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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부터 레벨업-248화 (248/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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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부. 꼬꼬마 헌터

“지우씨가 뭐라고 할지는 뻔한 것 아니겠습니까? 자기가 더 강해지면 자기가 콜로니를 해치울 수 있다고 생각하겠죠. 최악의 경우에는 자신의 괴수 차크라를 폭주 시켜서라도 콜로니를 끝내려고 생각할 겁니다.”

이익헌이 말했다.

“콜로니가 하나만 생기고 끝나라는 법이 없잖아요.”

“내 말도 그 말입니다.”

“…….”

“억지로 시현이를 충동하자는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시현이는 이미 차크라를 가지고 태어난 녀석이고 헌터 테스트까지 기다리는 게 무의미할 정도예요. 지우씨는 끝까지 반대하고 나설 거고 아마 임정 탱커도 마찬가지겠지만. 나는 시현이가 그 시간 동안 미리 준비되고 자기 동료들을 만들어서 대비할 수 있게 하는 게 더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용하는 마땅한 말을 찾지 못했다.

“이런 말을 해서 미안합니다.”

이익헌이 말했다.

“이제는 그런 말도 할 줄 알게 되셨나 봅니다.”

“거울을 보고 연습했죠.”

이익헌은 그렇게 말하고 일어섰다. 그러다가 빠뜨린 게 있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앉았다.

“시현이는 당분간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하시고. 민효재. 그 아이에 대한 건데요.”

“효재요?”

“민효재야말로 시현이한테 앞으로 큰 힘이 될 겁니다. 그 녀석은 헌터 테스트에서 통과할 겁니다. 그 녀석한테는 괴수의 정신 공격이 통하지 않을 거예요. 그 녀석이 가진 게 그것 하나만은 아닐 겁니다. 효재는 시현이가 가진 플러스 알파예요. 효재를 지금부터 키우면 시현이는 그만큼 더 강해질 겁니다.”

용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디 펌에서 현신 고등학교 성적 우수자 한 사람을 후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걸로 하죠. 효재가 불필요하게 경제적인 문제로 신경쓰게 하지 말자고요.”

“괜찮은 방법 같군요. 학비랑 기숙사비를 면제해 주려고 했는데 그렇게 해서 직접 내게 하는 게 아이 마음을 더 편하게 하는 방법이겠네요.”

용하가 말하자 익헌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만간 연락 주시고 회사로 아이들 데리고 찾아오세요.”

“그러죠.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익헌은 용하가 펄쩍 뛰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를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가 고맙다는 인사까지 받게 되자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

시현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그러면서도 시현은 차크라를 손 끝에 모으는 것을 자꾸 실패하고 있었다.

“'주도적으로.' 이 말만 명심하면 되는 거야. '주도적으로.'”

해민은 시현의 주위를 돌면서 계속 그 말만 했다. 해민이 그 말을 할 때가 언젠지는 시현도 알 수 있었다. 시현의 차크라가 몰래 삐죽, 밖으로 나오려고 할 때마다 해민은 귀신같이 그것을 알아채고 그 말을 하는 것이다.

시현이 차크라를 사용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시현의 안에 있는 차크라였다. 시현의 차크라는 시현을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오라고 명령만 하면 나올 텐데, 그렇게 명령하는 대신에 자기가 잡아 끌어내려고 이렇게 구슬땀을 흘려가면서 용을 쓰는 시현이 이해되지 않았을 것이다.

“으으으윽!!!”

몇 번을 해도 되지 않자 시현이 고함을 질렀다.

“어떻게 해야 되는 거예요? 도와주세요!”

시현이 해민에게 소리를 질렀다. 해민은 그런 녀석을 한 두 번 본 것은 아니었다. 제 몸 속에 차크라가 있다는 것은 헌터 타투의 발현으로 증명을 받았지만 그런데도 그 차크라를 끌어내지 못하는 초보 헌터들은 누구라도 그 과정을 겪었다. 게다가 시현은 헌터 타투도 발현되지 않은 녀석이었다. 하루 아침에 될 일이 아니었다.

“도와줘?”

해민이 물었다.

“네.”

“꼭 하고 싶어?”

“당연하잖아요, 교수님.”

“좋아. 이건 아무한테나 쓰는 방법은 아니야. 이건 정말 위험한 건데.”

해민이, 굉장히 망설여진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주머니에서 오돌토돌하게 생긴 동그란 것을 꺼냈다. 시현이 얼핏 봤을 때는 호두알 같기도 했는데 그게 뭔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그냥 묻는 게 아니야. 그러니까 너도 잘 생각해보고 대답하는 게 좋을 거야. 정말로 차크라를 쓰기를 원하는 거야? 그게 잘못 되면 네 손가락이 녹을 수도 있어.”

