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급부터 레벨업-210화 (21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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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부. 카르마 클랜의 헌터들

좋아하지도 않는 걸 자꾸 권하는 지우를 보면서 이익헌은 불편해했고, ‘아, 됐습니다.’라고 말하는 이익헌을 보면서 지우는 이익헌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전용기를 타고 일본으로 가는 동안, 두 사람 사이에 공통점이라고 할 만한 것이 거의 전무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 그 사실을 알 기회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권태기에 이른 부부처럼 숨소리도 싫었고 습관적인 동작도 싫었고, 아주 그냥 미칠 지경이었다.

어차피 연애를 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 그냥 적당히 서로 같이 일을 하고 돌아가면 되는 거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어쩌면 이렇게 안 맞을까 싶어서 서로가 신기해하는 중이었다.

비행을 하는 도중 거의 내내, 두 사람은 잠이 오지 않아도 자는 척을 했다. 잠에서 깼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상대방이 말을 걸까봐 마구 걱정이 됐던 것이다. 잠이 오지도 않는데 억지로 눈을 감고 있는 것도 고역이었지만 참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간을 거의 보내고 나서, 이제 곧 내려야 한다는 것을 먼저 깨달은 이익헌이 눈을 뜨고 지우를 살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이익헌이 침묵을 깨고 먼저 물었다.

지우는 자기가 자는 척을 했던 게 아니라 정말로 자고 있었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눈을 뜨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이익헌을 바라보았다.

"예?"

"아키라라는 남자를 찾아가서 어떻게 할 거냐고요. 미리 입을 맞춰 놓기는 해야죠."

“처음에 우리가 누구라는 걸 밝히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익스트림 헌터 길드에서 클랜 단위로 헌터들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직접 나와서 확인을 하기로 했다고 하면 어떨까요? 어차피 아키라는 익스트림 헌터의 독점 판매권을 따내려고 혈안이 돼 있으니까 거절을 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그건 그렇겠죠. 네. 그렇게 하는 게 낫겠습니다. 괜히 주위에서 얼쩡거리다가 걸리고 그때가서 변명을 하는 것보다는 그렇게 미리 얘기를 하고 초대받은 입장으로 자연스럽게 내부로 들어가는 게 좋겠습니다.”

“일본에서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지도 모르는데 선 대표님을 통해서 얘기를 전달하게 하는 건 어떨까요? 우리가 클랜을 시찰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미리 전달해 달라고 말해 놓으면 좋을 것 같은데요.”

“그래야 할 것 같긴 하네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키라는 캐츠 아이 스톤만 바로 챙겨서 한국으로 갈 생각일 테니까요.”

“시찰이라는 말이 기분 나쁘게 들릴까요?”

“그럼 다른 말로 하든지요.”

“……. 뭘로요?”

“그건 생각해 보세요. 잠깐만요. 그러면 그 사람들이 레이드를 하는 것도 봐야 되는 걸까요? 그렇게 하는 게 맞기는 할 것 같은데. 카르마 클랜을 받아들일 건지 말 건지 길드에서 알아보는 거라고 하려면 실력을 확인해 봐야 할 것 아닙니까.”

“그렇죠. 실력을 봐야 되는 거니까. 레이드 하는 걸 봐야 되겠네요. 레이드를 구경할 생각은 없었는데. 그런데 그러다가 내부는 언제 살피죠? 괴수 차크라를 가진 헌터들이 감금돼 있고 아키라가 캐츠 아이 스톤을 확보하려고 하면 그 헌터들이 위험해지는 걸 수도 있는데요.”

"네. 그렇겠죠. 그렇겠네요."

소개팅에 나가서 얘길 해도 이것보다는 편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두 사람은 얘기를 마쳤다. 얘기가 그렇게 끝날 줄은 몰랐지만 더이상 얘기가 이어지지 않았다.

***

아키라는 익스트림 헌터 길드로부터 내용을 전해듣고 얼굴을 심하게 구겼다. 그것은 심각한 모욕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만한 내용이었다.

익스트림 헌터 제품의 독점 판매권을 따내서 유통을 시키는 것이 전망 좋은 사업일 거라는 생각이 있었고, 카르마 클랜의 존속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라서 머리를 숙이고 들어가기는 했지만 아키라가 생각하기에 익스트림 헌터 길드는 지나치게 고자세였다.

