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급부터 레벨업-167화 (167/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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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부. 컨트롤러

헌터 협회의 컴퓨터 시스템에 입력 되어 관리되는 정보는 방대했다. 때로는 그것이 ‘너무나’ 방대했다. 너무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는 것은, 우선적으로 대처해야 할 문제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는 문제를 낳았다. 그 결과, 긴급을 요하지 않는 늪의 정보들은 점점 관리가 소홀해졌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모든 늪에 동일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불가능했다.

컴퓨터를 부팅하면 ‘5일 안에 오픈이 예정된 늪’이 긴급한 순서로 정렬이 되어 보여졌다. 아직 공략되지 않은 늪 중에 5일 안에 오픈이 예정된 늪이 각 등급별로 나타났다.

그보다 더 많은 정보를 확인하려면 오픈 예정 기간을 ‘7일 이내’, ‘10일 이내’, 하는 식으로 고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보통의 경우에는 순차적으로 보이는 게 정상적이었다. 처음에 '10일 이내 오픈이 예정된 늪'에 떴다가 그것이 계속 공략되지 않은 상태로 유지되면 7일 이내, 5일 이내로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7일 안에 오픈이 예정된 늪’의 목록에 없었다가 갑자기 ‘5일 안에 오픈이 예정된 늪’의 목록에 나타날 수는 없는 것이 지극히 정상이었다. 그러나 브래들리 허버트는 그런 늪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늪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도 힘들었을 것이고 거기에 크게 관심을 두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브래들리 허버트는 거기에 자신의 인생을 바꿔줄 악마의 씨앗이 들어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어떤 늪들은 정해진 규칙과 다르게 자라났다. 그래서 며칠만에 2, 3센티가 자라기도 한 것이다. 그런 늪들은 ‘5일 안에 오픈이 예정된 늪’의 목록에 올라서 헌터들에 의해서 처리가 되었다. 관심을 가지고 그 전부터 미리 ‘7일 안에 오픈이 예정된 늪’이나 ‘10일 안에 오픈이 예정된 늪’의 목록들을 봐 오던 사람이 아니라면 늪의 갑작스런 성장을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헌터 협회의 인턴 사원에 불과했던 브래들리 허버트는 많은 정보에 접촉할 수는 없었지만 그런 특이점이 나타나는 늪에 대해서 조사를 하고, 그 늪을 공략하려고 시도했던 헌터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 가지 가설을 세울 수 있었다. 그것은, 공략 중에 늪에서 죽은 헌터의 수가 늪의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일단 가설을 세운 후에 그는 자기가 세운 가설이 맞는지 확인에 들어갔다. 그것은 놀라울 정도로 잘 맞아들어갔다. 브래들리 허버트는 자기가 알아낸 사실을 자신의 상사나 헌터 협회에 보고하지 않았다. 그는 그것을 더 정교하게 다듬어서, 그것을 꼭 필요로 할만한 사람에게 비싼 값에 팔아넘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정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이용해서 상황을 변화시킬 수도 있을 거라는 자신이 생겼다.

'헌터가 죽은 늪에서는 늪이 성장하는 속도가 다르다.' 그 사실을 가치있게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 사람들이 자신에게 그 정보의 값으로 얼마를 지불할 수 있을지가 중요했다.

성취 욕구가 큰 사람이라면 그 정보를 이용해서 많은 것을 얻게 될 수 있을 거라고 브래들리 허버트는 생각했다.

브래들리 허버트는 리드에서 보내오는 데이터를 각 나라의 헌터 협회가 어떻게 관리하는지 관심을 가졌고 다른 나라들도 미국과 비슷한 방식을 취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브래들리 허버트가 러시아에 관심을 둔 것은 우연이었다. 그리고 러시아에서 늪의 성장과 헌터의 죽음에 대한 상관관계를 계속 알아보던 그는, 러시아의 경우에는 유독, 괴수가 없는 상태로 유지되는 늪이 많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가 알아낸 것만 해도 열 개가 넘었다.

