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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부터 레벨업-165화 (165/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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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부. 컨트롤러

갑자기 시현이 울음을 터뜨렸다. 한 번 울음을 터뜨린 시현은 도무지 가만히 있지를 않았다. 그런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시현은 정말로 온순한 아기여서 특별히 의사소통을 위해서 잠깐 우는 경우가 아니면 그렇게 울어대는 일이 없었다. 그런 시현이, 도무지 통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울기 시작한 것이다.

“어떻게 하죠?”

임정이 지우를 바라보았다.

“일단 데리고 가죠. 용하씨랑 시현이한테 한 사람이 붙어 있어도 될 거고요. 시현이가 생각없이 이러지는 않을 것 같아요.”

서규태가 말했다. 지우는 시현을 바라보았다. 지우는 자기가 ‘심연의 공포’에 의식을 사로잡히고 죽을 뻔했을 때 시현이 이미 한 번, 자신과 클랜원들을 살려줬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시현은 자기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한 아이일 거라고 지우는 생각했다. 지우도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시현을 데리고 가는 것으로 결정이 되자마자 시현은 울음을 그쳤다.

가는 동안 블랙 호크 트리플 안에서 클랜원들은 전략을 세웠다. 서로 한 두 번 같이 해 본 게 아니라서 몇 마디 말로 각자가 뭘 해야 할지 정확히 파악을 마쳤다.

“시현이의 차크라를 통제할 수 있잖아요, 용하 형은. 그런데 시현이의 차크라가 일단 괴수하고 싸울 때는 그게 안 되는 거죠?”

야로슬라프가 물었다.

“네?”

“시현이가 위험에 처해서 차크라가 시현이를 보호하려고 싸울 때는 차크라도 용하 형한테 통제가 안 되는 거죠?”

야로슬라프가 다시 물었다. 용하는 그 말에 대답을 해 주지 못했다.

시현의 차크라가 두 사람을 보호해줬던 날 용하는 차크라가, 굴러떨어지는 차 안에 있던 두 사람을 보호해줬다는 정도로만 알았었지 차크라가 나가서 괴수를 사냥했다는 사실은 한참 후까지도 알지 못했다. 그러니 통제니 뭐니 말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시현이의 차크라 말인데요. 시현이를 보호하는 일에는 가장 우선순위를 두는 것 같아요. 차크라는 자기가 굽힐 선을 정해놓고 있는 것 같아요.”

야로슬라프가 말했다. 야로슬라프가 말하는 차크라에는 인격적인 의지가 담겨있는 것 같아서 지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완전히 이해 못할 일도 아니었다. 가끔 자기 자신도 그런 것을 느끼는 때가 있었다. 엑스 블레이드에 의지를 담아 차크라를 흘려넣을 때도 그런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우가 도와달라고 말하면 차크라는 다른 어떤 때보다 더 의지를 다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지우가 그렇게 부탁했을 때마다 차크라는 한 번도 지우를 배신하지 않고 그때마다 지우를 도와주었었다.

“도착하면. 일단은 최대한 안전한 곳에 피해있어야 해요.”

서규태가 용하에게 말하자 용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세진씨랑 강현씨가 두 사람을 보호해 줘.”

이익헌이 말하자 두 사람은 즉시 그러겠다고 대답을 했다. 블랙 호크 트리플에는 점점 긴장감이 고조되었다. 미노타우로스가 나타난 도시에 가까워질수록 긴장감은 더욱 높아졌다.

그리고 마침내 미노타우로스가 시야에 나타났다. 블랙 호크 트리플은 헬기 착륙장이 있는 건물의 옥상으로 내려갔다. 지우와 임정은 강현과 세진에게 몇 번이나 당부를 하면서 시현이를 잘 지켜달라고 말하고 장비와 무기를 갖추고 미노타우로스를 향해 달려갔다. 용하는 근심 가득한 얼굴로 시현이를 안은 채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미노타우로스의 두 개의 얼굴, 두 개의 입에서는 검은 재가 쉬지 않고 떨어졌다. 그게 피부에 닿으면 사람들은 끔찍한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다. 검은 재는 피부에 닿자마자 사람들의 피부를 타들어가게 만들었다. 늪 아래에서 그 괴수가 어땠을지는 상상이 가지 않았다. 하필이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개체였다. 각자가 자기들에게 딱 맞는 무기 몇 개를 가지고 달려갔다.

