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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부터 레벨업-147화 (147/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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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부. 괴수의 차크라

거기에 가장 기여를 많이 한 사람은 야로슬라프였다. 야로슬라프는 자신의 주먹에 차크라를 잔뜩 싣고 무쇠같은 주먹으로 세띠 아르마딜로의 등껍질을 부술 수가 있었다. 처음 야로슬라프가 그렇게 했을 때 이익헌과 서규태가 어찌나 놀랐는지.

야로슬라프는 즉흥적으로 그렇게 공격을 해 놓고 세띠 아르마딜로의 등껍질이 부서져 나가는 것을 보고 자기 자신도 꽤나 충격을 받았다. 물론 그것은 좋은 의미의 충격이었다. 그래서 클랜원들의 탄성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는데 서규태가 다가와서 야로슬라프의 등짝을 후려쳤다.

“지금 무슨 짓을 한 겁니까! 세띠 아리마딜로의 등껍질이 보호구를 만드는데 얼마나 중요한 건지 모릅니까? 그렇게 안 해도 공략할 방법은 많다고요.”

야로슬라프는 자기가 너무 엇나갔다는 것을 깨닫고 울적해했고, 세띠 아르마딜로가 회복을 해서 등껍질이 복구되는 것을 보았을 때는 저도 모르게 잘 했다고 손뼉까지 쳐 주고 있었다.

서규태는 끝이 길고 가느다란 검을, 세띠 아르마딜로 공략 전용으로 가지고 다녔다. 그리고 검 끝에 차크라를 실어서 세띠 아르마딜로 등딱지의 정확한 틈을 노려서 검을 밀어 넣었다. 그러면 세띠 아르마딜로는 버티지 못하고 몸을 폈고, 일단 그렇게 되기만 하면 공략은 쉽게 끝났다.

여섯띠 아르마딜로와 일곱띠, 아홉띠 아르마딜로는 공략이 훨씬 더 쉬웠다. 그 녀석들은 몸에 동글게 말 수가 없었기 때문에 몸의 연약한 부위를 공격하면서 차근차근 괴수의 체력을 깎아나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서규태는 틈틈이 동영상을 제작해서 치안대에서 교육 자료로 사용할 수 있게 치안대에 보내주었다. 각 괴수의 공략 방법을 세세하게 설명하고 각 괴수들에게 맞는 무기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 주었다. 그리고 어떤 구성으로 공격대를 꾸리는 게 적합한지도 알려주었고 차크라의 양과 숙련도를 높이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항상 강조했다.

서규태가 만들어서 배포하는 동영상 강의는 치안대뿐만 아니라 일반 헌터들에게도 퍼져나갔고 인기가 높았다. 그래서 클랜 A의 공략법을 담은 동영상은 헌터들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를 잡아가게 되었다.

일각에서는 클랜 A가 공략법을 헌터들과 공유하는 행위를 비웃었다. 공략법은 일종의 영업전략이고 노하우인데 그것을 값없이 배포하는 건 너무 순진한 행동이라는 거였다. 그러나 클랜 A는 그런 말에 휘둘리지 않았다. 세상의 모든 괴수를 클랜 A가 해치울 수는 없었다. 클랜 A의 클랜원들과 비슷한 수준의 헌터가 육성되지 않는다면 클랜 A의 클랜원들은 허리가 굽고 뼈가 삭을 때까지 레이드만 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돈은 거기에 깔려죽을만큼 벌어두었고, 캐츠 아이 스톤 문제만 해결된다면 언제라도 일선에서 물러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 특히나 그 마음은 시현이를 보면서 더해갔다. 자기들도 어서 여자를 만나서 시현이같은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자랐던 것이다.

태인은 생각난 김에 오랜만에 지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연은 헤어진 지가 언젠데 참 일찍도 전화를 한다고 핀잔을 주면서도 태인이 전화를 걸어준 것을 고마워했다.

서로가 너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어서 상대방에 대해 생각을 할 틈도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날도 많았지만 가끔 좋은 것을 보거나 맛있는 것을 먹을 때면 생각이 나곤 했다. 이걸 같이 보고 싶다거나, 이걸 먹여주고 싶다거나 하는 그런 생각들이었다.

“강현이가 들어오면 아마 내가 나갈 것 같아요.”

태인이 말했다.

“한 번에 다 나올 줄 알았는데. 그렇게 하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지연이 물었다.

“두 세 달이 지난 후부터는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지금은 혼돈 상태예요.”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요."

“보고 싶어요.”

