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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부. 괴수의 차크라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아나콘다 괴수의 표피의 비늘을 연구하게 되었고 그것이 다른 괴수들에게 공격을 입힌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총이라고는 하지만 그것도 블로우 파이프와 비슷한 수준으로, 괴수 아나콘다의 비늘을 멀리 날려보내 몸에 타격을 입히는 정도의 결과를 목표로 삼고 있었다.
치안대원들은 클랜 A의 클랜원과 같이 레이드를 하게 됐다는 사실에 기대와 흥분을 같이 가진 채로 레이드를 준비했다. 각 사람이 임정과 서규태에 의해서 실력과 인간됨을 보증받은 사람들이었다. 세진도 거기에 끼고 싶어서 안달이 났지만 지금 자기가 늪에 들어갔다는 민폐만 될 거라는 사실을 자신도 알았기에 무리하게 부탁을 하지는 않았다.
강현이 지연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지연은 늪마다 따라다니면서 감응기로 먼저 맵 안의 상황을 살펴 주었다. 코모도 괴수때 두 마리가 같이 나타난 일을 겪은 이후로는 늪 안에 있는 괴수가 몇 마리인지 확인을 하기 전에는 안심이 되질 않았던 것이다. 지연은 맵 안에 있는 괴수가 한 마리 뿐이라는 것을 확인해 주었다. 서식지는 자연계의 아나콘다가 사는 것 같은 밀림과 비슷했고 아나콘다가 그 아래에 있다가 나올 거라고 알려 주었다.
그들이 공략하기로 되어 있던 늪은 3급 늪이었다. 강현과 B급 딜러 여섯 명, C급 딜러 두 명과 B급 탱커 한 명으로 구성된 공격대에게는 어려울 것이 없어보이는 사냥이었다.
강현은 자기를 클랜 A의 클랜원으로 보지 말고 그냥 헌터 경력이 짧은 동생으로 생각해 달라고 말했고 다른 치안대원들은 그럴 수는 없다고 말하면서도 강현의 인간됨을 반겼다. 클랜 A에 있는 동안에는 한없이 어리기만 했던 것 같던 강현이 밖에 나와서는 어엿한 헌터로 행동하는 것을 보면서 지연은 혼자서 대견하게 생각하곤 했다. 클랜 A라는 이름을 어깨에 진 사람이 결코 가볍게 행동할 수는 없다는 마음가짐이 강현을 자라게 해 주는 것 같았다.
탱커는 경력 13년차의 베테랑이었다.
괴수의 체력은 9600만이었고 그 길이가 80미터에 육박했다. 강현은 탱커에게 브리핑을 부탁했고 탱커는 감응기로 맵의 상황을 보면서 브리핑을 했다.
“아나콘다 괴수의 침은 무독성으로 알려져 있지만 강한 근육을 이용해서 언제든지 헌터들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머리쪽과 꼬리쪽, 양쪽으로 전부 공격이 가능하고 두어번 몸을 감아 말면 그 안에 갇힌 헌터는 조르기에 당해서 질식하거나 뼈가 부서져서 즉사할 수 있습니다. 아나콘다 괴수는 한 입에 통째로 헌터를 삼켜버리기도 하니까 그것도 같이 주의를 해야 합니다. 평소의 움직임은 둔한 편이지만 그 패턴에 익숙해졌다가 방심한 순간 기습 공격에 당할 수 있으니까 언제든 긴장을 놓치 말아야 합니다.”
탱커는 차분한 목소리로 브리핑을 했다. 헌터들이 들어가기 전, 늪 아래의 세상을 혼자 점령하고 있던 아나콘다 괴수는 물 속을 헤엄치면서 유유자적한 모습이었다.
“이쪽 물가로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대기하고 있으면 될 것 같아요. 처음에는 거리를 충분히 두고 하는 걸로 하죠. 몸이 길고 둔해보이지만 낮은 높이로 날기도 하는 걸로 알려져 있어요. 무독성이기는 하지만 혀도 조심하세요. 최근에 발견되는 괴수들 중에는 변종이 많이 생겨나고 있으니까요.”
탱커의 브리핑이 이어졌다. 갑옷과 장비를 갖추면서 B급 딜러 한 사람이 강현에게 다가왔다.
“아나콘다 괴수도 사냥해 본 적이 있습니까?”
“비슷한 건 여러 번 잡아 봤습니다.”
강현이 말했다.
“우리가 특별히 더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까?”
