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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부터 레벨업-254화 (25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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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부. 콜로니

헌터들은 여덟 개의 개체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워즈를 이루는 개체들은 각각 독립적인 기능을 하는 개체들입니다. 여러 개의 개체들이 모여서 하나의 생명체를 이루면서 각자 독자적인 기능을 수행하죠.”

서규태가 화면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따로 떼어낸다고 해도 죽는 건 아니라는 거죠?”

태인이 물었다.

“화면을 보면 그렇습니다. 개체간에는 회복이 다른 괴수들처럼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아요. 이 장면을 보시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서규태는 화면을 빨리 돌렸다.

“이 헌터가 워즈의 어깨 부위를 잘라내죠. 워즈의 어깨에 붙어있는 이 부위는 다른 개체가 연결돼 있는 부분입니다. 이게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괴수와 같았다면 3초에서 6초 사이에 다시 붙었을 겁니다. 아니면 잘려나간 자리에서 새로 자라나거나요. 하지만 여길 보시면.”

“붙지 않네요. 독자적으로 움직여서 이동을 하네요?”

임정이 말했다. 익숙한 생명체가 아니어서 더더욱 낯설기만 했다.

다리가 네 개에 머리가 위를 향하고 있지만 지상에서 본 적이 없는 상상속의 동물과 비슷했다. 어깨에서 잘려나간 부분이 홀로 움직여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자 헌터들이 워즈의 개체를 따라가며 공격을 했다. 다리가 없는데도 움직이는 것이 신기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것들이 밑에서 그것을 떠받치고 발발거리면서 도망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본체에서 떨어져 나왔다고 해서 그것을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헌터들의 공격을 이리 저리 피하면서 헌터들을 괴롭혔다.

만약 그것들 뿐이었다면 헌터들도 공략법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괴수가 빨리 움직이면 그 괴수보다 더 빨리 움직여서 공격을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워즈의 본모습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워즈한테도 특별한 공격 방법이 있나요? 아니면 체력이 너무 높다는 게 문제라서 지금까지 공략이 안 됐던 거예요?”

강현이 물었다.

“여러 개의 개체 중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게 이건데.”

서규태가 머리 아래, 두 개의 앞 다리 사이에 있는 부위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자세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피부 질환을 앓은 사람의 것처럼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부위가 보였다.

“이게 순식간에 헌터에게 들러붙습니다. 여기에도 그런 장면이 있을 거예요.”

서규태는 문제의 장면을 찾아서 보여 주었다.

워즈의 몸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몸에 붙어있던 벌레들이 떼를 지어 헌터들을 향해 날아갔다. 부드럽고 가벼운 검은 색 실크 머플러가 바람에 휘날려 날아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끔찍했다.

그게 사람에게 들러붙자 헌터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그것을 몸에서 털어내려고 몸부림을 쳤다. 그러나 그것은 헛된 몸부림일 뿐이었다.

공격을 당한 헌터는 5분도 되지 않아서 그 자리에 쓰러졌고 그가 쓰러진 자리 주위로 검은 피가 흥건하게 고이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들은 중력에 맞서서 움직이더니 다시 하늘로 날아올라갔다. 그것은 헌터가 흘린 피가 아니라 헌터의 혈육으로 배를 불린 벌레들이었던 것이다.

그것을 보려고 헌터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하자 서규태가 그들을 말렸다.

“가까이에서 찍은 장면이 나옵니다. 앉아 계세요. 이건 워즈에 붙어 기생하는 벌레들인데 이게 날아다니면서 사람들을 공격해요. 날아다닐 때도 대부분 무리를 이루죠. 사람들은 이걸 블랙 서커라고 불러요.”

“블랙 서커요?”

태인이 물었다.

“피를 빨아먹거든요.”

서규태가 말을 하고 다른 폴더에 있던 파일을 재생시켰다.

“이건 블랙 서커에게 당한 헌터들의 모습입니다. 미키가 구해준 영상이예요. 이걸 보면 블랙 서커가 어떤 식으로 공격을 하는지 이해가 될 겁니다.”

화면에서는 전혀 다른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괴수가 난동을 부리는 야외가 아니라 시체를 해부하는 장소였지만 긴장감은 조금도 누그러진 것 같지 않다는 게 희한했다. 하얀 철제 침대 위에 한 구의 시체가 놓여 있었다. 시체에는 성한 곳이 없었다. 흰 가운을 입은 두 검시관이 시체의 양 옆에 서서 자기들끼리 얘기를 하면서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눈, 구강, 식도. 모두 정상인데. 이 일을 당하지만 않았으면 백 살을 넘게 살 수도 있었겠어.”

