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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부터 레벨업-214화 (21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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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부. 카르마 클랜의 헌터들

“시도해본 적은 있죠. 성공해본 적은 없습니다. 그때 아홉 명이 같이 들어갔는데 두 명이 샤론한테 뜯어먹혔죠. 1급 괴수였는데 굉장하더군요.”

아키라는 마치 자기와 별 상관이 없는 남의 얘기를 하는 것처럼 말했다.

“샤론의 입은. 나중에 보실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지만 굉장히 독특하게 생겼어요. 입 안에 또다른 입이 있는데 일단 먹이를 물면 바깥 입을 닫아버리죠. 그러면 먹이는 아직 살아있는 상태로 샤론의 입 안에 갇히게 되는 겁니다.”

아키라가 설명을 하는 동안 샤론이 움직였다. 샤론의 다리가 동시에 움직이는 것을 보노라니 정신이 산만해질 지경이었다. 아키라도 곁눈질로 샤론의 움직임을 살피면서 말을 계속했다.

“정말로 무서운 건 안쪽 입이죠. 바깥쪽 입과 안쪽 입 사이에는 공간이 있습니다. 헌터 한 사람이 충분히 들어앉을 수 있는 공간인 것 같더군요. 하지만 샤론은 턱을 내밀어서 안쪽 입만 내미는 게 가능하죠. 혹시 바깥쪽 입 안에 갇힌 채로 주먹에 차크라를 실어서 입을 부수고 나온다고 하더라도 안쪽 입에 씹혀서 몸의 다른 부분은 남아나지 않을 겁니다. 샤론을 공략하다가 죽은 헌터도 그랬습니다. 바깥 입을 부수고 나왔지만 가슴 아랫부분이 남아있지 않았죠. 그렇게 탈출을 했지만 바깥 입이 순식간에 회복되면서 다시 먹혀버렸고 말입니다.”

아키라는 그 헌터가 쓸데없는 짓을 했다는 듯이 말했다. 지우는 아키라의 태도가 얼핏 이해되지 않아서 이익헌을 바라보았다. 이익헌에게조차 아키라는 이해되지 않는 사람이 분명했다.

다른 헌터들은 아키라가 하는 말에 신경 쓰지 않은 채 각각 무기를 쥐고 샤론의 급습에 대비했다.

“우리도 나서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데요?”

지우가 이익헌에게 말했다.

“일단 살아서 나가기는 해야 하니까 그래야 되겠죠.”

이익헌이 말했다. 먼저 샤론에게 달려간 아키라가 무기를 손 안에서 돌리더니 아키라의 다리를 공격했다. 아키라의 다리 네 개가 순식간에 떨어져 나갔다. 그러나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네 개의 다리가 다시 돋아났다.

“그렇게 멍하니 있다가는 이 녀석한테 먹힙니다. 먹히는 건 상관없지만 헌터가 맵에서 죽으면 그 맵은 성장이 촉진되잖아요. 두 분이 이 맵의 거름이 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군요. 이 맵이 아니라도 급하게 처리할 늪들이 많거든요.”

아키라가 말했다. 정말로 정나미가 뚝뚝 떨어지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레이카를 바라보니 레이카가 웃고 있었다. 아키라란 사람은 정말 재미있지 않냐고 말하고 싶은 것 같은 표정이었다. 모두들 제 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지우도 엑스 블레이드를 키웠다.

“제대로 싸워볼 생각인가 보죠? 블레이드도 아닌 엑스 블레이드를 쥐는 걸 보면 말입니다.”

아키라가 말했다.

“일단 싸울 생각이라면 제대로 싸워야 되겠죠.”

“그걸로 저 놈 입을 한 번에 쳐버리면 되겠군요. 그래봤자 다시 또 생겨나기는 하겠지만.”

아키라가 말했다.

그렇게 말을 하기는 했지만 그 일에 별로 상관은 없다는 듯이 샤론을 향해 다시 날아들었다. 아키라가 샤론의 얼굴을 노리고 올라가자 다른 헌터들은 샤론의 다리와 몸통을 공격하며 달려갔다. 아키라가 잠깐동안 샤론의 시야를 가리기는 했지만 샤론은 곧 다른 헌터들을 털어냈다.

