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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부터 레벨업-192화 (19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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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부. 컨트롤러

“취재를 멈추지 않으면 죽는다는 거죠. 협박을 한 사람은 미국 사람들이 지금의 구도로 계속 생각하기를 바라고 있는 거예요. 클랜 A는 범죄 집단이나 다름없고 클랜 A에 의해서 미국은 대통령과 A급 헌터들을 잃었고 클랜 A가 미국의 캐츠 아이 스톤을 전부 강탈해갔고. 이렇게 말을 하다보니 전부 맞는 말이긴 하네요.”

미키 위도의 말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말하자면 일종의 묵비권 행사였다.

“하지만 그게 완전한 진실인 건 아니죠. 그 일들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면 말이예요. 제가 취재 과정에서 그런 것들을 알게 됐다는 게 나를 협박한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 것 같아요. 취재 도중에 대통령의 지저분한 스캔들에 대해서도 꽤 깊숙하게 알게 됐는데 정계의 사람들은 고인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은 하지 말자고 나를 회유하려고 했죠.”

“그런데도 취재를 멈출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까?”

지우가 물었다.

“저한테 위도라는 특이한 성을 남겨준 남편은 성만 남겨주고 죽었어요. 결혼한지 넉달만에요. 아이도 없고. 세상에 미련을 갖게 하는 것들이 나한테는 없어요.”

미키 위도는 아무렇지 않은 듯이 말했지만 그런 말을 하는 미키 위도의 눈빛은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아버지를 따라서 취재 여행을 다닐 때 아버지는 늘 그러셨죠. 논픽션 작가는 픽션 작가하고는 다르다고. 픽션 작가는 자기가 이야기를 만들 수 있지만 논픽션 작가는 이미 이루어진 사실을 재구성하는 사람이라고 했죠. 절대로 과거의 일을 완벽하게 복원해 낼 수 없는 운명을 가진 사람이, 자기가 바랄 수 없는 것을 원하고 원하고 원하면서, 닿을 수 없는 것을 소망만 하다가 그 소망에 질식해 죽을 거라고 했어요. 그렇게 죽어야 진짜 논픽션 작가라고 했죠. 현실에 순응하지 말고 끝까지 꿈꾸라고 했고요. 절대로 이룰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부정하지도 말고, 그렇다고 그건 원래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타협도 하지 말라고 했어요. 아버지는 타고난 논픽션 작가였고 아버지가 했던 말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나한테 내 존재 의미를 깨우쳐주는 것 같아요.”

미키 위도는 몇 개의 이름이 적힌 메모지와 USB를 지우에게 건넸다.

“브래들리 허버트가 사전에 접촉했던 사람들이예요. 여기에 그 사람들과의 인터뷰 내용이 담겨 있어요. 제 생각에는, 여기에 담겨있는 내용보다 훨씬 더 정확한 내용을 여러분이 스스로 알아내셨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사람들은 아이를 찾고 있어요. 시현이를요. 미안한 얘기지만, 그 사람들은 시현이의 차크라를 뽑아서 가장 강력한 A급 헌터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미키 위도는 임정을 바라보았다.

“괜찮아요. 말해도 돼요. 말해주세요.”

임정이 말했다.

“……. 아이한테서 캐츠 아이 스톤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고, 그 캐츠 아이 스톤으로 강력한 헌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 A급 헌터는 다른 A급 헌터들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할 거라고 생각하죠. 클랜 A처럼요. 클랜 A의 에이스처럼요.”

임정은 한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지우가 임정을 제 팔로 안았다. 결국 그들은 지우처럼 되고 싶어서 지우의 아들인 시현을 노린다는 거였다.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은 자기들이 미국과 세상을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게 그들한테는 정의인 거죠. 시현이를…, 시현이한테서 힘을 얻어서 미국의 힘을 증강시키는 게요.”

미키 위도는 임정과 지우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단어를 피하느라고 몇 번 머뭇거렸다.

“미국 치안대에 TF팀이 만들어졌어요. 그들은 시현이를 납치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미키 위도가 지우를 바라보았다.

"바로……. 죽일 거예요. 차크라를 추출하고 싶어하지만 그게 어렵다면 캐츠 아이 스톤이라도 뺏겠다는 거죠.”

