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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부터 레벨업-150화 (15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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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부. 괴수의 차크라

나중에 지우에게 제대로 얘기를 해 줘야 할 것 같아서 우산을 받은 채 사진을 찍었다. 해파리 괴수는 일방적으로 당한 게 분명해 보였다. 촉수 공격은 통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도마 위에 올려놓고 채를 얇게 저며버린 것처럼 촉수의 모든 곳에 균일한 공격이 가해진 것이 보였다. 그것은 헌터가 낼 수 있는 상처가 아니었다. 어떤 무기도 그런 식으로 촉수를 조각낼 수는 없었다. 만약에 그렇게 했다고 하더라도 그 상처는 회복되었어야 옳았다.

그 괴수의 사체는 너무 많은 의문을 남겼다. 클랜 A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의혹만 불거질 일이었다.

강현은 곧장 천기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천 전무님. 바디 펌 트럭 하나 끌고 와 주실 수 있으세요? 시현이의 차크라가 드디어 일을 냈어요. 괴수 하나를 죽였는데 헌터가 해치웠다고 우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예요.”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주소만 찍어서 보내줘요.”

천기정은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직감으로 알아차렸고 강현의 시간을 뺏지 않기 위해 곧바로 결단을 내렸다.

강현은 주소를 보내주고, 의심스런 상처들이 남은 부위를 네메시스로 절단하기 시작했다.

치안대가 도착할 시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강현은 급한대로 촉수를 먼저 자르고 해파리 괴수의 사체를 여기 저기 검사를 했다. 나머지 부위는 그럭저럭 해명을 할만했다. 운이 좋아서 천기정의 바디 펌 트럭이 먼저 도착한다면 거기에 통째로 실어 보낼 수 있겠지만 치안대가 먼저 도착을 하면 자기가 숨긴 것을 빼고 나머지만 내보일 생각을 했다.

치안대는 이십 분 정도가 더 지난 후에야 그곳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렇게 도착을 했어도 천기정보다 빨랐다. 치안대원들은 길가에 놓인 해파리 괴수의 사체를 발견했다. 그러면서 역시 클랜 A의 김강현이라고 말했다. 강현은 제가 한 짓이 아니었지만 그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시현의 차크라가 한 짓이라고 밝힐 수는 없었던 것이다.

치안1부장의 권한 대행을 맡은 치안부장은 출동이 지연된 점을 사과했다.

“이 일 역시 리드 때문에 일어난 일인가요? 어떻게 괴수가 늪 밖으로 탈출한 거죠? 그걸 치안대는 알고 있었습니까?”

강현의 말에 치안부장은 면목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강현은 사람들의 관심이 괴수 사체로 옮겨가지 않게 하려고 일부러 책임론을 제기했다.

“리드의 관리가 소홀하다는 것을 알았는데도 이번에도 같은 문제가 발생하게 하다니. 이건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다행히 인명 피해가 없었지만 큰 피해를 낼 수도 있는 문제였습니다.”

강현은 강도를 높여가며 말했다.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리드 도난 현장의 영상 자료가 남아있을 것 같은데요. 확인해보셨습니까?”

“지금 그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을 겁니다.”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말아야 할 겁니다. 리드가 돈이 된다고 생각해서 그런 짓을 저지른 사람이라면, 자기 목숨 값이 얼마인지 확실히 깨닫게 되겠죠. 한 두 번 일어난 일도 아닌데 그런 일이 생길줄 몰랐다고 발뺌하는 건 통하지 않을 테니까요.”

“사형에라도…, 처하자는 말씀입니까?”

치안부장이 난감하다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강현의 뜻은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았다. 하마터면 시현을 잃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지금 강현은 그 어느때보다도 화가 나 있었다.

“그나저나 이놈의 비는.”

치안부장은 애꿎은 비를 탓했다. 그리고 때를 맞춰서 바디펌 트럭이 도착했다.

모두들 강현이 해파리 괴수를 죽였다고 생각했기에 강현이 해파리 괴수 사체를 처리하는 것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여기까지 출동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리드 절도범에 대한 자료가 찾아지면 바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사체 처리가 끝나는대로 치안대로 가겠습니다. 두 시간 후까지는 찾을 수 있겠지요?”

바디 펌 트럭이 도착하자 안심이 되어서 강현은 표정을 누그러뜨리면서 치안부장에게 말했다.