그렇게 말하고 남자가 죽은 헌터의 근육을 젖혀놓고 뼈 절단기로 갈비뼈를 제거했다. 갑옷이 벗겨진 채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낸 헌터의 시신은 훨씬 더 끔찍했다. 거침없이 피부를 뚫고 들어간 벌레들이 심장과 내장을 형체도 남기지 않고 전부 먹어버리고 사라진 것을 보고 검시관들은 모두 아연실색했다.

-이 놈들이 몸 속으로 들어가서 장기를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먹어버린 건지 생각해 봐. 외부만 놓고 봤을 때는 그냥 평범한 시체잖아. 불안한 징후를 감지한 신경말단 조직들이 뇌에 소식을 전하기도 전에 이 사람은 생을 마감한 거야.

젖혀놓았던 근육을 덮으면서 화면 속의 검시관이 자신의 동료에게 말했다. 카메라가 헌터의 시신 내부를 구석 구석 살폈다.

클랜 A의 클랜원들에게 잘 보라고 그러는 것 같이 느껴졌다. 서규태는 화면을 정지시켰다.

“블랙 서커가 먹는 건 헌터의 내장과 심장뿐만이 아닙니다. 때에 따라서 살을 전부 파먹기도 해요. 블랙 서커 자체의 크기는 크지 않지만 블랙 서커가 무서운 건 블랙 서커의 번식 속도때문이예요. 레이드를 하는 도중에 블랙 서커가 번식한다는 걸 알아내는 건 어려웠겠지만 그래도 헌터들이 그 사실을 알아냈어요. 어떤 속도인지는 모르지만 계속해서 불어나는 것 같다고 합니다. 그리고 블랙 서커가 헌터들에게 직접 달라붙어 버리기 때문에 블랙 서커를 공격하는 게 더 어려워요. 블랙 서커를 잡자고 사람한테 화염 방사기를 쏴버릴 수도 없는 것 아닙니까.”

서규태가 말했다. 얘기를 들을수록 끔찍했다.

“여덟 개의 각각의 개체를 정해진 시간 안에 공략하기만 하면 쉽게 일이 끝날 줄 알았어요.”

야로슬라프가 말하자 레오니드도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자기가 막 하려고 한 말이었다는 듯했다.

“이런 얘기까지 했으면 우리가 나서지 않을 것 같아서 일부러 말을 안 한 것 아닙니까?”

이익헌이 물었다. 서규태는 그 질문에 노 코멘트로 일관했다.

“블랙 서커가 대략 몇 마리 정도가 있는 거예요? 한 마리 크기는 어느 정도 되는 거고 헌터 하나를 몇 마리가 공격하는 거예요?”

세진이 물었다.

서규태는 처음에 보던 파일을 다시 재생시키고 손가락으로 화면을 가리키며 블랙 서커를 보여주었다.

“이게 한 마립니다. 보다시피 각 블랙 서커의 크기는 크지 않아요. 성인 남자 배 위에 올려 놓으면 네 마리 정도가 딱 올라갈 것 같습니다. 허벅지 크기의 절반 정도가 될까요? 보통 두 세 마리가 헌터 한 사람한테 들러붙는 것 같아요.”

“워즈의 몸에서 날아갈 때, 저건 몇 마리 정도인 거죠?”

레오니드가 물었다.

“그건 이걸 보면 이해가 될 겁니다.”

서규태는 블랙 서커가 무리에서 떨어져 나가는 장면을 찾아 보여주었다.

이, 삼 백 마리는 되는 것 같았다.

“중요한 건 이겁니다.”

서규태는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더니 뒤쪽에 있는 워즈의 목 아랫부분을 손으로 가리켰다. 방금 블랙 서커가 떠나가서 비어있던 자리가 다시 채워지고 있었다.

“세상에! 다시 생기고 있잖아요! 저기에 알이라도 낳고 갔다는 건가요? 그게 그 사이에 저렇게 자라는 거고요?”

임정이 소리를 질렀다. 볼수록 정이 떨어지는 괴수였다.

“결국. 워즈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닌데 블랙 서커가 문제인 거군요.”

지우가 말했다.

“워즈 자체도 큰 문제가 아닌 건 아니지만. 예. 사실은 내 생각도 그렇습니다. 클랜 A한테는 워즈는 별로 문제가 안 될 거예요. 우리가 각 개체를 분리해서 공략을 하면 공략을 할 수는 있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블랙 서커죠.”

