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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부터 레벨업-164화 (16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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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부. 컨트롤러

사람들은 입과 호기심을 가졌고 그 입을 놀려서, 왜 레이드를 하지 않냐든지, 클랜 A가 싫겠다든지 하는 말들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일찍 레이드를 그만두게 될 줄 알았다면 A급 헌터가 될 필요가 있었겠냐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A급 헌터가 되기 위해서 캐츠 아이 스톤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 중에는 두 사람을 A급 헌터로 만든 것이 캐츠 아이 스톤의 낭비였다고 직접 비난을 하며 조롱하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

그런 일이 한 두 번 반복되다보니 나중에는 사람들과의 교류 자체도 꺼려졌고 이제는 이렇게 둘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해리의 별장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곳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곳에 사람이 찾아왔을 때 해리와 라미실은 방문객의 정체를 궁금해할 수밖에 없었다.

자기 이름을 브래들리 허버트라고 말한 남자는 자기가 어느 대학의 교수'였'다고 말했다. 왜 지금은 교수가 아니냐고 묻자, 그는 자기가 대학당국의 야비한 술수에 당했다고 했지만 어쩐지 그 말이 믿기지는 않았다.

해리가 브래들리 허버트에 대해서 알아봤을 때 드러난 사실은 다소 황당했다. 그가 동료 교수를 음해하기 위해서 그의 컴퓨터에 미성년자 강간 동영상을 심어놓다가 그 장면이 다른 카메라에 녹화되는 바람에 교수직을 잃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브래들리 허버트는 당당했다. 지금 당신들이 그런 사소한 이유로 나를 거절한다면 당신들에게는 영영 재기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거라는 거였다.

우선 해리와 라미실은 급히 할 일이 없었다. 더 이상 아무도 찾지 않는 콜걸과 같은 신세가 되어 있었기에 그들에게 남는 것은 시간 뿐이었다. 브래들리 허버트는 자기에게 시간이 허락되자 그때부터 입을 열어 독을 뿜는 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한테 1억 달러를 주면 두 분을 원래의 자리로 돌려드릴 수가 있습니다.”

그 말에 해리와 라미실은 같이 웃어버렸다.

“그래. 방법이라는 게 뭔데요? 우리를 원래의 자리로 되돌려준다니. 그런 방법이 있기는 한 겁니까? 당신한테 1억 달러를 주느니 익스트림 헌터에 그 돈을 가져다 주고 공격증폭률 2000퍼센트인 무기를 만들어달라고 하는 게 차라리 더 가능성이 높은 것 아니려나?”

해리가 브래들리 허버트를 조롱하며 말했다. 하지만 브래들리 허버트는 그 말에 자존심상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클랜 A는 어쩔 생각입니까? 우리 자리는 지금 클랜 A가 차지하고 있는데.”

라미실이 물었다. 제대로 된 대답을 기대하면서 물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브래들리 허버트에게서는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사람들이 클랜 A를 믿는 건, 클랜 A는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죠. 하지만 클랜 A도 한 번, 두 번 공략에 실패하다보면 사람들도 클랜 A의 실력을 의심하게 될 겁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다시 두 분을 기억하게 되겠지요. 남의 나라 헌터들한테 돈을 쏟아붓는다고 불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이 있으니까요.”

“당신이 클랜 A를 몰라서 그래요. 클랜 A를 지켜보면서 클랜 A가 넘어지기를 기다리겠다고요? 아뇨. 클랜 A는 절대로 넘어지지 않습니다.”

라미실이 말했다.

“지금까지는 그랬죠. 하지만 상황은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뭔가……. 방법이 있는 겁니까?”

해리가 물었다.

“클랜 A는 리드와 드론이 주는 정보를 가지고 움직이죠. 하지만 오픈일이 당겨진다면요?”

브래들리 허버트가 말했다. 라미실과 해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브래들리 허버트를 비웃고 있으면서도 그가 자기들을 설득하고 굴복시켜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기대를 했던 게 어리석게 느껴질 정도로 브래들리 허버트의 입에서는 멍청한 말만 나오고 있었다.

라미실은 해리에게, 우리가 계속 이 작자를 상대해야 하는 거냐고 물으려는 표정이었다.