“네?”

“이건 차크라를 단시간에 흘러나올 수 있게 하는 훈련 도구야. 단시간에 성과를 내기 위한 훈련도구지. 거기에는 위험이 뒤따르고.”

시현은 익스트림 헌터에서도 그런 물건을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해민이 저를 상대로 사기치려는 것은 아닐 테니 우선은 해민의 말을 믿자고 생각하며 시현은 해민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몸 안에 차크라가 있는 사람들은 그 차크라가 한 곳에만 집중돼서 몰려있어. 원활하게 운행이 되지 않아서 그런 거야. 내가 봤을 때 시현이 너는 왼손 검지 첫 마디에 그게 몰려 있어.”

시현은 그게 해민의 뻥이라는 사실은 전혀 모른 채로 초집중을 해서 해민의 말을 들었다.

“이 도구는 차크라가 흐르고 있는 부위에 닿으면 아무 문제가 없어. 나도 아무 문제없이 이렇게 들고 있잖아. 그런데 이게 만약에 차크라가 없는 일반인의 몸에 닿으면 그 부분을 중심으로 해서 조직이 괴사해.”

“괴…사요?”

“그래. 빨리 손을 쓰지 않으면 팔이나 다리 전부를 절단하게 되는 일까지 생겨.”

시현은 해민의 말을 듣고 점점 정신이 들었다. 차크라를 쓰고 싶다고 해서 무턱대고 떼만 부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시현이 너는 열의가 대단하니까 나도 어떻게든 너를 도와주고 싶어. 손을 내밀어봐.”

“뭐, 뭘, 하시려고요?”

“잘 들어. 왼손 검지 첫 마디다. 다른 손가락이 닿으면 안 돼. 그리고 그걸 띄워. 그걸 연습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야.”

“교수님! 안 되잖아요! 썩는다면서요!”

그러나 해민은 어느새 시현의 손을 덥썩 잡았고, 주먹을 꽉 쥔 채 펴려고 하지 않는 시현의 손에서 손가락을 하나씩 억지로 떼냈다.

여자의 완력을 자기가 이기지 못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차크라를 자유자재로 운용하는 헌터라면 얘기가 달라졌다.

“교수님, 제발요! 정신 좀 차리세요. 썩는다면서요. 이렇게 급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요!”

시현이 부르짖었다. 그러나 해민은 어느새 시현의 손가락을 전부 다 폈고 시현은 제 검지 위에 그것이 닿는 것을 느꼈다. 이제는 좆됐다고 생각하면서 시현은 반듯하게 서서 다른 손가락들이 거기에 닿지 않게 하는데만 온 신경을 집중했다.

“차갑지 않지? 그건 네 그 부위에 차크라가 있다는 뜻이야.”

한 번 시작한 해민의 사기 행각은 순풍에 돛단 듯이 흘러갔다. 시현은 이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숨을 쉬는 것조차 잊고 있는 것 같았다. 해민이 시현에게 다가왔다.

“이제 차크라를 손바닥 전체로 돌려.”

“안돼요, 교수님.”

해민은 시현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시현의 손바닥으로 그것을 굴렸다.

“잠깐만요. 교수님. 너무 빠르잖아요. 천천히 하세요. 조금만요. 안돼요. 아직! 기다리시라고요!! 저는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요. 으흐으으읏!!”

시현이 비명을 지르거나 말거나 그것은 시현의 손바닥으로 굴렀고 시현은 고개를 돌려버렸다. 곧 제 손이 썩어들어갈 것 같았다. 시현은 비명을 지르면서 손을 휘저어서 그것을 떨어뜨렸다. 호두같은 것이 바닥으로 툭, 떨어지면서 땅바닥에 제법 깊은 구멍을 냈다.

해민의 눈초리가 사나웠다.

“안 되면 집어던지는 건가?”

해민이 말했다.

지난 저녁에 해민과 헤어지고 난 뒤 시현도 나름대로 해민의 뒷조사라는 것을 해 보았었다.

현신 헌터 아카데미에서 해민에 대한 평은 아주 좋지 않았다.

'그냥 마녀!'라는 게 그나마 가장 양호한 편이었고, '미친 마녀!'라는 게 평균이었다. 지금 해민의 말을 들으면서 시현은 등줄기로 오싹하게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고 해민이 그런 평을 받는 이유를 단번에 알게 될 것 같았다.