“갑옷도 소용이 없는 거죠?”

강현이 물었다.

서규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가 되면. 진지하게 미안한 마음을 느끼셔야 될 것 같은데요. 이 레이드를 제안하신 것에 대해서요.”

세진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이익헌은 고개를 저었다.

“간만에 실력발휘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나는 기대 되는데? 그동안은 유치원 시험지나 풀고 있는 것 같아서 지겨워지고 있었는데.”

이익헌이 말했다.

“내가 노린 게 그거거든요. 미키도 미키지만. 나는 클랜 A가 뭉쳐서 이 일을 해결하기를 바랐어요. 콜로니 정찰 때문에 계속해서 의기소침해져 있는 상태잖아요. 이럴 때는 연패를 끊는 기회가 필요하다고요. 연패를 끊는데만 의미를 두겠다고 어이없는 경기를 잡는 것도 안 되는 거죠. 이 경기를 잡느라고 고생했다고요.”

서규태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그 말에 모두들 잠시나마 웃음을 터뜨릴 수가 있었다.

“미국 헌터들은 지금까지 어떻게 대응을 해 온 거예요?”

태인이 물었다.

“블랙 서커가 공격을 하려고 하면 도망치고 블랙 서커가 날아올 때까지 각 개체에 공격을 가하는 수준이었죠. 그러니까 전혀 무의미한 공격만 계속 한 거예요.”

“블랙 서커가 아직 워즈한테 붙어 있을 때 블랙 서커의 발을 묶어버릴 방법을 찾아야 되겠네요.”

지우가 말했다.

“그게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겠죠.”

“워즈한테서 날아간 블랙 서커는 어떻게 돼요? 헌터들을 빨아…먹은 블랙 서커요.”

그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죄를 짓는 것 같아 머뭇거리면서 미하일이 물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서규태는 그렇게 말하고 클랜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자료 화면을 찾아주었다.

“여기. 바닥에 있는 이 검은 것들 보입니까? 이게 블랙 서커예요.”

“죽은, 거예요?”

미하일이 물었다.

“예. 왜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몇 분이 지나면 죽습니다. 그나마 다행한 일이죠.”

“배가 불러서 못 나는 것 같아요.”

임정이 말했다.

끔찍한 말을 한다고 세진이 제 귀를 막았지만 임정은 고개를 저었다.

“크기를 봐. 워즈한테서 날아왔을 때에 비해서 여섯 배는 커졌어. 자기 소화기관으로 감당할 수 없을만큼 먹은 거야. 이렇게 먹으면 배가 터져서 죽겠지. 배가 터져서 죽지 않더라도 움직임이 둔해진 사이에 공격을 당하면 쉽게 죽을 것 같은데?”

임정이 말했다.

“블랙 서커를 잡으려면 먹이를 줘서 블랙 서커의 배를 불려놔야 되나?”

이익헌이 말을 했다가 클랜원들의 원성을 샀다. 그가 말하는 먹이라는 게 다른 헌터들이라는 생각에, 특히 세진이 크게 비명을 질렀다.

“그렇게 해 봐야, 블랙 서커들이 죽는 동안 워즈의 머리 아래에서 다른 블랙 서커들이 자라날 거기 때문에 소용이 없을 겁니다.”

서규태가 말했다.

“블랙 서커가 저기에 사는 건 저기가 영양분을 공급받는데 적격이기 때문이겠죠? 그럼 저 개체를 먼저 공략하면 되지 않을까요?”

레오니드가 아예 일어선 채로 화면을 손을 짚어가며 말했다.

“할 수만 있으면 그렇게 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긴 해요. 블랙 서커의 공격을 피하면서 저 부분을 공격하는 거죠. 그런데 블랙 서커가 가만히 있지는 않겠죠. 그때는 먹이를 먹으려는 이유가 아니라 종족을 지키기 위한 집념을 가지고 달려들 겁니다.”

서규태가 말했다.

그쯤 되자 모두의 입에서 깊은 한숨만이 터져나왔다.

“미안합니다. 내 개인적인 일로 이런 어려운 일에 끌어 들여서.”

서규태가 말하자 이익헌이 웃음을 지었다.

“사랑이란, 모든 적이 사라진 후에야 누릴 수 있는 사치다. 그때까지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당신의 용기를 소멸시키고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인질일 뿐이다. 올슨 스콧 카드.”

이익헌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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