“갑자기 괴수가 나타났을 때조차도 그 사람들은 공략에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해리가 말했다.

“공략에 실패하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힘에 부쳐했죠. 그게 연달아 몇 번이나 계속된다고 하면 어떨까요? 쉴 틈도 없이요.”

“잠깐만요.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당신이 늪의 오픈일을 당기기라도 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해리가 브래들리 허버트의 말을 막으며 물었다.

“예.”

브래들리 허버트는 당치도 않게 순진무구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

“그걸 어떻게 한다는 말입니까? 늪은 일정한 속도로 반경이 커지잖아요. 그걸로 오픈일을 예정하는 거고요.”

라미실은 미친 놈을 계속 상대해주는 해리가 못마땅했지만 해리는 질문을 이어갔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그렇죠.”

브래들리 허버트는 의자에 등을 기대면서 거만하게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다른 경우가 있다는 겁니까?”

“지금부터 하려는 얘기가 그 얘깁니다. 아무 것도 아닌 일에 1억 달러를 투자하라는 건 아닙니다.”

“그 얘기를 들어보고 싶군요.”

해리가 말했다.

“투자하겠다는 말인가요?”

브래들리 허버트의 말에 라미실은 해리를 바라보았다.

“사기꾼일 거야. 남한테 다 들키면서 사기를 치는 멍청이라고.”

라미실이 제법 거칠게 말했지만 브래들리 허버트는 굴하지 않았다.

“좋습니다. 그러면 제가 할 수 있다는 걸 먼저 보여드리죠. 그러면 제가 하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걸 알겠죠.”

브래들리 허버트는 그것으로 자기가 할 말은 전부 끝났다는 듯이 일어섰다.

"잠깐만요. 늪의 오픈일을 임의로 당기겠다는 말입니까?"

해리가 급하게 물었다.

"지금까지 내내 그 얘기를 해 왔던 건데요?"

"그러면. 사람들은요? 오픈일이 그렇게 갑자기 당겨지면 사람들은 대피를 하지도 못할 텐데요?"

해리의 말에 브래들리 허버트가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왜 그러세요? 여기에 있는 사람 중에 누군가가 이 장면을 역사에 기록이라도 할 것 같아서 그래요? 그때 당신이 이런 말을 했다고 기록이 되기를 바라서 그러는 겁니까? 그래요. 그런 걸로 칩시다. 당신은 선량한 피해자들이 생겨날까봐 겁을 냈다고 하죠. 됐습니까?"

브래들리 허버트는 바지에 오줌싼 어린 아이를 놀리는 것처럼 계속 웃어댔고 해리의 얼굴은 한없이 붉어졌다.

"애초에 그런 게 당신들한테 상관이 있습니까? 사람들이 괴수한테 공격을 받든지 말든지. 우리끼리는 솔직해집시다. 적당한 인명피해는 당신들의 가치를 높여주죠. 그 외에 다른 의미는 없는 거잖아요. 나는 내가 당신들을 안다고 생각합니다. 괜히 어색해지게 그러지 마세요. 노쇠한 창녀가 가랑이 사이를 아끼는 것만큼이나 안 어울리잖아요. 아, 오랜만에 크게 웃었더니 배가 아프네."

해리와 라미실은 서로를 멀뚱히 바라보았다. 그러는 동안 문이 열리고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

평화롭던 트레일러에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분명히 오픈일이 급히 다가온 1급 늪은 없었다. 그것은 클랜 A가 직접 모두 확인을 하고 미리 처리를 했던 것이다. 그런데 오픈일이 되지 않았던 늪이 오픈되었다. 그것은 누구의 책임이라고 할 수도 없는 문제였다. 도대체 그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야 했지만 이미 일이 벌어진 이후였기에, 늪 밖으로 출몰한 괴수를 처치하는 게 우선이 되어야 했다.

미국 정부는 그저 클랜 A만 바라볼 뿐이었다.

이익헌은 지우와 임정의 마음을 알았다. 다른 사람들이라고 해서 두 사람과 특별히 다른 마음도 아니었다. 시현이가 그곳에서 머무는 동안은 레이드를 하러 가고 싶지 않았다. 그러려고 그동안 그렇게 바쁘게 다니면서 레이드를 했던 거고 용하와도 긴밀히 연락을 하면서 시기를 조율해 왔던 건데 그 일이 전부 소용없게 되어버리려고 했다.

