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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부터 레벨업-202화 (20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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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부. 괴수의 차크라

클랜 A는 불필요하게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늪이 나타났다는 곳으로 이동했다. 늪 앞에 당도하자 모두가 지연의 감응기 앞에 둘러섰다. 지연의 감응기에는 이제 괴수의 차크라 뿐만 아니라 맵도 비교적 세세하게 나오고 있었다.

“보다시피 괴수의 크기는 다른 괴수들에 비해서 큰 게 아니예요. 일반적인 레이스용 자동차의 세 배 정도나 될까말까 할 거예요. 늪 아래의 날씨는 수시로 변하는 것 같은데 빙판길에 얼음비가 갑자기 쏟아지는 일이 많았어요. 빙판길이 갑자기 녹기도 했는데 길이 녹으면 녹는대로 그것도 또 위험할 거예요. 이번에는 정말 집중을 하셔야 할 거예요. 맹수의 공격에 대비하는 건 어느 정도 훈련이 되고 대비가 되겠지만, 이건 갑자기 돌진하는 차에 몸이 날아갈 수도 있는 상황이예요.”

지연이 말했다.

"이상한 건 말이죠. 이 맵은 괴수한테 오히려 방해가 될 것 같아요. 그런 환경이라면 차가 달리는데 불편하잖아요. 감속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자주 생길 거고."

세진이 감응기를 보면서 말했다.

"괴수한테도 불편하겠죠. 그런데 헌터한테 그 불편이 더 크게 느껴지기를 바라고 맵이 이렇게 진화한 것 같아요."

지연이 말했다.

“이게 공략되지 못한 채로 늪이 개방된다고 하면 그때는 정말 끔찍한 일이 일어나겠는데?”

태인이 말했다. 모두들 그 말에 동의했다. 사람도 없고, 멈추지도 않는 차가 어디든지 달린다고 한다면. 그 일은 생각만으로도 끔찍했다.

그들이 감응기를 보고 있는 동안 괴수가 움직였다.

“야나가 움직여요.”

지연이 말했다.

“야나요??

지우가 물었다.

“네, 빗속 레이스의 최강자, 전설의 드라이버 이름을 따서 그렇게 부르고 있어요. 헌터 협회에도 그렇게 등록이 돼 있고요.”

지연이 말을 하는 순간 감응기에서 야나가 맵을 도는 것이 보였다.

“여기 직선 코스를 지나갈 때 시속 834 킬로미터였어요.”

지연이 서킷의 한 지점을 가리켰다.

“그런 속도로 달리는데 타이어가 남아나나요? 아니. 그보다 연료는요?”

세진이 물었다. 그러나 다른 남자 헌터들의 눈에는 불꽃이 타올랐다.

“시발. 방금 야나가 달리는 거 보고 발기될 뻔 했어요.”

야로슬라프가 말했다.

“진짜 갖고 싶다.”

여기저기서 그런 소리가 나왔다.

“후와, 씹. 이제 다른 차 어떻게 타. 저걸 공략하면. 아니. 나는 못 해. 저걸 뭘로 공격해? 공격할 수 있다고 해도 안 해. 저기에 뭘 들이밀겠어? 저기에 어떻게 흠집을 내?”

태인조차도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잘 빠지긴 진짜 잘 빠졌네. 근데 저걸 어떻게 해? 우리가 내려가는 순간 우리를 향해서 달려오지 않을까?”

레오니드가 말했다.

“그런데 어떻게 타이어가 안 타요?”

세진이 물었다.

“우리도 정말 말해주고 싶어. 일부러 대답 안 하는 건 아니야.”

강현이 말했다. 처음의 계획과 다르게 그들은 바로 늪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고 감응기 앞에서 분석하는 시간을 오래 가졌다. 야나는 광란의 질주를 계속했다. 연료도 필요없고 상상할 수 없는 힘을 가진 차를 보면서 헌터들은 점점 그것을 공략의 대상이라기보다 드림카로 바라보게 되는 것 같았다.

“저걸 개조하면 안에 우리가 전부 다 탈 수 있을까?”

지우가 어느새 강현에게 딱 붙어서 그런 것들을 의논하고 있었다.

“그렇죠, 형? 형도 그런 생각 하게 되죠? 저건 진짜 탐나요. 그런데 야나의 체력이 0이 된다는 건 무슨 뜻일까요? 폐차가 된다는 건 아닐 테고. 그렇게 된다면 절대로 야나를 공략하고 싶지 않은 심정인데.”

그때 세진이 천천히 손을 들었다. 모두가 세진을 바라보았다.

“저는 차에 대해서 잘 모르고요. 지금 하는 말이 바보같은 말일 수도 있을 거라는 걸 감안하고 들어주시면 감사하겠는데요.”

