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급부터 레벨업-208화 (208/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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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부. 카르마 클랜의 헌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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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랜 A가 공략한 괴수의 사체를 처리하는 것은 점점 난이도가 높아져 갔다. 클랜 A가 처리하는 괴수의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바디 펌과 익스트림 헌터는 클랜 A의 활약 덕에 제2의 전성기, 제3의 전성기를 누렸다.

클랜 A가 공략한 괴수의 사체를 사용하면 공격 증폭률을 높이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높은 등급의 괴수에게서 얻은 재료는 증폭률을 크게 높여주었다.

익스트림 헌터 길드에 속한 정규 공격대는 익스트림 헌터에서 공격 증폭률을 획기적으로 높여서 새로 만드는 무기들을 우선적으로 구입할 기회를 얻었다.

익스트림 헌터 길드에 처음에 가입한 정규 공격대의 수가 폭발적이었으면서도 그 증가율은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았다. 다른 길드에 가입돼 있던 정규 공격대들도 길드와의 관계가 청산 되는대로 익스트림 헌터 길드의 아래로 들어오고 있었다.

산하의 공격대로부터 익스트림 헌터 길드로 러프 스톤은 계속해서 들어왔지만 캐츠 아이 스톤이 들어오는 수는 거의 없었다.

그것 때문에 클랜 A의 시름이 깊어갈 즈음이었다.

익스트림 헌터 길드에 가입하고 싶다고 의사를 타진해 온 일본의 한 클랜이 있었다. 카르마라는 이름의 그 클랜에는 열 두 명의 조장이 있었고 각 조장은 이백 명의 헌터들을 관리하고 있었다. 공격대 편성은 그때 그때 괴수의 특성에 맞추어 헌터를 소집하는 형태였지만 임시 공격대로 치부하기에는 조직에 영속성이 있었다. 대개 한 번 호흡을 맞춰서 같이 레이드를 한 사람들이 웬만하면 쭉 같은 팀을 이루어 싸우고 있었다.

카르마에 소속된 헌터의 수만 2400명이었고 가입하려는 공격대의 수가 240개였다. 그러나 클랜 마스터는 각각의 공격대를 익스트림 헌터 길드에 개별적으로 가입시키는 것보다는 카르마라는 클랜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익스트림 헌터 길드로부터 특혜를 받기를 원했다.

익스트림 헌터의 길드는 이익헌이 그 일을 맡아 처리했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익스트림 헌터 길드와 클랜 A의 상관 관계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그래도 클랜 A는 거리를 두는 모양새를 취하려고 해 오고 있었다.

이익헌은 정확히 길드 마스터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 뿐이었고 익스트림 헌터 길드의 길드 마스터라면 모두들 당연히 지우를 떠올렸다.

클랜 A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익스트림 헌터와 바디 펌이 그 내용을 이해하고 있으니 반론의 여지가 없었다.

클랜 마스터 아키라가 길드 가입의 문제로 카르마 클랜을 대표해서 왔을 때 아키라를 맞아들인 사람은 이익헌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길드에 가입하려는 정규 공격대를 받아들이는 일에 그때마다 길드 마스터가 나선다는 것은 당치 않은 일이었고 클랜 A는 그 일이 아니어도 바빠 죽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 일을 맡아 수행하던 사람은 카르마 클랜 마스터의 위엄을 보고 이 일이 자기 선에서 처리할 일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고 곧바로 선아영에게 보고를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우리 카르마 클랜에서는 가입비를 전부 캐츠 아이 스톤으로 지불하겠습니다.”

아키라가 한 말이었다.

그 말은 여러 사람의 발을 빠르게 움직였다. 선아영은 클랜 A를 소집시켰고 아키라에게 숙소를 마련해 주었다. 아키라의 얘기에 관심이 있으니 오후에 다시 심도깊게 논의를 해 보고 싶다는 말도 함께 전했다.

그 일로 클랜 A가 익스트림 헌터에 급히 소집되었다.

“가입비를 캐츠 아이 스톤으로 지불하겠다는 거면. 지금 캐츠 아이 스톤을 갖고 있다는 거잖아요? 정규 공격대 하나가 아니라 클랜이라면서요. 데리고 들어올 공격대 수가 240개라면 캐츠 아이 스톤을 지금 도대체 몇 개나 갖고 있다는 거예요?”

강현은 쉽게 계산이 되지 않는다는 듯이 열에 들뜬 얼굴로 말했다.