차라리 캐츠 아이 스톤의 갯수를 올려달라고 하면 그건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익스트림 헌터 길드에서 클랜 단위로 가입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이유로 카르마 클랜의 조직과 실적을 파악해 보겠다고 하니 아키라의 자존심이 크게 상한 것이다.

상대의 말투는 철저하게 사무적이었다. 미안해하는 기색도 없고 그렇다고 거만한 것도 아니었다. 딱 전해야 할 말만 전한다는 투였다.

“클랜이라고 말만 해 놓고 실질적인 활동도 없는 클랜이라고 한다면 익스트림 헌터 길드로서도 난감한 문제가 생기는 거라서 그러는 거니까 이해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익스트림 헌터 길드는 조직을 키우는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산하 공격대가 최적의 환경에서 레이드를 할 수 있게 하는데 목적이 있는 거니까요.”

“그래서. 실제로 레이드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무기나 받아서 프리미엄 붙여서 암거래나 할 생각으로 익스트림 헌터 길드에 들어갈까봐 알아봐야 한다는 겁니까?”

그렇게 말하는 아키라의 목소리에 날이 서 있었다.

“그런 생각은 안 했는데 그런 일도 일어날 수가 있겠네요.”

그 말을 듣고 아키라는 속에서 불이 나는 것을 참아야 했다. 하지만 쓸데없이 감정을 내세워봤자 자기에게 이득이 될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익스트림 헌터 길드는 캐츠 아이 스톤을 모으려는 것 같았다. 없어도 크게 상관은 없다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려고 애를 쓰고 있기는 했지만 뭔가 급한 사정이 있는 게 분명했다.

전에도 익스트림 헌터와 바디 펌에서 모두 나서서 캐츠 아이 스톤을 사려고 난리를 피우지 않았던가. 그때는 아키라가 나설 이유가 전혀 없었기에 방관만 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익스트림 헌터의 무기를 지속적으로 공급받지 못한다면 앞으로 레이드가 어떻게 될지 장담을 하기가 어려워졌다.

이미 일본에서는 까다로운 늪들이 수도 없이 생겨나고 있었다. 그 늪을 공략하는데는 익스트림 헌터와의 공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그것은 카르마 클랜뿐만 아니라 일본내의 모든 헌터에게 해당되는 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카르마 클랜이 익스트림 헌터 제품의 독점 판매권을 따게 된다면 카르마 클랜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엄청난 이권을 챙길 수 있을 게 분명했다.

지금 그는 바랄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상태였다. 더 강해지는 것에 대한 소망도 없었고, 레이드를 하느라고 고군분투하지도 않았다.

1급 늪이 성장해서 거기에서 괴수가 튀어나온다고 해도 그는 안전지대에서 그 모든 재앙이 지나갈 때까지 충분히 기다릴 수 있었다.

하지만 카르마 클랜이 와해되지 않고 제대로 굴러갈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동력을 유지해주기는 해야했다. 그렇게만 된다면 아키라는 지금껏 누려왔던 모든 것들을 계속 누릴 수 있을 터였다.

서울에서 사람들이 도착하기로 한 시간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었다. 아키라는 뻐근한 뒷목을 문지르면서 길게 드리워진 밧줄을 잡아당겼다. 기척을 알아차리고 한 여자가 들어왔다.

“레이카를 들여보내라.”

안으로 들어왔던 여자는 깊게 허리를 숙이고 밖으로 나갔다.

아키라는 입고 있던 옷을 전부 벗고 마사지실로 들어갔다. 방에서는 그가 좋아하는 유칼립투스 향이 풍겨났다. 소녀티를 벗지 못한 레이카가 들어왔다. 레이카는 영원히 그럴 것이다. 일 년 전의 모습이나 오 년 전의 모습이나, 레이카에게는 변함이 없었다.

레이카의 피부를 만지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경탄이 나왔다. 어떤 부드러운 직조물도 레이카의 피부를 따라오지 못할 터였다. 그 부드러운 손길로 애무를 받으면 순식간에 절정에 이르곤 했다.

“손님들이 올 거다. 반갑지 않은 손님이지만 그래도 잘 대접해야 돼. 시간이 없으니까 간단하게 끝내라.”

