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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부터 레벨업-171화 (17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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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부. 컨트롤러

“한 번 안아주고 와요. 지금은 바쁜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서규태가 말을 하자 그제야 못 이기는 척, 지우가 시현에게 다가가자 시현은 저를 향해서 별이 다가오는 것을 본 것만큼이나 황홀해하면서 좋아했다.

“너는 인마. 삼촌은 그냥 아빠 대용인 거지?”

용하가 뾰로퉁하게 말을 해도 용하의 사정을 헤아릴 여유가 없다는 듯이 시현이는 지우를 향해서 두 팔을 쭉 뻗었다.

“차크라가 부르나봐요. 그게 아니면 나만 이렇게 찬밥 대우를 할 이유가 없잖아요.”

임정이 용하를 위로하면서 말했다. 차크라가 부르나보다는 말이 지우의 머릿속에 박혔다.

“정말 그런 거야, 시현아?”

시현이가 대답할 리는 없었지만 지우는 흥미로워하면서 그 말을 머릿속에 새겼다. 시현이는 지우의 품에 안긴 채 지우의 얼굴을 만졌다.

“자. 그럼. 이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니까 바로 시작을 하죠? 고스트 피쉬는 꼭 우리가 없애야되는 괴수인 것 같아요. 자꾸 뒤꼭지를 잡아당기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냥 스킵을 못 하겠어요.”

이익헌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제 생각에는요. 고스트 피쉬가 우리한테 캐츠 아이 스톤을 줄 것 같아요.”

강현이 말했다. 모두들 그 말을 믿고 싶었다.

***

결국 야로슬라프는 심해공포증을 극복하지 못했다. 경험치가 이미 넘쳐나고 있는 미하일도 빠졌다. 레오니드도 원래는 빼려고 했지만 야로슬라프의 빈 자리가 너무 커서 어쩔 수 없이 투입을 했다. 세진이 빠졌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세진이 용하의 옆에 서서, '괜찮겠지?' 라고 물었을 때 용하가 깜짝 놀라면서 너는 왜 여기에 있는 거냐고 물었을 정도였다.

시현이마저 놀라서, '아우, 까따갸아!' 라면서 화를 낼 정도였으니 신세진이 클랜 A에서 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먼 듯 보였다.

모두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한 채 심호흡을 했고 서규태를 시작으로 한 사람씩 늪 아래로 들어갔다. 그러나 처음과 같은 어색함은 없었다. 이제 그 맵조차 그들에게는 더 이상 미지의 영역이 아니었다.

늪 아래의 수면에 몸을 담근 채 모두가 호흡법을 익혀갔다. 시험 삼아 고스트 피쉬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고스트 피쉬는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곧바로 수류탄과 페인트 건을 쏘기로 했다.

“준비됐으면 시작할까?”

지우가 임정을 바라보자 임정이 페인트 건을 든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익헌은 어깨에 차크라를 잔뜩 실은 채로 물 속으로 수류탄을 던졌다. 그 진동으로 고스트 피쉬가 갑자기 수면 위로 떠올랐을 때 임정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고스트 피쉬에게 페인트 건을 쏘았다.

“보여. 고스트 피쉬가 보여.”

고스트 피쉬는 다시 심해로 가라앉았지만 이제는 그 모습을 헌터들에게서 숨길 수가 없었다. 헌터들은 고스트 피쉬를 향해 물 속으로 들어가야했고 이제부터는 차크라의 상당 부분을 호흡을 유지하는데 써야 해서 차크라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레오니드. 잘 부탁해요.”

헌터들이 말하자 레오니드는 굉장한 부담감을 느끼면서도 괜히 뿌듯해져 고개를 끄덕였다. 차크라의 양이 압도적으로 많은 레오니드가 해 줘야 할 부분이 컸다. 헌터들이 고스트 피쉬에게 다가가면 고스트 피쉬는 기가 막히게 달아났다. 드넓은 심해에서 쫓고 쫓기는 지루한 싸움이 계속되면 헌터들이 질 수밖에 없었다.

그때 위에서 소리굽쇠가 울렸다. 임정이었다. 고스트 피쉬는 그 소리에 몸부림을 쳤다. 고스트 피쉬의 예민한 청각에는 견디기 힘들 정도로 너무 크고 사나운 소리였다. 고스트 피쉬는 이제 작은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을 보이지 못했고 헌터들이 저를 향해 다가오는데도 속수무책이었다.

고스트 피쉬는 은닉에는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능력은 부족한 것 투성이었다. 길이가 35미터 가량되는 고스트 피쉬는 표면이 젤라틴으로 돼 있고 미끌미끌해서 야로슬라프가 들어왔다고 하더라도 고스트 피쉬를 늪 밖으로 끌고 나가는 것은 어려웠을 듯했다.