차크라 덕분에, 고층 건물에서 그대로 뛰어내리는데도 부상도 없이 가볍게 바닥에 착지해 그대로 미노타우로스를 향해 달려갔다.

“모두들 무사하게 해 달라고 기도하자, 시현아.”

용하가 시현이에게 말했다. 시현이의 시선은 미노타우로스와 클랜원들 사이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지우가 가장 먼저 미노타우로스를 향해 달려갔다. 엑스 블레이드에 차크라를 가득 실어 머리를 쳐냈지만 남아있는 다른 머리가 있어서였는지 그것으로는 미노타우로스의 움직임을 막을 수가 없었다. 미노타우로스는 지우의 일격을 받고 오히려 더 광분해서 날뛰었다.

서규태가 미노타우로스의 등에 올라타려고 하다가 몇 번이나 떨어졌고 이익헌도 다른 방향에서 미노타우로스를 공격하다가 미노타우로스의 뒷발에 맞을 뻔했다.

미노타우로스는 그들이 지금껏 알아왔던 괴수와는 여러 가지로 다른 느낌이었다. 인공적으로 무언가가 가미된 것 같은 어색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 이질감이 무엇 때문에 느껴지는 건지 알지 못한 채로 그들은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계속해서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클랜 A가 도착한 이후로 미노타우로스는 사람들을 해치지 못했고 더 이상 인가에 피해를 입히지도 못했다.

구급차들이 부상자들을 데리고 탈출했고 주민들은 합심해서 그곳을 빠져나갔다. 미노타우로스가 몇 번 그들의 탈출을 방해하려고 시도했지만 그럴 때마다 클랜 A가 미노타우로스의 발을 붙잡았다. 미노타우로스는 그것 때문에 점점 화가 나는 것 같았고 다시 입에서 검은 재를 뿌렸다. 검은 재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양이 많아졌다. 그 검은 재 때문에 클랜 A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했다.

“저건 이상해요. 그동안의 괴수들한테서 보여지던 공격 방식이랑 다른 것 같아요. 다른 괴수들도 치명적인 독침 같은 걸로 헌터들을 공격하기는 했지만 저건 사람이 만든 무기처럼 보여요.”

옥상에서 레이드를 지켜보던 강현이 용하에게 말했다.

“그럴 리가 없잖아요.”

용하가 말했다. 강현도 왜 미노타우로스에게서만 그런 특징이 나타나고 있는 건지 알지 못했다.

“미노타우로스 괴수에 대해서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요.”

세진이 강현에게 말했다. 강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더군다나 머리가 두 개라는 게 더 마음에 걸렸다. 두 개의 머리 때문에 미노타우로스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것이 힘들어졌다. 어쩌면 거의 불가능할 것 같았다.

지우는 벌써 몇 번째 엑스 블레이드로 미노타우로스의 머리를 쳐냈지만 그것은 2분도 되지 않아서 다시 돋아났다. 지우가 미노타우로스의 머리 두 개를 불과 5,6초의 시간 차이만 두고 바로 공격을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클랜원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고 공격 기회를 노리고 들어가던 태인이 검은 재에 당하는 일까지 생겨버렸다. 임정과 서규태가 재빨리 다가와 태인을 옮겨 갑옷을 벗겨냈다. 갑옷은 그때까지도 계속 녹아내리고 있었다. 임정이 아니었다면 태인의 살뿐만 아니라 뼈까지도 계속 녹아버릴 수 있을만한 상황이었다.

“이런 건 처음봐요.”

태인이 말했다. 서규태와 임정의 미간도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다른 개체들과의 레이드에서는 몇 분 정도 부딪쳐보면 레이드의 해법이 나왔고 개체에 대한 완전한 이해도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건 달랐다. 지우도 공격 기회를 전혀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 미노타우로스에게는 치명상을 입힐 수가 없는 것 같았다.

서규태와 이익헌조차 제대로 공격 기회를 노리고 들어가질 못했으니 할 말은 거의 다 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검은 재가 떨어지는 반경을 예상할 수가 없었다. 커다란 크기에 비해서 움직이는 속도도 빨랐다. 공중에서 살포된 검은 재는 비처럼 넓게 흩뿌려졌다.