“캐츠 아이 스톤은 그 사람들한테도 가치가 높은 걸 텐데 왜 쉽게 그걸 내 놓으려고 한 거지?”

이익헌이 선아영에게 물었다. 선아영은 아키라와 간단히 나눴던 내용을 토대로 그들에게 얘기를 들려주었다.

“카르마의 클랜 마스터는 매년 우리 길드에 캐츠 아이 스톤을 열 개씩 지불하겠다고 했어요. 그 대가로 요구하는 건 익스트림 헌터의 모든 물건에 대한 일본내 독점 판매권이고요.”

“그 대가로 캐츠 아이 스톤 열 개요? 나쁘지 않은데요? 지금 익스트림 헌터가 카르마 클랜에 독점 판매권을 주는데 문제가 되는 건 없죠? 다른 유통업체랑 계약 관계를 청산하는데 오래 걸리나요?”

서규태가 선아영에게 물었다.

“아뇨. 익스트림 헌터는 계속 단기간으로만 계약을 해 왔어요. 혹시 상황이 변할 수도 있으니까요. 카르마 클랜에 독점 판매권을 준다면 한 달 이내에 다른 곳들하고의 관계를 청산하고 바로 카르마 클랜하고 시작할 수 있어요.”

선아영이 말했다.

“그런데 이 사람들. 왜 유독 캐츠 아이 스톤을 많이 가지고 있는 거죠? 지금까지 그 많은 공격대에서 캐츠 아이 스톤을 하나도 구해오지 못했는데 말이예요.”

야로슬라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도 그게 의심스러운데.”

레오니드가 말했다. 미하일은 말은 하고 있지 않았지만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해리와 라미실에게 납치당했던 때의 일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던 것이다.

이익헌은 그들을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러시아에 캐츠 아이 스톤을 가진 헌터들이 많이 나타나는 걸 보면서 내가 생각했던 건, 일본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거였어.”

이익헌이 말했다.

“나도 그 생각을 하기는 했어요. 몸에 특별한 차크라를 가진 헌터들이 살던 곳이 원전 사고가 일어난 체르노빌 근처였다는 걸 알고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태인이 이익헌의 말을 지지하며 말했다.

“그럼 카르마 클랜이라는 곳도 그런 단체인 걸까요? 유리 세멘노프 교수가 그랬던 것처럼 괴수 차크라의 비밀에 대해서 알아내고 특별한 헌터들을 찾아내서 캐츠 아이 스톤을 얻어내는 걸까요?”

강현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혹시 세멘노프 교수한테서 그런 얘기를 들은 적 없어? 일본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

레오니드가 야로슬라프에게 물었지만 야로슬라프는 고개를 저었다.

“아키라를 다시 만나기로 한 시간이 세 시간 후예요. 그때 협상 테이블에 뭘 가지고 나갈지 지금 결정이 돼야 돼요.”

선아영이 말했다.

“일단은 이렇게 하죠. 익스트림 헌터의 모든 물건에 대한 독점 판매권을 주는 걸로 하지는 말고 독점 판매권을 줄 제품을 지정해서 그 제품들에 대해서 독점 판매권을 주는 걸로 하는 게 좋겠어요.”

오랫동안 입을 다물고 있던 채준형이 말했다.

“익스트림 헌터에서 만드는 모든 무기와 방어구가 시중에 유통될 건 아니니까요. 재료를 구하는 것도 문제가 되고요. 아이온의 맵에서 얻은 쇳물만 해도 그래요. 다시 그런 쇳물을 얻게 될지 장담하기가 어렵잖아요. 얻을 수 있는 재료가 한정적인 것들은 클랜 A의 장비와 갑옷을 만드는데 최우선적으로 사용을 할 거예요. 그리고 앞으로 개발될 무기들에 대해서 그걸 유통시키는 게 좋을지 말지에 대해서는 매번 개별적으로 판단이 필요해요.”

채준형이 말했다.

“맞아요. 코모도 괴수의 독침으로 만든 마취총도 유통을 금지키시는 게 나을 수도 있거든요. 그게 시중에 유통되면서 레이드 외의 일에 쓰이는 경우가 많이 생기고 있고요. 헌터들을 공격하는 일에 코모도 괴수의 마취총이 사용된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서규태가 말했다. 선아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 내용을 메모해 넣었다.

