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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부터 레벨업-191화 (19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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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부. 컨트롤러

의도하지 않았어도 말투는 저절로 차갑게 나오고 있었다.

“브래들리 허버트는 죽었지만 그 사람의 실험은 끝나지 않았다는 거예요.”

“그게……. 무슨 얘깁니까?”

지우는 저도 모르게 전화기에 바짝 다가가 앉으며 말했다.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과 레오니드와 미하일이 고통받던 동영상이 다시 떠오르는 중이었다.

“실험은 계속되고 있고. 그리고 이런 얘기를 하게 돼서 정말로 미안하지만. 당신의 아이를 실험체로 삼는 프로젝트가 준비중이라는 거예요.”

미키 위도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아이를 상대로 한 범죄에 대해서 말을 하는 것은,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 방송인인 미키 위도에게도 늘 힘겨운 일이었다.

“……!”

지우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미안해요. 이런 소식을 전하게 돼서.”

미키 위도가 말했다.

“거기가 어딥니까?”

“거기서 멀지 않아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안다는 말처럼 들리는군요.”

“사실 그런 걸 알아내는 건 나같은 사람한테 전혀 어려운 게 아닙니다.”

“나가도록 하죠. 내 아내가 같이 갈 겁니다. 그리고 아마. 그냥 여기에 있으라는 내 말을 듣지 않을 우리 클랜원들도 다 갈 거예요.”

“영광이네요. 클랜 A를 전부 보게 될 기회를 얻게 되다니.”

“끝까지 영광으로 생각하기를 바랍니다.”

지우는 미키 위도와 약속을 정했다. 슬금슬금 나와서 지우의 통화 내용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사람들은 어느새 외출 준비를 마쳐가고 있었다. 고개를 들었을 때 지우는, 자기만 준비를 마치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키 위도라는 여자를 아는 분 계세요? 채널 68인가? 거기에서 방송을 하는 여잔가봐요.”

임정이 가져다 준 옷을 입으면서 지우가 물었다.

“미키 위도요? 미키 위도라면 에미상 방송인상을 탄 여잔데요? 정말 그 여자가 미키 위도래요? 미키 위도라면. 형도 목소리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텐데. 정말 미키 위도래요?”

강현이 물었다.

“응. 로드 벤슨이 클랜 A에 대해서 독점 인터뷰를 하는 조건으로 채널 68에 돈을 요구했었나봐. 협상이 거의 진행됐다는데.”

지우의 말을 듣는 이익헌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 자식이 그때 통화한 게 그럼 거기였나보군.”

이익헌은 혼자만 알고 있으려고 했던 것을 털어 놓을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로드 벤슨을 찾아갔을 때 그 자식이 전화를 하고 있었거든. 내가 들어갔을 때 이익헌이 들어왔다고 소리 질렀어. 내가 저를 죽일 거라고 했고.”

“자기한테 일어날 일을 미리 알았나보죠? 예지 능력자였나봐요?”

태인의 말에 이익헌이 한심하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아, 왜 그러세요. 그냥 웃자는 거잖아요. 나만 보면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셔!”

“그런데 그 여자가 왜 우리를 만나자는 거예요?”

임정이 물었다.

“취재를 하다가 알아낸 사실이 있대. 시현이에 관한 거야. 브래들리 허버트는 죽었지만 그 실험은 계속 이어지고 있대.”

지우의 말에 임정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가죠. 우리는 다 준비됐어요.”

서규태의 말에 지우도 서둘렀다. 옆에서 스마트폰으로 미키 위도에 대해 검색을 하던 강현이, 자기가 찾아낸 것을 읽어 주었다.

“이 여자 유명하네요. 아버지가 논픽션 작가였고 미키 위도는 혼혈이예요. 미키 위도도 어려서부터 자기 아버지를 따라다니면서 취재 여행을 같이 다녔대요. 아버지가 논픽션 작가로 꽤나 명성을 날렸는데 미키 위도 아버지가 취재해서 쓴 작품을 근간으로 경찰이 재조사를 해서 실제로 사건이 해결된 것만 해도 여러 건이 된대요. 그런데 그 아버지가 사이비 종교를 파다가 살해당했대요. 그 후에 이 여자는 미국으로 건너와서 취재 기자 경력을 바탕으로 토크 쇼도 진행하고 시사프로그램을 거쳐서 뉴스도 했다는대요?”