“배를 노리고 들어가야겠어요.”

임정이 말했다.

자기가 가진 방패라면 승산이 있을 것 같았다. 임정이 건물 옥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강현을 향해 방패를 들어보였다. 태인은 자신의 갑옷을 가리켰다.

강현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블랙 호크 트리플에서 방패들과 갑옷을 꺼내왔다.

“재를 조심하고 저쪽에 갖다놔줘!”

임정이 소리쳤다. 강현은 방패와 갑옷들을 가져다가 안전지대에 내려놓고 곧바로 옥상 위로 올라갔다.

용하는 시현의 차크라가 움직이지 않을까 하면서 시현을 안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시현의 차크라에게 중요한 것은 시현의 몸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현의 차크라가 시현을 자신의 숙주라고 인식한다면 시현의 차크라는 자신의 숙주가 죽지 않기를 바랄 것이고, 지금처럼 자신의 숙주에게 직접적인 위해가 가해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일부러 나설 필요가 없는 것 같았다.

임정이 방패와 갑옷을 챙겨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방패는 헌터들에게 재가 직접 떨어지는 것을 막아주면서 꽤 견고하게 버텨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완전히 무적인 것은 아니어서 검은 재를 지속적으로 맞고 있으면 그것들도 녹아들 거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미노타우로스 뱃가죽에 붙어서. 거기에서 계속 데미지를 넣는 수밖에 없겠어요. 우리 공격력으로 몇 시간 동안 계속하면 미노타우로스도 쓰러질 수밖에 없을 거예요.”

임정이 말했다.

서규태도 그 말이 맞기를 바랐다. 하지만 낙관적이지는 않았다. 그의 불안한 예감은 미노타우로스의 배를 타고 올라갔을 때 현실이 되었다.

미노타우로스는 빠르게 움직였고 검은 재로부터 안전한 영역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미노타우로스의 배에 붙어 있어도 검은 재가 날아왔다. 방패로, 사방 팔방에서 날아오는 재들을 막으려고 하다보니 제대로 공격을 할 수가 없었다. 등이나 머리 위에 올라타면 쉬울 것 같았지만 그것마저 쉽지 않았다. 미노타우로스의 거센 저항 때문에 몇 번이나 떨어졌고 그렇게 떨어지다보면 검은 재의 공격에 무방비로 내던져지게 되어서 그거야말로 위험했다.

그나마 꾸준히 공격을 가하는 사람은 지우와 야로슬라프뿐이었다. 야로슬라프는 미노타우로스의 한쪽 뿔을 악착같이 잡고 머리 위를 계속해서 공격했다. 미노타우로스는 야로슬라프를 떼어내기 위해서 그때마다 거칠게 머리를 흔들어댔지만 야로슬라프에게도 그것은 포기할 수 없는 한 판 승부였다. 태어나서 했던 모든 레이드를 통틀어 그에게는 가장 힘겨운 싸움이었다.

그때 지우의 눈에 이익헌이 보였다. 야로슬라프는 아직 괜찮은 것 같아보였지만 이익헌과 다른 헌터들에게서는 이미 차크라 소진의 징후가 눈에 띌 정도로 나타났다. 이익헌이 힘에 겨워하고 있다는 것을 지우가 느낀 그 순간 미노타우로스가 날뛰었고 이익헌은 순간적으로 차크라를 유지하지 못한 채 미노타우로스의 몸에서 떨어졌다. 검은 재가 쏟아지는 대기에 이익헌의 몸이 무방비로 떨어졌다.

지우는 이익헌이 떨어지는 바닥을 향해 그대로 뛰어내리며 엑스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그렇게 하는 것으로는 검은 재가 이익헌에게 닿는 것을 막을 수가 없을 듯했지만 그렇다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대로 둘 수도 없었다.

이익헌에게는 제대로 착지할 힘조차 없어보였다. 시간이 흐르도록 해법을 찾지 못했다는 사실때문에 그가 긴강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금이라도 차크라를 회복하세요. 쉽게 끝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지우는 차크라를 싣고 전력으로 달려 이익헌을 검은 재의 안전지대에 옮겨놓았다. 태인 역시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이 확실해 보여서 다시 그렇게 태인을 옮기고 돌아섰을 때 지우의 눈 앞에 생경한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다.

어느 순간에 일어난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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