미키 위도가 말했다.

“…….”

“아이를 지키려면. 아이와 헤어지셔야 할 거예요. 헌터들은 계속 보내질 겁니다. 미국에는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거기에 모든 걸 걸 거예요.”

이익헌은 얼굴을 찌푸렸다.

캐츠 아이 스톤을 자기가 다 가져와 버려서 그렇게 된 건가 하는 생각을 한 것이다. 서규태가 이익헌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캐츠 아이 스톤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그런 짓을 했을 거라는 뜻이었다.

“저한테도 책임이 커요. 로드 벤슨에게서 자료를 넘겨받았을 때 제 선에서 그걸 폐기했다면 아이는 이런 위험에 처하지 않았을 겁니다. 헌터 협회장과 부통령이 아이에 대해서 알게 된 건 제 책임입니다. 특종을 건지고 싶었어요. 죄송합니다. 이 말로는 부족하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미키 위도의 말에 지우가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알게 됐을 거예요. 그때는 이미 꽤 많은 사람이 알고 있었을 겁니다. 잘못이라면 로드 벤슨의 잘못이죠. 채널 68하고만 협상하는 것처럼 하면서 다른 곳에도 정보를 흘렸을 겁니다.”

미키 위도는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한 채 고개를 떨구었다.

“걱정해주신 건 고맙습니다. 하지만 우리도 조치를 취해 두었습니다. 우리는 이미 아이와 떨어져서 살고 있습니다.”

지우가 말했다.

“그런가요? 혹시. 어떤 계기로 그런 결정을 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미키 위도의 갑작스런 질문에 지우가 임정을 바라보았다. 임정은 헌터 협회장의 얘기는 하지 않은 채 누군가의 권고를 받았다고만 말했다.

“아이가 지금 누구랑 있습니까?”

미키 위도가 물었다.

“그건 왜 묻습니까?”

“아이가 지금 확실히 안전하다고 할 수 있습니까?”

“우리는 카메라로 언제든지 아이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우가 말했다.

“갑자기 연락이 되지 않거나 카메라 연결이 끊기면 아이에게 도착하는데 얼마나 걸리나요?”

“……. 그걸 왜 묻습니까?”

지우가 묻자 미키 위도는 대답이 없이 생각에 잠겼다.

“태스크 포스팀의 헌터들은 한국에 와서 접선을 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 인물에 대해서는 모든 게 비밀에 가려져 있었어요.”

야로슬라프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서며 레오니드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짐. 미하일에게 해 보세요!”

이익헌은 미하일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레오니드와 미하일 모두 전화를 받지 않았다. 지우는 용하에게 전화를 걸었고 임정은 카메라를 확인했다. 모든 것이 불통이었다.

***

“우리 시현이. 삼촌 기억하니?”

그의 손에 작은 가방이 들려 있었다. 용하는 시현의 손을 잡고 나와서 그에게 인사를 시켰다.

“감사하다고 하고 받아야지.”

그러면서 자기가 대신 가방을 받았다.

“신발입니다. 시현이가 이제 걷는다는 말을 들어서 말이죠.”

“예. 감사합니다. 그런데 협회장님은 여기에 이렇게 찾아오셔도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엄마랑 아빠도 출입을 자제하고 있는데 협회장님이 여기에 오시면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용하가 말했다.

“그러려나요? 저도 다음부터는 조심을 해야겠습니다. 시현이가 울적해하고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새로 얻은 집에서 적응을 잘 하는지 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협회장이 말했다.

“뭐. 시간을 잘 맞춰서 오시긴 하셨네요. 마침 죽여주는 해물 파스타가 완성돼가고 있었거든요. 맞지, 안시현?”

“마찌, 안션?”

“응. 아니. 네가 대답해야지!”

용하가 시현이를 보행기에 앉히려고 하자 협회장이 나섰다.

“제가 안고 있겠습니다.”

“아뇨. 그러지 마세요.”

용하는 협회장의 옷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밖에서 먼지랑 오염 물질을 잔뜩 묻히면서 돌아다니신 거잖아요. 아기는 그런 몸으로 안는 게 아니거든요. 시현이는 보행기에서 혼자 잘 놀 수 있어요. 저쪽에 욕실이 있으니까 손 씻고 나오세요. 식사는 하셨어요?”