헌터들의 무기가 자신의 몸을 가르고 들어오는 동안 고스트 피쉬는 소극적인 저항밖에 하지 못했다. 하지만 헌터들은 호흡을 위해서 매번 수면밖으로 나가야했다. 그렇게 소모되는 차크라가 상당했다.

헌터들이 다시 고스트 피쉬를 향해 돌아가려고 했을 때, 그들은 고스트 피쉬가 수면 위로 거의 올라와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고스트 피쉬를 떠받치고 있는 사람은 레오니드였다. 레오니드는 자신의 차크라로 호흡을 유지하면서 고스트 피쉬가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괴력으로 포박을 하고 있었다. 덕분에 헌터들은 효과적으로 공격을 하면서 고스트 피쉬에게 데미지를 입힐 수가 있었다. 소리의 파동이 잔잔해질 즈음에는 여지없이 다시 소리굽쇠 공격이 이어졌다.

고스트 피쉬는 싸울 의지마저 상실한 듯 보였지만 자기가 가진 능력을 잊어버릴 정도로 만신창이가 된 것은 아니었다. 수면 밖으로 보이는 정보창에는, 남아있는 괴수의 체력이 11만 정도로 나타나 있었다.

이제 거의 끝났다고 생각되는 순간이었다. 헌터들은 마지막 힘을 모은다는 생각으로 고스트 피쉬에게 다가갔다. 그 순간 몸이 부웅 떠오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일시적인 기분이라고 생각했다. 갑자기 수위가 올랐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숨을 참고서 고스트 피쉬에게 공격을 가했다. 그러다 고스트 피쉬가 갑자기 몸을 튕기고 달아나는 바람에 고스트 피쉬의 거대한 꼬리를 피하느라고 동분서주했다.

그들은 숨을 들이마시기 위해 수면 위로 올라가려 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들의 바람일 뿐이었다. 수면이 감옥처럼 그들을 덮쳤다. 수면까지 올라가 고개를 물밖으로 내밀려고 했지만 단단한 것이 머리에 부딪칠뿐이었다. 물 위로 손을 뻗으려고 해도 수면은 두껍게 얼어붙은 것처럼 틈을 내주지 않았다.

가장 먼저 괴로움을 느낀 사람은 강현이었다. 그것을 본 다른 헌터들이 더 급해졌다. 그들은 수면을 뚫기 위해서 동분서주했고 그러는 사이에 고스트 피쉬가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 고스트 피쉬가 태인을 노리고 헤엄쳐갔을 때 그것을 가장 먼저 발견한 지우가 고스트 피쉬를 향해 헤엄쳐 가 고스트 피쉬의 몸을 밀쳤다. 태인은 그제야 자기가 어떤 위험을 벗어난 건지 깨달았다. 그러면서도 지우에게 인사를 챙길 여유가 없었다.

강현의 눈에서 초점이 사라지고 있었다. 지우는 주위를 돌아보았다. 이미 헌터들의 차크라 소모가 너무 컸다. 그들을 계속 그곳에 방치한 것이 자신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들어 괴로웠다. 그의 손에는 엑스 블레이드가 들려있었다. 그것은 고스트 피쉬를 공략하기에 적합한 칼이 아니었다. 엑스 블레이드는 동글게 굽은 모양에 안쪽에 칼날이 있어서 고스트 피쉬같은 괴수에게는 효과적인 공격을 가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도 그는 엑스 블레이드를 포기하지 못하고 들고 내려왔다. 고스트 피쉬의 맵으로 내려온 이후 지금까지 거의 론 디어를 들고 싸우기는 했지만 엑스 블레이드 역시 손에서 놓지 않고 들고 있었다.

지우가 엑스 블레이드에게 부탁을 하기도 전에 차크라가 엑스 블레이드로 스며들어가고 있었다. 엑스 블레이드야말로 지우의 차크라와 가장 잘 합치가 이루어지는 무기였다.

무기는 이미 주인의 마음을 읽고 있었다. 지우는 수면을 깨부수는 대신 맵의 주인을 향해 헤엄쳐갔다. 고스트 피쉬의 커다란 몸이 엑스 블레이드의 굽은 칼날 안으로 들어올리는 없었다. 지우는 고스트 피쉬의 정면을 피했다. 그동안 엑스 블레이드는 숱한 괴수의 목을 베 왔었다. 그러나 지금은 꼬리를 향하고 있었다.

지우는 엑스 블레이드에 모든 차크라를 실었다. 그리고 꼬리에 비스듬히 칼날을 밀어 넣었다. 그 다음 순간, 지우는 전속력으로 헤엄을 쳤고 고스트 피쉬의 몸이 갈라졌다.

