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급부터 레벨업-209화 (209/331)

0209 / 0331 ----------------------------------------------

9부. 카르마 클랜의 헌터들

***

미키 위도는 서규태의 말을 듣고 잠시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아키라, 카르마, 캐츠 아이 스톤, 일본.

그 네 가지 이름을 가지고 미키 위도는 자기가 마술을 부려 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급할 때만 전화한다고 서운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서규태가 말했다.

도둑이 제 발 저려서 한 말이었다.

“그렇게 말해도 소용없어요. 이미 서운하거든요.”

"미안합니다."

"농담이예요. 조금만 시간을 주세요. 곧 연락할게요."

미키 위도는 자기가 가동할 수 있는 모든 채널을 가동했다. 여기 저기를 한참이나 쑤셔댄 덕에 미키 위도는 마침내 카르마 클랜에서 활동을 했던 적이 있는 일본인 헌터와 연락이 닿을 수 있었다.

그 사람은 그 자체로는 크게 도움이 될만한 사람이 아니었지만 미키 위도가 어떤 사람들에게 연락을 해야 할지를 소상히 알려 주었다. 미키 위도의 인맥이 위력을 발휘한 것은 그때였다.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수면 아래로 몸을 감추고 꼭꼭 숨어 있었지만 미키 위도의 노크 소리에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대답을 해 주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모두가 처음에 했던 말은, 자기들이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을 누구에게도 알려서는 안 된다는 거였다.

미키 위도는 자기를 믿으라고 말했고 그들은 정말로 미키 위도의 말을 믿었다. 미키 위도가 취재원의 신원을 보호하기 위해서 끝까지 취재원에 대해서 밝히지 않고 그 대가로 수감 생활까지 한 전력이 있었다는 것이 미키 위도에게 좋게 작용했다.

미키 위도는 진공 청소기처럼 정보를 빨아 들였고 그렇게 모은 정보의 조각을 모아 맞춰서 큰 그림을 추측해냈다. 그리고 마침내 서규태에게 자신만만하게 전화를 걸 수가 있었다.

서규태는 화면에 나타난 미키 위도의 얼굴만 보고서도 미키 위도가 대어를 낚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좋아요. 미키. 나는 당신을 존경할 준비가 됐으니까 나를 황홀하게 해 줘 봐요.”

“정말 준비 된 것 맞아요?”

미키는 자신만만하게 웃고 자기가 알아낸 것들을 얘기해 주었다.

“먼저 아키라라는 남자부터 시작할게요. 이 사람은 집안 대대로 헌터였어요. 아버지, 할아버지가 모두 헌터였고 할아버지는 몬스터가 나타난 초기에 일본에 헌터 협회와 치안대를 세우는데 공로가 큰 사람이었어요. 헌터가 되기 전에는 대학 교수였고요.”

“대학 교수라고 하면 느낌이 벌써 안 좋아요. 브래들리 허버트랑 유리 세멘노프 때문일 거예요.”

“맞았어요. 써전이 지금 생각해 내야 할 두 사람이 그 사람들이었어요.”

“뭐라고요? 아키라가 그 사람들이랑 연관이 돼 있다고요?”

“정확하게 말하면 아키라의 할아버지가 연관돼 있었어요. 그 사람은 그쪽으로 마당발이었거든요. 최고의 권위자였고 학계의 주류였어요. 유리 세멘노프 교수나 브래들리 허버트 모두 그 사람을 알았을 거예요. 얘기를 할 기회를 어렵사리 얻었을 지도 모르고요. 세멘노프 교수는 어쩐지 모르지만 브래들리 허버트는 확실히 그런 것 같아요."

"두 사람이 만났다고요? 어떻게요?"

"브래들리 허버트는 자기의 연구 결과를 인정받고 싶었을 거예요. 하지만 노교수는 그 일로 브래들리 허버트를 크게 웃음거리로 만들었어요. 그의 위상은 대단했고 추종 세력도 엄청났죠. 그 사람들 전부가 똘똘 뭉쳐서 브래들리 허버트를 바보로 만든 거예요. 브래들리 허버트가 삐뚤어지기로 결심한 건 아마 그 노교수와의 만남이 계기가 된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그래서요?”

그런 얘기를 들어도 브래들리 허버트에 대해서는 조금도 동정심이 생기지 않았다.