“간단하게 했습니다만 조금 더 맛볼 수는 있습니다.”

용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주방으로 돌아갔다.

“안시현. 조수는 빨리 셰프를 따라와서 도와야지. 너무 바짝 오지는 말고. 뜨겁고 위험하니까.”

“새애애애애.”

“새애애애라고 하지 마. 셰프라고. 네가 그렇게 말하면 너네 아빠가 개새라고 하던 게 생각나서 굉장히 기분이 안 좋아.”

“개새애애애애.”

“이 자식이! 말을 다 알아들으면서 이러는 것 같다니까? 너, 삼촌 똑바로 봐. 알아들으면서 놀리려는 거지?”

“요아 안똔.”

용하는 시현에게서 거의 눈을 떼지 않은 채로 파스타를 완성했다. 협회장이 욕실에서 나왔다.

“요즘에는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

“무시무시한 감시를 당하면서 숨소리를 죽여가면서 살고 있죠.”

용하가 천장에 주렁주렁 달린 카메라를 보면서 말했다.

“용하씨를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자가 그런 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말이예요. 자기 아이를 위해서 사회 생활을 포기하는 것도 어려울 텐데 용하씨는 그런 경우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용하씨도 결혼을 해야 할 텐데.”

“네. 그게 문제긴 하죠. 그래도 사회 생활을 하는 것만큼 성취감도 있고 돈도 벌고 있고. 지우가 나 때문에 레이드에 전념할 수 있다는 것도 좋고 그래요. 시현이가 지우 아들이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았겠죠.”

“사람들은 안지우씨하고의 관계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희한한 일이예요.”

“그게요. 뭐. 꼭 그렇게 희한하기만 한 일도 아니예요. 지우한테는 그런 게 있거든요. 살다보면 그런 사람들을 만나게 될 때가 있잖아요. 어떤 사람은 기를 쓰고 이기고 싶은데 어떤 사람한테는 그냥. 순순히 져주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잖아요.”

“안지우씨가 그런 사람이라는 얘긴가요?”

“안시현! 그걸 다 먹으면 안 되지. 잘라야지. 삼촌이 잘라줄게.”

시현은 번개같은 속도로 파스타 한 가닥을 손으로 잡아서 고개를 돌리고 입으로 호로록 빨아들였다. 순식간에 손과 입 주변이 기름 범벅이 되었지만 저는 아무 짓도 안 했다는 듯이 말똥말똥한 눈으로 용하를 바라보기만 했다.

협회장은 자기 접시를 거의 비우지 않았다. 용하는 그가 초조해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지간히 먹었으면 삼촌한테 와 봐. 입 좀 닦자.”

시현이는 싫다고 하지는 않고 용하에게 붙잡혀 몸이 공중으로 떠오르기 전에 기다란 파스타 한 줄기를 잡아서 입으로 부지런히 쏘옥 집어 넣었다. 용하는 한 팔로 시현이를 안은 채 협회장이 고개를 숙인 틈에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지우가 용하를 바라봐주기를 바랐다.

대기의 밀도가 달라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게 무엇 때문인지 알지는 못했지만 용하는 이제 협회장을 내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용하는 자신이 불안을 느낀다는 사실을 시현이 알아차리지 못하기를 바랐다. 협회장의 앞에서 시현이의 차크라를 보이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았다.

“시현이를 재워야 할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신발은 잘 신길게요. 고맙습니다.”

용하가 협회장에게 말했다. 협회장이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지만 용하는 성큼성큼 현관을 향해 걸어갔다. 시현이는 용하에게 안긴 채 아직 편안한 상태를 유지했다.

“안지우씨는 이미 한 차례 폭주했죠. 미국 대통령과 스무 명의 헌터를 한꺼번에 죽였고 자기가 가장 존경하고 사랑한 두 사람한테까지 상처를 입혔습니다. 치안대장이 가진 특별한 능력이 아니었다면 두 사람도 죽었을 겁니다.”

협회장이 말했다.

“그래서요?”

“그런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의 아들이고요. 그런데도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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