“응. 말해봐.”

지우가 말했다.

“타이어가 없으면 야나도 움직일 수 없을 것 같은데. 바닥에 못이나 깨진 유리 조각을 뿌려서 타이어가 찢어지게 하면 간단하지 않을까요? 야나가 도는 트랙에 그걸 뿌려 놓으면. 타이어가 찢어져서 야나도 멈추게 되지 않을까요?”

일동은 멍하니 세진을 바라보았다. 설마 저렇게 대단해 보이는 야나가 그렇게 단순한 방법으로 정복당할 거라고는 믿고 싶지 않았다.

이건, 실컷 높은 철조망을 타고 올라가서 뛰어 넘었는데 그 뒤에 있던 사람이 옆에 있던 문을 열고 편하게 들어오는 것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의 기분이었다.

“그걸로는……. 안 되지 않을까?”

강현이 말했다. 이유는 없었다. 간지가 나지 않는 공략법이었다. 아무리 맵을 이용해서 괴수를 공략한다고는 하지만 그건. 그건 뭔가 시스템의 룰을 위반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클랜원들은 이미 그 생각을 구체적으로 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곳에는 돌 같은 걸 뿌려도 될 것 같아요. 타이어가 찢기지는 않겠지만 저 정도의 속도로 달리는 차에는 치명적일 수도 있겠죠. 트랙에서 벗어나게 될 수도 있을 거예요. 아니, 저 속도로 달리다가 툭 튀어나온 돌에 걸린다면 완전히 돌거나 뒤집힐 수도 있지 않을까요?”

세진이 방법을 제시할 때마다 다른 헌터들은 가슴이 미어졌다. 이건 혼자서 흠모해 오던 여자 아이에 대해 다굴을 모의하는 현장에 어쩔 수 없이 끼게 된 것과 마찬가지의 심정이었다. 세진은 그들이 짓는 표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혹시 제가 듣지 못한 규칙 같은 게 있으면 알려주세요.”

세진은 자신없는 부분에 대해서 의견을 내는 참이라서 스스로 기가 죽어 있었다. 그래서 다른 클랜원들의 표정을 오해했다.

“아니야. 그런 게 아니야. 세진아. 너는 지금 아주 잘하고 있어. 그런데 이건.”

태인은 적당한 표현을 찾으려고 애썼다. 그러다가 아주 적절한 비유를 생각해냈다.

“진짜 완벽한 여자 모습을 한 괴수를 만났다고 생각해 봐. 아니. 핵미남 모습을 한 괴수를 만났다고 생각해 봐. 괴수라는 건 알지만 너무나 탐나는 외모를 하고 있어. 공략을 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그 몸에 칼자국을 낸다는 게 죄를 짓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겠지?”

세진은 그 말을 바로 알아먹었다.

“그럼 이번 일은 제가 하는 게 낫겠네요.”

막내가 맹랑하게 말하자 클랜원들이 일제히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순 없지. 우리가 정신을 차려야지. 세진씨한테 그렇게 위험한 일을 하게 할 수는 없지.”

야로슬라프가 말했다. 그리고 그들은 어느 순간 자신들이 야나를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야나는 여전히 무서운 속도로 트랙을 돌고 있었다. 하지만 조금 전까지는 그것을 볼 때 야나가 저대로 나를 향해서 돌진해 오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했지만 지금은 야나의 무시무시한 속도가 야나에게 어떤 해를 끼치게 될지 그것을 생각하면서 보게 되었다.

“의외로 정말 간단할 수도 있겠어.”

강현이 말했다.

“그런데 기계 괴수의 체력은 어떻게 다운시키는 거예요?”

세진이 물었다. 특별한 것은 없었다. 무기로 내려치면 기계 괴수의 체력도 떨어졌다.

“다른 건 없어. 기계 괴수도 마찬가지야. 차크라를 실은 헌터의 무기로. 공격을 하면 돼.”

강현이 말했다. 흔들림없이 말을 하려고 하는데 목소리가 떨렸다. 야나의 몸에 흠집을 해냐 하다니. 세진은 보다보다 별 일을 다 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괴수가 핵미녀라면 이 사람들이 레이드를 할 수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결국, 그들은 전부 늪 아래로 내려갔다.

“흐응. 흥흥흥!!”

여기 저기에서 말이 우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야나를 눈 앞에서 본 헌터들은 그야말로 슬픔을 느꼈다. 저걸 이제부터 공략해야 한다는 게 그렇게 슬플 수가 없었다.

야나는 한 번도 나타난 적이 없던 개체였다. 그러니 야나가 사람들을 해치는 것을 본 적도 없었다.