“아키라를 만날 때는 나도 같이 가지. 채준형 마스터님도 같이 가실 거죠?”

이익헌이 묻자 채준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리고. 그쪽에서 먼저 캐츠 아이 스톤을 열 개씩 지불하겠다고 했을 때는 그쪽도 그걸 마지노선으로 생각한 건 아닐 테니까 열 네 개로 말을 해 보는 게 어떨까요?”

태인이 말했다.

“열 네 개요? 그 사람들한테 캐츠 아이 스톤이 그만큼이나 있을까요?”

선아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얘기가 계속될수록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일이 자꾸만 생겨났다.

“품목을 지정해서 일본내 독점 판매권을 주는 걸로 하고 그 대가로 일 년에 캐츠 아이 스톤 열 네 개. 일단 그렇게 알고 있으면 되는 거죠?”

선아영이 지우를 바라보았다. 지우는 선아영이 자기에게 묻고 있다는 것도 모를 만큼 생각에 깊이 빠져 있었다.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은 일 년에 열 개를 주겠다고 제안했다는 대목이 아니었다. 내년에도 그만큼을 만들어 올 수 있다고 아키라가 자신하고 있다는 대목이었다. 미국 정부도 클랜 A에게 캐츠 아이 스톤을 주겠다고 제안을 했었지만 그것은 세계의 헌터들에게서 들어오는 물량이 있을 거라고 기대해서 한 말이었다. 그리고 그 정도의 숫자는 미국 정부로서 타당한 숫자였다.

그런데 아키라는.

카르마 클랜은.

그곳이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임정이 지우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응?”

지우가 임정을 바라보자 임정이 가만히 웃음을 지었다.

“대표님이 물어봤잖아요.”

“어? 아, 죄송합니다. 다시 한 번 말해 주시겠습니까?”

선아영은 웃음을 지으며 자기가 물었던 내용을 반복했다. 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게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른 일들은 써전님이랑 이 사장님하고 상의해서 결정을 내려주시면 될 것 같고요. 야로. 레오니드. 미하일. 세 사람은 나랑 같이 움직이자.”

세 사람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도 도울게요. 카르마 클랜에 대해서 정보를 모으는 건 제가 빠를 거예요.”

강현이 뒤따라 일어서며 그들과 합류했다.

“아, 써전님. 미키 위도한테 연락해주실 수 있을까요? 미키 위도가 그쪽으로 알고 있는 게 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지우가 말하자 써전이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다.

“저는 그럼. 그대로 진행하면 되는 거죠?”

선아영이 지우에게 물었다.

“예. 그대로 진행해 주세요. 열 네 개. 품목 지정. 품목을 어떤 걸로 정할지 그건 사실 중요한 게 아니지만 그쪽에 신경쓰는 인상을 주시면서 거기에서 힘을 빼 놓으면 좋겠죠. 선 대표님이 재량을 갖고 결정하시면 됩니다. 캐츠 아이 스톤의 갯수도 마지노선 같은 건 없으니까 선 대표님이 알아서 해 주세요. 우리로서는 다만 몇 개라도 확보할 수 있으면 좋은 거니까요.”

“네.”

각자가 자신이 맡은 일을 위해 일어섰다. 임정이 엘리베이터 앞까지 지우를 따라와 배웅을 했다.

“아무 일 없을 거라고 말해줄 수 있죠?”

임정이 말하자 지우가 웃었다.

“나는 당신이 그런 말 할 때마다 진짜 웃기더라. 다른 때는 한없이 냉철하고 합리적인 사람이 그런 질문을 할 때는 아이같아. 아무 일 없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지우가 말했다.

“그래도. 그렇다고 말해주면 내 마음이 편해지잖아요.”

“걱정 마세요. 누나. 형한테 아무 일 안 생기게 저희가 잘 모시고 다닐게요.”

야로슬라프가 엘리베이터를 잡아놓고 기다리며 말했다.

“야로슬라프 말이 맞아요. 저희랑 같이 다니면서 무슨 일이 생기기도 어렵겠죠. 아. 야나는 저희가 데려갑니다. 다른 분들은 선 대표님 차 빌려서 움직이시라고 전해주세요.”

레오니드가 말을 하고 먼저 엘리베이터에 탔다.

“이 모습 이대로 돌아올 테니까 걱정하지 마.”

지우가 임정의 양팔을 힘있게 붙잡아 주고 눈가에 입술을 맞추고는 엘리베이터를 향해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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