“나중에 그 노교수에게 심경의 변화가 생겼다는 게 문제일 거예요. 노교수는 자기가 무시했던 이론에 대해서 무슨 이유론가 관심을 가지게 됐고 세멘노프 교수와 만나려고 애를 썼던 것 같아요. 두 사람의 만남이 성사됐는지는 확실하지 않아요. 하지만 만약에 노교수가 세멘노프 교수를 만났다고 한다면, 그리고 브래들리 허버트한테서 들었던 단서를 가지고 연구를 계속해 나갔다면 괴수 차크라를 가진 헌터의 존재를 알게 될 수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군요. 나도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노교수는 살아있나요?”

“아뇨. 오래 전에 죽었어요. 말년에 알츠하이머에 걸렸다고 하더군요. 집을 나갔다가 길에서 교통사고를 당해서 죽었다는 것 같았어요. 노교수는 죽었지만 대신 아키라가 남았죠. 아키라는 노교수가 남겨둔 모든 것을 갖고 사회 생활을 시작했어요. 조직을 일구는 건 아키라에게 문제도 아니었죠. 할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카리스마는 아키라에게 세 배는 더 강하게 나타났던 것 같아요. 카르마 클랜에 가담했었던 사람 얘기를 들어보니까 정말 대단했던 것 같아요.”

“아키라와 카르마 클랜이 괴수 차크라를 가진 사람들을 끌어들였을 거라고 생각합니까?”

서규태가 조바심을 감추려고 애쓰면서 말했다.

“아마 그럴 거예요. 그리고 만약 아키라가 그 일에 성공을 했다면, 아키라는 브래들리 허버트에 비할 바가 아닐 거예요.”

“어떤 점에서 말입니까?”

“아키라는 강력한 지지 기반을 가지고 있죠. 아키라를 대신해서 죽겠다고 나설 사람이 천 명도 더 될 걸요? 일본인들한테는 그런 게 있잖아요. 자기를 믿어준 사람을 위해서 기꺼이 목숨을 내놓겠다는 마음가짐 같은 거요.”

“구체적인 정황 같은 건 혹시 없습니까?”

서규태가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 얘기는 근거가 좀 희박하긴 해요. 그래도 일단 들어 두시기는 하세요. 이건 여러 번에 걸쳐서 전해진 얘기예요. 저한테 얘기를 전해준 사람도 다른 사람들이 전해들었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거죠. 카르마 클랜에 가담했을 때 클랜 자체의 치안대에 끌려간 일이 있다는 헌터한테서 또 다른 헌터가 들었다는 얘긴데. 그 사람이 클랜의 감옥에 갇힌 동안 아주 깊은 땅 속에서 괴수가 비명을 지르는 것 같은 소리를 들었다고 했대요. 거의 하루 종일 그 소리가 났대요. 나하고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생각해낸 얘기였는데.”

“그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미키는?”

“글쎄요. 저는 코멘트를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그 사람들을 우리가 만날 수는 없을까요?”

“미안해요. 비밀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하고 어렵게 한 인터뷰라서요.”

“……. 알았어요. 미키.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만약에 아키라가 할아버지한테서 괴수 차크라에 대한 얘기를 들었고, 카르마 클랜을 조직해서 클랜 마스터가 된 거라면. 아키라하고는 거리를 두는 게 좋을 거라고 충고하고 싶어요.”

“아키라는 자기 헌터들을 데리고 익스트림 헌터 길드에 들어오려고 하고 있어요. 캐츠 아이 스톤을 대가로 내놓겠다고 하면서 익스트림 헌터의 무기와 방어구들에 대한 일본내 독점 판매권을 얻으려고 하고 있고요.”

“아키라가 이미 그런 얘기를 했다면…….”

“캐츠 아이 스톤을 확보하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그걸 계속해서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 거고요.”

“괴수 차크라를 가진 헌터들을 데리고 있거나, 그 사람들을 찾는 방법을 안다는 뜻이겠군요.”

“우리 생각은 그렇습니다.”

“저도 이쪽에서 계속해서 더 알아볼게요. 그런데 아키라에 관련된 사람들이 여간해서 입을 열려고 하질 않아요.”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미키가 아니었다면 이 정도 실마리도 얻지 못했을 거예요. 고마워요. 항상.”

“내가 더 고맙죠. 써전님이 보내준 동영상은 잘 쓰고 있어요. 그럴 거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반응이 그야말로 폭발적이예요.”

“도움이 될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만 해요.”

