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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부터 레벨업-143화 (143/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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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부. 괴수의 차크라

써전은 다른 늪으로 이동하기에 앞서 사체 운반 헌터들을 교육시키는 중이었는데 과도하게 폭력적인 언어를 사용했다. 사체 운반 헌터들은 대개 써전보다 나이가 한참 어렸고 올해 헌터 타투가 나타나서 활동을 시작한 어린 헌터들이 많았다. 써전은 강현이 다가온다는 것은 알았지만 자기가 강현의 목표물이라는 것은 알지 못한 채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가 강현이 아주 가까이 온 후에야 강현을 바라보았다.

“뭡니까.”

써전은 강현을 노려보며 말했다. 강현이 누군지는 알지 못했지만 강현이 세진과 같이 오는 것을 보고는 뭔가 짐작을 한 것 같기도 했다.

“신세진 딜러한테서 무슨 말을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한 쪽 당사자한테서만 얘기를 듣고 섣부르게 나서지 말라고 충고해주고 싶군요.”

써전이 말했다.

“왜 저를 보자마자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군요. 왜요? 신세진 딜러가 써전님에 대해서 안 좋은 말을 하고 다닐 거라고 생각하시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누굽니까? 먼저 자기 소개를 하는 게 순서일 것 같은데.”

써전이 도전적인 표정으로 강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기껏 해 봐야 이 애송이도 헌터 타투가 나타난지 1, 2년도 안 되는 햇병아리인 것 같았고 자기가 괜히 페이스에 말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무리 잘 쳐 주려고 해 봐야 고작 F급 딜러일 것이고 아직까지 차크라 운용도 제대로 못하는 새파란 하급 헌터일 거라고 써전은 제멋대로 생각했다.

“그러죠.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강현은 그렇게 말을 한 후에도 몇 초간 뜸을 들였다. 그러자 써전이 웃음을 터뜨렸다.

"왜요? 자기 소개를 하려고 하다가 그 사이에 자기가 누군지 잊어버렸습니까? 처음부터 그런 것 같다고 생각하기는 했습니다. 자기 주제를 모르고 날뛰는 인간들이 많아요. 요즘엔. 헌터 타투가 나타나면 인생 역전이라도 될 것처럼 방방 날뛰고. 뭐가 뭔지 모르고 날 뛰는 사람들이 아주 많죠."

"클랜 A 클랜원. 김강현이라고 합니다.”

“클랜…A라고요?”

써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렇습니다.”

“그걸 내가 어떻게 믿죠?”

써전은 자기가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한 건지 천천히 생각해 보려고 했다. 뭔가 악질적인 속임수에 걸려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믿고 싶지 않으면 믿지 않아도 됩니다. 믿어달라고 얘기를 한 건 아니니까요.”

“……. 헌터 타투를 볼 수 있을까요?”

써전의 요구에 강현은 제 헌터 타투를 보여주었다.

B급, 차크라 등급 1등급, 차크라 숙련도 100퍼센트.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가능한 숫자라고 여겨본 적도 없는 무시무시한 경험치.

써전은 강현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이런 헌터 타투를 가진 사람이 괜히 클랜 A를 사칭하고 다닐 일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한동안 떠돌던 클랜 A의 막내 클랜원과 닮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왜 그때에야 그 생각이 난 건지,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이었다.

김강현이 클랜 A의 클랜원이 되기 전까지 F급의 사체 운반 헌터였다는 기사를 자기도 본 기억이 났던 것이다. 써전은 강현을 바라보면서 강현이 무엇 때문에 거기에 나타난 건지 알아내려고 머리를 굴렸다.

"여기에는 어떻게. 저를 만나려고 온 건 아닐 테고요."

써전은 천천히 강현의 표정을 보아 가면서 입을 열었다.

“그랬으면 좋았겠습니다만 써전님 때문에 온 게 맞습니다."

"저 때문에요? 왜요?"

"헌터로서 부적절한 행동을 하신 게 파악되어서 왔습니다.”

“그건……. 하급 헌터를 가르치려는 교육 목적에서 그런 거였습니다. 써전은 때에 따라서 하급 헌터를 가르치고 훈육도 하고 그래야 하는 거잖아요.”

“여기에 있는 신세진 딜러는 클랜 A의 새 클랜원입니다. 클랜원이 당한 부당한 처우에 대해서는 클랜 A 차원에서 대응할 겁니다."