샤론이 각각의 다리로 헌터들을 후려쳤다. 헌터들은 대부분 능숙하게 공격을 피했지만 갑옷과 투구로 전신을 무장한 헌터 하나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얼핏 보아서는 여자같았다. 무기를 휘두르는 동작이 과격하게 보이기 보다는 춤을 추는 것처럼 부드러워보였던 것이다. 헌터들은 바닥에 쓰러진 헌터에게 손을 내밀어주지 않았고 쓰러진 헌터는 샤론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다른 헌터들은 그것을 기회로 여기는 것 같았다. 샤론이, 바닥에 쓰러진 헌터를 노리는 동안 그들은 샤론을 공격했다. 아키라는 샤론의 머리를 공격하다가 샤론이 바닥에 쓰러진 헌터를 노리는 것을 깨닫고 샤론의 머리에서 뛰어내려 몸통에 올라타 공격을 감행했다.

샤론은 바닥에 쓰러진 헌터를 향해 촉수 달린 머리를 들이밀었다. 샤론의 입이 크게 벌어졌고 그것으로 헌터의 몸을 부술 듯이 빠르게 다가왔다. 지우가 엑스 블레이드를 휘두르며 샤론에게 달려간 동안 이익헌이 바닥에 쓰러진 헌터를 일으켜 세워 피신시켰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그러나 헌터는 도움을 받은 것이 치욕이라는 듯이 의례적으로 한 번 허리를 숙이기만 하고 곧바로 전열을 가다듬었다. 아키라가 헌터를 한 번 힐끔 바라보았고 다른 헌터들도 그런 식의 시선만을 주었을 뿐이었다. 그 헌터를 제물로 삼고, 샤론이 헌터에게 눈이 팔려있는 동안 기회를 노려서 샤론을 공격할 수도 있었는데 그 일이 무산된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지우는 레이카의 표정을 보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지우와 눈이 마주치자 레이카는 싸늘한 시선으로 지우를 노려보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남의 일에 오지랖 넓게 상관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지우의 엑스 블레이드가 휘둘러지자 샤론의 목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헌터들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한꺼번에 달려들어서 샤론에게 딜을 퍼부었다. 그들은 샤론이 금세 회복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치명상을 입은 샤론이 쉽게 회복되지 못하고 그 상태로 몇 분 가량 괴수가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되자 자기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공격을 가했다.

“카르마 클랜이 어떤 식으로 레이드를 하는지 확실히 알 것 같군요.”

이익헌이 지우의 곁에서 말했다. 지우도 고개를 끄덕였다.

바닥에 쓰러졌다가 두 사람의 도움을 받은 헌터는 두 사람의 도움을 크게 고마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 태어난 직후에 사람의 손을 탄 강아지처럼 그 헌터는 이후의 레이드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배척되면서 따로 노는 느낌이 들었다.

샤론의 목에서 다시 머리가 돋아나자 헌터들은 자연스럽게 뒤로 물러났다.

"덕분에 레이드가 쉽게 끝날 것 같군요."

아키라는 이제 지우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할 정도로 여유를 보였다. 지우의 머릿속에 아키라의 긴장이 풀린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백전 노장이 괴수의 노림수를 읽지 못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키라가 다시 샤론의 목을 노리고 달려 올라갔을 때였다. 아키라의 팔이 샤론의 촉수에 붙잡혔다. 그 순간 레이카의 옆에 서 있던 헌터가 샤론을 향해 달려들었다. 눈으로 본 것과 몸이 움직인 것은 거의 동시였다. 아키라가 샤론의 촉수에 붙잡힌 것을 본 순간 1초도 주저하지 않은 것이다.

클랜 마스터를 향한 그들의 충성심은 절대적인 듯이 보였다. 샤론은 이래저래 굴욕당한 것을 갚고 싶었는지 저를 향해 덤벼든 헌터에게 집요함을 보였다. 그 틈에 아키라는 저를 붙잡고 있는 촉수를 칼로 베어내고 샤론에게서 탈출했다. 자기 대신 샤론에게 붙잡힌 헌터를 구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다른 헌터들도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또 나서야 하는 겁니까?”

이익헌이 말했다.

그러는 동안 지우는 이미 샤론의 몸을 향해 날아올라가고 있었다.

아키라를 구하려고 샤론에게 무모하게 달려들었던 헌터의 몸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그 순간, 샤론의 바깥쪽 입이 굳게 닫혔다. 지우가 아키라를 바라보자 아키라는 고개를 돌렸다. 아키라는 낭비할 시간이 없다는 듯이 샤론의 몸뚱이에 들러붙어 무기를 휘둘렀다.