“그럼 말이 나온 김에 부탁해도 될까요?”

“이렇게 빨리요? 언제부터 생각해 둔 건데요?”

“사람들한테서 자주 부탁받은 게 있는데. 검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하는 헌터들이 많아요. 괴수하고 싸울 때는 일반적으로 검을 쓰는 것하고는 다른 방법이 적용되잖아요. 그걸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래서 부탁하는 건데. 써전님이 하시는 걸 동영상으로 만들어서 보내주실 수 있을까요?”

“검을 쓰는 걸 말하는 거죠?”

“네.”

“그건 어렵지 않을 겁니다. 알았어요. 그 정도는 바로 해 드려야죠.”

“정말 고마워요.”

“그런 일은 언제든 상관 없으니까 어려워하지 말고 말해요.”

“네. 앞으로는 그럴게요.”

미키 위도는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클랜 A는 아키라와 카르마 클랜에 대한 정보를 모으느라 더욱 분주해졌다. 미키 위도를 통해서 알아낸 정보대로라면 아키라가 위험한 사람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 같았다.

아키라의 정체가 어느 정도 밝혀지자 야로슬라프를 비롯해서 괴수 차크라를 가진 헌터들 사이에 눈에 띄게 긴장감이 감돌았다. 긴장을 풀라고 해도 그게 쉽게 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들은 자신들과 같은 헌터들을 사냥하는 무리가 다시 나타났다는 사실에 분개했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겠지만 두려워하고 미리 눌리고 있었다.

카르마 클랜과 익스트림 헌터 길드 사이에 쉽게 끝날 거라고 생각했던 협상은, 세세한 부분에서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해서 사흘째 계속되고 있었다. 익스트림 헌터 길드쪽에서 의도한 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거였다.

아키라와 카르마 클랜에 대해서 의문을 품게 된 클랜 A는 아키라의 클랜을 방문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기로 결정을 했다.

아키라는, 꼭 판매권을 따내고 싶었던 품목에 대해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자 점점 몸이 달아 오르는 것 같았다. 아키라는 캐츠 아이 스톤을 아끼는 마음이 별로 없었고, 자기가 꼭 얻어내고 싶었던 무기와 방어구의 독점 판매권을 위해서 캐츠 아이 스톤을 한 번에 세 개나 더 올렸다.

아키라가 그렇게 나올수록 협상 테이블에 나가 앉아있는 선아영과 채준형의 표정은 점점 더 굳어졌다. 자기들이 잔혹한 범죄 무리를 상대하고 있다는 생각이 갈수록 강해졌던 것이다.

아키라를 계속해서 붙잡아두기만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여겨진 순간, 그들은 타결을 보았다.

원래 아키라가 준비해 왔던 것에서 여덟 개의 캐츠 아이 스톤이 더 필요해졌다. 아키라는 본국으로 돌아가 캐츠 아이 스톤을 가지고 다시 돌아와 정식으로 계약을 하겠다고 하고 돌아갔다.

클랜 A도 덩달아 분주해졌다. 몇 사람이 아키라를 따라가 카르마 클랜에 잠입해서 괴수 차크라를 가진 헌터들이 감금돼 있는지 알아보기로 최종적으로 결정이 났다.

처음에는 야로슬라프와 레오니드, 미하일을 데리고 갈 생각이었지만 지우는 마지막에 생각을 바꾸었다. 세 사람이 천적을 만난 것처럼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자꾸만 움츠러든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결국 그 길은 지우와 익헌 두 사람이 나서기로 했다.

***

지우는 자기가 꼭 이익헌과 같이 와야 했던 건가 하는 생각을 열 두 번은 더 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방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건 지우만이 아니었다. 이익헌도 지우와 같이 하는 길이 편하지 않았다.

차라리 야로슬라프나 레오니드라면 이렇게까지 불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태인과 강현도 어느 정도 커버가 되었다. 하다 못해 서규태라고 하더라도.

이익헌은 어쩌다가 자기가 지우와 함께 출장을 가게 된 건지 후회에 후회를 거듭했다.

두 사람은 서로 안 맞았다. 그것만큼은 확실했다.

이익헌과 지우는 개와 고양이처럼 서로가 서로의 의도를 오해했다. 이쪽에서 좋다고 다가가도 상대방은 그것을 도발로 간주하기가 일쑤였다. 어쩌다가 좀 챙겨주려고 해도 거기에서도 의사소통이 잘 되질 않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