브래들리 허버트는 거기에서 한 가지 결론을 도출해냈다. 원래 괴수가 있던 늪에서 괴수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괴수가 죽었다면 늪도 사라졌을 것이다. 늪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은 한 가지 사실의 증거가 되었다. 그 괴수가 죽지 않은 채 누군가의 몸에서 기생을 하고 있고, 일반인의 몸은 괴수를 받아들인 채 버틸 수 없을 거라는 사실이었다.

괴수의 숙주가 된 헌터. 일단 그 사실에 생각이 미치자 브래들리 허버트는 실험을 도중에 멈출 수가 없었다.

그는 괴수가 없는 늪을 돌아다니면서 왜 그런 곳들이 생겨난 것인지 연구를 했다. 그 연구 결과도 다른 사람과 공유 하지 않았고 정보의 가치를 높일 생각에만 몰두했다.

그 늪들은 처음에 드론에 의해서 발견이 됐지만 괴수가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관리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러시아 헌터 협회는 괴수가 없는 늪은 위험 요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산적한 다른 문제도 많았는데 왜 저 늪들에는 괴수가 없는 건가 하는 문제에까지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

그들에게는 괴수가 없는 늪이 있다는 것이 오히려 고마운 노릇이었다. 급속히 증가하는 상급 괴수들에 대응하기에도 벅찼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브래들리 허버트는 경쟁자 없이 괴수없는 늪들의 조사를 독자적으로 해 나갈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 봐야 그가 얻은 수확은 대단하지 않았다.

그는 헌터가 아니었다. 늪 아래로 내려갈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연구를 위해서 늘 헌터를 데리고 다녀야 했는데 브래들리 허버트에게는 다른 사람을 믿는 마음이 부족했다. 그리고 헌터를 부릴 수 있을 정도로 돈이 많지도 않았다. 만약 그런 문제가 해결되었다면 브래들리 허버트는 훨씬 더 큰 문제를 클랜 A에 야기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가 헌터를 괴수가 없는 늪에 들여보냈을 때 그 헌터는 맵이 자기를 쫓아내려고 안달이 난 것 같더라고 말했다. 물의 수면이 갑자기 높아지면서 자신을 덮치려고 했다면서 마구 화를 내는데 브래들리 허버트는 그 말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지 알지 못했다. 브래들리 허버트는 연구 목적을 헌터와 공유하고 싶어하지 않았고 헌터는 자기가 왜 그 연구에 참여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기에 불안한 파트너십은 필연적으로 파국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즈음에 다행인지 불행인지, 미국의 한 대학 연구소에서 그에게 조교 자리를 제안했다. 브래들리 허버트는 그 일로 인해서 잠깐동안 외도를 했다. 어느 쪽이 외도였던 건지를 정확히 말하는 것은 어려웠지만 어쨌거나 브래들리 허버트는 그 과정을 거쳤다.

시간이 흐르고 브래들리 허버트는 편법과 비열한 수법을 동원해 강단에 서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다시, 자기가 중단했던 실험에 열의를 보였다. 언젠가 사람들이 자신에게 열광하게 될 거라는 상상을 끊임없이 해 왔던 브래들리 허버트에게 그 늪들은 그의 꿈을 실현시켜 줄 도우미들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유리 세멘노프 교수와의 만남은 우연이었다. 하지만 정작 유리 세멘노프 교수와 만났을 때는 그로부터 얻어낼 수 있었던 것이 거의 아무 것도 없었다. 세멘노프 교수는 비밀에 감추어진 사람이었고 브래들리 허버트의 호기심을 지속적으로 자극했다. 브래들리 허버트는 세멘노프 교수가 헌터들의 차크라 양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가 자기와 마찬가지로 괴수의 숙주가 된 헌터들을 연구한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그러다가 세멘노프 교수가 갑자기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대학에서 파면을 당한 채 바퀴벌레가 기어다니는 작은 아파트 소파에서 눈을 감고 있었을 때였다. 소식을 들었을 때 브래들리 허버트는 달리 하고 있는 일이 없었기에 곧바로 그 일에 자신을 투입할 수가 있었고 세멘노프 교수의 집에 잠입할 생각까지 먹었다. 그의 도덕성에 비추어 그것은 그다지 거리껴지는 일도 아니었다.