그 말이야말로 써전을 놀라게 했다. 신세진이 클랜 A였다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써전에게 혼이 났던 사체 운반 헌터들은 멀찌감치 서서 써전에게 일어나는 일을 보고 있었다. 그들은 난데없이 나타난 남자가 클랜 A의 클랜원이라는 얘기를 듣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저는 지금 써전님이 일을 쉽게 해결할 수도 있고 어렵게 해결할 수도 있다는 말을 하는 겁니다.”

강현이 말했다.

“……. 쉽게… 해결하는 방법은 뭡니까.”

“뻔히 다 보이는 거짓말을 이어가려고 고집부리는 대신에 자기가 한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구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겠지요.”

“대가라는 게 뭡니까.”

강현은 천기정으로부터 들었던 내용을 들려주었다. 써전은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그러면. 어렵게 해결하는 방법은 뭡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쉽게 해결하는 방법은 아닌 것 같아서 써전이 물었다. 쉽게 해결하는 방법이라는데 전혀 쉽지가 않았던 것이다.

“지금처럼 계속 그렇게 하는 겁니다. 그리고 어렵게 해결하는 방법이 뭔지 직접 마주치면 될 겁니다.”

강현의 말에 써전은 고개를 숙였다. 잠시 후에 그는 고개를 들어서 세진을 바라보았다.

“내가 한 말에 상처를 받았다면 유감입니다.”

써전이 말했다. 세진은 사과를 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 용서를 하는 일은 낯설었다. 솔직히 말해서 용서하고 싶지도 않았다.

“꼭 용서해야 되는 건 아니죠?”

세진이 말하자 강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저는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용서를 강요하는 것도 굉장한 폭력처럼 느껴지네요.”

세진의 말에 써전은 고개를 숙였다.

“어떤 처분이 내려질지 나는 모릅니다. 다시 기회가 주어질지도 모르고 그러지 않을지도 몰라요.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는 써전님을 만나게 되는 하급 헌터들이 써전님을 통해서 성장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클랜의 세 사람은 한 분의 써전님 때문에 클랜 A의 클랜원이 됐습니다. 그 써전님이 안 계셨다면 클랜 A는 생겨나지 않았을 겁니다. 나는 써전님한테도 하급 헌터들의 가슴에 불을 지펴줄 힘이 있을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써전의 고개는 더욱 깊숙하게 숙여졌다.

“미안합니다……. 정말로 미안합니다.”

그가 말했다.

“우리는 사체 운반을 하면서 이미 괴수를 공략하는 법을 같이 배웠습니다. 사체 운반 헌터와 써전에게는 괴수의 사체라는 좋은 교재가 있지 않습니까. 맵 안에서 일을 하고요. 써전님을 만난 하급 헌터들이 클랜 A와 같은 클랜의 중요한 인재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써전은 입을 앙 다물었다. 한동안 말이 없던 써전은 세진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용서하라고 강요하지는 못하겠지만. 내가 정말로 후회하고 있고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면 좋겠습니다. 내 인생에 실망해서 그런 모습을 보이고 말아서……. 정말로 미안합니다.”

세진은 그의 머리를 바라보면서 힘겹게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오는 길에 두 사람은 그다지 많은 말을 나누지는 않았다. 하지만 서로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통쾌하게 밟아줄 줄 알았어요.”

세진이 말했다.

“나도 그럴 생각이었어. 클랜 A라고 내세우고 자랑하고 뻐기고 싶었는데. 문득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사람들은 따로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 분들이 아니었으면 나는 그 써전보다도 더 엉망으로 망가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심하게 굴 수가 없었어.”

“진심으로 하는 말 같아서 그 사람이 마지막에 한 사과에는 마음이 움직였어요.”

“다행이네.”

써전과 지우, 태인이 한없이 그리워지는 날이었다.

***

“안시현. 안 돼! 차크라 쓰지 마! 삼촌이 너 데리고 이런 말 하는 거 어이없겠지만 시현아. 이건 정말 중요한 일이야. 차크라 쓰지 마. 사람들한테 발각되면 안 된다고. 이건 네가 미리 조심해야 돼.”

갓난 아기를 가르치는 일은 정말 아무 의미가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힘들었다. 그런데도 용하는 포기할 수가 없었다.