태인이 말했다.

그 말이 어떤 반응을 끌어낼지 알 수가 없어서 걱정이 됐지만 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 저도요.”

“잘 됐네요. 곧 보게 될 거니까.”

태인은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말했다. 떠나기 전에 서로가 약속한 것도 없고 다짐을 한 것도 없어서 그 사이에 서로의 입장이 바뀌어 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은 것 같았다.

***

익스트림 헌터의 실험실은 분주했다. 채준형의 얼굴에 웃음이 떠오르면서 하얀 이가 빛났다. 그 모습을 보는 강현의 얼굴에 기대가 떠올랐다.

“된 것 같아요?”

“잘 될 것 같은데요? 이건 우선 소량으로 제작을 해서 다음번에 아나콘다 괴수를 사냥하러 가서 한 번 사용해 보는 걸로 하죠.”

“아나콘다 괴수한테도 이게 먹힐까요?”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괴수 사체에 반응을 시켜 봤을 때는 될 것 같습니다. 아나콘다 괴수의 사체가 코모도 괴수의 독에 녹았거든요.”

“헌터한테 닿아도 이 정도로 효과가 나타날까요?”

“그러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마비 증세는 나타날 수 있어요. 이건 서로 믿을 수 있는 팀원들끼리 들어간 맵에서만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런 사람들 있잖아요. 자기는 능력도 안 되면서 남의 능력을 시기하는 부류요. 그런 사람들이랑 같이 레이드를 하면서 이걸 사용하면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거죠. 그 사람들이 괴수를 사냥하는데는 관심이 없고 자기가 경쟁자로 여기는 헌터를 죽이고 싶어한다면 블로우 파이프로 코모도 괴수의 독이 묻은 화살촉을 날려서 헌터를 마비시키고 그 늪의 괴수에게 잡아먹히게 할 수도 있겠죠.”

“다른 헌터들도 있을 텐데 그런 짓을 하는 건 어렵겠죠.”

“확실한 건. 클랜 A한테는 그런 얘기가 통하지 않을 거라는 겁니다. 주기적으로 먹을 해독약을 줄 거긴 한데 클랜 A의 클랜원들이라면 클랜원들이 가진 차크라로 충분히 스스로 해독을 할 수 있어요. 이 블로우 파이프와 코모도 괴수의 독을 시장에 내 놓을 때는 해독제도 같이 판매를 할 거예요.”

“레이드에 도움이 되는 동시에 헌터들에게 나쁜 마음을 들게 할 수도 있다는 거군요.”

“모든 무기가 그렇지 않겠습니까? 론 디어나 엑스 블레이드도 마찬가지죠. 그걸로 헌터를 죽일 수도 있긴 하잖아요.”

“그렇죠.”

강현은 괜히 뜨끔해져서 말했다. 채준형이 이익헌의 과거를 알고 하는 말은 아닌 것 같았지만 괜히 과도하게 웃게 되었다.

“아, 그리고. 강지연씨가 부탁했던 게 있는데. 그것도 코모도 괴수의 독으로 해결이 될 것 같아요. 양이 많이 필요하긴 하겠지만.”

“아나콘다 괴수가 사는 물에 코모도 괴수의 독을 붓자는 거죠?”

“효과가 있을 겁니다. 일단 물에서 나온 아나콘다 괴수는 그리로 다시 들어가지 못할 거예요. 그러면 공략 성공 확률이 훨씬 높아지는 거죠. 아, 그리고 이거.”

채준형은 아나콘다 괴수의 비늘을 가공해 만든 탄환들을 강현에게 보였다. 작고 동그란 비비탄 모양에 녹색을 띠고 있었다.

“이것도 기본적으로 차크라를 실어서 사용해야 합니다. 사용 방법은 무궁무진해요. 어깨 힘이 좋은 헌터들은 솔직히 뭐. 차크라 실어서 그냥 던져도 될 겁니다. 마구잡이로 던지는 건 낭비겠지만. 이것도 차크라를 모아서 던져야 괴수한테 데미지를 입힐 수 있을 테니까요. 그때마다 어깨 힘을 빼고 싶지 않으면 이걸 추천하고요.”

강현은 채준형이 들어보이는 총기를 건네받았다.

“검은 사막이라고 불리는데 성인용 비비탄 전동건 생각하면 간단합니다. 비비탄 대신 이 총알이 들어가는 거고요.”

“활과 화살을 대체할 수도 있겠네요.”