고스트 피쉬의 윗부분이 떨어져나갔다. 포가 떠지는 순간이었다. 고스트 피쉬의 몸이 갈리는 순간 강현의 몸이 수면을 뚫고 위로 올려졌다. 강현을 밀어올린 사람은 레오니드였다. 그 뒤를 임정이 따라 올라가 강현에게 차크라를 강하게 밀어넣었다. 강현은 곧 정신을 차렸다. 덕분에 모두들 수면 위로 올라가 숨을 쉴 수가 있었다.

다시 물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끔찍하게 여겨질 정도였다. 다시 또 물의 감옥에 갇힌다면, 그랬다가 영영 올라오지 못하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에 자꾸 몸이 움츠러들었다.

레오니드만이 혼자서 지우를 향해 내려갔다. 그 모습이 임정의 정신을 들게 했다. 다시 물의 감옥에 갇히는 일이 생기더라도 자기가 죽을 곳은 지우의 곁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정은 다시 숨을 참고 지우를 향해 헤엄쳐갔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두 사람을 보면서 지우가 웃었다. 레오니드와 임정, 그 두 사람 뒤로 인어떼처럼 헌터들이 내려왔다. 웃느라고 지우의 입에서 보글보글 기포가 나왔다. 지우는 손가락을 위로 치켜 올렸다. 헌터들은 일제히 고개를 들었고 그제야 정보창을 보았다.

지우가 러프 스톤을 보이자 헌터들은 환호성을 지르다가 물을 마시고 꼬로록 거리면서 수면 위로 솟구쳐 올라갔다.

그들만큼 차크라가 정교하게 숙련된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그 깊이를 오고 가는 것만으로도 심장과 고막이 터져버렸을지도 모를만한 대단한 압력이었지만 결국은 그 맵도 그들의 공략 리스트에 오르는 것으로 레이드의 막이 내렸다.

그들은 밖으로 나오면서 고개를 내둘렀다. 질식의 위협을 당한 순간, 동료를 버리지 않았다는 마음이 그들을 뿌듯하게 만들었다. 만약에 지우가 미리 레이드를 끝내놓지 않았다면 얼마나 버틸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어쨌거나 자신들이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스스로 대견함을 느꼈다.

레오니드야말로 그들의 용기에 감탄했다. 레오니드가 봤을 때 그들에게는 특별히 많은 차크라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수많은 경험으로 인해서 전투 센스는 남달랐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특별히 남들보다 월등히 좋은 조건에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를 포기하지 않았다. 동료에게 남은 시간이 1초고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1분이라면 그들은 기꺼이 자신들에게 남은 시간을 동료를 위해 쓰려고 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클랜 A를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공격대로 만든 거라고 레오니드는 생각했다. 자신이 클랜 A의 클랜원이 될 수는 없겠지만 클랜 A와 함께 레이드를 하면서 훔쳐봤던 그들의 동료애는 절대로 잊지 않겠다고 가슴에 새겨넣는 순간이었다.

***

미하일은 클랜 A의 클랜원들의 면면에 인간적인 매력을 느꼈다. 세계 최강의 클랜원들이었지만 생각해왔던 것만큼 건방지지도 않았고 자신들이 꼭 지키려고 생각하는 가치들이 침해됐을 때를 제외하고는 합리적으로 움직였다.

미하일은 그들이 러시아의 괴수들을 공략해주는 것을 고맙게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클랜원들이 어떤 이유때문인지 조급해 하는 것 같다는 기분을 느꼈다. 그들은 무언가로 인해 초조한 듯했고 강박적으로 미하일에게 레이드 노하우를 가르쳤다. 비단 미하일에게 한정되는 것은 아니었다. 레오니드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자기들이 두 사람과 같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제한돼 있다는 사실에 떠밀리는 듯했고 각 사람이 미하일과 레오니드에게 한 가지 방법이라도 더 준수해주려고 애를 썼다.

별로 가르쳐줄 것이 없어 보이는 강현과 태인도 자기들이 레이드를 하면서 터득한 지식들을 가르쳐주고 싶어했고 하다못해 세진까지도 괴수들한테 잘 통했던 맵 공략법을 가르쳐주었다.

그것은 분명히 고마운 일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의문을 품게 했다.

클랜원들이 노린 것이, 미하일을 정신없게 만들자는 것은 아니었지만 결국 그런 효과를 낳기는 했다. 미하일은 역사적인 순간을 맞는 그 순간까지 다른 낌새를 눈치챌 틈조차 얻지 못했다.

그리고 그 날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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