레이카는 알아들었다는 듯이 조용히 미소를 짓고 아키라가 좋아하는 오일을 높이 처들어 아키라의 몸에 똑, 똑 떨어뜨렸다.

아키라는 차갑고 섬뜩한 감촉에 몸을 움찔거렸다. 레이카는 하얗고 부드러운 타올로 그의 하체를 가리고, 믿을 수 없이 매끄러운 손으로 아키라의 가슴을 문질렀다.

“너도 벗어.”

아키라의 말에 레이카가 어깨를 흔들어 옷을 내려뜨렸다.

“레이카. 손님들을 맞아라. 오늘 밤. 그리고 네 노예로 만들어.”

레이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카의 손이 어느새 아키라의 분신을 건들었다. 그렇게 될 거라는 것을 알았으면서도 아키라는 환희를 느꼈다.

레이카의 손가락이 그의 귀두를 건들다가 오일로 진득해진 페니스를 쥐고 흔들었다. 부드러운 손이 고환을 감싸며 아키라가 절정에 이르도록 도와주었다. 아키라가 레이카의 머리를 감싸자 레이카가 고개를 숙여 아키라의 귀두를 할짝였다. 아키라는 레이카의 머리를 감싼 손에 힘을 주어 제 속도에 맞추어 레이카의 머리를 흔들었다.

"나를 올려다 봐. 레이카."

레이카는 아키라의 말대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랫 입술이 고통스럽게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아키라는 레이카의 입 안에 버겁게 들어간 제 페니스를 더 깊이 쑤셔 넣었다. 레이카가 그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그 연약한 힘으로는 아키라를 절대로 이길 수 없었다.

레이카의 입 안에 아키라의 정액이 쏟아져 들어갔다. 레이카의 눈망울에 눈물이 맺혀있었다. 하지만 이내 입가에 웃음이 지어졌다. 냉정한 아키라라도 웃음을 짓고 키스하게 만드는 귀여운 웃음이었다.

레이카는 아키라의 정액을 말끔히 삼키고 입술에 묻은 것까지 핥았다. 조금전까지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퇴폐적인 분위기가 감돌았다. 레이카는 자기가 원하는대로 얼마든지 분위기를 만들 수가 있었다.

아키라는 레이카가 제 페니스를 혀로 닦아내는 동안 아늑한 기분을 느끼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달가운 손님들은 아니지만 손님맞이는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해야 했다.

“옷을 가져와. 그리고 너도 손님맞이 할 준비를 해라.”

레이카는 다시 한 번 웃음을 지었다.

***

아키라를 만났을 때 이익헌은 이제 더 이상 지우와 단둘이 있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 때문에 반가워 죽을 지경이었다. 그 생각은 지우도 똑같이 하고 있었다.

그동안 두 사람이 무리없이 잘 지낼 수 있었던 것은 그들 사이에서 그들을 매개해줄 다른 클랜원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그들은 철저하게 깨달았다.

아키라를 본 것이 반가워서 지우와 이익헌은 아키라에게 거의 쉬지도 않고 말을 걸었다.

아키라는 두 사람을 모르지 않았다. 익스트림 헌터 길드에서 사람을 보낼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안지우가 직접 나설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키라는 안지우가 이렇게 말이 많은 사람일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아키라의 오해였다. 지우는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도 시간을 두고 적절하게 몇 마디 정도를 내보내기는 해야 했는데 그 말을 오래 참고 참아서 아키라의 앞에서 본의 아니게 가벼운 모습을 보인 것이다.

아키라는 두 사람을 접대하려고 했지만 지우와 익헌은 그런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헌터로서의 아키라에 관심을 가졌고 그가 하는 레이드를 보고 싶어 했다.

처음에는 아키라의 실력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두 사람은 카르마 클랜의 본거지에 괴수 차크라를 가진 헌터가 감금돼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했고 그 사실을 파악하려는데 중점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미키 위도로부터 정보가 모아져 전해지면서 카르마 클랜의 수장에 대해서도 점차 자연스런 호기심이 생겼다.

아키라는 원래 자기가 직접 레이드에 나서는 편이 아니었지만 두 사람의 부탁을 받고도 나몰라라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어서 적당한 공격대를 꾸려 적당한 늪을 찾아 레이드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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