“가능성 있죠. 조준해서 명중시키는 게 숙달되면 아마 이걸 더 선호할 겁니다.”

“좋은데요? 클랜 A에 빨리 보여주고 싶어요.”

“안 그래도 선 대표님이 먼저 가지고 간 걸로 아는데요?”

“정말요?”

“그거랑 공격증폭률 950퍼센트의 신무기랑 같이 가지고 가셨죠. 칭찬받을 생각에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지신 것 같던데요?”

“제가 선수를 뺏겼네요.”

“그럴 땐 뺏겨주는 게 센스있는 거죠.”

채준형이 눈을 찡긋거리며 말했다.

“사용해보고 보완해야 할 점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네. 자기 동족의 비늘로 만든 총알에 죽는 것도 참 비극이겠네요.”

“이 세상에 나타난 것 자체가 비극이죠. 다른 시대에 나타나는 게 더 좋았을 겁니다. 아니면 아예 안 나타나거나요.”

“그렇죠.”

상품 이름은 뭘로 할 거냐는 말에 채준형은 허공을 바라보았다.

“작명 센스는 꽝이라고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전부 내가 지은 그 이름으로 부르게들 돼 있죠.”

“그래서 뭐라고 하실 건데요?”

“머리 굴릴 것 있습니까? 아나콘다 괴수 비늘로 만든 비비탄 같은 거니까 아비탄이라고 하면 되죠.”

“에에?”

“그 다음에 나오는 건 대충 어미탄이라고 하거나.”

채준형이 웃지도 않은 채 말했다.

채준형의 말이 맞았다. 처음에 그 이름을 들은 사람들은 이름이 이상하다고 했지만 이름이 통용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그 이름이 이상하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것은 그것을 창조한 사람에게 부여된 특권 같았고 사람들은 그 권위를 거스를 방법을 알지 못했다.

그래도 그 엉뚱한 이름이 나오게 된 배경을 아는 강현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아비탄을 볼 때마다 혼자 웃음을 짓곤 했다. 다행히 어미탄은 나오지 않았다.

***

용하는 강현에게서 총을 받아들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한테는 헌터 타투도 없고 차크라도 없는데. 이걸 내가 쏜다고 도움이 될까요?”

“그래도 도움이 될 거예요. 헌터들의 무기 중에 대부분은 사람을 상대로 해서도 효과가 나타나요. 차크라를 가진 헌터가 사용하면 위력이 더 세지지만 일반인이 사용해도 위력이 나타나기는 해요.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나을 테니까 앞으로 가지고 다니도록 하세요.”

강현이 설명했다.

“이 통에 1500백발씩이 들어있거든요? 형한테 괴수를 처치하라고 하는 건 아니고, 시현이랑 같이 있다가 무슨 일을 당했을 때 거기서 빠져나올 수 있게 형이랑 시현이 몸을 보호하라는 차원이니까 크게 부담을 느낄 필요도 없고요.”

“양아치들은 맨 손으로도 해치울 수 있긴 한데. 알았어요. 이런 게 있으면 더 든든하기는 하겠네요.”

용하가 총을 살펴보면서 말했다. 그런 걸 갖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에 어색한 웃음이 자꾸 나왔다.

“한국에는 아직 성장하는 1급 늪이 안 나타나서 다행이예요.”

강현이 말했다.

“그러게요. 언젠가는 한국에도 그런 게 나타날까요?”

“모르겠어요.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기는 해요. 언제 달라질지 아무도 모르죠.”

“그래도 클랜 A가 있어서 다행이예요. 한국에서도 성장하는 1급 늪이 나타나면 클랜 A도 한국으로 돌아오겠죠?”

“아마도 그러겠죠? 그래서 지금 더 서두르는 것도 있는 거고요.”

강현과 지연이 전부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용하는 나름대로 자신의 계획을 진행해 나갔다.

“어이, 안시현. 준비됐어? 삼촌이랑 같이 일출 보러 가는 거야. 잠은 캠핑카에서 잘 거고. 시현이도 기대 되지? 근처에 늪은 하나도 없어. 지연이 이모가 미리 다 확인해줬거든. 걱정할 일은 없을 거고. 이젠 삼촌한테 총도 있으니까. 재미있겠지?”

계획을 알고 있는 사람은 용하와 익헌, 서규태 뿐이었다.

100일을 며칠 앞두고 시현이 뒤집기에 성공을 해서 용하가 그 모습을 찍어 동영상을 보내주었더니 지우와 임정은 시현을 보고 싶어하면서 거의 우울증 증세까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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