“패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할 때가 위험할 것 같습니다. 탱커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패턴에 익숙해졌다가 방심하지 않도록 주의하면 될 것 같아요.”
“괴수 체력이 9600만이면 클랜 A한테는 그렇게 큰 것도 아니죠?”
다른 딜러가 물었다.
“6억이 넘는 괴수도 잡아본 적이 있긴 하니까요. 하지만 혼자서는 절대로 못 잡죠. 팀원이 있으니까 가능한 거고요.”
그 말은 사실이 아니었지만 강현은 그렇게 말했다.
“아나콘다 괴수가 움직이기 시작하네요.”
지연이 감응기를 보면서 말해주었고 헌터들은 마지막으로 무기를 확인하고 늪으로 들어갔다.
늪 아래의 세상은 밀림이었다. 그 앞에 고요한 수면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고 음산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하지만 하나같이 백전 노장들이었기에 과도하게 그 분위기에 눌리는 사람은 없었다. 이윽고 멀리에서부터 수면에 파동이 일기 시작했다. 아나콘다 괴수가 헌터들의 입장을 알아차린 것이다. 아나콘다 괴수는 한없이 느리고 여유만만한 동작으로 물을 가르고 나아왔다.
강현은 한 손에는 네메시스를, 어깨에는 활을 메고 있었다. 아나콘다 괴수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는 것은 수면의 파동뿐이었다. 그리고 모두가 수면에 집중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아나콘다가 수면 위로 솟구쳤다. 그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몸통에 엄청난 길이였다. 거대한 입을 벌리고 아나콘다가 단숨에 뭍으로 날아왔을 때 헌터들은 모두들 심장이 내려앉을 듯한 공포를 느끼면서 뒤로 달아나기에 바빴다.
그때만큼은 레이드 경험도 아무 소용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나콘다 괴수의 몸은 녹색 빛이 감도는 비늘에 덮여 있었고 그 위에 검은 점들이 듬성 듬성 놓여 있었다. 강현은 다른 딜러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서 자기가 먼저 나서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나콘다 괴수의 몸은 거대했고 그것은 장점을 가진 것과 동시에 어쩔 수 없는 약점도 가지고 있었다. 강현은 클랜 A에 있으면서 괴수의 몸통 위에 올라타 로데오를 하는 거야 이골이 날 정도로 많이 해 왔었다. 더군다나 아나콘다 괴수는 몸통이 원통으로 되어 있을 뿐, 다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거칠게 요동을 치지도 않았다.
파충류 특유의 거부감과 징그러운 느낌을 극복한다면 공략하기 쉬운 개체에 속하는 편이었다.
강현은 정보창을 바라보았다. 강현을 따라서 사람들의 시선도 그리로 옮겨졌다. 체력 9600만의 괴수와 한바탕 싸움이 시작될 판이었다.
***
강현이 어느 순간에 활을 어깨에서 벗어던진 건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강현은 두 손에 쌍둥이 네메시스 한 쌍을 나눠쥐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갈고리처럼 괴수 아나콘다의 몸에 찔러 넣으면서 괴수의 몸을 타고 올라갔다.
강현이 올라가면서 칼을 뽑아내면 거기에는 어떤 자국도 남아있지 않았다. 아나콘다 괴수는 괴수 특유의 빠른 회복력으로 제 상처를 아물게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보고 당황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 것을 보고 새삼스럽게 당황할 정도라면 애초에 이곳에 들어오지도 못했을 터였다. 치안대원들은 안전하게 자리를 잡은 강현이 그때부터 안정적으로 딜을 퍼붓는 것을 보았다.
강현의 차크라는 옅은 푸른색을 발하고 있었고 5초가 채 안 되어 차크라가 다시 모아졌다. 치안대원들은 차크라가 모아지는 속도에 우선 놀랐고 강현이 순식간에 데미지를 입히고도 차크라 손실로 인해 기진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놀랐다. 전력으로 질주한 것만큼 차크라를 쓰고 있으면서도 여유가 넘쳤던 것이다.
“순식간에 10만이 넘게 떨어뜨렸어.”
강현이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던 딜러가 말했다. 그 말에 정신이 든 것처럼 탱커가 달려나갔다.
“치안대는 구경만 하다가 나왔다고 할 수는 없지.”