“…죄송해요. 하지만 조직이 괴사…….”

그런데도 해민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시현은 그것을 다시 집었다. 왼손 검지 첫마디만 가지고 그걸 올리려고 용을 쓰다보니 쉽지 않았다.

해민은 실망했다는 듯이 시현을 보고 고개를 젓더니 그대로 걸어가버렸다.

“교수님!”

시현은 제가 그렇게 크게 잘못한 건가 하면서 해민을 쫓아가려다가 호두 닮은 그 녀석을 놓고 가면 안 될 것 같아서 그것을 잽싸게 오른 손으로 집어 왼손 검지 위에 올리고 곡예를 하듯이 해민을 쫓아갔다.

그러면서 자기 오른 손이 괜찮은지 계속 손가락을 들여다보면서 걸었다. 해민은 그런 시현을 보고 웃었다. 애초에 그런 것은 없었다. 해민이 시현에게 준 것은, 차크라를 가지지 못한 사람은 애당초 들 수가 없는 물건이었다.

레오니드가 해민에게 준 그 녀석의 이름은 그래비티였다. 해민은 시현을 훈련시키기로 하고나서 정말로 그렇게 해도 되는 건지 레오니드에게 먼저 묻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고, 레오니드 교수의 연구실에 찾아가서 자신의 계획을 들려주었다.

레오니드는 해민의 말을 전부 듣고 그래비티를 해민에게 주면서 한 가지를 강조했다.

“시현이한테는 차크라가 있습니다. 너무 거대해서 탈이죠. 시현이는 자기 차크라를 다룰 줄 모릅니다. 시현이한테 가장 중요한 건 통제예요.”

해민이 프레딕터가 아니었다면 레오니드도 해민에게 그런 사실을 그렇게 쉽게 말해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해민에게는 강력한 프레딕터가 있었고 그 프레딕터 덕에 해민이 수시로 프레딕터가 되었다. 그런 해민에게 무언가를 숨긴다는 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레오니드는 아예 시현을 해민에게 맡기기로 한 것이다.

“그래비티는, 차크라를 갖지 못한 일반인은 절대로 들 수 없어요. 차크라를 가진 헌터라고 해도 전부 들 수 있는 것도 아니죠. 차크라 숙련도가 상당한 경지에 오른 상급 헌터가 아니고는 아마 그래비티를 드는 게 어려울 겁니다. 상대의 차크라 정도를 가늠해야 할 일이 생길 때 간단하게 종종 이걸 이용하는데. 시현이를 훈련시킬 때 이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군요.”

레오니드는 그렇게 말하면서 해민에게 그래비티를 주었었다.

“교수님. 이거 이름이 뭐예요?”

시현이 잠시 그래비티에서 눈을 떼고 해민에게 물었지만 해민은 절대로 그 이름을 알려줄 생각이 없었다.

해민이 장난삼아 시현의 팔을 밀자 시현은 그래비티가 떨어져 다른 곳에 닿을까봐 정색을 하며 균형을 잡았고 해민에게 소리를 질렀다.

“제가 썩어 문드러지는 걸 보고야 말겠다는 거예요?”

“너 진짜 귀엽다, 안시현.”

“이제 가져가세요. 교수님.”

“너 가져.”

“싫어요. 이걸 어디다 둬요? 그리고 제 방은 저만 쓰는 것도 아닌데 다른 애들이 만지면 큰일 나잖아요.”

“골탕먹이고 싶은 애한테 던져.”

“에에? 그건 골탕먹이는 수준이 아니잖아요.”

“생각도 많이도 한다. 몰라. 그건 선물이니까 처분은 네가 해.”

시현은 은근슬쩍 해민의 손을 잡고 해민의 손바닥 위에 그래비티를 떨어뜨려 놓고 어색하게 씨익 웃었다.

“교수님. 이런 걸 학생한테 떠넘기는 건 나쁜 짓이예요. 애들한테 던지라고 충동질하는 건 더 나쁜 짓이고요. 내일도 열심히 배울 테니까 내일까지는 교수님이 가지고 계세요.”

그래놓고 시현은 고개를 꾸벅 숙이고 달려갔다. 기숙사에 도착했을 때 해민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교수님이 제 번호는 어떻게 아세요?”

시현이 물었다.

“그건 알 것 없고. 혹시 주머니 확인도 안 하고 옷을 그대로 세탁기에 넣을까봐 알려주는 건데. 주머니에서 그래비티는 꺼내고 빨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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