생각할 시간도 없이 지우는 주먹에 차크라를 실었다. 샤론의 촉수가 지우를 노렸다. 귀찮게 구는 촉수를 잡아당겨 그것을 구명줄처럼 붙잡고 지우가 샤론의 바깥쪽 입에 일격을 가하자 샤론의 입이 부서졌다. 치명상이 아니라서 몇 초 후면 회복이 될 것이었기에 지우의 마음이 점점 더 급해졌다.

지우는 한 번 더 샤론의 입에 주먹을 날리고 그 안으로 달려들어갔다. 샤론의 입 안에 갇힌 헌터는 지우의 등장에 놀란 것 같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지우에게는 그에게 눈길을 줄 여유도 없었다.

아키라가 말했던대로 턱이 나오면서 안쪽 입이 벌어졌고 정교하고 촘촘한 이빨이 헌터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지우가 헌터를 들춰업었을 때 바깥쪽 입은 어느새 회복이 되어 있었다.

지겹다는 생각을 하면서 지우는 다리에 차크라를 모아 샤론의 바깥 입을 발로 차버렸다.

바깥 입이 부서지는 순간, 안쪽 입은 바로 뒤까지 다가와 있었지만 헌터를 바로 앞에서 놓쳤다. 지우는 너무 늦지 않게 헌터를 데리고 탈출할 수 있었다.

그때도 아키라는 흔들림없는 태도로 딜을 가하고 있었다. 지우는 헌터를 내려놓고 전열을 가다듬었다. 입안에 물고 있던 먹이를 놓친 샤론은 광분해 있었다.

이익헌이 조용히 지우에게 다가왔다.

“이제 괴수의 체력은 거의 고갈돼 가고 있으니까 이제부터는 웬만하면 나서지 말도록 하세요. 이 사람들이 어떤 수를 쓰는지 봐야 합니다. 괴수 차크라를 가지고 있어서 레오니드처럼 능력이 발현됐다면 이 사람들이 그 능력을 쓸 겁니다.”

지우도 이익헌의 말을 이해했고 동의했다. 하지만 아키라가 동료들을 살리기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눈 앞에서 다른 헌터가 죽더라도 그냥 보고만 있으라는 건데 그렇게 하는 게 쉬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 지우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이익헌이 고개를 저었다.

“마음을 굳게 먹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닙니다.”

이익헌이 말했다.

“마음을 굳게 먹는 거라고요? 그거랑은 다른 문제인 것 같은데요?”

지우가 말했다. 어쨌거나 두 사람은 그 뒤로 방관자모드로 들어갔다.

위험한 순간은 몇 번이나 찾아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헌터들이 바닥에 구르거나 샤론에게 붙잡히기 직전에 몸을 제대로 피했다. 자기들이 클랜의 명성에 누를 끼치는 것만큼은 어떻게든 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공략의 성공이 눈 앞에 다가오자 서두를 필요도 없었다.

“마무리 지어라. 레이카.”

아키라가 말하자 레이카가 앞으로 나섰다. 이익헌은 레이카의 걸음걸이와 움직임을 예의주시했다. 갑옷과 투구로 얼굴이 가려진 채 한 명의 헌터로서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있자니 레이카가 본래 어떤 사람이었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가 있었다.

오히려 그 모습이 더 흥미를 끌었다. 레이카는 샤론을 향해 석궁을 쏘았다. 하나하나가 정확하게 샤론의 몸을 뚫고 들어갔다. 레이카가 차크라를 모으는데 걸리는 시간은 6초대였다. 다른 헌터들이 7초의 벽을 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상당한 수준에 이른 헌터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춤추듯이 움직이면서 레이카는 샤론의 공격을 피해냈다. 열 두 쌍의 다리건, 촉수건 상관이 없는 것 같았다.

“기가 막히네. 동작에 조금도 넘치는 부분이 없다는 거 알겠어요? 샤론이 움직일 수 있는 범위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요. 움직임에 낭비가 전혀 없어요.”

이익헌이 지우에게 말했다. 그의 말이 맞았다. 레이카는 샤론이 어디로 공격을 할지 아는 것처럼, 딱 그곳을 비켜서 있었다.

샤론이 공격할 지점의 바로 옆에 레이카가 서 있는 것을 보면서 처음에 지우는 정말 아슬아슬했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레이카가 노린 거였다는 것을 나중에는 확실히 깨달았다.

레이카를 바라보는 아키라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는 레이카의 실력을 믿고 있었다.

샤론은 점점 미쳐가고 있었다. 샤론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매번 간발의 차이로 제 손아귀를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샤론은 평정심을 잃었고 레이카를 향해 서두르며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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