누군가 소리쳤고 레이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때 강현이 깨달은 점은, 클랜 A에서는 자기가 가장 안전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으면 되는 거였지만 여기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었다. 클랜 A에서 지우와 서규태, 이익헌이 해 주었던 일을 여기에서는 자기가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강현은 자기가 있는 쪽을 향해서 올라오는 딜러 두 사람을 잡아 올려주고 자기는 아나콘다 괴수의 등에서 뛰어 내렸다. 탱커가 아나콘다의 시선을 끌면서 전력으로 달려가는 것이 보였다. 탱킹에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탱커였다. 하지만 탱커의 능력이 제대로 빛나는 순간은 탱커가 만들어준 기회를 다른 딜러들이 제대로 살려서 괴수에게 공격을 넣는 순간이었다.
강현은 괴수를 향해 달려가 네메시스를 꽂아 넣었다. 강현의 푸르스름한 차크라가 잔상을 남기면서 강현의 팔을 따라 움직였다. 여러 딜러가 합심을 해서 공격을 하자 순식간에 300만이 깎여나갔다. 최고의 무기로 완전무장한 여덟명의 치안대원이 같이 싸우고 있으니 싸우는 맛이 났다. 그런 강현의 눈에 탱커가 들어왔다. 괴수 아나콘다가 탱커를 노렸지만 탱커는 거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부상을 입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탱커를 노리는 괴수 아나콘다의 좁은 머리를 향해 강현이 달려 올라갔다. 괴수 아나콘다는 저를 향해 달려오는 강현의 움직임을 완전히 놓쳤다. 고개를 돌렸을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강현은 아나콘다의 커다란 눈에 네메시스를 박아 넣었다. 괴수의 커다란 눈은 칼에 찔린 채로 강현을 노려보고 있었다.
강현은 탱커가 도망쳤는지 보고 싶었지만 지금은 유리창처럼 번뜩거리는 아나콘다 괴수의 눈에 딱 붙어있는 신세라서 고개를 돌릴 여유도 없었다. 다시는 남의 눈에 매달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괴수 아나콘다의 눈도 어느새 회복이 되고 있었고, 빠르게 재생되는 회복력으로 곧 칼날이 튕겨져 나갈 것 같았다. 강현은 칼을 눈에 박아 넣으면서 괴수 아나콘다의 머리를 타고 계속해서 올라갔다.
괴수 아나콘다의 모든 관심은 이제 강현에게만 쏠려 있었다. 의도치않게 강현은 탱킹을 병행하고 있었다. 강현이 정보창을 바라보았을 때 강현은 그 작전이 제대로 먹혀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계획을 한 적도 없고 이 작전을 펼쳐야겠다는 생각도 없었고, 그냥 한 발 한 발 내딛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거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그것이 먹힌 거였다.
바닥을 내려다보자 탱커는 이제 완전히 기운을 차린 모습이었다. 그 사이에 차크라도 제법 다시 모은 것처럼 보였다. 치안대원들은 차크라를 다시 모으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과, 조금만 위기가 오고 괴수가 요동을 치면 공격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는 점을 빼면 훌륭한 아군이었다.
지금처럼 강현이 확실히 공격의 기회를 만들어주면 그들은 안정적으로 딜을 가하고 괴수에게 데미지를 입힐 수가 있는 것이다. 탱커에게 다시 역할을 맡기고 강현도 딜을 붓는데 열중했다. 누군가 괴수의 체력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고 하자 환호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에게는 기록적인 일이었다. 아무리 3급 괴수라고 해도 이렇게 빨리 공략을 끝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해 보지 못했다.
아나콘다 괴수는 이제 그들에게 미지의 영역에 존재하는 불길한 존재도 아니었고 공포의 대상도 아니었다. 자기들이 타고 누르고 마음껏 능욕하고 정복한 대상의 리스트에 올라갈 하나의 괴수로 기억될 뿐이었다. 아나콘다 괴수는 저항다운 저항도 하지 못했고 이제는 탱커의 어그로에도 크게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나콘다 괴수는 이제 물 속으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밖에 하지 못하는 듯했다. 아나콘다 괴수가 탱커를 무시하고 몸을 돌렸을 때 치안대원들은 아나콘다 괴수가 물 속으로 도망치려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랬다가는 지금까지의 레이드가 수포로 돌아갈 터였다. 괴수의 남은 체력이 1000만도 채 되지 않았기에 안타까움이 더욱 컸다.
강현이야말로 당황했다. 자기가 아니라 지우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일을 여기까지 끌고 오지도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해야 되죠?”
다른 딜러들이 이구동성으로 물었다. 아나콘다 괴수는 서서히 몸을 움직였고 이제 물과의 거리는 50미터도 채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