“모든 인력을 투입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사체 운반은 저희가 도와드리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이 정도면 혼자서 몇 분 안에 끝낼 수 있습니다. 지금은 그보다 절도범을 찾는 게 급한 것 같으니까 그 일에 집중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치안부장은 묻고 싶은 것이 많은 표정이었다. 그도 아마 지우의 아이가 궁금했을 것이다. 하지만 강현의 눈빛을 보고 쫓기듯이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천기정은 트럭에서 내려 바디 팩들을 가지고 왔다. 모자를 눌러쓰고 바디 펌 트럭 기사 제복을 입고 있어서 그 사람이 바디 펌의 천기정 전무라는 사실을 알아볼 사람은 없을 듯했다.

“이건 클랜 A동으로 가져갈 거예요. 지연이 누나한테 연구를 부탁해 봐야겠어요.”

강현이 괴수의 사체를 절단해 바디 팩에 담으면서 말했다.

미친 듯이 쏟아지던 비는 슬금슬금 줄어들더니 나중에는 해까지 쨍, 하고 떠버렸다.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덕분에 사체 운반 작업은 수월하게 이루어졌다. 강현은 현장을 가능하면 그대로 보존하려고 크게 절단을 했고 어쩔 수 없이 잘려나가는 부위는 미리 사진을 찍었다.

“이걸……. 시현이 차크라가 한 거라는 거죠…….”

천기정은 제대로 말을 하지도 못했다. 자기가 혹시 시현이한테 잘못한 것은 없었는지 저절로 회개가 되는 순간이었다.

***

클랜 A의 클랜원들은 강현으로부터 얘기를 전부 듣고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지우와 임정은 말할 것도 없고 서규태와 이익헌, 태연과 야로슬라프할 것 없이 그대로 얼어붙어 버린 모습이었다.

그 사람들이 숨은 쉬고 있는지, 용하와 강현은 그게 걱정되었다. 강현은 그게 이미 다 끝난 일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듯이 시현이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시현이는 이제 완전히 숙달된 뒤집기를 선보이면서 사람들의 눈을 현혹하려고 했지만 미국에 있는 클랜원들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문제는 그거야. 리드를 훔치는 놈들. 리드를 훔치기만 한 게 아닐 거야. 내부에 공범이 있는 거야. 헌터 협회 내부에. 그래서 늪이 이미 공략된 것처럼 한 걸 거고. 안 그랬으면 드론이 데이터를 수집하러 매일 날아갔겠지. 그 문제를 먼저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겠어. 우리가 시현이를 한국으로 보내기로 한 건 한국에 신용하씨가 있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한국은 아직 안전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는데. 한국에서는 아직 성장하는 1급 늪이 나타나지 않고 있으니까 괴수가 출몰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안심을 했던 건데 이런 일이 생긴다면 그게 무의미해지는 거잖아. 미국에 있든 한국에 있든 똑같이 시현이 안전이 걱정된다면.”

이익헌의 말에 강현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렇지 않아도 그 문제에 대해서 치안부장한테 얘기를 하기는 했어요.”

시현이 팔과 다리를 허우적거리면서 조금씩 움직이며 화면 밖으로 나가자 강현이 슬그머니 시현의 옷자락을 잡아 끌어다가 화면의 정중앙에 배치했다. 지금은 시현이가 아니고서는 클랜원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견뎌낼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자기 잘못은 아니었지만 자기 잘못인 것 같은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우선 천 전무님이랑 같이 얘기를 해 봤는데요. 리드 절도범에 대한 대응을 강력하게 할 필요가 있을 것 같긴 해요. 러시아처럼 사형에 처하는 걸로 법을 개정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고요.”

“치안대는 내가 움직이겠습니다. 전에 문제가 생겼을 때 확실하게 법률 개정까지 마쳤어야 했어요.”

서규태가 말했다.

“다시 대대적으로 드론을 날리고 리드가 도난된 늪에 다시 리드를 덮고 이번에는 그 정보를 전산망뿐만 아니라 서류로 같이 보관을 하게 하는 방법을 써야겠습니다. 해커나 협회의 말단 직원은 접근할 수 없도록 말입니다. 서류철을 보관하는 곳 열쇠는 헌터협회장과 치안부장처럼 한정된 소수에게만 맡기고요. 그럼 책임 소재도 명확해지겠죠. 입출 기록도 확실하게 남기게 하고.”