이익헌은 다른 헌터들로 구성해서 레이드를 해 볼 수 없겠냐고 미국 대통령에게 의사 타진을 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에서는 다른 공격대를 구성해보려는 의지조차 갖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이익헌이 직접 해리와 라미실에게 연락을 해 보았지만 그들의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했다. 그 즈음에는 그들의 관계가 서로 좋지 않았기 때문에 라미실은 이익헌을 적대시했고 이익헌 역시 그들에게 연락을 하기 전부터 그런 반응이 나올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기가 모욕을 당하는 일이 있더라도 일단 부탁을 해 보기는 해야 했다. 시현이에게서 지우를 뺏어가는 일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우리가 친구였던 시간들은 다 끝난 것 같은데?"

라미실이 말했을 때 이익헌은 그 말을 별다르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옆구리를 물리고 살덩이를 잃은 늙은 사냥개가 구석에서 상처를 핥으면서 노려보는 것만큼이나 무의미한 반항이라고 생각했다.

이익헌은, 그렇게 된 바에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빨리 해치우고 오면 돼요."

이익헌이 말했다. 서규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들 최상의 컨디션이니까 사냥이 어렵지 않을 겁니다. 괴수에 대해서는 가면서 듣죠."

“꼭 가야 되는 거지?”

용하는 지우에게 말을 해 놓고 자기가 멍청한 말을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곳에 처음 왔던 날 봤던 피묻은 옷들과 찢겨진 갑옷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질 않았다. 도대체 그런 갑옷을 찢을 수 있는 괴수라면 얼마나 무시무시하겠는지, 그 생각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질 않았다. 시현이 자라게 되면 시현이에게도 그런 일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 해서 용하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용하는 시현이 있는 동안 그들이 레이드를 하러 가지 않는 것을 다행스럽게 여겼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터져버린 것이다.

"미안해. 금방 돌아올게. 걱정끼치지 않을 테니까 우리를 믿어줘."

지우가 말했다. 할 수 있는 다른 말이 없었다. 그리고 지우는 손가락으로 시현이의 뺨을 쓰다듬었다. 시현이는 초롱초롱한 눈을 깜빡이면서 제 아빠를 바라보았다.

쿠퍼티노라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도시가, 머리 둘이 둘린 황소 모양의 괴수 미노타우로스에게 유린당하고 있었다. 괴수에게 붙여진 이름은 미노타우로스였지만 그것은 신화 속의 괴수와 같은 인체를 갖고 있지 않았다. 미노타우로스는 몸 길이가 40미터에 근접하는, 두 개의 머리가 달린 황소 괴물이었다.

미노타우로스가 나온 늪은 1급 늪이었지만 아직 오픈일이 2주 이상 남아있었기에 아무도 미노타우로스가 출몰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도로 가에 세워진 평화로운 집들이 미노타우로스의 발 아래에서 짓밟혀 부서졌다.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은 미처 달아나지도 못한 채 죽은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일찍 괴수의 등장을 알아채고 차에 오른 사람들도 얼마 가지 못하고 미노타우로스의 발에 밟혀 죽음을 맞았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바람에 모두들 제대로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 그들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클랜 A라는 이름뿐이었다.

클랜 A는 곧바로 블랙 호크 트리플을 대기시켰다.

"용하야. 시현이 부탁할게. 웬만하면 TV는 보지 마."

지우가 용하의 어깨에 손을 얹고 말했다. 그 눈빛은 훨씬 많은 말을 하고 있었다. 용하는 지우가, 이 레이드가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그 눈을 보면서 알았다. 용하는 초조해졌지만 시현이를 안고서 그런 생각을 할 수는 없었다. 시현이는 용하의 기분을 기가 막히게 알아차렸고 용하가 긴장하고 있으면 거기에 맞춰서 반응을 했다.

용하는 지우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일은 걱정하지 말고. 빨리 해치워버리고 돌아와."

"응."

임정은 시현의 머리에 입을 맞추고 먼저 달려갔다. 한 두 번 뒤돌아서 바라보기 시작했다가는 도저히 떠나지 못할 것 같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지우가 블랙 호크 트리플을 향해 뛰어갈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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