브레들리 허버트는 세멘노프 교수의 서재에 있던 것들을 싸그리 훔쳐왔고, 세멘노프 교수가 죽은 후에 세멘노프가 그에게 알려준 사실들은 브레들리 허버트에게 특별한 세상을 선사했다. 그는 자기가 여기저기에서 모아두었던 금속들이 강렬한 스파크를 일으키면서 스스로 어떤 형체를 이루어가는 것을 경험했다.

괴수의 숙주.

그들이 실제로 존재했었고 그들에게서 캐츠 아이 스톤이 나왔다. 그리고 그들은 등급을 올리지 못하면 차크라가 폭주해서 헌터들의 사냥감이 되었다. 헌터들의 사냥감이 되는 것은 유리 세멘노프가 그들의 캐츠 아이 스톤을 가로채기 위해서 계획한 시나리오였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사라진 캐츠 아이 스톤이 어디로 간 건지 알아내려고 모든 노력을 기울였지만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캐츠 아이 스톤은 보물 상자나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캐츠 아이 스톤을 찾기 위해서는 조력자가 필요했는데 다른 사람을 쉽게 믿을 수 없었던 브래들리 허버트는 결국 그것 때문에 또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어쩔 수 없이 그는 방향을 선회해, 애초에 자기가 준비해왔던 정보를 보강해서 그 정보를 파는 방법을 강구하기로 했다.

그것이 지금, 그가 해리와 라미실을 마주하고 앉아있는 이유였다.

“레오니드 소로킨. 그리고. 야로슬라프 코마로프.”

브래들리 허버트가 그 두 이름을 들려주었다.

“야로슬라프 코마로프요?”

라미실이 물었다.

“네. 클랜 A의 클랜원이죠.”

“그 사람이 어쨌다는 거죠?”

“세멘노프 교수의 노트에 자주 언급돼 있던 사람들입니다. 그 사람들만이 죽음을 피했죠. 그 사람들만이 헌터들로부터 사냥을 당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뭐라고요?”

“그 사람들도 괴수의 숙주일 겁니다. 하지만 아직 사냥을 당하지 않았죠. 야로슬라프 코마로프는 운 좋게 지금까지 괴수의 저주를 피해와서 그런 거였고 레오니드 소로킨은 봉인을 풀지 않아서 그런 거였습니다.”

해리와 라미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 미치광이가 하는 말을 믿고 1억 달러를 준 것이 과연 잘 한 짓인 거냐고 묻는 표정이었다. 그때 해리가 무언가를 생각해냈다.

“잠깐만요. 공략 중에 헌터가 죽은 늪은 오픈일이 당겨진다고 했죠?”

“그렇습니다.”

브래들리 허버트는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기다리고 있던 질문이 이제야 나왔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미노타우로스 괴수를 갑자기 늪에서 나오게 하려면……. 헌터가 몇이나 있어야 했던 겁니까? 헌터들을 종용해서 레이드를 하게 한 겁니까?”

해리의 질문을 들으면서 라미실은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당연히 의심을 품어야 했던 부분을 그냥 넘겼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치안대에는 처치 곤란한 크리미널 헌터들이 넘쳐나죠. 여론 때문에 사형을 집행하지도 못하고, 그들을 수용하는데만 해도 해마다 막대한 비용이 지출됩니다.”

“그 사람들한테 기회를 준 겁니까? 미노타우로스를 해치우면 자유를 주겠다고?”

라미실이 물었다.

“그 사람들이 그 늪에 들어가서 늪의 오픈을 당겼다는 것 정도로만 알고 있으면 됩니다. 구체적인 걸 알아서 뭘 하려고 그래요? 알려주면, 진실을 감당할 수는 있을 것 같은가요? 그 머리로?”

브래들리 허버트가 웃었다.

설마 그 사람들을 강제로 늪에 집어던지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해리와 라미실은 그 사실을 자신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강력한 크리미널 헌터라고 하더라도 움직일 수 없는 상태로 늪에 던져졌다면……. 코모도 괴수의 독침으로 마비당한 채 늪으로 던져지기라도 했다면…….

해리와 라미실은 다시 한 번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자기들이 늪 아래에 던져진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브래들리 허버트의 웃음을 보고 있노라니, 자신들의 앞에 앉아있는 이 남자야말로 괴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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