“희한한 경력이네.”

이익헌이 말했다.

“우선은 서두르죠.”

지우가 일어서며 말했다. 말을 하고 보니 저만 일어서면 되는 거였다는 사실이 깨달아졌다.

“우리. 무장하고 가야 되는 건 아닌가?”

태인이 말했다. 임정도 고개를 끄덕였다. 협회장으로부터 들은 소식이 있어서 경계가 되었다.

“무장을 하고 가야 하긴 하겠지만 괴수를 상대로 하는 게 아니니까 헌터하고 싸울 준비를 하고 가야 되는 거겠지. 갑옷은 놔두고 헌터와 싸울 무기를 챙겨서 가면 될 것 같은데.”

이익헌이 말했다.

“미키 위도가 그쪽 사람일 가능성은 없는 건가요? 미국 치안대에서 보냈다는 사람들 말이예요. 우리가 순순히 걸려들 것 같지 않아서 미키 위도를 미끼로 내보낸 걸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서규태의 말에 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야 될 거예요. 미키 위도랑 얘기를 하는 동안 주변에서 수상한 움직임이 없는지 확인하고 미키 위도한테서 들은 얘기를 협회장님한테 전해야겠죠. 협회장님이 알아봐줄 수 있을 거예요. 미키 위도가 하는 말의 진위 여부에 대해서요.”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약속 장소에 나갔을 때 미키 위도는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유명한 방송인이었던 미키 위도를 클랜원들 중 여러 사람이 동시에 알아보았다. 미키 위도의 이름을 몰랐던 사람들 중에도 그녀의 얼굴을 보고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임정도 미키 위도를 알고 있었다.

“정말 유명한 사람인데.”

임정이 지우에게 말하자 이익헌이 지우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사람들이 저 여자에 대해서 순식간에 경계심을 푼 것 보입니까? 저만하면 대단한 솜씨같지 않아요?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죠. 나같은 사람이 나만 있는 건 아니지 않을까요?”

“무슨 뜻인데요?”

지우가 묻자 이익헌이 자기 얼굴을 가리켰다.

“차크라 숙련도가 높고 이쪽으로 재능을 가진 헌터라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거예요.”

이익헌이 소곤거리는 것을 듣고 강현이 다가왔다.

“미키 위도는 지금 휴가중이래요. SNS로 확인했어요.”

“당연히 그렇겠지. 미키 위도 흉내를 낼 거였다면 진짜 미키 위도가 돌아다니지 못하게 해 놨겠지.”

익헌의 말에 강현은 고개를 저었다. 저 의심증 환자를 어떻게 해야 하냐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지우는 그럴 가능성에 대해서 미리 생각을 하는 것이 나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저게 만약에 차크라로 변형시킨 얼굴이라면 얼마나 지속시킬 수 있는데요?”

어느새 다가온 임정이 물었다.

“차크라가 아주 많고 아주 숙련도가 높다고 할 때.”

“네.”

“모르겠네요?”

이익헌의 대답을 잔뜩 기대하고 있던 임정이 이익헌을 노려보았다.

“다른 사람의 모습을 따라하는 건 어렵지 않겠지만 그 사람의 기억이나 경험이나 습관을 완전히 따라하는 건 그 사람이 된다는 거겠죠. 그렇게까지 하는 건 거의 불가능할 겁니다. 저 여자가 정말 미키 위도인지 알아보려면 미키 위도만 알 수 있는 것들을 물어보면 되겠죠.”

이익헌이 말했다.

지우는 임정을 바라보았다.

“저 여자가 거짓말을 할 것 같아?”

“나도 몰라요. 나는 저 여자가 하는 말이 거짓말이면 좋겠어요.”

“나도 그래. 지금도 다른 누군가가 브래들리 허버트가 하던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는 말은 믿고 싶지 않아.”

두 사람이 그렇게 바랐음에도 불구하고, 미키 위도와 같이 앉아서 얘기를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여자가 미키 위도가 맞다는 것이 점점 확실해졌다. 이익헌조차 차크라를 써서 만든 가짜 얼굴은 아니라고 확인을 해 주었다. 그리고, 누가 미키 위도같이 복잡한 여자를 카피하고 싶겠는가 하는 생각이 점점 확고해졌다. 이 여자의 정신 세계와 사고의 깊이는 끝이 보이지 않는 수준이었다.