“안세현. 응가할 때 차크라를 써도 전혀 쉽게 안 나온다고. 파리는 삼촌이 쫓아줄 테니까 차크라 쓰지 마. 필요할 때만 써. 이러다가 사람들 앞에서 이런 게 무의식중에 나오면 사람들 관심이 너한테 쏠릴 거라고. 그건 안 좋은 거야.”

시현이는 용하가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했고, 힘줄 일이 생기면 차크라를 썼다. 그러다가 용하한테 머리를 쥐어박히고 으앙, 울음을 터뜨려버리곤 했다.

하지만 효과가 아주 없지는 않았다. 시현이 울면 주황색 차크라가 어쩔줄을 몰라하면서 오로라처럼 하늘거리다가 사라지곤 했다.

“안시현. 삼촌이 미워도 당분간은 이렇게 훈련해야 돼. 삼촌이 시현이 사랑하는 거 알지?”

그렇게 안아주면 시현이는 서럽게 울다가 울음을 그쳤다. 슬슬, 시도 때도 없이 나오던 시현의 차크라도 길이 들었다.

지연은 그런 시현을 보고 어린 나이에 차크라 숙련을 벌써 시작한 거냐면서 응원을 해 주었다. 시현은 칭찬은 일단 전부 다 받아놓고 보는 중이었고 자기가 뭘 잘해서 그런 건지는 차차 생각하기로 한 듯했다.

강현은 미국으로 돌아가기로 한 일정이 계속 지연되고 있었다. 익스트림 헌터의 무기 마스터를 만난 일이 잘 되어서 강현은 무기 마스터가 새로 만든 무기를 시험하고 그 무기를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를 구하느라 매일 늪을 다니면서 괴수들을 공략했다. 그것은 이미 클랜 A로부터 승인을 받은 일이었다.

처음에 그 제안을 한 사람은 익스트림 헌터의 전속 무기 마스터인 채준형이었다. 그는 40대 후반에, 딱 40대 후반으로 보였지만 묘하게 섹시하면서 거기에 마초적인 이미지까지 풍기는 남자였다.

한 번에 상반되는 이미지가 동시에 나오는 것 때문에 채준형을 보게 된 사람들은 그 사람이 풍기는 이미지가 도대체 어떤 부분에서 나오는 것일지 궁금해하면서 관심을 갖곤 했다.

정작 본인은 남의 관심을 굉장히 귀찮아했다. 그런 면에서는 상당 부분 클랜 A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강현은 채준형과 금방 친해졌다.

채준형이 제안한 것은 아나콘다 괴수의 가죽에서 일일이 떼어낸 오돌토돌한 비늘을 탄환처럼 만들어 사용하는 무기였다. 처음에 제안한 것은 코모도 괴수의 혀에서 채취한 독을 묻혀서 블로우 파이프로 공격을 하는 방법이었는데 그것도 시험을 앞두고 있었다. 다만 그것을 시험하기 위해서는 후방을 지원해 줄 사람들이 필요했기에 시기가 늦춰지고 있었다.

클랜 A에서는 무기의 성능이 1차적으로 증명되기만 하면 같이 미국에서 시험을 해 보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그 전에 일단은 아나콘다 괴수를 찾아내는 일이 급했다.

아나콘다 괴수의 가죽에서 옥수수 알맹이 같은 비늘을 떼내는 일은 여러 사람이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서규태가 있었으면 도움이 됐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지금은 각자가 자기가 서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기를 기대할 수 있을 뿐이었다.

강현이 조금이라도 더 빨리 아나콘다 괴수를 잡아줘야 채준형도 자신의 일을 진행할 수 있는 거여서 강현은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 프로젝트에서는 치안대와 바디펌, 익스트림 헌터의 협력이 빛을 발했다.

치안대와 헌터 협회가 긴밀히 협조를 해서 아나콘다 괴수가 있는 늪의 정보를 알려주면 치안대의 에이스 헌터들이 팀을 이뤄 강현과 함께 공략에 들어갔다. 그러면 바디 펌에서 사체 운반팀과 써전을 대기시키고 있다가 곧바로 사체를 운반해 나왔고, 그것이 익스트림 헌터의 무기 마스터인 채준형에게 넘겨지는 식이었다.

지금까지는 총이 괴수에게 데미지를 입히는데 부적격이라고 알려져 왔지만 채준형은 몇 몇 괴수의 사체에서 분리되어 나온 것이 다른 괴수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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