서규태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대안이 될 것 같았다.

“열기가 좀 가라앉은 것 같으면 저도 한 마디 할까요?”

지연이 스윽 화면 속으로 들어오더니 여러 사람에게 한꺼번에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고 말했다.

“천 전무님이랑 강현씨가 해파리 괴수를 회수해와서 연구를 했는데요. 시현이 차크라요. 정말 대단해요. 시현이 차크라가 해파리 괴수를 처리한 방법을 보고 익스트림 헌터의 무기 마스터한테 의견을 구했는데요. 그 문제를 무기 마스터가 해결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냥 대충 돌려서 말을 하면서, 이런 식으로 괴수를 공격하는 방법은 어떻겠냐고 물었죠. 그런 무기를 만들 수 있겠냐고요.”

“문제라면. 무슨 문제요?”

임정이 물었다.

“괴수한테 나타나는 무기 자국요. 그런 상처를 만들어내는 무기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데 그런 자국이 남은 채로 괴수가 죽은 거잖아요. 그래서 시현이가 가진 특별한 차크라를 들키게 될까봐 걱정하는 거고. 그러면 그런 자국을 남기는 무기를 현실에 만들어내면 되는 거잖아요. 이게 저랑 채준형 마스터가 생각한 새 무기 도안인데요. 클랜 A가 앞으로 이 무기들을 애용해 주었으면 해요. 그럼 홍보 효과가 크겠죠.”

그렇게 말하고 지연은 무기의 도안을 보여주었다. 얼핏 보아서는 손에 끼우는 너클처럼 보였는데 그 위에 각각 칼날이 붙어 있었다.

“이걸 이렇게 손에 끼우고 확 휘두르면 한 번에 자잘하게 썰어지겠죠. 그러면 해파리 괴수한테 나타난 거랑 비슷한 자국이 생길 거예요.”

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칼날 수를 늘려도 좋을 것 같은데요.”

지우가 말하자 지연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레이드를 할 때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장기가 있는 부위를 공격할 때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지우가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용하씨는 괜찮으신 거예요? 저희가 너무 놀라서 정작 용하씨가 괜찮은지를 여쭤보지 못했네요.”

임정이 뒤늦게 정신을 차린 듯이 용하의 안부를 묻자 용하가 그제야 슬그머니 화면 안에 얼굴을 보여주고 미안함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인사를 했다.

“죄송해요. 할 말이 진짜 없네요.”

용하가 말했다.

“아냐. 아냐. 신용하. 네가 그런 말을 하면 안 되지. 우리가 얼마나 고마워하고 있는데. 네가 시현이를 구한 거야.”

지우가 말했다.

“아니야. 그건. 시현이가 나를 구한 거지. 앞으로는 밖에 나가지 말아야겠어.”

“시현이가 무적이라는 걸 알았는데 그럴 필요가 있겠어요? 어지간한 문제는 우리가 수습해줄 수 있으니까 우리 믿고 일도 막 저지르고 다니고 그래요. 죽지만 않으면 돼요.”

이익헌이 말하자 지우와 임정도 적극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를 맡아주신 것만 해도 감사한데 그런 일 생겼다고 미안해하지 않으시면 좋겠어요. 그러면 저희가 너무 염치 없어지잖아요. 늘 죄송한데.”

임정이 말했다.

“그게. 그렇긴 하더라고요. 아이를 맡아 키우고 있으니까 시현이가 다치지 않을지 늘 조바심이 나긴 해요. 내 새끼면 조금 다쳐도 안타까워하고 끝일 것 같은데 내 새끼가 아니라 남의 자식이니까 더 죄지은 느낌이 들고.”

“너랑 있는 동안에는 네 자식이라고 생각해. 다치면서 크는 거지, 뭐.”

지우는 용하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말에 마음이 좋지 않아서 그렇게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냐, 정말로? 그럼 말해도 되겠네. 지우야. 시현이. 여기 조금 다쳤어. 아물고 있는 중이긴 한데. 시현이가 요즘 계속 뒤집기를 하잖아. 배로 버티고 손이랑 발을 막 휘두르는데 머리가 무겁잖아. 그러다가 쿵 쪘나봐. 이마에 혹이 조금 났어. 없어지는 중이고. 그때는 차크라도 방심하고 있었나봐. 다쳤을 때도 피는 안 났고 그냥 조금 멍만 들었어.”

“……. 다른 건 또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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