전이었다. 다른 클랜원들은 이미 워즈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때였다.

"용하야. 통화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야. 바로 가야돼."

지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우야. 돌아올 수 있으면 돌아와! 미국 정부는 이번에도 클랜 A를 배신할 거야!”

용하가 소리쳤지만 지우는 그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이미 클랜원들은 워즈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지우도 클랜원들을 따라 잡았다.

용하는 지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연은 선아영으로부터 얘기를 듣고 이미 바쁘게 움직이는 중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전화하려고 했어요. 무슨 일이예요? 대표님한테서 얘기를 듣기는 했는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지연이 물었다.

“미국 정부가 클랜 A를 다시 배신할 겁니다. 클랜 A를 막아야 해요. 도시가 매몰될 거예요. 클랜 A가 거기에서 빠져나오게 해야 돼요.”

“그걸……. 어떻게 알게 된 건데요?”

“현신 헌터 아카데미 교수님 중에 그런 능력을 가진 교수님이 있어요. 그 교수님이 알려줬어요.”

"그 일이 지금 일어났다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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