괴수가 오픈일을 맞아서 늪 밖으로 나가면 어떻게 되리라는 것을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그래도 야나가 그런 짓을 할 거라고 생각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 자태가 얼마나 고혹적이고 세련되었는지, 모두가 순식간에 넋을 놓고 야나를 바라보았다.

야나는 트랙을 천천히 돌았다. 감응기로 봤을 때보다 속도를 뚝 떨어뜨린 모습이었다.

세진이 임정에게 다가갔다. 야나에게 홀리지 않고 정신을 차릴 수 있는 사람은 둘뿐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임정 역시 다른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눈에 하트가 새겨져 있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세진은 소녀 가장처럼 혼자서 트랙 위에 함정을 만들었다. 야나는 트랙을 돌면서 세진을 관찰했다. 문제는 날씨였다. 하늘에서 우박이 떨어지면서 머리를 두들겨대는데 그게 꽤나 악의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아팠다. 헌터들이 쓴 투구를 맞고 떨어지는 소리가 투두두두둥, 요란했다.

야나는 헌터들의 움직임을 살피면서 천천히 트랙을 돌았다. 그리고 세진이 뭘 해 놓은 건지 보겠다는 듯이, 세진이 못이며 깨진 유리 조각과 돌멩이를 부어 놓은 곳에 가까이 왔을 때는 속도를 줄였다. 야나는 거기를 지나가지 못하고 후진을 했다.

폭풍이라고 할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어온 것은 그때였다. 바람이 지나가자 트랙이 깨끗해졌다. 작은 돌멩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그 후에는 밀가루 포대를 뒤집어 쏟는 것처럼 엄청난 양의 눈이 내렸다.

그 맵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야나의 미친 듯한 속도만이 아니라 예측이 불가능한 날씨도 한 몫 한다는 것을 헌터들은 뒤늦게 깨달았다. 눈은 어느덧 비로 바뀌었고 폭포처럼 트랙 위로 쏟아졌다. 그 위에서 야나가 유유히 달렸다. 야나는 트랙을 달리면서 헌터들을 계속해서 관찰했다. 헌터들은 이제 슬슬 야나를 공격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야나의 속도는 무시무시한 수준이었다. 감응기로 봤을 때의 그 속도도 최고가 아니었다. 트랙을 돌 때마다 매번 더 빨라지는 것 같았다. 타이어가 버티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은 순전히 헌터들의 예상이었을 뿐이었고 야나는 무리를 느끼지 않고 달렸다.

빙판길이 얼었다 녹았다하면서 헌터들의 속도를 떨어뜨렸다. 속도를 내서 움직이려고 한 게 아니었는데도 강현과 세진은 몇 번이나 넘어졌다.

"하! 길! 진짜 그지 같네!"

그때마다 강현이 소리를 지르면서 화를 냈다. 갑옷의 무게 때문에 일어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강현과 세진이 넘어지는 보면서 충분히 조심을 했는데도 서규태와 미하일도 넘어졌다. 여기저기서 쿵, 쿵 소리와 욕이 난무했고 다른 헌터들은 넘어지지 않기 위해 걸음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되었다.

야나는 그러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트랙을 돌았다. 야나가 왜 계속 트랙을 도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헌터들은 그 화려한 드라이빙을 보면서 정신을 다잡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볼수록 호감이 가는 그 녀석에게 적의를 불태우는데 번번이 실패를 거듭한 것이다.

야나는, 자기를 보는 남자들이 자기한테 넘어가버렸다는 것을 이미 알아차린 도도한 여학생처럼 그들 앞을 맹렬한 속도로 지나갔다.

그 다음 순간에 일어난 일을 이해한 사람은 세진 혼자였다. 야나는 킬힐을 신고 삐끗한 여자처럼 트랙 위에서 나뒹굴었다. 통제력을 거의 상실한 채 야나는 몇 바퀴나 회전을 하고 계속 밀려가다가 펜스에 거칠게 부딪쳤다.

물길도 부드럽게 잘 달려온 차가 갑자기 만난 요철에 중심을 잃었다. 트랙을 너무 잘 안다고 생각한 것이 야나의 첫 번째 실수였을 것이다. 야나에게 트랙은 거의 한 몸과 마찬가지였다. 어디에 오르막이 있는지, 어디에 내리막이 있는지, 어느 부분이 높고 어느 부분이 낮은지, 어디의 경사가 얼마나 완만한지 그런 것들이 야나에게는 전부 입력이 되어 있었다.

그랬기에 갑자기 트랙에 불순물이 끼어들었을 때 야나가 느낀 충격은 엄청났다. 튀어오른 불순물들이 정신없이 차체로 튀어오르며 야나를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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