미키 위도는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클랜 A를 만나게 돼서 반갑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미국인들이 전부 클랜 A를 배신자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주면 좋겠어요.”

미키 위도는 그렇게 말문을 열었다.

“클랜 A를 배신자라고 생각한대요? 그거야말로 놀랍네요.”

태인이 말했다.

“우리가 고작 그런 소리나 들으려고 그곳에서 레이드를 했었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태인은 한 번 열린 입을 쉽게 다물지 못했다. 그러자 미키 위도가 그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취재를 하다가 대통령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는 걸 알게 됐어요. 대통령이 클랜 A에게 캐츠 아이 스톤의 반환을 개별적으로 요구했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헌터 협회장은 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 같더군요.”

미키 위도는 그렇게 말을 하면서 이익헌을 바라보았다. 이익헌은 모르는 척을 하려다가 알았다고 소리를 질렀다.

“그래요. 내가 그 얘기를 했습니다. 대통령이 우리한테 캐츠 아이 스톤의 반환을 요구했다고 말입니다. 우리중에 부당한 요구를 먼저 한 사람은 대통령이니까 내가 다시 캐츠 아이 스톤을 요구한다고 해도 그게 크게 잘못된 건 아니라는 의미였어요. 왜요!”

“당신을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나는 4분의 1은 페루 사람이고 4분의 1은 일본 사람이고.”

“아, 관심 없고요.”

이익헌이 일찌감치 미키 위도의 말을 끊었다. 미키 위도는 웃음을 짓고 다음 말을 이어갔다.

“어쨌거나 미국에 대한 애국심으로 똘똘 뭉친 사람은 아니라는 말을 하려고 했던 거예요. 그래서 이 정보를 객관적으로 해석할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브래들리 허버트는 A급 헌터들과 접촉을 하는 동안 자기가 대학에서 만났던 사람들과도 계속 연락을 주고 받았던 것 같아요. 혼자서 연구를 하다가 막힐 때마다 몇 사람한테 도움을 구한 거죠. 그 중에 몇 사람이 브래들리 허버트의 얘기에 관심을 보였고요. 곧바로 그의 프로젝트에 동참을 하지는 못했지만 나중에 브래들리 허버트가 대박을 터뜨렸다는 걸 알게 된 거예요. 브래들리 허버트도 자기가 알고 있는 것들을 전부 말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는 기회주의자였고 탐욕스러웠다고 주변 사람들한테 평가받고 있더군요.”

“그건 내가 보증할 수 있습니다.”

야로슬라프가 말했다.

“나도요.”

이익헌도 거들었다.

“그 사람들은 브래들리 허버트가 사라진 이후에 머리를 굴렸을 거예요.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알아보려고 했겠죠. 그리고 갑자기 폭풍 성장을 하는 늪에 브래들리 허버트가 관련됐다는 것을 알았을 거예요. 그들이 먼저 헌터 협회장과 부통령을 찾아갔을 거고요. 그 사람들은 브래들리 허버트가 사라진 자리에 무혈 입성을 하려고 한 거죠. 식탁은 풍성하게 차려져 있는데 식사를 하던 사람만 사라진 것처럼 보였을 테니까 자기들이 그 자리에 앉아서 식사를 계속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겠죠."

얘기를 듣는동안 지우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연구소가 어디에 차려졌는지는 모르지만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건 거의 확실해요. 처음에 협조적이었던 사람들 중에 대부분이 나중에는 갑자기 입을 닫더니 연락을 끊고 연락처를 바꿔버렸죠. 집에 찾아가도 없더군요. 생각보다 철저한 거절이라서 당황했을 정도였어요.”

“다른 건요?”

지우가 물었다.

“협박 메일이 계속 날아들고 있어요. 지금까지 살면서 협박 메일은 일상처럼 많이 받아왔죠. 그런데 이번에는. 왠지. 정말로 그 일이 이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버지도 취재를 하다가 협박을 당하는 일이 있었는데 정말로 살해당하시기 전에 협박을 받았을 때는 아버지도 뭔가를 느끼신 것 같더군요. 저도 그런 걸 느꼈어요. 이번에는 정말로 죽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느낌요. 그렇게 될 바에는 이 진실이 필요한 사람한테 소식을 전하겠다고 생각하게 됐죠. 이 진실을 무기로 활용할 줄 아는 사람한테 넘겨주고 싶었어요.”

“협박의 내용은 뭡니까?”

지우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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